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39화 (139/430)

제139화

진관해는 장로의 신분을 활용해 내문 제자 검증을 신청했다.

검증은 두 개의 절차를 거친다. 첫 번째는 무위를 확인하고, 두 번째에 모종의 시험을 맡는 게 전부였다.

“오행의 힘을 보여 주십시오. 그뿐입니다.”

검증을 담당하는 장로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운청휘의 손에서 곧 두 개의 푸른 화염이 피어올랐다.

그의 손에서 피어난 화염은 순식간에 전신으로 번져, 운청휘는 푸른 화염 그 자체로 보일 지경이었다.

화염은 계속해서 퍼져나가 그를 중심으로 반경 삼십 장 내부를 푸른 불바다로 만들었지만, 어떤 기물도 태우지 않았다.

“이럴 수가, 화 속성 오행의 힘을 이렇게나 능숙하게 조종하는 지경이라니.”

검증을 담당한 장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행의 힘 중에서도 불은 파괴력이 강한 힘이다.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암석이며 철도 녹이는 게 불이건만, 운청휘는 거대한 불을 일으키면서도 아무것도 태우지 않았다. 선천경 3~4단계의 무인도 이처럼 오행을 다루진 못하리라.

“첫 번째 시험은 통과했습니다.”

잠시 후 검증 담당 장로가 선포했다.

“운역 내의 사해왕조(沙海王朝)로 가서 실종된 내문 제자를 찾으십시오. 구체적인 내용은 옥간에 넣어 두었으니, 차후에 확인하시오. 나는 다른 이들의 검증도 해야 하니, 임무를 완수한 후에 다시 와서 나를 찾으시오.”

용건을 마친 장로가 운청휘에게 떠나 달라고 말한 뒤, 진관해를 힐끗 보았다.

“진 장로, 시간이 있다면 얘기 좀 합시다.”

“알겠소. 내 후배가 검증을 끝내면 장로께 잔치를 베풀겠소!”

진관해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안심하십시오. 그 후배는 반드시 임무를 달성할 겁니다.”

장로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운청휘에게 준 단체 임무는 내문 제자들 중에서도 걸출한 이들이 함께하는 임무였다.

보통의 검증 임무는 참가자들과 함께해야 하지만, 장로는 일부러 내문 제자들 사이에 운청휘를 넣음으로써 그를 우대해 주었다.

-진 장로. 내 손자가 어려서부터 진법에 심취해 있다오. 짬이 난다면 내 손자의 수련을 한번 봐주시오.

검증을 맡은 장로가 전음을 전달하며 슬쩍 웃었다. 그 때문에 운청휘를 우대한 듯했다.

약용문을 떠난 뒤, 진관해는 운청휘를 자신의 저택으로 안내했다.

삼백 장 산봉우리 위에 자리 잡은 저택의 면적은 천오백 평에 달했고, 20명의 하인과 10명의 호위 무사가 저택을 지키고 있었다.

“진관해, 성녀에게 접근할 수 있나?”

진관해의 저택에 도착하자 운청휘가 입을 열었다.

“어렵습니다!”

진관해가 망설이며 말했다.

“성녀는 평소 천검종 최심부의 성전에서 수련합니다. 제자가 일전에 지켜본 바로는, 오직 한 달에 한 번만 외출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만 외출한다고?”

그 말을 듣자 운청휘의 머릿속에 채아와 여종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때 채아는 한 달에 하루만 부모님을 만날 수 있으니 잠시도 낭비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사실을 떠올린 순간, 불길한 예감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채아가 선천경에 도달하는 데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마종도 몸에 품고 있을뿐더러, 매일 수련을 이어갔다면……. 필시 선천경 8단계를 돌파하라는 위협이 있었겠군!’

운청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궁우신은 운청휘의 부모를 이용하여 채아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그녀가 매일같이 수련에 정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단계에 오른 것도 모두 궁우신의 협박 때문이리라!

‘역시 궁우신이 부모님을 감금했던 거였어!’

