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62화 (162/430)

제162화

“감히 내 앞에서 내 사람에게 덤빈다라?”

미간을 찌푸린 운서가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그뿐이었으나, 막강한 힘이 운청휘에게 밀려들었다.

“꺼져라!”

운청휘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푸른 화염을 일으켜 영단경의 힘과 맞부딪쳤다.

콰아앙!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운청휘는 멈추지 않고 화염을 조종하여 진관해를 잡은 두 명을 공격했다.

“좋지 않아, 빨리 도망쳐……!”

위기를 직감한 두 사람은 급히 진관해를 버리고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이 걸음을 떼기도 전에 푸른 화염이 그들의 생명을 거두었다.

운청휘가 나타나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운서의 수행원 7명이 죽고 말았다.

“서아, 저자다! 바로 저자야!”

멀리서 운패천이 운청휘를 알아보고 고함을 질렀다.

저자가 내게 부상을 입히고, 장로들과 호법, 당주들을 죄다 죽였어!”

운청휘는 여전히 초연한 태도였지만, 운서를 보는 두 눈이 가늘어져 있었다.

“알고 있느냐? 네놈이 내가 하는 일에 지장을 주었다!”

“응?”

운서의 표정이 점점 더 험악해졌다.

그가 보는 앞에서 수행원을 전부 죽인 것도 모자라, 마치 심문하기라도 하듯이 말하고 있지 않는가.

천검종의 전수 제자가 된 후 이런 대접은 처음이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내 사람을 죽였으니, 네놈도 죽어 마땅하다!”

운서는 말을 내뱉기 무섭게 운청휘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운청휘도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신형을 움직여 운서와 맞부딪쳤다.

콰앙!

두 사람은 어떠한 무기도 없이 겨루었지만, 그들의 신형이 번쩍일 때마다 벼락이 내리치는 듯 굉음이 일고 지축이 흔들렸다.

마치 두 개의 산이 서로 겨루는 듯했다.

콰아아-

운청휘가 푸른 화염을 내뿜은 순간, 운서가 곧장 피하며 공격을 바닥으로 꺾었다.

콰앙!

순식간에 지면에 삼백 평 넓이의 구덩이가 파였다.

우르릉!

또다시 굉음이 일더니 운서의 힘이 협곡의 돌담에 직격했다. 돌담은 곧바로 허물어지며 거대한 석굴을 이루었다.

“이…… 이것이 영단경의 전투인가?”

“무서워, 기술 한 번에 하늘을 가를 위력을 가지고 있다니!”

“저 운서라는 청년은 운가 가주의 아들이지? 저 청년이 이기겠군!”

“당연한 소리 아닌가! 운서는 천검종의 전수 제자에, 영단경의 무인일세!”

“저자는 대체 누구기에 운서와 대등하게 겨루는 거지!”

그들의 접전이 이루어질 때, 많은 이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했다.

구경하는 이들의 눈에는 허공에 운청휘와 운서의 신형이 무수히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고, 그때마다 지축을 흔드는 굉음이 일 뿐이었다.

거대한 폭발이 일면 휘청거리면서도, 누구도 접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기 봐! 저자가 다쳤어!”

누군가가 소리친 순간, 공중에서 두 사람의 신형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때마침 운서의 일장이 운청휘의 왼쪽 어깨에 명중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모습은 다시 사라져, 마치 아지랑이를 보는 듯했다.

“영단경이 아니라고?”

별안간 허공에서 운서의 쩌렁쩌렁한 고함이 들려왔다.

“놈은 시종일관 영단경의 힘을 쓰지 않았지. 오호라, 네놈은 역시 영단경이 아니로구나!”

운청휘의 응답은 청색 불바다였다. 화 속성 오행의 힘에 청연지심화의 힘이 뒤엉켜, 장엄하고도 재앙과 같은 광경이었다. 그러나 운서에게 닿기도 전에, 운서가 내뿜은 영단경의 힘에 맥없이 바스라지고 말았다.

“하하하, 네놈은 역시 영단경이 아니야. 네놈의 전투력이 왜 그렇게 강한지 모르겠지만. 네놈은…… 이제 끝이야!”

