소설리스트

선제귀환-122화 (122/430)

제122화

“소도도, 10년 만에 돌아왔는데 어째서 사촌 형인 내게 알리지 않은 거지?”

청년의 어조에는 소도도를 한껏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소도도가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개와 친분을 쌓을까!”

소도도는 냉랭하게 대꾸하며 청년에게 일장을 날렸다.

“어? 10년 만인데 성질까지 이렇게 난폭해진 게냐?”

청년이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려 소도도의 공격을 막아냈다. 곧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쏘아 보낸 영력이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소도도에게 날아들었다.

안색이 변한 소도도였지만 마찬가지로 영력으로 만들어 낸 화살로 대응했다.

펑!

영기의 화살촉이 서로 닿은 순간, 굉음과 함께 소도도의 화살이 흩어지고 말았다.

소력의 화살은 기세를 잃지 않고 돌진해 소도도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손가락 굵기만 한 구멍이 뚫리며 피가 울컥 새어 나왔다.

“하하, 성미가 이리 급해서 실력이 뛰어난 줄 알았는데, 이런 공격도 막지 못하는구나!”

소력이 히죽히죽 웃더니 소도도를 향해 혀를 끌끌 찼다.

“하하하, 역시 소력 소가주의 무위는 세상을 압도할 만합니다!”

“훌륭한 아버지 밑에 못난 자식이 없다고, 역시 소원 가주님의 아드님이라니까!”

“소력 소가주, 가문의 일원을 연달아 다섯이나 죽인 소도도를 부디 처리해 주십시오!”

“삼장로와 이장로는 소원 가주님을 가주라 불렀다는 이유로 죽었습니다. 소력 소가주, 부디 소도도를 죽여 노소가의 근심을 없애 주십시오!”

지금까지 소도도의 눈치를 살피며 쥐 죽은 듯 입을 다물고 있던 다른 이들이 앞다투어 소력에게 매달렸다.

소력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들을 외면하고, 네 장로에게 시선을 주었다.

“대장로, 사장로, 오장로, 육장로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지 않는 겁니까?”

소력은 마치 농담을 하듯 가볍게 말을 건넸다.

그에게 있어 대장로를 비롯한 장로들은 그의 뜻대로 움직이는 인형인 듯했다.

네 장로가 머뭇거리다 시선을 교환했다. 잠시 후, 대장로가 입을 열었다.

“나는 가주님이 아니고서는 무릎을 꿇지 않는다네.”

“그래? 아버님이 출타하시기 전에 나에게 권리를 위임하셨거늘, 내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면 아버님께 무릎을 꿇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네만?”

소력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우리에게 가주는 단 한 명뿐이다. 그리고 그 분은 소원은 아닐세!”

이번에는 네 장로가 입을 모아 외쳤다.

“죽음을 자초하는군!”

지금까지 유희를 즐기듯 말하던 소력이 별안간 살기를 일으키며 가장 가까운 대장로에게 일장을 날렸다.

“감히 어딜! 이 소도도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소도도가 등 뒤에 메고 있던 영양봉을 꺼내 소력에게 일격을 가했다.

“소도도,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한다고 생각해?”

소력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대장로에게 뻗어가던 주먹의 방향을 바꾸어 소도도를 향했다.

콰아앙!

소력의 일권과 소도도의 영양봉이 맞부딪치자, 믿을 수 없는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소력이 눈을 부릅떴다. 영양봉을 깨트리기는커녕, 도리어 자신의 뼈가 여러 대 부러지고 말았다. 곧 소력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평범한 물건이라 여겼는데, 신병이기였구나!”

영양봉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몽둥이에 지나지 않는다. 소력 또한 그리 판단하고 맨주먹으로 부딪쳤건만, 직접 부딪쳐 보니 호기심과 탐욕이 동시에 일었다.

소력이 곧바로 몸을 날려 소도도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소도도는 막을 겨를도 없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검은 그림자가 그 뒤를 바짝 쫓았고……!

땅에 떨어진 소도도의 손이 텅 비었다.

소력은 영양봉을 쥔 채 반대편에 가볍게 착지했다.

“나무도 아니고 철도 아닌 특이한 재료라니……!”

소력이 영양봉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귀한 무기를 얻은 만큼 흡족한 기색이 가득했다.

곧 그의 눈이 악랄하게 반짝이며 소도도를 내려다보았다.

“그렇다면 소도도로 위력을 시험해 봐야지!”

소력의 몸이 솟구치더니 영양봉으로 소도도를 내리치려 했다.

“도도 소가주!”

무의식적으로 소도도를 부른 네 장로의 신형이 흩어지더니, 소력을 향해 쇄도했다.

“모두 꺼져라!”

소력은 몸을 돌리기는커녕 영력을 끌어올려 네 개의 기운을 쏘아냈다.

펑펑펑펑!

연거푸 네 번의 소리가 나고, 영력에 직격당한 장로들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소도도, 자신의 병기로 죽을 텐데, 기분이 어떠냐! 하하하!”

소력이 광적인 웃음을 흘리며 영양봉을 내리쳤다. 금방이라도 소도도의 머리가 박살 날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운청휘가 움직였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는 즉시 시야를 소도도에게 고정했고, 다섯 손가락이 발톱처럼 휘어지며 거대한 힘이 실렸다.

그 순간, 금방이라도 소도도를 내리찍을 듯 움직이던 소력이 마치 죽은 사람처럼 행동을 멈췄다. 영양봉은 소도도의 미간에서 세 치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응? 소력 소가주가 멈췄잖아?”

