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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61화 (161/430)

제161화

샘 아래에서 웅크리고 있던 성공 거수가 운청휘를 힐끔 훑어보았다. 성공 거수로서도 운청휘가 이리 많은 진을 치는 이유가 궁금할 터였다.

그러나 힐끔 봤을 뿐, 곧 성공 거수는 흥미를 잃었다. 거수의 눈에 운청휘가 설치한 진은 한 번 걷어차면 부서질 나약한 기술이었다.

* * *

안양행성의 안양성.

천검종의 전송진에서 금빛 줄기가 일더니, 8명의 사람이 전송진을 빠져나왔다.

“운서 사형과 사형들을 뵙습니다!”

전송진을 지키고 있던 제자가 진에서 나온 이를 보고 급히 무릎을 꿇었다.

‘전수 제자 운서와 수행원들이 여기까지 올 줄이야!’

운서 일행은 그 제자를 외면하며 곧바로 몸을 날렸다.

“운서 사형, 백부께서 좋은 걸 발견하셨는데, 친히 가셔야 하는 건가요?”

운서의 수행원 한 명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전수 제자 운서가 열심히 찾아다녀야 할 보물이 존재하기나 할까? 그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이들이 줄을 서는 판국이다.

“아버님께서 나에게 가라고 하셨는데, 아들로서 어찌 거절하겠는가.”

어깨를 살짝 으쓱여 보인 운서가 말을 이었다.

“아버님께서는 좋은 물건이라고 하시지만, 얼마나 진귀한지는 모르겠군.”

“어? 운서 사형,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곧 수행원들이 흥미를 보였다.

“영력이 극도로 풍부한 샘을 발견했다는군. 최소 수십만 근의 샘물이 있을 텐데, 이 샘물 100방울이 선천영액 1방울과 필적한 힘을 지녔다고 해. 그것뿐이라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되겠지만, 샘 옆의 나무에 접근했을 때 흉수에게 공격을 당했다는군.”

운서가 말했다.

“그럼 그 나무가 샘 전체보다 진귀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군요?”

운서의 수행원들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한 명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이치대로라면 백부께서 보물을 얻으시는 게 마땅하지 않습니까. 어찌 운 사형까지 나서시는 겁니까?”

고개를 젓는 운서의 눈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안양성이 누구의 세력인지 알고 있나?”

“누구요?”

“진관해!”

“진법에 조예가 깊어서 종주께서 승격시킨 그 진관해 말씀이십니까?”

어떤 수행원이 물었다.

“맞아!”

운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는 진관해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나를 부르신 거야. 이미 진관해의 세력이 샘을 장악했다고 하는군.”

약 반 시진 후, 운서 일행은 흑풍협곡 위로 날아들었다.

“내려가자!”

아래쪽에 모여 있던 군중들도 운서 일행의 모습을 알아보았다.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왔어!”

“저들은 흑풍협곡의 상황을 모르는 모양이군!”

“운가의 사람들도 전멸 직전까지 갔는데, 이익을 나누려고? 꿈꾸는 거 아닌가!”

무수한 시선이 쏟아졌다. 이곳에 있던 사람들의 눈에는 뒤늦게 도착한 운서 일행이 이익을 노리고 온 얼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운서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군중 속에서 손가락질하는 중년인을 끌어당겼다.

“운가의 사람들도 전멸 직전까지 갔다고?”

운서에게 잡힌 중년인은 양경 9단계의 무인이었다. 그런 무인을 저항조차 못하게 잡아들였다면, 최소 선천경의 무인이 분명했다.

“그, 그래! 한 청년이 운가의 사람들을 죄다 죽이고 가주만 살려놨다고!”

붙들린 중년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운서의 두 눈이 냉담한 빛을 띠었지만, 극도로 자신을 통제하는 듯했다.

“당신이 말하는 운가는 운역 운가인가?”

중년인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 운역을 지배하고 있는 운가야!”

빠득!

그가 급히 대답하자마자, 운서가 그의 목을 비틀었다.

이때 운서의 얼굴은 더없이 흉포한 인상을 띠고 있었다.

“서, 서아! 서아가 왔구나!”

그때, 군중들 틈에서 운패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패천이 사람들 사이를 허둥지둥 빠져나오고 있었다.

“아버지!”

운서가 단번에 신형을 날려 운패천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버지,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말씀하세요!”

운서는 마치 만년빙산과 같은 냉혹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진관해가 데려온 자다. 서아야, 복수해 다오. 우리 운가의 장로들과 호법, 당주들을 위해서라도, 죽어간 이들을 위해서라도 복수해 다오!”

운패천이 한 맺힌 눈으로 말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운서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물었다.

“협곡 안에 있다. 다만 진관해가 입구에 진을 설치해서 출입이 막혀 있단다.”

운패천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운서가 모습을 감추었다.

다음 순간.

콰앙!

귀청이 터질 듯한 폭음이 협곡 입구에서 울려퍼졌다.

운서는 이미 협곡의 입구에 나타났고, 영단경의 힘을 일으켜 진법을 공격했다.

“네놈은 운서구나!”

