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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32화 (132/430)

제132화

그는 곧바로 신식을 펼쳤고, 곧 이가의 후계자와 혈문전의 일원들을 감지해냈다.

“예상보다 빠르군.”

어딘가 만족스러운 중얼거림과 함께, 운청휘의 신형이 밀실에서 사라졌다.

이때 소원항을 비롯한 장로들은 이가의 후계자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아직 전투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서로를 향한 기세로 인해 피부가 따끔거릴 지경이었다.

이가의 후계자가 먼저 호통을 쳤다.

“소원항! 아버님을 죽이고 이가를 멸문시키다니, 네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그리고 운청휘는 어디에 있느냐?”

살기등등한 시선이 소원항에게 쏟아졌다.

다음 순간, 혈문전의 네 장로가 청의노인을 알아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청의, 어째서 이곳에 있는가?”

혈문전은 진관해가 세웠고, 진관해는 천검종의 사람이었다.

건곤 경매장 배후의 주인도 천검종이었으니, 혈문전의 네 장로는 청의노조와 면식이 있었다.

청의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씁쓸한 어조로 말할 뿐이었다.

“노부가 청하건대, 화를 자초하지 마시게. 인연을 생각하여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네.”

청의노인은 운청휘가 일부러 혈문전을 끌어들였음을 알아차렸지만, 자세한 연유는 알지 못했다.

그러니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몸을 사리라는 경고밖에 없었다.

“우리가 화를 자초한다고? 청의여, 장난하는 게냐?”

혈문전 네 장로들이 냉소를 금치 못했다.

“연라성뿐만 아니라 안양성, 아니. 온 운역의 어떤 세력이 우리를 손댈 수 있겠는가?”

“그래, 운역 운가라 해도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하거늘!”

“운역 운가? 그들이 어쨌단 말이더냐?”

그 순간, 가소롭다는 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눈앞에 어느새 붉은 장포를 입은 젊은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관해 이 나쁜 놈. 네놈들에게 2급 마종을 심었구나.”

순식간에 그들을 훑어본 운청휘가 무심히 내뱉었다.

“건방지구나, 우리 전주를 모욕하다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전주께 불경을 저질러?! 죽이고 말겠다!”

전주를 향한 모욕에 혈문전의 일원들은 모두 분노했으나, 다음 순간 그들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들의 눈에 어느새 희미한 두려움이 스몄다.

“우리의 몸에 마종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운청휘는 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이가 후계자를 바라봤다.

“3급 마종이군. 네놈을 위해 나선 이유를 알겠구나.”

마종을 언급하자 이가 후계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그는 혈문전의 4대 장로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다시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

“네놈이 운청휘냐? 어서 무릎을 꿇고 자결로 사죄한다면, 시체는 남겨 주마!”

운청휘는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말을 섞기도 귀찮았던 터라, 그는 한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장로들이야 진관해의 체면을 생각해 건드리지 않을 작정이었지만, 이가의 후계자는 다르다.

마치 불빛에 이끌리는 부나방처럼 끌려온 이가의 후계자가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투명한 마종이 흘러나오더니, 그대로 운청휘의 수중에 들어왔다.

지금의 무위라면 양경의 마종을 흡수하는 일은 간단한 문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종의 연화가 끝나고, 이가 후계자의 생명 또한 부질없이 꺼지고 말았다.

“뻔뻔하구나, 감히 노부의 3급 마종을 삼키다니!”

한 장로가 분노하며 운청휘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는 이가 후계자의 몸에 3급 마종을 심은 이였다.

이가 후계자가 선천경에 도달하면 마종을 흡수할 계획이었건만, 눈앞에 있는 운청휘가 그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분노한 장로가 오행의 힘을 일으켜 운청휘를 치려했다.

그러나.

퍽!

운청휘의 영력화장이 장로를 가뿐하게 날려 버렸다.

“서신에도 내 무위를 적지 않았느냐. 그런데도 고작 선천경 4단계의 무위로 내게 저항하느냐?”

운청휘가 한심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다, 본론을 꺼냈다.

“네놈들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구나. 너희를 부른 건 맡길 일이 있어서니, 잘 듣도록.”

개중 무위가 가장 높은 혈문전 장로에게 운청휘의 시선이 닿았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이자가 가장 지위가 높을 터였다.

“대장로.”

다른 이들도 그들의 대장로를 바라보며 상황을 살폈다.

“건방지군! 우리에게 일을 맡긴다니, 어디서 헛소리를 지껄이느냐!”

혈문전의 대장로가 미간을 찌푸렸다.

“쓸데없이 떠들 시간에, 이걸 보기나 하거라.”

운청휘는 영라반지에서 영패를 꺼냈다.

앞뒤로 각각 ‘혈’과 ‘문’이 새겨져 있는 영패였다.

털썩!

영패를 본 순간, 혈문전의 장로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운청휘에게 날아간 장로마저도 영패를 알아보고 황급히 몸을 숙이는 게 아닌가.

“저 영패는 전주의 상징이 아닌가! 대, 대체 누구길래 저 영패를 지녔단 말인가!”

“저건 전주께서 늘 가지고 다니지 않았는가! 서, 설마 전주의 자식이라도 된단 말인가?”

소원항과 청의노인은 어리둥절해져서 장로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무릎을 꿇은 장로들은 고개조차 함부로 들지 못했다.

“이제 일을 맡겨도 되겠느냐?”

운청휘는 희미한 실소를 흘리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 영패를 지니셨으니, 저희에겐 전주나 다름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자결하라고 하셔도 따르겠습니다!”

네 장로가 모두 머리를 숙이고 겸손하게 말했다.

