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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63화 (163/430)

제163화

샘 옆으로 날아간 운청휘가 남은 두 개의 방진과 한 개의 주진을 설치하려는 순간, 그의 귓가에 흉포한 음성이 들려왔다.

-인간, 진을 계속 설치하면 죽이겠다!

샘 아래에 있는 성공 거수의 소리였다.

처음에는 운청휘를 신경 쓰지 않았으나, 그가 운서와 전투를 벌이는 광경을 보고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다.

저토록 강한 이가 손에 잡히는 대로 깰 수 있는 진법을 굳이 하나씩 설치하고 있단 말인가?

자연스레 흥미가 일었다.

직접 그를 위협해서 진법의 설치를 막을 요량이었다. 때마침 운청휘가 포진을 멈추더니 어느새 물 속으로 훌쩍 뛰어들었다.

깊은 샘물을 한참동안 내려간 운청휘는 성공 거수를 내려다보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수혼수라고 불러줄까 아님 성공 거수라 불러 줄까? 이곳에 왔을 때, 나를 발견하고도 수혼수로 위장하면서 동시에 영단경의 기를 흘려 나를 혼란스럽게 했더군. 무위도 속일 줄은 몰랐거늘. 내가 운서와 싸우며 칠 할의 무위를 소모했음에도 나를 삼키지 않는 건, 자신이 없기 때문이더냐? 성공 거수의 탐욕스러운 천성과 어울리지 않는구나. 부상이라도 입었거나, 아직 성장 중인 거수라 무위가 양경에도 미치지 못하느냐?”

추측을 입증하듯, 운청휘가 손을 내젓자 샘물이 저절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몇 번 눈을 깜박이는 사이, 운청휘는 모든 샘물을 다 퍼 올렸다.

말라버린 샘의 바닥에는 거대한 성공 거수가 있었다.

-자업자득이로군!

잔뜩 분노한 성공 거수의 목소리가 운청휘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윙윙윙-

마치 벌들이 군집을 이룬 것처럼 기이한 소리와 함께, 지면이 갈라지고 기이한 힘이 운청휘를 뒤덮었다.

“영력 공격? 하하……!”

고개를 갸웃한 운청휘가 장난스레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저항하지 않고 고스란히 힘을 받아들여 자신의 몸으로 녹아들게끔 했다.

비록 전성기의 무위를 회복하진 못했어도, 영혼은 선제의 영혼이다. 성공 거수가 아무리 공격한들 그의 영혼을 해칠 수는 없었다.

-상고대능(上古大能)이 환생했단 말인가?

성공 거수가 다소 충격을 받은 듯, 얼떨떨하게 말했다.

“상고대능의 환생이라?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운청휘는 초연한 태도로 성공 거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돌아와라!

성공 거수가 또다시 포효하자, 허공에 떠 있던 샘물들이 폭포처럼 본래의 자리로 쏟아져내렸다.

-물이여, 거칠고 사나운 파도로 일어라!

성공 거수의 목소리를 따라, 샘물은 어느새 거대한 해일이 되어 운청휘를 덮쳐왔다.

“물의 속박!”

운청휘는 당황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수 속성 오행의 힘을 펼쳐, 거대한 파도를 아우르는 물의 장막을 만들어 냈다.

“지령의 속박!”

성공 거수가 딛고 있는 지면이 입을 쩍 벌리더니, 곧이어 무수한 흙이 쏟아져 나와 거수를 가두었다. 마치 흙의 보루에 갇힌 듯했다.

펑펑펑!

안에서 성공 거수가 토벽을 때리는 소리가 울렸고, 그 여파로 땅이 뒤흔들렸다.

-미천한 인간이 감히 존귀한 성공 거수를 건드리다니! 네놈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운청휘는 저도 모르게 위를 올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직경 수십 장에 이르는 거대한 천둥이 그의 머리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쿠르릉, 쾅!

거대한 우레가 울리며 지면을 향해 빛이 번쩍였다.

