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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52화 (152/430)

제152화

게걸스럽게 운청휘를 집어삼킨 폭풍은 지켜보는 관중들에게도 오싹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콰아아-

쿠르르-

운청휘를 집어삼키고도 아직 굶주린 듯 폭풍의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여파가 점점 심해져, 무대를 지켜보던 선천경 무인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영단경의 전수 제자 한 명이 영단경의 힘을 일으켜 선천경 무인들을 보호하는 장막을 생성했다.

보통의 선천경 무인이라면 단번에 쓸려나가겠어!”

“정 사형은 영단경의 무위를 동원한 건가?”

“영단경의 무위라고? 한참 잘못 봤어! 역시 정지가는 너희들의 상상을 초월한 경지에 오른 거야. 선천경 8단계의 무위를 동원한 데다, 풍 속성 오행의 힘을 썼으니 이리 움직임이 큰 거라고.”

영단경의 힘으로 사람들을 감싼 전수 제자가 단호히 말했다. 그는 이명(李明)이라 하는 자로, 영단경 3단계였다. 그가 재차 말을 이어갔다.

“운청휘는 이번 대결에서 살아남지 못할거야.”

“이명 사형이 저리 말할 정도면, 운청휘는 정말 죽는 모양이야.”

“운청휘가 기적을 일으킬 줄 알았는데, 헛된 기대였어.”

“역시, 영단경과 선천경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나 마찬가지군!”

사소연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그녀의 두 눈엔 지금이라도 운청휘를 구해내야 할지, 갈등과 망설임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알아챈 엽천이 질투로 일렁이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물었다.

“운청휘를 구하려는 겁니까?”

사소연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천형대에서 난 굉음이 그녀의 대답을 지워 버렸다.

별안간 천형대 중앙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하늘을 찌를 듯이 넘실거렸다.

정지가가 풍 속성 오행의 힘으로 만들어 낸 폭풍을 푸른 불꽃이 휘감아, 빠르게 소멸시키고 있었다.

“!!”

우렁찬 포효와 함께, 푸른 화룡의 형상을 이룬 불꽃이 정지가를 급습했다.

콰앙!

정지가는 손쓸 틈도 없이 천형대의 지면을 나뒹굴었고, 허공에 피를 점점이 흩뿌렸다.

그가 일으킨 폭풍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후였다.

푸른 불길만이 천형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운청휘는 그 불꽃 사이에서 유유히, 산책이라도 가는 듯이 걸어 나왔다.

분명 느긋한 걸음이건만, 눈 깜짝할 사이에 정지가의 앞에 도착한 운청휘가 한쪽 발을 들어 올렸다.

콰직!

정지가의 얼굴에 신발 자국이 고스란히 남았다. 모두가 어리둥절할 때, 운청휘는 다시 한 번 정지가를 걷어차 날려 버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내가 잘못 본 거야? 운청휘가 정지가의 얼굴을 밟았어!”

“그뿐이야? 정지가가 날아가면서 이빨까지 우수수 떨어졌어.”

“운청휘가 어떻게 한 거냐?”

“이상하네. 이명 사형의 말로는 운청휘가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텐데. 어떻게 된 거지?”

난처해진 이명이 얼른 답했다.

“정지가는 무위를 억누름으로써 운청휘에게 기회를 준 거다.”

그가 헛기침을 하며 덧붙였다.

“운청휘는 그간 무위를 숨겨 왔지. 이제야 모든 무위를 드러내지 않았는가? 정지가를 제대로 건드린 거지!”

“이명 사형, 그럼 이제 정지가가 본래의 무위로 상대한다는 뜻입니까?”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누군가가 의문을 제기했다.

“아니. 정지가의 성격대로라면 선천경의 무위로만 운청휘를 상대하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선천경 8단계가 아니라, 절반의 영단경이 될 터!”

이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명 사형의 말씀이 옳습니다. 전투 전에 한 말이 있으니, 지금에 와서 본래의 무위를 쓴다면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격이니까요.”

이명의 옆에 있던 이가 보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거라네!”

이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천경 9단계의 무위라도 전투력은 지금보다 열 배는 상승할 텐데. 그 정도로도 운청휘를 죽이기에 충분하지!”

“저길 봐. 정 사형이 날고 있잖아. 그의 몸에서 나온 기세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누군가 소리를 치자 순간 모든 시선이 정지가에게 쏠렸다.

허공에는 정지가의 피 묻은 이빨이 날아다녔다. 그의 몸 또한 점점 떠올랐는데, 어느새 삼십여 장 허공까지 올라 있었다.

제방이 무너진 호수처럼 정지가의 몸에서는 갈무리하지 않은 기세가 흘러넘쳤다.

처참한 모습이 된 얼굴로 운청휘를 바라보는 정지가는 두 눈에 살기를 띠고 있었다.

“운청휘! 네놈은 내 분노를 샀다!”

영력이 실린 그의 고함은 모든 사람의 귀에 똑똑히 파고들었다.

“이런, 곤란하게 됐어!”

좋지 않다. 사소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자신의 체면을 이용해 운청휘를 구할 생각이었다. 정지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으니, 이를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물론 그녀의 체면이 부족해도, 그녀의 사부인 원로의 힘을 생각하면 순순히 물러날지도 모른다.

다만 상황이 점점 그녀의 생각과는 멀어지고 있었다. 지금의 정지가에게 체면 따위를 들먹여도 수긍할 리 만무했다.