운청휘는 들끓는 살기를 잠재울 생각도 없었다. 궁우신에 대한 분노는 이제 더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리되었으니 반드시 내문 제자가 되어 주마.’

운청휘가 각오를 다졌다.

내문 제자는 그가 천검종 내에서 움직이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다. 그 후 부모님을 천검종의 손아귀에서 빼내고, 채아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운청휘는 진관해에게 부탁해 천검종의 지도를 얻었다.

천검종은 다섯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성, 내성, 성성, 시험곡, 낙성산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내성은 내문 제자들의 거주지로, 두 개의 외성을 붙인 듯한 규모였다.

시험곡은 글자 그대로 제자들이 실력을 시험하는 장소지만, 계급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되어 있었다. 외문 제자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출입이 허락되었다.

낙성산맥은 흉수산맥과 비슷하게 흉수들이 살고 있었지만, 천검종이 직접 사육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지도를 훑어보던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다.

마지막 구역, 성성에는 금지 표시가 커다랗게 남겨져 있었다. 장로인 진관해도 함부로 출입할 수 없으며, 반드시 상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

진관해의 말에 따르면, 천검종의 진정한 권력자들은 모두 성성에서 살고 있다. 종주 궁우신부터 성녀 채아, 은거하고 있는 진정한 고수들이 그에 해당했다.

그날 저녁, 운청휘는 전신의 기를 약하게 가장한 후 성성 방향으로 날아갔다.

밤이 되어도 선천경과 양경의 무인들이 순찰대를 이루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운청휘는 그들을 피해가며 성성 쪽으로 내달렸다.

성성과의 거리가 5백여 리쯤 되었을 때, 문득 운청휘가 이동을 멈췄다.

거의 10여 리 간격으로 순찰대가 배치된 데다, 그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특히나 순찰대가 밀집된 구간에선 운청휘도 난처할 따름이었다.

아무리 기를 희미하게 만든다고 해도, 몸을 가릴 수단은 없었다.

별수 없이 되돌아가려던 운청휘가 멈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신식이 희미하지만 이질적인 기를 감지해냈다.

다른 세계에서 온 기였다.

“다른 세계와 통하는 통로가 성성에 있었다니. 갈수록 알 수 없는 장소로군.”

운청휘마저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성성과 연결된 세계와 흡혈 박쥐족의 성지가 연결된 세계는 동일하다.

그 순간, 하나의 실마리가 운청휘의 머릿속에서 무수한 생각들을 한 가지로 결론으로 이끌었다.

운청휘의 눈이 번뜩이더니,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더 높은 하늘로 솟구쳤다. 거의 삼천 장을 더 올라간 끝에, 신식이 진법의 결계를 포착했다.

“명계의 기를 차단하는 귀원명진(归元冥阵)?”

운청휘의 눈동자에 의혹이 깃든 순간, 곧바로 몸을 신식으로 감쌌다.

그는 귀원명진의 결계와 같은 기운을 두른 채 결계를 통과해 지나갔다.

귀원명진을 통과하자, 그는 천검종의 삼천 장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휘이잉-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고도가 높아진 만큼 온도가 떨어져, 보통의 무인이라면 이대로 얼어붙을지도 몰랐다.

운청휘는 영력을 일으켜 몸을 보호한 채, 더욱더 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운청휘는 신식을 사용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해진 명계의 기를 알아차렸다. 그의 안색이 굳어졌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위로 솟구쳤다.

조금 더 올라가자, 또 다른 귀원명진이 운청휘를 가로막았다.

운청휘는 다시 신식을 이용하여 귀원명진을 통과했다.

슈우우-

그 순간, 그의 몸에서 무수한 불빛이 새어 나오며 짙은 명계의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명계의 기운은 영혼의 기운이라고도 불리며, 사람들은 명계를 저승이라고도 불렀다.

운청휘는 청연지심화의 불꽃으로 몸을 보호하며, 마음속의 추측을 완성하기 위해 더 높이, 육천 장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이번에도 진법이 그를 가로막았는데, 봉천진지진이었다.