다음 순간, 운청휘가 큰 피를 토했다. 그의 전신에서 파란 연기가 솟구쳤다. 몸의 구 할이 넘는 부위가 천둥 번개가 내린 저주로 부식되고 있었다.

“광명! 광유술(光愈术)!”

몸 전체가 뒤덮이기 전에, 운청휘는 서둘러 빛 속성의 오행의 힘을 일으켜 몸을 치유했다.

쾅!

그 순간, 성공 거수가 ‘지령의 속박’을 돌파하고 나와 울부짖었다.

-영신과가 익을 때까지 시간이 남았구나. 후회하게 해 주겠다!

말을 마친 성공 거수가 운청휘의 시야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이동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기에, 운청휘는 급히 신식을 펼쳤다.

성공 거수는 협곡 바깥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런, 사람을 삼켜 무위를 올리게 두어선 안 돼!”

운청휘의 안색이 급변하며, 성공 거수의 뒤를 쫓았다.

-비천한 인간들아, 모두 죽여주마!

거대한 주둥이를 벌린 성공 거수가 있는 힘을 다해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많은 이들이 성공 거수의 입으로 빨려들어 갔다.

“몸은 호랑이 같고, 꼬리는 용과 같으니…… 맙소사! 샘 속의 흉수가 아닌가!”

진관해의 두 눈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눈앞에 있는 성공 거수를 알아봤다.

“지령의 속박!”

협곡에서 날아오던 운청휘가 진관해와 혈문전의 일원들을 한꺼번에 토벽 속에 가두었다.

정확히는 토벽으로 그들의 몸을 감싸 보호한 것이지만.

“아아……!”

또다시 긴 비명이 들려왔다. 두 명의 선천경 무인이 동시에 성공 거수의 뱃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두 명의 선천생령을 삼키자, 성공 거수의 무위는 빠르게 양경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당장 죽여야 한다. 여기 있는 자들을 모두 삼키면, 나로서도 상대가 되지 않아.”

운청휘가 중얼거리는 순간, 등에 멘 참천검의 검집이 진동하며 붉은 기운을 피워 올렸다.

그사이에도 학살은 멈추지 않았다. 성공 거수가 어찌나 빠르던지, 찰나에 모습이 사라지고 다음 순간 삼백여 장 밖에서 나타나곤 했다.

또 한 명의 선천경 무인이 성공 거수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호오. 이건 무슨 법보인가?

성공 거수가 흥미롭다는 시선을 보냈다. 시선의 끝에는 운청휘의 손에 들린 참천검집이 있었다. 성공 거수는 곧 검집에서 섬뜩한 기운을 감지하곤 코웃음 쳤다.

-보통이 아닌 검집이군. 애석하지만, 효과가 없구나.

말을 하면서도 성공 거수는 사람들을 삼키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든, 무위가 어떻든, 성공 거수가 입을 벌리면 많은 이들이 빨려 들어갔다.

운청휘는 눈을 부릅뜨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느새 성공 거수의 무위는 반절 선천에 올라 있었다.

그가 몸을 날려 허공으로 날아들었다.

“모두를 뒤덮어라!”

운청휘가 서둘러 ‘지령의 속박’을 펼쳐 다른 이들에게 보호막을 형성했다.

그는 필요 이상의 동정심을 지닌 사람은 아니었지만, 동족이 참혹하게 죽는 모습을 좌시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연거푸 ‘지령의 속박’을 펼쳐 오천여 명을 감싼 뒤, 참천 검집을 꺼내든 운청휘가 성공 거수에게 날아들었다.

-인간, 이제…… 대등이 싸울 수 있겠군.

5천여 명의 무인을 삼키자, 성공 거수의 무위는 양경 9단계에서 선천경 1단계까지 폭증했다.

운청휘의 두 눈이 분노로 타올랐다. 오천여 명의 인류가 성공 거수의 뱃속으로 사라졌건만, 그가 어찌 분노하지 않을까!

