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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30화 (130/430)

제130화

세 사람은 일제히 오행의 힘을 일으켜 기습을 가했고, 소원에게 집중하고 있던 소원항에게 잠시 틈이 생기고 말았다.

퍼엉!

소가 가주, 소법양의 공격이 소원항의 몸에 명중하며 육중한 타격음을 내었다.

“소법양! 네놈은 나와 같은 소가의 피가 흐르거늘, 감히 외부인과 결탁하느냐!”

일격에 피를 토한 소원항이 소법양을 바라보며 분노를 터트렸다.

“흥, 10대 전의 이야기를 해 봤자 소용없다! 친형제라도 서로 죽이지 않느냐!”

소법양이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내저었다.

“당 가주, 이 가주. 저자와 말을 섞을 시간이 없소. 일단 죽이고 추후의 일을 논합시다!”

소법양이 두 가주들에게 말하자, 곧바로 세 사람은 연계하여 소원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흥. 반년 동안 네놈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노부가 한번 봐야겠구나!”

기운을 추스른 소원항이 위세를 내뿜었다.

쿠르릉!

네 사람의 충돌은 노소가의 저택을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그들은 벼락이 내리치듯 지면에서 공중으로, 공중에서 지면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들의 기술로 인해 지면에 무수한 구덩이가 파였고, 불길이 일어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사태를 관망하던 청의노인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소원항이 세 가문의 가주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구나.”

“노조, 이 일은 길게 끌어서 좋을 게 없습니다. 부디 소원항을 죽여 주십시오!”

소원이 허리를 숙이며 청하자, 청의노인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끝나면 물건을 건곤 경매장에 보내는 걸 잊지 말게!”

말을 마치기 무섭게, 청의노인의 일격이 소원향을 향했다.

선천경 4단계인 청의노인의 공격을 소원항이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노인의 일격은 소원항의 아랫배에 꽂혔고, 소원항은 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끼며 지면으로 추락했다.

“푸!”

그의 입에서 선혈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노조, 네놈이!”

“건곤 경매장의 사람이, 감히 연라성 세력가의 싸움에 개입하는가!”

“자네만 죽으면, 노부가 개입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청의노인이 무심하게 말하며 오행의 힘으로 커다란 손을 생성해냈다.

금방이라도 소원항을 납작하게 만들어 버릴 듯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 * *

운청휘의 영력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양경 8단계에서 9단계를 돌파할 때, 본래의 영력보다 더 많은 양의 영력이 증가했다.

무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무위가 높아질수록 다음 단계의 돌파는 어려워진다.

돌파에 필요한 영력을 충분히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무인들은 영력을 증가시키는 단약이며 영약 등을 소중히 여겼고, 무가의 자제들은 어릴 때부터 단약을 복용하며 자라나게 되었다.

천지에 흩어진 영력을 흡수하며 무위를 키워나가는 데도 한계가 있으므로, 무위가 높아질수록 단약, 영약, 선천영액 등의 자원이 절실했다.

양경 9단계를 돌파한 후에도, 운청휘는 여전히 선식양정의 선기를 흡수하고 있었다.

바람을 강하게 받은 불길이 몸집을 키워가듯 흡수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그에 반해 손에 쥔 선식양정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다.

양경 10단계에 도달한 순간, 선식양정은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말았다.

이 단계에는 또다른 명칭이 있다.

전설 속의 양경 극경!

풍무극광 이후로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그 경지에, 운청휘가 발을 내디뎠다.

“……겨우 극경인 건가.”

운청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실망도, 설렘의 빛도 없었다.

“지금이라면 그때의 영단 괴수를 만나도 3합 이내로 죽일 수 있겠군!”

운청휘가 스스로의 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전투력만이 급증한 게 아니다. 무위의 상승에 따라 증가하는 그의 천부적인 재질 또한, 이미 구성 기재에 도달해 있었다.

기뻐해도 좋을 순간이련만, 운청휘의 마음에는 가느다란 살기가 자리 잡았다.

소도도의 조부 소원항이 직면한 위기를 감지해냈다. 떠나기 전 소도도가 부탁했던 일에는 노소가의 위협을 막아 달라는 내용도 있지 않았던가.

이대로 소원항이 죽는다면 운청휘는 이번 생 내내 마음의 빚을 지고 살 터였다.

운청휘의 신형이 그대로 흩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소원항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로 이때, 청의노인이 만들어 낸 거대한 손은 그들과 고작 삼 장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운청휘가 가볍게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닿는 순간, 오행의 힘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은 마치 쓸려나가는 먼지처럼 허공에서 깨끗이 지워지고 말았다.

“운 공자!”

장로들과 소순 총관이 운청휘를 알아보고 감격에 찬 탄성을 내뱉었다.

“도도 소가주님이 데려온 친구가 바로 이분입니다, 가주님!”

소순이 황급히 소원항에게 설명하며 그를 부축했다.

“운 공자님, 이틀간 어디에 가셨던 것입니까? 도도 소가주는 어디에 계십니까?”

대장로는 운청휘의 출현을 몹시 반가워했으나, 동시에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잠시 수련 때문에 자리를 비웠습니다. 도도에 관해서는 차후에 설명하죠.”

이윽고 운청휘가 소원항을 돌아보았다.

“도도는 저의 형제니, 저도 당신을 할아버님이라 부르겠습니다. 할아버님, 저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하길 원하십니까?”