운청휘는 귀원명진을 통과한 것처럼 진을 통과하기 위해 속력을 내었다.

그러나.

그가 봉천진지진을 통과했다고 느낀 순간, 기이한 힘이 다시금 그를 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전에도 겪어 본 기운이었다.

흡혈 박쥐족의 성지에서도 비슷한 일로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았던가.

그 당시 운청휘는 성지의 봉천진지진과 기운을 융합하여 통과하는 데 급급했지만, 이번에야말로 기운의 정체를 알 듯했다.

운청휘가 중얼거렸다.

“이염죽은 무슨 방법으로 명계에 간 건가. 도대체 무슨 목적인 거지?”

운청휘의 머릿속에 또 다른 의혹 두 개가 떠올랐다.

“누군가 오는군. ……역시 그자로구나.”

신식으로 누군가를 감지한 운청휘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그는 곧바로 봉천진지진 안에 몸을 숨겼고, 그가 진 안으로 사라지자마자 연령을 짐작할 수 없는 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운청휘와 삼십여 장 떨어진 곳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손에는 검은 깃발이 들려 있었는데, 그가 봉천진지진의 결계에 깃발을 가볍게 대었다.

이윽고 한 사람이 충분히 드나들 크기의 구멍 두 개가 깃발이 닿은 자리에 생겨났다.

‘역시 명계였군.’

그 순간, 운청휘는 신식을 펼쳐 가까운 구멍을 훑어보았다. 명계의 기가 끝도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곳은 서북쪽 황무지?’

다른 구멍에도 신식을 뻗었을 때, 운청휘는 하마터면 목소리를 낼 뻔했다.

‘어혼성숙비전으로 흡혈 박쥐족을 조종한 자가 궁우신이었군!’

비로소 운청휘의 마음에 어려 있던 의혹이 풀리는 듯했다.

흡혈 박쥐족의 성지가 천검종의 소재지다.

혹은, 천검종이 박쥐족의 성지 안에 있다.

다만 그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건, 명계로 통하는 통로가 천검종에 있는 이유였다.

더군다나 봉천진지진을 설치한 경로도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도심종마대법과 어혼성숙비전은 악명이 자자할지언정 선계에서도 탐내는 이가 적지 않은 무공이다. 궁우신은 대체 어떻게 두 무공을 얻었단 말인가?

하나의 의혹이 풀리니 더 많은 의혹이 생겨나는 듯했다. 이곳 천성대륙은 선계보다 더 많은 비밀을 간직한 게 아닐까?

그때, 궁우신의 시선이 서북쪽 황무지로 향하는 통로에 닿았다.

“보름이 지났으니, 서북쪽 황무지의 혈정도 떼러 갈 시간이군.”

만족스럽게 중얼거린 궁우신이 서북쪽 황무지로 연결된 공간 통로에 발을 내디뎠다.

위이잉-

그가 통로로 들어간 직후, 구멍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봉천진지진 위에 또 다른 진이 있다니?”

이윽고 구멍 안에서 궁우신이 튕겨 나왔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통로로 이어진 구멍을 바라보았다. 그가 통로를 지나가려 했을 때 진법의 힘이 그를 가로막았는데, 이는 봉천진지진 위에 설치된 진의 위력이었다.

‘진관해라고 해도 진 위에 진을 설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설마 영주(瀛洲)에서? 아니, 영주에도 진관해를 능가할 진법대사는 없다. 만약 영주에서 온 자라면 본좌가 모를 리가 없지.’

궁우신은 뭔가를 생각하더니 곧 통로를 닫으며 떠났다.

운청휘는 여전히 진법 결계에 머물러 몸을 숨겼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 각 후, 돌연 궁우신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고개를 저었다.

“역시나 착각이겠군. 온 천검종에 본좌를 제외하고 누가 이곳에 올 수 있을까.”

‘교활한 늙은이로군.’

궁우신이 떠난 후에도 운청휘는 진법 결계 안에서 반 시진 동안 머물러 있었다. 궁우신이 다시 오지 않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그는 진법을 빠져나와 진관해의 저택으로 되돌아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