운청휘가 영단경이 아니라면, 승산이 있다! 그리 생각하자 운서의 얼굴에 섬뜩한 웃음이 떠올랐다.

“빙설검!”

그의 뒤에서 기운이 응집하더니, 무수한 얼음 조각이 떠올랐다. 얼음 조각들이 모여 검의 형상을 이루고, 곧장 번쩍이며 운청휘에게 날아들었다.

운청휘는 단번에 빙설검을 깨트릴 기술을 떠올렸으나, 아래에 있는 인파를 발견하고 신형을 협곡 안으로 날렸다.

샘이 보인 순간, 운청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작은 진법을 설치했다. 위력은 없으나 사람들의 시선을 가릴 수 있는 진이었다.

다음 순간, 운청휘는 손을 휘둘러 지면에서 거대한 토룡을 불러내었다.

쿵!

길이 삼십여 장의 토룡이 지면을 뚫고 승천하며, 쫓아오는 운서와 그대로 맞부딪쳤다.

퍼억!

미처 반응하지 못한 운서는 토룡에 부딪쳐 밀려 나갔다. 그의 입에서 피가 후두둑 쏟아져 내렸다.

“토 속성 오행의 힘까지 터득한 게냐!”

운서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두 가지 오행의 힘을 터득하다니. 네놈이 영단경에 들어선다면 천검종에서도 각별하게 대하겠지만, 아쉽구나. 곧 죽을 테니!”

운서는 곧 공격을 퍼부었다. 두 가지 오행의 힘을 익힌 기재가 다소 의외였지만, 그뿐이었다. 전수 제자로 지내며 더한 기재도 많이 마주했던 그였다. 이제 와서 무엇에 놀랄까.

“정말 그리 생각하느냐?”

그러나 운청휘가 다시 운서를 놀라게 만들었다. 반경 삼백여 장이 검은 운무로 뒤덮이며, 어두운 안개가 드리운 듯했다.

“뭐야, 보기 드문 암 속성 오행의 힘까지 터득한 게냐……!”

이번에는 운서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세 가지 오행의 힘에 그의 힘이 휘감기자, 돌연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후우우-

곧, 운청휘가 내뿜은 오행의 기운들이 서서히 흩어졌다.

“세 가지 오행의 힘이라니! 재능에서만큼은 네놈이 존경스럽구나! 하지만 네놈은 영단경의 무위에 오르지 못했다!”

다소 변수는 있었지만, 운서는 평소와 같은 안색으로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영단경 3단계의 무인인 그는, 운청휘를 죽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빙설속동(冰雪速冻)!”

운서의 몸에서 영단경의 기운이 폭발하더니, 마치 해류처럼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곧이어 서늘한 냉기와 함께, 주변은 혹한의 대지로 변모했다.

선천경의 무인이라도 이겨내지 못하고 얼음 조각이 될 매서운 힘이었다.

“얼음이라면 나도 다룰 수 있지 않겠느냐.”

여유가 가득한 운청휘의 목소리가 화답하며, 그의 몸에서도 빙 속성 오행의 힘이 휘몰아쳤다.

“적어도 얼음을 다루는 건 네놈보다 내가 낫겠군. 현빙주(玄冰咒)!”

카가가……!운서가 만들어 낸 혹한의 땅은 순식간에 갈라지기 시작했다. 꼭 지축에서부터 거대한 힘이 얼음판을 부수는 듯했다.

몇 번 숨을 들이켤 새도 없이, 지면에는 깨진 얼음 조각들이 무수히 나뒹굴었다. 그가 불러낸 혹한의 대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운서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운청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네…… 네놈은 빙 속성 오행의 힘까지 터득한 게냐!”

이전에 운청휘가 보였던 오행의 힘을 더하면, 4가지나 되는 오행의 힘을 보이지 않았던가. 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2가지, 3가지도 뜻밖이었지만 설마 4가지나 익혔을 줄이야!

“하하하, 그래야 재밌지. 네놈 같은 기재가 상대라면, 이번 외출은 헛되지 않겠구나!”