“하하하, 저 후배가 실성했나? 소원항에게 우리의 생사를 맡기다니!”

“헤헤, 혼자서 우리 모두를 당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건가!”

“혼자서 우리 모두와 싸운다고? 설마, 노조도 포함한 건가?”

세 가주들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이내 청의노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참이나 어린 무도의 후배가 그들의 생사를 논하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청의노인 또한 노기를 드러내야 하건만,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천천히 나아가 운청휘에게 포권을 하며 예를 갖췄다.

“노부는 이만 물러가지. 건곤 경매장이 어찌 4대 가문의 다툼에 참여하겠는가.”

그의 말은 잔잔한 호수에 날아온 돌멩이처럼 여파를 불러왔다.

“노조가 저자에게 어찌 공손해지는 거지?”

“설마 건곤 경매장이 두려워할 배경이라도 있단 말인가?”

세 가문의 가주들과는 달리, 노소가의 장로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연했다.

“하하하, 다음에는 노소가에 손님으로 찾아와 주십시오!”

노소가의 장로들이 황급히 작별 인사를 올렸다.

그들의 눈에는 청의노인만 떠난다면 코앞에 닥친 위기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을 듯했다.

“하하, 기회가 되면 노부가 선물을 들고 찾아오지! 이만 가겠네!”

청의노인 또한 웃음으로 답하며 지면을 박차려는 순간.

“가본다? 내가 언제 떠나고 된다고 했지?”

운청휘의 건조한 음성이 청의노인을 붙들었다.

“하하, 노부가 노소 가주를 공격한 일로 그러는가?”

청의노인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아공간 반지에서 옥병을 하나 꺼내들었다.

“선천영액 5방울을 주겠네. 노소 가주에게 건네는 사과의 의미로 받아주게나.”

청의노인이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소원항을 공격할 때 팔 할의 힘을 사용했건만, 운청휘는 손가락 하나만으로 청의노인의 공격을 격파해 버리지 않았던가!

“사과라? 네놈을 때리고 선천영액 5방울을 주면 순순히 받아들이겠느냐?”

운청휘는 청의노인을 보지도 않은 채 냉랭하게 말했다.

“노부가 이렇게 자네를 존중하건만, 도가 지나치구나!”

청의노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자체로는 운청휘의 적수가 되지 않겠지만, 그가 관리하는 건곤 경매장은 천검종의 비호를 받는 곳이다.

무엇보다 궁우신을 모시는 몸이니, 자신을 홀대했다간 운청휘도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할 터였다.

“도도는 노소가의 모든 위협을 막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운청휘는 여전히 청의노인을 무시한 채 소원항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니 할아버님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저들을 이대로 때려눕힐 수도, 죽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소원항은 황망한 눈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10년 동안 못 본 손자가 돌아왔다는 소식부터 믿기 어려웠지만, 손자가 데려온 자가 건곤 경매장의 청의노인마저 몸을 낮추게 하는 이라니!

“만약 죽인다면, 얼마나 죽일 수 있는가?”

황급히 정신을 차린 소원항이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세 가문의 가주를 죽일 수 있다면, 노소가는 연라성의 패자(覇者)로 다시 군림할 수 있었다.

“전부 가능합니다.”

운청휘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다 죽이게나. 저들은 노소가를 멸문하겠다는 목적으로 난입했으니, 죽임을 당해도 할 말이 없겠지!”

소원항의 눈에 표독스러운 빛이 비쳤다.

“우리를 다 죽인다고? 하하하.”

세 가문의 가주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소원항, 두문불출하더니 그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게냐?”

“흥, 헛소리는 그만하고, 누가 누구를 죽이는지 보자고!”

그들은 말을 내뱉는 동시에 운청휘를 공격하러 달려들었다. 마치 삼백 장 높이의 산봉우리 세 개가 쇄도하는 듯했다.

운청휘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가볍게 몸을 날렸다.

쿠웅!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세 가주들은 허공을 날아 바닥에 고꾸라졌다.

당가의 가주는 머리가 없었고, 이가의 가주는 가슴이 꿰뚫린 채 부들부들 떨다 숨을 거두었다.

유일하게 소가의 가주만 숨이 붙어 있었는데, 죽지만 않았을 뿐 빈사 상태나 다름없었다.

숨 막힐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4대 가문 중 세 가문을 대표하는 가주들이 단번에 전력을 상실하고, 목숨마저 빼앗기지 않았는가.

“대체 어디에서 온 고수이길래 이리 무위가 공포스럽단 말인가!”

“청의노인이 물러난 건 저자의 배경이 아니라 실력 때문이었구나!”

사람들이 경악하며 황망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운청휘가 손을 뻗었다.

멀리서 도망칠 기회를 노리던 소원은 단번에 끌려와 운청휘의 손아귀에 붙들렸다.

“노소가의 은혜를 입었으면서 배은망덕한 놈이구나. 비록 진심으로 감사하진 않더라도 어찌 은인에게 잔혹한 수단을 쓰는 게냐!”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소원에게, 운청휘의 냉랭한 시선이 꽂혔다.

“나를 죽이지 마, 죽이지 말게.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을 뿐이네. 제발 죽이지 말게.”

죽음을 직감한 소원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마구 내뱉었다.

“의부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제가 백번 잘못했습니다!”

소원은 소원항을 바라보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소원항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세 살일 때 거두어, 지금까지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간 소원을 어떤 마음으로 길렀던가.

독약을 마신 것조차, 양아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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