“너희가 할 일은 간단하다. 혈문전의 이름으로 안양행성의 모든 지역에 전하거라. 연라성의 노소가는 이 순간부터 혈문전의 비호를 받는다고 알리도록.”

운청휘가 나지막하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그가 연라성을 떠난 뒤에도 노소가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혈문전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존명!”

“혈문전의 이름으로 온 안양행성에 알리겠습니다!”

네 장로가 앞다투어 외쳤다.

그들은 어느새 안심한 기색이 역력했다. 운청휘가 어떤 일을 시킬지 모르기에 긴장하던 그들에게 내려온 명령은 고작 연라성 한 가문의 비호였다.

노소가의 안전을 확보한 후, 운청휘는 혈문전의 장로 한 명을 데리고 연라성을 떠났다.

진관해가 떠나기 전 약속했던 기한이 8일 남아 있다.

운청휘는 그동안 할 일을 생각하며, 연라성을 떠나 수천 미터 상공을 가로질렀다.

“자네는 아직 타인에게 마종을 심을 수 있더군.”

수천 장 위의 허공에서, 운청휘가 한 장로에게 운을 떼었다,

그는 혈문전의 서열 3위에 드는 장로였고, 선천경 4단계의 무위를 지닌 호천천(胡天天)이라 했다.

“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지 못해서 마지막 정원을 남겨두었습니다.”

호천천히 공손히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각 후.

운청휘는 호천휘를 이끌고 흉수산맥 외곽에 도달해 있었다.

“대인, 흉수산맥에는 어찌하여 가시는 겁니까?”

호천천이 발아래에 펼쳐진 광활한 삼림을 힐끔거렸다.

“곧 알게 되니 묻지 말도록.”

운청휘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나아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천천을 돌아보았다.

“너무 느리구나. 널 데리고 날아야겠다!”

운청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영력이 호천천을 감쌌다. 예전 소도도를 데리고 흉수산맥을 통과했을 때처럼, 운청휘는 호천천을 떠밀어 만 리를 날았다.

흉수산맥의 최심부에 도달하자, 선천경 흉수들의 서식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영단경의 흉수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도달할 수 있을 듯했다.

“대인, 더 깊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영단경 흉수의 활동 지역입니다.”

말하는 와중에도 그는 수백 마리의 선천경 흉수의 기를 감지해냈다. 개중에는 그와 막상막하의 기운을 지닌 흉수도 있었다.

자연히 호천천희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바로 그 영단 흉수를 찾고 있다.”

운청휘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신식을 펼쳤다.

이염죽이 한쪽 눈을 빼앗았던 영단경의 흉수가 그의 목표였다.

호천천은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운청휘가 영력으로 받쳐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고꾸라져 머리를 박았을 터였다.

“대인, 미쳤습니까. 영단 흉수를 찾고 계시다뇨!”

호천천이 겁을 내는 것도 당연했다. 영단경의 흉수라면 그를 단번에 죽이고도 남는다.

“내가 있지 않느냐. 걱정하지 말도록!”

기이하게도, 운청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호천천의 요동치던 마음이 평온하게 가라앉았다.

그가 진정된 후, 운청휘는 방향을 바꾸어 남서쪽으로 백여 리를 더 날아갔다.

크르르!

별안간 온몸을 전율케 하는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오더니, 곧 두 사람의 시야에 거북이를 닮은 거대한 흉수가 솟아올랐다.

“이것은 영단 흉수!”

거대한 흉수를 발견하자 엄습하는 공포로 인해 호천천의 사지가 덜덜 떨렸다.

그러나 공포와는 별개로, 그의 시선은 빠르게 흉수의 전신을 훑었다. 거북이를 닮은 흉수는 놀랍게도 한쪽 눈이 텅 비어 있었다.

“이럴 수가, 도대체 누가 영단 흉수의 눈 하나를 빼간 것입니까.”

누군가 흉수의 눈을 빼갔다! 상처를 통해 알아차린 호천천이 경악했다.

“양경의 무인이 뺏어갔다고 하면 믿겠느냐?”

운청휘가 묘하게 재미있다는 투로 말하며 덧붙였다.

“다만, 전투력에서는 선천경 5단계에 필적하는 무인이었지.”

“그게 가능합니까?”

호천천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다, 곧 흠칫 몸을 떨었다.

“이럴 수가! 저희를 발견했습니다!”

호천천의 말처럼 흉수는 그들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그만한 거구로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지면에 깊은 고랑이 파이며 짙은 흙먼지가 일었다.

크아악!

두 사람과 흉수의 거리가 수만 장에서 코앞까지 좁혀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호천천은 그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선천경의 무인이라 해도, 당해낼 수 없는 상대 앞에서는 무력해지는 법이다.

콰앙!

온몸이 산산이 조각나는 최후만을 상상하던 호천천의 귓가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뜬 호천천의 앞에는 몸통이 거꾸로 뒤집힌 채 한 다리가 찢겨 버둥거리는 흉수가 있었다.

“쉬!”

호천천은 자신도 모르게 다급한 숨을 들이켰다.

틀림없이 운청휘의 작품이리라. 흉수의 거구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맙소사, 도대체 어떤 고수이길래 이렇게까지 강한 것인가?’

지금 호천천의 눈에는 영단경 흉수 못지 않게 운청휘가 두려운 존재로 각인되고 있었다.

‘전주의 사생아인 줄 알았건만, 다시 생각해 보니…….’

경악하는 와중에도 호천천의 머릿속에는 스스럼없이 진관해를 부르던 운청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 전주께서 그의 제자인 건가?!’

엉뚱한 생각이 호천천의 머리를 스칠 무렵, 거북이를 닮은 영단경 흉수는 자세를 고치고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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