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자기동래결을 수련하며, 그는 진정한 절세무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3단계까지 익히게 되면 그의 본신이 영변경의 족쇄를 풀고 더 높은 경지에 이르리라.
바로 선인의 경지였다.
또한 6개의 진법도 익히면 익힐수록 절묘하고 신비한 진법이었다. 이런 진법을 아무렇지 않게 내주는 운청휘에게 감탄하고 또 감탄할 따름이었다.
“예상에는 못 미치지만, 썩 나쁘지 않군.”
운청휘의 평가에 진관해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지금껏 진법에 미쳐 살아오며 스스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건만, 이러한 평가는 처음이었다.
더욱이 한 달 동안 그는 궁우신이 내린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자기동래결과 진법의 수련에 힘을 쏟아 지금의 성과를 이뤄냈다. 설마 이마저도 운청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줄이야.
“이자의 마종을 없애거라.”
운청휘는 문득 호천천을 떠올리고 가볍게 명령했다.
“바로 해체하겠습니다!”
진관해는 한 점의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곧바로 호천천에게 심은 마종을 없앴다.
“감사합니다, 대인. 감사합니다, 전주!”
몸에서 마종이 사라지자, 호천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다시 태어나기라도 한 듯 감격에 겨워 연신 허리를 굽혔다.
“자네는 여전히 혈문전의 장로이긴 하나, 만약 떠나고자 한다면 강제로 잡지 않겠네.”
일단 운청휘가 호천천을 곁에 둔 만큼 진관해도 그의 체면을 세워 줄 생각이었다.
“소인 영원히 혈문전의 사람입니다!”
호천천은 당당히 외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마종의 기운으로 호천천을 파악하고 있었던 진관해가 내심 미소를 지었다. 호천천은 혈문전에 강한 귀속감을 느끼고 있는 터였다.
이윽고 진관해가 운청휘에게 공손히 아뢰었다.
“사부님, 날이 저물었으니, 오늘은 이만 쉬시고 내일 가심이 어떻습니까? 제가가 사부님을 위해 잔치를 준비했습니다.”
“내려가자꾸나.”
운청휘는 선뜻 따라나섰다. 어차피 날이 어두워 출발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데다, 진관해의 정성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진관해는 운청휘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만큼 108가지나 되는 음식을 마련해 놓았다.
어찌 그 마음을 모를까. 운청휘가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아리고 쓴 것 외에는 가리지 않으니, 앞으로는 이리 낭비하지 말거라.”
홍소육, 갈비찜, 생선찜, 배추찜과 두부조림 등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운청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후 그는 몇 시진에 걸쳐 진관해의 수련을 봐주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었다.
다음 날 아침, 진관해는 전송진으로 운청휘를 안내했다. 진관해가 이 진의 책임자였으니, 번거로운 수속 없이 곧바로 전송진에 오를 수 있었다.
금색 광채가 사방을 에워싸는 순간, 두 사람의 모습이 전송진 위에서 흩어졌다.
후우우-
매서운 바람이 귓가를 때렸다. 두 사람은 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강물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이 금빛 강은 물이 아니라, 공간의 강이라 부르는 영역이었다.
강이 흐르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영변경의 강자라도 이 강이 흐르는 속도의 100분의 1도 따라잡지 못할 터였다.
두 사람은 줄곧 눈을 감고 있었다. 그들을 둘러싼 금빛의 강을 감히 육안으로 보려고 한다면, 장님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운청휘만이 신식을 펼쳐 육신이 공간의 강을 스쳐가는 속도를 가늠해 보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만 장을 가는군.’
선계에서는 이 속도를 측정할 수 있었는데, 지금 전송진은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 만 장을 갈 수 있었다.
운청휘가 천천히 숫자를 헤아렸다. 그가 12까지 세자, 운청휘와 진관해는 다른 전송진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안영성까지의 거리는 족히 십이만 장은 되겠어.’
계산을 마친 운청휘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신식으로 살펴본 끝에, 이 전송진은 총 11개의 전송진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내었다.
“진 장로님, 돌아오셨군요!”
전송진을 지키는 이가 진관해를 보고 금방 웃음을 지었다.
“진 장로?”
운청휘의 눈에 의혹이 스몄다. 진관해는 보통 내문 제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부님, 제자가 북역에서 곤수대진을 쳐 적염천교(赤焰天蛟)를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하여 궁우신이 제자를 장로로 발탁했습니다.
진관해는 곧장 전음을 보내며, 쑥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진 장로님, 이분은 누구십니까?”
전송진을 지키는 호위가 운청휘를 의심스러운 눈길로 훑었다.
“그는 밖에서 찾아낸 인재라네. 천검종의 제자가 될 수 있는지 시험당에 데려가 볼 생각이니, 들여보내게.”
진관해가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며, 시간을 뺏겨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바쁜 몸이니, 그만 얘기함세.”
진관해는 곧바로 운청휘와 함께 전송진을 빠져나갔다.
운청휘는 신식을 내내 펼치지 않았다. 천검종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어야 한다. 곧 108개의 전송진이 감지되었고, 그 전송진들은 최소 몇 개에서 최대 수십 개의 소형 전송진과 연결된 형식을 취했다.
-천검종은 휘하에 수십 개의 구역을 두었습니다. 운역과 북역, 남역 또한 천검종으로 통하는 전송진이 있습니다. 제자는 안양성의 전송진을 사용하였습니다.
