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57화 (157/430)

제157화

그가 아는 사소연은 성성에 사는 한 원로의 제자인 데다, 절세미인이었다.

“흐음. 운 형제. 자네가 고결한 줄 알았더니, 이리저리 바쁘구만. 성공학관에서 능설도 자네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아, 뜨거!”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운청휘의 손에서 뻗어 나온 푸른 화염이 소도도를 덮쳤다.

고스란히 화염을 뒤집어쓴 소도도가 호들갑을 떨자, 코에서 푸른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젠장, 운 형제, 자네 정말 손이 맵구만!”

자업자득이기에 소도도는 더는 불평하지 않고 수 속성 오행의 힘을 일으켜 몸에 묻은 재를 씻어내었다.

“……그간 오행의 힘은 어떤 걸 터득했지?”

운청휘가 슬그머니 화제를 돌렸다.

그 말에 소도도가 수, 화 속성 오행의 힘을 동시에 일으켜 보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보다는 의외라는 표정이 선연했다.

“운 형제, 설마 자네도 오행의 힘을 한 가지만 터득한 게 아닌 건가?”

“눈을 크게 뜨고 잘 보도록.”

운청휘가 빙그레 웃었다. 이윽고 그의 몸에서 10가지 오행의 힘이 연달아 분출되었다.

“여, 열 가지 오행의 힘이라고?! 내가 드디어 눈이 이상해진 건가? 운 형제,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소도도는 마치 영단경 흉수라도 마주한 듯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그 반응을 예상했는지, 운청휘는 웃기만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터득한 오행의 힘은 열 가지가 전부가 아니었다.

어떤 속성이든 전부 터득했지만, 예전의 무위를 다 회복하지 못해 열 가지 오행의 힘을 쓸 뿐이다.

“두 가지 무공을 알려 주지. 오행의 힘을 수련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운청휘는 담담히 말하며 영라반지에서 두 권의 무공서를 꺼내들었다.

“<초시공화술(初始控火术)〉, 〈초시인수술(初始引水术)〉이라면…… 오, 오행의 힘을 수련하는 무공이 아닌가, 운 형제!”

소도도는 이제 눈이 튀어나오기 직전이었다.

무위를 수련하는 무공과 오행의 힘을 수련하는 무공은 별개의 개념이다.

오행의 힘을 수련한다고 해도 무위가 증가하진 않지만, 오행의 힘을 다루는 숙련도가 달려 있는 것이다.

다만 천성대륙에서 오행의 힘을 수련하는 무공은 희귀했고, 천검종에서도 구하기 힘들었다. 그런 무공을 운청휘가 두 가지나 턱턱 내놓지 않았는가.

“공화술과 인수술을 동시에 익힐 수 있다면, 전투력도 10배 이상 증강하겠군.”

공화술와 인수술은 동시에 익힌 후, 배합하여 사용한다. 운청휘가 선계에 있을 때, 직접 실험하여 위력을 확인했다.

우선 공화술로 강철 산을 달군 후, 온도가 일정 지점에 도달하면 인수술로 물을 들이붓는다. 그러면 강철 산 전체에 금이 간 후, 모래성처럼 허물어져내리곤 했다. 이를 전투에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운청휘는 소도도에게 기대를 걸며 그에게 무공을 전해 주었다.

“전투력을 10배 올려준다고?”

소도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른 이가 이처럼 말했다면 진즉에 코웃음을 쳤겠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운청휘다. 그가 자신을 속일 리가 있겠는가!

“사부님,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그때, 문밖에서 진관해가 황급히 고했다.

“응?”

목소리만 들어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운청휘는 의아한 표정으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혈문전의 장로가 전하길, 영신과가 있는 지역이 노출되었다고 합니다. 탐험대가 예기치 않게 그곳에 접근했던 모양입니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수혼수에게 죽고, 살아남은 이들이 안양행성에 이 사실을 떠벌리고 있답니다!”

“당장 떠날 채비를 하도록!”

운청휘의 안색이 대번에 변하며 추상같은 호령을 내렸다. 영신과가 있으면 채아의 마종을 제거할 수 있다.

다른 이가 가져가는 일도, 변고가 생기는 것도 용납할 수 없었다.

* * *

전송진에 오른 운청휘와 진관해는 즉시 안양성에 도착했다.

“사부님, 바로 흑풍협곡(黑风峡谷)으로 가셔야 합니다. 만약 운역 운가의 사람들이 오기라도 하면, 영신과를 다시 얻지 못할 겁니다!”

진관해의 설명에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를 데리고 날아갈테니 너는 길을 안내하도록.”

두 사람은 안양성에서 서쪽에 있는 향림으로 몸을 날렸다. 운청휘의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이 각이 지난 후에는 황림을 지나 거센 바람이 부는 협곡의 상공을 딛고 있었다.

협곡 밖에는 사람들이 새카맣게 몰려 있었다. 월경, 양경의 무인들을 비롯해 10여 명의 선천경 무인을 포함한 이들이었다. 그 수가 족히 만 명은 되어 보였다.

운청휘가 신식으로 협곡 안을 살피자, 협곡에 진을 치고 있는 혈문전의 일원들이 감지되었다. 그들이 외부인의 진입을 차단하고 있었다.

곧이어 협곡의 중심에 있는 샘도 신식으로 살펴보던 운청휘가 시선을 고정했다.

샘의 가장자리에 볼품없이 자라난 작은 청송과수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가지 끝에 푸른 열매가 매달려 있었다.

운청휘는 좀 더 신식을 넓게 펼쳐 샘 아래를 확인했다.

과연, 샘 아래에는 영단경의 흉수가 잠복하고 있었다. 진관해의 영혼을 공격했던 수혼수였다.