운서를 알아본 진관해의 얼굴이 굳어졌다.

같은 천검종의 일원으로서 어찌 전수 제자를 못 알아볼까.

“네놈과 헛소리할 시간 없다, 죽어라!”

운서가 손을 휘두르자 영단경의 힘이 밀려왔다.

펑펑펑펑!

그의 손짓 한 번에, 혈문전의 일원 10명의 몸이 폭발하고 말았다.

“깨져라!”

운서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자, 영단경의 힘으로 만들어 낸 화살이 협곡 입구에 설치된 진법으로 날아들었다.

퍼엉!

협곡 입구에 겹쳐진 10여 개의 진법 중 두 개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운서, 멈춰라!”

진관해가 울부짖으며 아공간 반지에서 깃발을 꺼내들었다.

“나생문!”

도천살진이 운서를 에워쌌다.

“감히 나생문 따위를 꺼내? 부서져라!”

운서의 왼손이 예리한 검처럼 허공을 한 번 찔렀다.

그러자 영단경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검이 하늘을 가로질러 땅을 길게 베어냈다.

차캉!

나생문이 두 동강이 나며, 나생문을 배치한 깃발도 반으로 잘리고 말았다.

“우리 운가의 사람을 죽였으니, 네놈들 모두 죽여주마!”

운서의 분노한 외침과 함께, 무수한 영단경의 힘이 혈문전의 일원들에게 쏟아졌다.

펑펑펑!

영단경의 힘에 맞설 실력이 없는 이들은 죽기 직전의 숨을 내쉴 뿐이었다. 500여 명의 혈문전도들이 일제히 공격에 당했고, 살아 있는 이는 30명도 되지 않았다.

“꿇어라!”

운서의 몸에서 또다시 영단경의 힘이 솟아오르더니, 진관해를 덮쳐들었다.

그 순간 진관해는 하늘이 꺼지는 듯했고, 그의 온몸을 조여드는 듯했다.

무릎이 꿇리는 건 막을 수 없는 일이건만, 진관해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두 다리에서 으스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났지만, 그는 계속해서 버텼다. 본신은 영변경의 노괴이거늘, 어찌 적에게 무릎을 꿇을까!

콰득!

심한 압박으로 인해 그의 다리뼈가 으스러질 뿐만 아니라, 배마저 피범벅으로 물들었다.

굳이 그를 무릎 꿇릴 필요는 없었지만, 진관해가 버티는 모습에 운서도 오기가 생겼다. 운서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그를 공격했다.

“녀석을 잡아 와라. 저 진을 깨 버리고 천천히 죽여주겠어!”

운서는 수행원들을 시켜 진관해를 붙들었다.

그 후, 그가 협곡 쪽을 향해 돌아선 순간 그의 뒤에서 무성한 영단경의 힘이 솟구쳤다. 마치 전투 개시를 기다리는 천군만마처럼 요동치는 힘이었다.

별안간.

무수한 영단경의 힘이 협곡을 덮쳐들었다.

흑풍협곡의 입구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쿠르릉!

땅 전체가 울부짖었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거대한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운서, 머…… 멈춰라!”

진관해가 급히 소리쳤다.

“내 사부의 일을 망친다면, 네놈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네놈의 사부?”

진관해에게 사부가 있다니, 금시초문이었다. 그러나 곧 운서는 냉담한 표정을 보였다.

“내 아버지를 다치게 하고 우리 운가의 부하를 죽였다는 그자인가?”

협곡 안에 있던 운청휘는 마침내 협곡 입구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영단경 3단계의 무인이군.’

신식을 펼친 운청휘는 단번에 운서를 알아보았다.

‘진관해가 다쳤고, 혈문전의 일원들이 오백 명 가까이 죽지 않았느냐!’

운청휘의 두 눈이 시큰해졌다.

“2개의 방진이 남았고, 주진은 1개…… 구구귀일진은 성공했군!”

지금의 운청휘에게 영신과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으나, 그는 과감히 진법의 설치를 중단했다. 어느새 그가 훌쩍 몸을 날렸다.

“나를 위해 몸을 내던진 이들을 어찌 저버릴까!”

운청휘가 중얼거리는 동안, 그의 몸은 이미 협곡 입구 상공에 다다라 있었다.

그의 눈에 운서의 수행원에게 붙들린 진관해가 들어왔다.

‘내장 절반이 손상되었군. 그것도 영단의 힘을 썼구나!’

“사부님, 제자가 무능하여 운서를 막지 못했습니다!”

진관해가 운청휘를 보자마자 보인 반응은 도움 요청이 아닌 사과였다.

“충분하다!”

운청휘는 비난하기는커녕 진관해에게 훌쩍 날아들었다.

“네놈이 운 백부를 공격했는가?”

“운서 사형의 가족들을 죽이고?”

“어서 운서 사형께 잘못을 빌지 않고 뭐 하는 거냐!”

운서의 수행원들이 모두 운청휘를 꾸짖기 위해 입을 열었다.

“우습군.”

운청휘가 큰 손을 휘두르니 무수한 푸른 화염이 휩쓸었다.

“아아악!”

곧바로 비명이 협곡 안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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