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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44화 (144/430)

제144화

운청휘의 신형이 도착하기도 전에, 세 가지 오행의 힘이 하늘을 뒤덮었다.

거대한 토룡이 수막을 두르고, 삼십여 장에 달하는 폭풍을 이끈 채 날아오고 있었다.

콰르르르……!

오행의 힘은 섭운과 굴정준을 노리고 있었다. 신형이 얽혀든 순간, 운청휘는 빠르게 영력을 일으켜 수백 자루의 검을 불러내었다.

쉬이이- 푸슉!

앞에서는 운청휘와 재해 수준의 토룡이 다가오고, 사방은 날카로운 검으로 뒤덮였다. 그들이 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눈 깜짝할 사이에 섭운과 굴정준의 몸에 무수한 검이 꽂혔다.

“대지의 보루!”

운청휘의 몸 뒤로 삼 장 높이의 흙벽이 솟구쳤다. 그를 쫓아오던 빙백사가 요동치며 흙벽을 들이받았다.

쿠르릉!

흙벽이 허물어짐과 동시에, 운청휘가 삼백 장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풍옥(風獄)!”

성난 대기가 거세게 휘몰아쳤다. 하늘로 솟은 빙백사는 몰아치는 폭풍의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정화!”

운청휘는 한시도 빙백사에게 틈을 줄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거대한 폭포가 빙백사를 내리치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행의 힘이 구석구석 닿으니, 빙백사의 비늘을 물들였던 핏물이 서서히 사라지며 하얀 본체가 드러났다.

그러나 몸의 피는 씻어냈어도, 빙백사의 기운은 무심하고 공허할 따름이었다.

“맙소사, 운청휘는 요괴라도 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강해의 눈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공포감이 어려 있었다. 그의 일행도 비슷한 상황인 듯 덜덜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달싹였다.

“굴정준과 섭운은 손도 못 써보고 죽을 거야.”

“그래, 저 빙백사를 상대로도 이렇게나 버티잖아!”

“무엇보다 오행의 힘을 저리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우리는 이제 살았어!”

강해 일행이 겨우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대기의 감옥에서 벗어난 빙백사의 엄니가 운청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운청휘는 금방이라도 엄니에 몸이 관통될 듯했으나, 풍 속성의 오행을 일으켜 삼백여 장이나 훌쩍 솟구쳐 올랐다.

빙백사는 더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꼬리를 세차게 요동치며 그의 뒤를 쫓았다.

“아, 아니! 설마, 당한 건가!”

강해 일행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

운청휘가 죽으면, 그들 또한 살아남을 수 없다!

“저건 운청휘의 실수야. 저렇게 높이 날아가면 안 됐어!”

안색이 창백해진 강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운청휘가 오행의 힘을 세 가지나 쓴다지만, 허공에선 수 속성과 풍 속성밖에 못 쓰잖아!”

“그럼 운청휘의 승산은 턱없이 낮아지는 거군!”

“상대가 하필 빙백사잖아!”

“이미 저만한 영수와 맞서 싸운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맙소사, 저길 봐! 또 새로운 오행의 힘이야!”

누군가의 외침에 강해 일행이 일제히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고, 얼핏 보기에는 독무로 보이는 짙은 안개가 퍼져나갔다.

그러나 강해 일행에게는 검은 안개에 담긴 암흑 속성의 힘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불리는 오행의 힘에는 가장 강력하다 알려진 금, 목, 수, 화, 토가 있다.

그 외에도 오행의 힘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다섯 개의 힘을 우선으로 여겼다. 다른 힘들은 약하게 여겨질뿐더러, 사용하는 이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기 드문 힘을 이용하는 이가 강해 일행의 눈앞에 있지 않은가. 암흑 속성의 힘이라니!

“설마, 암흑 속성의 힘을 썼단 말인가?!”

“그건 전설로만 전해지는 오행이 아니었나?”

“대체 운청휘는, 어떤 존재인 거냐! 암흑 속성의 힘까지 보게 될 줄이야……!”

“그동안 운청휘가 우리에게 반박하지 않은 건, 우리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었군. 저런 힘을 가졌는데 우리가 대수롭기나 할까!”

“맞는 말이야. 진정한 강자에게 약자는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이니…….”

강해 일행의 안색이 복잡한 빛으로 물들었다. 뒤늦은 씁쓸함과 자조가 밀려왔지만, 그들로서는 지켜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저 운청휘의 승리를 빌어야겠지.”

그들은 다시 간절하게 바랄 뿐이었다. 부디 운청휘가 이기고, 무사히 천검종으로 돌아가기만을!

어둡고 짙은 안개가 빙백사를 덮치고, 바람의 감옥이 빙백사를 짓눌러 대지로 이끌었다.

운청휘는 수막으로 빙백사를 견제하며 지면과 삼십여 장 높이까지 빙백사를 추락시켰다.

빙백사가 몸부림을 치려는 순간, 운청휘의 준엄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흙의 보루!”

카가각!

지면이 쩍 하고 입을 벌리자 높은 토벽이 하늘을 향해 뻗쳐올랐다.

순식간에 토벽에 갇힌 빙백사는 새장에 갇힌 새처럼 보였다.

“물과 바람의 용이여, 어둠을 덮은 안개 속을 노닐거라. 흙의 보루여, 용을 수호하라!”

한꺼번에 네 가지 오행의 힘을 사용했으니, 운청휘라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이마를 타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보루 안에서 검은 안개가 휘몰아치며 빙백사의 전신을 휘감았다. 빙백사의 거구에 닿을 때마다 빙백사의 체력이 조금씩 빠져나갔다.