수혼수는 샘 아래에서 청송과수를 응시하고 있었다. 물을 담는 이는 지켜보기만 했지만, 누군가 청송과수에 가까이 다가오면 거침없이 영혼을 공격해 파괴해 버렸다.

“이지를 가진 흉수? 이런 흉수가 있었단 말인가……!”

운청휘가 놀랄 법도 했다. 이지를 지닌 흉수라니, 그도 처음 보는 생물이었다.

흉수는 본디 잔악하고 이지가 없어 살육과 파멸만을 추구하는데, 이 점이 영수와의 차이점이였다.

“응? 영신과가 사흘이나 더 있어야 익는다니……!”

놀라움을 가라앉히고 영신과를 살핀 운청휘의 표정이 더욱더 어두워졌다.

사흘은 이변이 일어나기엔 너무나도 충분한 시간이 아닌가.

“내려가지.”

운청휘는 진관해를 이끌고 혈문전의 인파 사이로 내려갔다.

혈문전은 안양성에서 가장 큰 세력이자, 제일 먼저 샘을 발견했다는 이유로 샘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불만을 품은 무인들이 협곡 밖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조금 더 지나면, 혈문전은 협곡 밖에 있는 이들의 불만을 감당해내지 못할 터였다.

“전주, 마침내 돌아오셨군요!”

혈문전의 일원들이 진관해를 알아보고 감격하여 달려왔다.

“운 공자!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들은 운청휘에게도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운청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답하곤 바로 샘의 원천으로 향했다.

영력으로 그릇을 만들어 샘에 담그자, 수혼수의 시선이 감지되었다.

운청휘를 노려보는 수혼수의 눈에는 섬뜩한 냉기가 감돌았다. 당장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포악한 시선이었으나, 신기하게도 수혼수는 곧 영신과로 고개를 돌렸다.

운청휘는 수혼수를 경계하며 그릇에 담은 샘물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이 샘물이 100방울이 있어야 선천영액의 한 방울에 미치는구나.’

운청휘는 그릇에 담은 샘물을 천천히 들이켰다.

맑고 시원한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랫배에 난류가 이는 듯했다. 무수한 영력이 되어 흩어진 난류는 몸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그러나 수준이 낮은 영력이기에, 그의 무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했다.

‘전부 마시더라도 선천영액 1,000방울의 힘도 되지 않겠군.’

미간을 찌푸린 운청휘가 속으로 투덜거렸다.

“진관해와 혈문전의 횡포가 지나치구나. 이 샘의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건만, 독차지하려 들다니!”

“적어도 혈문전이 고기를 먹는다면, 우리에게 국물은 나눠 줘야 하는 법 아닌가!”

“돌격하지요. 우리의 수로 혈문전을 격파하기 충분합니다!”

협곡 밖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래전부터 불만을 품었지만, 혈문전을 두려워해 섣불리 나서지 못했던 이들이었다. 다만 11명의 선천경 무인이 연맹을 맺고 다른 이들을 부추겼다. 이 정도 인원이라면 혈문전을 능히 상대할 수가 있었다.

운청휘는 협곡 바깥의 기척을 알아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내 그가 협곡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파지직!

그의 손끝에서 일렁인 화염은 그대로 입구의 대지에 까만 선을 그려내었다. 골짜기 입구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듯한 경계선이 그어졌다.

“화 속성 오행의 힘, 서…… 선천생령의 경지!”

이를 본 사람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나같이 놀란 기색이었다.

운청휘는 선을 그어 둔 뒤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선을 넘으면, 죽여주겠다.”

“이 녀석, 뭐라고?”

곧 선천경 노인 한 명이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는가! 진관해도 아니고, 새파란 젊은이가 날뛰다니! 네 나이를 헤아려 보면 선천생령이라 해도 1단계에 불과할 텐데, 감히 반산(半山) 노조에게 덤비느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두루마기를 걸친 노인이 콧방귀를 뀌며 운청휘를 덥석 잡았다.

“반산 노조께서 공격하신다!”

“반산 노조께서 나서긴 했지만, 저 녀석을 잡을 수 있을까?”

“허튼소리! 반산 노조께서는 선천경 2단계의 무인이야! 저 애송이가 어찌 상대가 되겠나!”

수많은 냉소가 난무하며 운청휘를 향한 비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웃음은 곧 잦아들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할 뿐이었다.

반산 노조의 공격이 닿기도 전에, 운청휘가 영력화장으로 반산 노조를 후려쳤다.

강한 타격음이 난 후, 반산 노조는 그대로 널브러져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선천경 2단계의 반산 노조가 일격에 당했어!”

“더욱이 저자는 약관도 되지 못한 듯한데, 이토록 강하단 말인가!”

운청휘를 향한 시선에 일제히 두려움이 어렸다.

모든 무인들이 조용해졌고, 다시는 협곡 안으로 들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경고한 운청휘는 협곡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협곡에 자리를 잡은 그가 반지 안에서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하자, 진관해는 진의 재료임을 알아차리고 다가왔다.

“이 진의 이름은 진령전(镇灵阵)이다. 영혼을 지닌 이의 공격을 모두 제압할 수 있으니, 지금 가장 요긴하지.”

진관해를 보며 말한 운청휘가 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진관해는 곁에서 운청휘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진의 설치법을 하나하나 새겨두었다.

“사흘 후 영신과가 익을 때까지 진령전이 지켜줄 것이다.”

운청휘가 장담하듯 중얼거렸다.

진을 설치한 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이틀이 지났다.

하루만 있으면 영신과가 무르익건만, 마지막 날에 불청객이 몰려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