“설마 소력 소가주의 마음이 바뀐 건가?”

“그럴 수도 있겠지. 소력 소가주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사람을 천천히 괴롭혀 죽이는 일이니.”

소가의 고위층들은 단순히 소력이 마음을 바꾸었다 생각하며 수군거렸다. 다만 소력이 데려온 이들 중 팔십 대의 노인 한 명만이 눈썹을 찌푸리며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소력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악!”

소력이 별안간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핏물을 울컥 내뿜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 혼자서 갑자기 떠올라 피를 토하는 것처럼 보였다.

“죽이겠나, 살리겠나?”

소력의 몸이 천천히 추락하는 동안, 운청휘가 소도도를 힐끗 돌아보았다.

“운 형제, 내 마음을 어찌 그리 모르나. 어서 죽이게나.”

소도도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혼자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네의 도움을 받다니!”

소도도의 대답이 떨어진 즉시, 운청휘가 주먹을 꽉 쥐었다.

퍼엉!

그 순간, 소력이 불붙은 폭죽처럼 폭발하며 사방에 피와 살점을 흩뿌렸다.

“이런……!”

소력의 편을 들던 이들은 피를 뒤집어쓴 채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들의 눈에는 소력이 난데없이 공격을 멈추더니 허공에 떠올라 폭발했을 따름이었다.

“후배, 네가 감히 소력을 죽이다니!”

의사청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노성이 터져 나왔다.

운청휘를 노려보았던 그 노인이 눈을 부릅뜬 채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뭐라고, 소력 소가주가 죽었단 말인가?!”

“봉업노조의 말이니, 사실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소도도가 데려온 자로군. 설마, 저자가 소력 소가주를 죽인 건가?”

“하지만 그가 손을 쓰는 모습을 보지 못했네!”

소력의 편을 들었던 이들이 수군거리며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말하는 노인, 즉 봉업노조는 소원이 고용한 객경 중 가장 무위가 높은 이였다.

반절 선천의 무인이 한 걸음을 내딛기만 해도, 사람들은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에 숨을 들이켜야 했다.

“반절의 선천이면 아쉬울 게 없거늘, 어찌 남의 개를 자처하지?”

운청휘는 봉업노조를 빤히 보더니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물었다.

“개?”

봉업노조는 화를 내기는커녕,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소원이 노부를 선천의 경지에 오르도록 돕는다면, 개가 된들 어떤가! 100년이라도 상관없네! 영력을 쓴 걸 보니, 자네는 양경의 무인이로군? 그 용기는 가상하나, 감히 나 봉업노조가 비호하는 이를 죽이다니!”

봉업노조가 호통을 치자 바닥의 석판이 쩍 갈라지고 그 틈새로 흙더미가 솟구쳐 올랐다. 흙은 마치 의지를 가진 듯 꿈틀거리며 벽을 이루더니 그대로 운청휘를 가두어 버렸다.

“노부가 충고하겠네. 무의미한 발버둥은 그만두게나. 이 벽은 토 속성의 오행의 힘으로 만들어, 자네가 백 명이 있어도 깨트릴 수 없다네.”

봉업노조가 어림도 없다는 듯 말했다.

그가 이전에 만난 상대들 또한 토벽에 가둬지면 발버둥을 치곤했지만, 지금까지 그의 토벽을 부수고 나온 이는 없었다.

“노조, 그를 죽이지 말게……!”

한 고위층이 갑자기 소리쳤다.

“소원 가주님께서 돌아오신 후 소력 소가주의 죽음을 아시면 반드시……!”

“안심하시오! 노조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를 토벽에 가둔 것이라오!”

봉업노조가 손을 흔들며 말을 끊었다.

“자네들 모두 소도도와 네 명 장로를 사로잡게나!”

봉업노조는 지휘가 익숙한 듯 현장에 있는 고위층에게 직접 명령했다.

“알겠소!”

봉업노조가 지시하자 그들은 의욕이 넘쳐 두 무리로 나뉘더니 한 무리가 소도도를, 한 무리가 대장로 등을 둘러쌌다.

대장로를 비롯한 다른 장로들은 봉업노조를 본 이후 싸울 마음이 꺾인 듯했다. 그들은 순순히 사로잡혔으나, 소도도만큼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는 가장 가까이 접근한 두 명을 단숨에 죽이더니 양 떼를 헤집는 늑대처럼 사방을 누비며 거침없이 목숨을 앗아갔다.

소도도를 공격하던 이들은 우왕좌왕하며 방어하기 급급했다.

이 광경을 본 봉업노조가 이를 갈며 소도도를 공격하려는 순간, 담담한 목소리가 그를 멈춰 세웠다.

“내 형제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말거라.”

“누구냐?”

봉업노조는 자신도 모르게 두리번거렸다. 사방이 아수라장인 터라, 그는 자신을 붙든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왔는지 분간하지 못했다.

“설마 그는 아니겠지……?”

봉업노조가 반신반의하며 자신이 만들어 낸 토벽을 돌아보았다.

이때 토벽의 표면은 거미줄처럼 촘촘한 금이 가 있었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노조가 오행의 힘으로 만든 토벽을 깨 버리다니!”

이 중에는 그가 만든 토벽을 깰 수 있는 자가 없을 터였다. 그러나 운청휘만은, 저 토벽을 부수고 나오지 않았던가.

봉업노조의 입이 절로 떡 벌어졌다.

“노조? 고작 반푼이 따위가 노조라는 호칭을 달아? 남들이 알면 배꼽이 빠지도록 웃겠구나. 염치도 없는 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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