바람과 물의 용이 마치 맹수처럼 울부짖는 소리를 내었다.

마치 빙백사의 슬픔을 안다는 듯 휘몰아치는 비통함에, 빙백사의 고개가 부들부들 떨렸다.

“쉬이이……!”

빙백사의 위협적인 읊조림이 들려왔다.

물의 용은 빙백사의 몸에 들러붙어 마치 거머리처럼 구멍을 뚫었다. 빙백사의 딱딱한 비늘이 찢기며 피가 새어 나왔다.

빙백사는 쉴 새 없이 혀를 날름거리며 반항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기운이 쇠하는 게 느껴지자, 강해 일행의 눈에는 자연스레 기대가 어렸다.

“빙백사가 갇혔어.”

“운청휘가 이긴 거야?”

“세상에, 그럼 우리도 이제……!”

누군가 희망에 가득 찬 외침을 내뱉는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모두의 목소리를 가로막았다.

빙백사를 가두었던 오행의 힘들이 폭발하며 화약 1,000근이 터진 듯 온 천지가 굉음과 여파로 뒤덮였다.

하나의 충격파는 연쇄작용을 일으키더니 석판을 바닥을 죄다 뒤엎었다.

자욱한 황사가 잠시 사방에 흩뿌려졌다가, 혈지로 빠져들었다. 섭운과 굴성준이 만들어 둔 혈지 또한 피해를 입어, 삼 할이 증발한 상태였다.

주륵.

강해 일행의 이마에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사방에 깊은 구덩이가 파였지만, 그들이 딛고 있는 곳만은 돌기둥처럼 우뚝 융기해 있었다.

“운청휘가 우리를 지켜줬어!”

충격파는 반경 수천 장을 뒤덮었지만 강해 일행은 운청휘의 보호를 받아 폭파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만일 운청휘가 그들을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시체도 남기지 못했을 터.

“과연, 영단경 3단계는 만만치 않구나.”

운청휘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연거푸 오행의 힘을 써 댄 터라, 그조차도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빙백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방금의 폭발로 중상을 입었으니, 운청휘보다 상태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쉬이익!

빙백사가 다시금 운청휘에게 돌진해 왔다.

이제는 무턱대고 달려드는 대신 영단경의 힘으로 전신을 감싼 채였다.

“흙의 보루!”

재차 꺼낸 토 속성의 오행은 영단경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흙벽이 산산이 조각났다.

“이렇게 해도 제압하지 못하면, 나로서도 방법이 없군.”

운청휘가 작은 한숨과 함께 다시금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열 개의 기운을 부르겠노라. 금, 목, 수, 화, 토, 풍, 빙, 뇌, 암, 광!”

침착한 목소리가 열 가지 오행의 힘을 한꺼번에 불러내자, 강해 일행은 입을 떡 벌리고 지켜보기만 했다.

본디 선천경의 경지에 오르면, 오행의 힘을 한 가지 터득하게 된다.

사실 이 경지에 오르는 것만 해도 초월의 기재라 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오행의 힘을 한 가지 이상 쓰는 이는 천검종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내문 제자를 비롯하여 전수 제자, 장로, 심지어 종주마저도 이러한 힘을 보인 적이 없었으니, 운청휘의 실력에 강해 일행이 놀라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한 가지 오행의 힘을 쓰는 건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듯 당연한 도리나, 이를 열 가지나 쓴다는 건 태양이 별안간 서쪽에서 떠오르는 일과도 같았다. 강해 일행은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도 있었다.

강해 일행의 놀라움을 뒤로하고, 그들이 아는 오행의 힘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금, 목, 수, 화, 토의 대표적인 힘 외에 풍, 빙, 뇌, 암, 광이 존재한다.

성공학관의 원장 마라가 풍 속성 힘을 썼으니 풍 속성 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뇌 속성, 암 속성, 광명 속성의 힘은 거의 전설로나 내려올 정도로 보기 드문 오행의 힘이었다.

전설을 목격한 강해 일행은 이제 침묵하였고, 열 가지 오행의 힘은 결국 빙백사를 완전히 제압했다.

쿵!

빙백사의 몸이 깊은 구덩이에 파묻히며 여진과 함께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운청휘는 짙은 피로감을 느끼며 빙백사의 뒤로 몸을 날렸다.

저절로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가 영라반지에서 황급단약이 든 병을 꺼냈고, 안에 든 50여 알을 죄다 입에 털어 넣었다.

이만큼이나 먹었음에도, 회복된 체력은 일 할에 그쳤다.

“쉬이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빙백사가 위협적으로 혀를 날름거렸다.

“겨우 잠잠해졌군.”

운청휘의 입에서 옅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빙백사를 죽일 목적이었다면 이토록 제압하는 데 애쓰지 않았으리라.

그가 영라반지에 보관해 두었던 정혈 한 방울을 꺼내 들었다.

위이잉-

정혈은 반지를 나온 직후부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눈앞의 빙백사에게 다가가고 싶은 눈치였다.

“가거라!”

짧은 허락과 함께 운청휘가 손을 살짝 편 순간, 정혈은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눈앞의 빙백사의 미간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저 분노하고 괴로워만 하던 빙백사에게서, 언뜻 다른 감정이 스쳤다.

놀라움과 기쁨. 그 순간의 감정은 곧바로 억눌렸지만, 운청휘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역시, 성공학관의 빙백사와 피로 이어져 있었군.”

예상이 맞아떨어지자, 운청휘가 작지만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영혼소생술을 사용하면, 앞으로 사흘은 움직일 수 없지만…….”

문득 운청휘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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