“엽천, 성성에서 소도도를 만났다지?”

사소연이 엽천을 바라보며 갑작스레 말을 꺼냈다.

“그렇습니다.”

소도도를 언급하자마자 엽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사부님께 여쭤봤지. 소도도는 종주께서 관문 제자로 받아주신 게 맞아. 그 후에 전수 제자로 승격한 거다.”

사소연이 살포시 웃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 사매. 설마 그를……?”

사소연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엽천이 눈을 부릅떴다.

“그래. 소도도에게 운청휘를 구하러 오라고 전해.”

사소연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지막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엽천. 네 머릿속은 훤히 들여다보여. 소도도를 찾아가지 않고 운청휘를 죽게 둔다면……. 당신도 같이 묻히게 될 거야.”

그녀의 두 눈에 차가운 살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사 사매가 시킨 일입니다. 최선을 다하지요!”

엽천은 곧바로 고개를 숙여 흐려진 눈을 감췄다. 그가 자리를 벗어나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엽천의 무위는 양경 7단계이니, 전속력을 낸다면 한 시간 내에 수천 리를 나아갈 수 있었다.

아마 소도도를 불러오는 데도 이 각이 걸리지 않으리라.

‘성성에 있는 전송진이 천검종의 각 지역으로 통하지. 소도도의 신분이라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어. 운청휘가 이 각 정도만 버텨 준다면, 소도도가 도착할 거야.’

사소연이 생각을 이어가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과연, 이명의 예측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정지가의 기세는 선천경 9단계로 폭증한 후에 멈췄다.

그는 풍 속성 오행의 힘으로 운청휘를 공격하길 멈추지 않았다.

그의 힘은 이전처럼 전부 푸른 불꽃에 삼켜지지 않고, 일부는 고스란히 운청휘를 향했다.

콰르릉!

순간, 운청휘의 신형이 폭풍에 휩싸였다.

정지가는 또다시 손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살을 에일 듯한 칼바람이 휘몰아치며 곡도의 형상을 이루었다.

순식간에 운청휘가 있는 지역은 연속되는 폭파와 굉음으로 눈 뜰 새도 없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구경꾼들이 눈을 부릅뜨며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저런 공격이라면 산봉우리도 깎아내겠어!”

“처음부터 지금의 전투력을 동원했다면, 운청휘는 몇백 번이든 죽었겠군!”

“과연 이명 사형의 말대로야. 지금의 정지가는 충분히 운청휘를 죽이고도 남아.”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와중에, 정지가의 뒤에서 다시 거대한 폭풍이 나타났다.

고작 일 장 정도 되는 폭풍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삼백여 장의 크기로 부풀어 오르며 천재지변을 연상케 했다.

콰아아!

마치 공기마저 가를 듯한 굉음에, 전수 제자와 장로들이 급하게 장막을 펼쳐 관람석 전체를 감쌌다. 이런 폭풍은 여파만으로도 보통의 선천경 무인을 죽이고도 남는다.

“이제 슬슬 싸움을 끝낼 생각인가.”

“이명 사형, 정지가는 지금 선천경 9단계의 무위입니까? 이 폭풍은 같은 9단계라도 받아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누군가 이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말하지 않았나. 정지가가 오행의 힘을 다루는 실력은 자네들의 상상을 초월하네.”

이명은 두루뭉술하게 말했지만, 그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확실히 정지가가 오행의 힘을 다룰 땐 보통의 선천경 무인들의 힘을 뛰어넘었다. 공포까지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저 기술을 쓰는 건, 작은 일에 지나치게 낭비하는 느낌도 드는군.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쓸 필요가 있나?”

이명이 계속 평가를 늘어놓았다.

“지금의 정지가라면 작은 기술로도 운청휘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런가요…….”

그 말을 들은 운청휘의 표정이 시큰둥해졌다. 그가 별안간 목청을 높였다.

“내가 정지가에게 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천형대에 올라 있는 내내, 운청휘는 신식을 펼쳐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명의 목소리 또한 여러 차례 귀에 들어왔지만, 그동안 신경 쓰지 않던 참이었다. 그러나 이명이 자신을 ‘작은 일’ 정도로 평가한 순간, 운청휘는 불쾌함을 느꼈다.

감히 자신을 닭에 비유한단 말인가!

“응?”

자신을 향해 말하고 있음을 깨달은 이명이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이 편협하니 남의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구나. 운청휘, 네놈이 살아나더라도 그런 태도라면 좋을 게 없을 거다!”

이명이 급히 영력을 이끌어 응수하자, 그의 목소리도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운청휘는 왜 갑자기 이명 사형을 건드리는 거야?”

“이명 사형의 평가대로라면, 정말 별 볼 일 없는 자가 분명해.”

“죽어라, 운청휘!”

거대한 폭풍이 운청휘를 휩쓰니, 사람들이 제각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저 폭풍 좀 봐. 백급은 되겠어!”

“겨우 백 급? 제대로 봐! 폭풍 주위의 풍력만으로도 삼백 급이 넘는 데다, 중심은 이미 천 급을 넘어!”

“처, 천 급이라니! 이미 십여 급 태풍도 재앙을 몰고 오는데, 천 급이라면……!”

“헤헤, 산을 죄다 걷어올릴 수도 있는 힘이지.”

“천형대에서 폭풍이 일어났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봉변을 당할 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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