가까스로 이성을 붙든 운서가 광소를 터트렸다.

그래, 4가지나 되는 오행의 힘을 터득했어도 선천경의 힘이다. 영단경 무인인 그를 상대로 어찌 살아남을까!

“빙설풍! 빙설검! 빙설암! 얼음이여!”

운서는 영단경의 무위로 연거푸 큰 기술을 일으켰다. 그를 중심으로 반경 수천 장이 영단의 힘으로 채워지며 공기 중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차디찬 공기에 섞인 영단경의 힘이 먹이를 쫓는 맹수처럼 운청휘를 덮쳤다.

“빙, 화, 토, 암!”

운청휘는 단번에 4가지 오행의 힘을 내뿜었지만, 막기에 급급했다. 그 광경을 본 운서가 냉소를 흘렸다.

“4가지 오행의 힘이라. 그래, 재능은 타고났지만, 그뿐이 아니냐! 죽어라!”

“금, 목, 수, 풍, 뇌, 광!”

운서의 비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운청휘는 6가지 오행의 힘을 마저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10가지 오행의 힘이 하늘을 뒤덮고 휘몰아치더니, 운서의 공격과 맞부딪쳤다.

찰나의 순간, 천지가 고요해졌다.

우르릉!

곧 경천동지할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강진이 몰려온 듯 대지가 몸을 떨었다.

협곡 밖에서는 멀리 치솟아오른 두터운 운무가 보였다.

바깥에 있던 이들은 경악하고, 눈앞에서 오행의 힘을 마주한 운서는 두려움에 잠식당했다.

“어찌 열 가지 오행의 힘을 터득할 수 있지? 그럴 리 없어, 절대 그럴 리 없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게 확실해! 네놈이 어떻게! 성공 제일강자로 불리는 풍무극광마저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다! 네놈이 어떻게!”

어느새 운서의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는 횡설수설하며 같은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네놈이 어떻게, 네놈이 어떻게……!”

4가지 오행의 힘에서 그쳤다면 운서는 그저 감탄할 만한 재능이라 생각했겠지만, 10가지의 오행의 힘을 마주하자 감히 우러러볼 수도 없었다.

역사상 그 누구도 체득하지 못했다고 전해지는 열 가지 오행의 힘을 쓰는 이가 있다니!

“뭐, 뭔데. 네…… 네놈은 나를 죽일 수 없어. 나를 죽이면 천검종이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운서는 이미 극심한 내상을 입은 터였다. 운청휘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운서는 오들오들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마지막 발악처럼, 그는 천검종의 이름을 내세웠다.

“이미 정지가를 죽였거늘, 천검종의 이름이 내게 유효한다고 보더냐?”

운청휘의 어조는 평온했지만, 두 눈에는 경멸과 조소가 가득했다. 그가 손을 뻗어 운서를 붙잡자, 운서는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손아귀로 끌려 들어왔다.

“운청휘!”

운청휘가 정지가를 죽였다는 말을 듣고 운서는 곧바로 운청휘의 이름을 불렀다.

운청휘가 천형대에서 정지가를 죽인 소식은 천검종 전체에 퍼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네놈이 정지가를 죽인 건 천형대가 아닌가! 거기는 원한을 푸는 곳이잖아! 날 놔 줘, 제발 살려 줘! 살려 준다면 절대 네놈과 적이 되지 않겠다!”

운청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들에게 손을 댔을 때부터 네놈의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제발, 네놈이 나를 죽이면 천검종은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운청휘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운서의 목을 꺾었다.

그는 은원을 확실히 하는 사람이라, 누구든 자신의 사람을 해치면 죽음으로 갚을 뿐이다.

운청휘는 운서의 손에서 아공간 반지를 빼내고, 신식으로 그 안에 들어 있는 단약을 죄다 꺼냈다.

꿀꺽 소리와 함께 운청휘가 다량의 단약을 입에 털어 넣었고, 즉시 가부좌를 튼 후 단약의 연화에 들어갔다.

일 다경 후.

연화를 마친 운청휘가 눈을 떴다.

“영신과가 무르익기까지 한 시진 반이 남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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