진관해는 전음으로 천검종을 소개했고, 운청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의 신식은 더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음? 역시 진법으로 외부와 격리해 두었군. 그러니 전송진을 거칠 수밖에.’
천검종의 변두리까지 꼼꼼히 훑어본 운청휘가 작게 감탄했다.
비록 진법 안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면적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천운왕조의 면적을 합쳐도 대등할 정도의 크기였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산봉우리가 긴 산맥을 이루며 이어지는데, 제각기 동굴과 궁전을 세워 두었다.
이만한 면적을 장악하여 건물을 세운 위용이 실로 두려울 지경이었다.
허공에는 영수들이 여유롭게 날아다녔는데, 운청휘는 천성대륙에 돌아온 이후 가장 많은 영수를 천검종에서 보고 있었다.
“돌아왔느냐, 진관해! 이리 나와서 방 사형께 인사드리거라! 이제 막 장로가 되었으니 제대로 인사를 올려야 하지 않느냐!”
어디선가 호탕한 외침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날짐승을 탄 중년인이 공중에 뜬 채로 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 사형? 방북(方北)을 말하는 거요?”
진관해가 물었다.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는 방 사형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지 말게. 자네가 오만하게 보일 수 있으니.”
중년인이 거드름을 피우며 진관해를 내려다보았다.
“나와 방북은 같은 장로이거늘, 이름을 부른들 뭐가 문제지?”
진관해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뭐라고?”
중년인의 미간이 찌푸려짐과 동시에, 그는 순식간에 공중에서 진관해의 눈앞에 도달했다.
선천경 3단계의 기세가 거대한 해일처럼 덮쳐왔다.
쿵쿵쿵!
진관해의 영신은 선천경 1단계였기에 맥없이 열 걸음이나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운청휘만이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었다.
“어? 그대는 내 기세에 영향을 받지 않은 건가?”
중년인은 뜻밖이라는 듯 말했지만, 곧 의심의 눈초리로 운청휘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영패가 없군, 그대는 천검종의 사람이 아니로구나!”
천검종에 속한 자는 지위에 관계없이 모두 영패를 지니고 다녔다. 천검종의 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는 동시에, 외부인을 가려내기 위함이었다.
“진관해는 죽일 수 없지만, 신분이 증명되지 않은 외부인이라면 다르지.”
중년인의 눈에 살기가 스쳤다.
장로인 진관해를 직접 칠 수는 없으니, 적어도 그가 데려온 운청휘를 죽여 진관해의 기를 꺾을 작정이었다.
“히잉!”
중년인이 손을 쓰려는 순간, 그가 타고 있는 날짐승이 겁에 질려 울부짖었다.
쿠르릉!
허공에서 벼락이 내리치듯 웅장한 소리와 함께 선천생령급 영수 세 마리가 마차를 이끌고 내달리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허공을 가볍게 유영하는 마차는 그들의 머리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성녀의 마차입니다.
마차의 크기는 거의 민가 한 채 수준이었다. 마차의 외부에는 정교한 조각이 빼곡하게 새겨 놓았는데,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하나의 진법을 이루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마차에는 바퀴가 없었다. 애초에 하늘을 날고 있으니 바퀴가 필요하지 않으리라.
세 마리의 거대한 선천생령급 영수가 마차를 끌고 있었는데, 시종일관 포악한 기를 내뿜어 선천경 이하의 생명이라면 누구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운청휘의 신식은 마차의 내부를 훑었다. 마차 안에는 두 여인이 타고 있었다.
한 명은 선천경 3단계의 무위를 지녔지만, 옆의 여인을 모시는 듯 태도가 공손했다.
분의를 입은 다른 여인은 고귀한 기품을 온몸으로 내뿜고 있었다. 장인이 영혼을 바쳐 조각한 듯, 오밀조밀하고 매끄러운 용모에서 광채가 흘렀다.
입가에 희미하게 걸려 있는 미소는 천지를 변화시킬 듯했고, 보는 이를 무력하게 만들었으며, 승천하는 용을 마주한 듯 상서로운 기운을 풍겼다.
3천 년을 넘게 살면서 수많은 미녀를 만났지만, 분의를 입은 여인에 견줄 만한 사람은 두 명에 불과했다.
선계를 주재했던 지요여제, 그리고 이염죽이었다.
그러나 운청휘는 단순히 분의를 입은 여인의 외모에 홀린 게 아니었다.
그의 두 손이 잘게 떨렸다. 어느새 그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격동이 가득했다.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던가!
‘채아. 채아로구나! 3천 년 만에, 드디어 동생을 만났어!’
신식으로 살펴보니, 채아는 선천경 8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3년 만에 저만한 무위를 갖추다니, 선계에서도 절정의 기재에 들 속도였다!
그러나 운청휘는 채아를 다시 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는 설렘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여동생이 아닌가!
마차 안에서 눈을 감은 채 얕은 잠에 빠져 있던 소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동자가 별처럼 깊고 반짝이는 빛을 띠었다.
“이상해. 이유도 없이 마음이 술렁이는구나.”
“성녀, 마차를 멈출까요?”
곁을 지키던 여종이 공손히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럴 필요 없어요. 매달 한 번, 부모님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요. 이 하루를 조금이라도 낭비할 수 없답니다.”
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맑은 샘물을 마시고 자라난 난초처럼 그윽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제가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녀가 문득 질문을 던졌다.
“성녀에게 아룁니다. 천검종 휘하의 지역을 수십 곳이나 조사하였지만, 성녀께서 찾으시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선천경 3단계의 여종이 공손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