운청휘는 망설임 없이 검집을 성공 거수에게 꽂아 넣었다.

성공 거수가 10가지 오행의 힘으로 운청휘를 공격했다.

운청휘는 피하긴커녕 참천검집을 휘둘렀다. 마치 불타오르듯 붉은 검기가 검집에서 쏟아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오행의 힘들을 한 번에 베어 버렸다.

-죽여주마!

운청휘가 다시금 검집을 휘둘렀다.

스팟-!

성공 거수의 왼쪽 앞발이 잘려 나갔다.

-크아아아!

성공 거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이토록 분노케 하다니!

앞발이 부러지자 성공 거수가 다른 앞발을 들어 운청휘를 후려갈겼다.

펑!

커다란 충돌음과 함께 운청휘의 몸이 뒤로 훅 밀려 나갔다.

성공 거수는 신속하게 달려들어 운청휘를 덥석 집어삼키려 했다.

운청휘는 풍 속성 오행의 힘을 일으켜 수백 장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참천검집이 예기를 흘리며 허공에 휘둘러졌다.

성공 거수는 무의식적으로 남은 앞발을 들어 막아내며, 꼬리를 휘둘렀다.

푸슉!

펑!

두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검집은 성공 거수의 다른 앞발도 잘라내었고, 운청휘의 몸은 성공 거수의 날개에 관통되었다.

“푸……!”

삼백여 장을 훌쩍 날아간 운청휘가 피분수를 뿜어냈다.

카가가-

거의 동시에, 두 앞발이 베였던 성공 거수가 몸을 꿈틀거렸다. 새로운 발이 천천히 자라나고 있었다.

“재생수를 삼킨 건가.”

운청휘가 눈을 부릅떴다.

재생수는 심장이 파열되지 않으면 무한히 회복할 수 있는 흉수였다. 지금의 성공 거수는 재생수를 삼켜 재생 능력을 자신의 몸에 접목한 셈이다.

-재생수를 아느냐? 그래, 재생수를 삼켰지! 다음은 네놈을 삼켜 주마! 껄껄, 상고대능의 환생이여, 나는 반드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리라!

성공 거수가 섬뜩한 웃음을 자아냈고, 갑자기 운청휘에게 돌진했다.

“아무리 재생수라도 무한히 회복할 수는 없는 법이거늘. 본제가 네놈의 힘이 다할 때까지 죽여 주마!”

운청휘는 검집을 단단히 쥔 채 다시 성공 거수에게 돌진했다.

재생할 때마다 거대한 힘을 소모할 테니, 거듭 베어내어 재생의 힘을 쓰게 해야 한다. 성공 거수 체내의 힘이 고갈되면, 그때 재생 능력을 상실할 터였다.

-껄껄, 인간! 영수에게 선천생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느냐? 나는 지금 선천생령이 되었다! 어찌 죽일 테냐!

성공 거수가 냉소를 흘렸다. 이미 그의 거체는 운청휘와 부딪쳐 들어갔다.

펑펑펑펑……!

우르르릉……!

허공에서는 온통 타격음만 들려왔다. 같은 무위라고 하여도 막상막하였을 텐데, 지금의 성공 거수는 반절 선천의 경지였다. 운청휘보다 높은 무위인 만큼 얼마든지 운청휘를 누를 수 있었다.

다행히 운청휘에게도 비장의 수가 있었으니, 바로 참천검집이었다.

한 사람과 흉수가 교전한 지 일 각여 만에, 성공 거수는 한쪽 발이 잘렸다. 성공 거수가 반응하기도 전에, 운청휘가 곧바로 거대한 기술을 써 머리를 베어 버렸다.

“분천의 분노(焚天之怒)!”

운청휘의 손에서 화염이 치솟더니 베어낸 머리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카가가-

성공 거수의 잘린 목에서 섬뜩한 소리가 나더니, 운청휘에게 베인 발과 머리가 그대로 자라났다.

-감히 내 머리를 베다니! 육신과 영혼을 모두 없애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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