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65화 (165/430)

제165화

운청휘는 느닷없이 성공 거수의 말을 되뇌었다.

“한 번에 95개의 선석을 삼켰으니 육신의 한계에 이르렀다. 연화되기 전에 선석을 계속 삼켰다면, 몸이 터져 죽겠군?”

-당연하는 말을 하는구나, 인간!

성공 거수가 선뜻 답했다.

-삼켜도 한계에 도달할 뿐이다. 아직 성년 되지 못했으니, 산 하나만을 삼켜도 내 몸이 터질 터……?

여기까지 말한 성공 거수의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가 말을 멈추더니, 눈을 부릅떴다.

-이, 인간! 설마 그걸……!

“하하. 이제 보이더냐!”

운청휘가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선석을 원하지 않느냐? 얼마를 원하든 주마. 단, 네가 직접 먹어야 할 것이다!”

우르르….

운청휘의 영라반지에서 선석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느덧 성공 거수의 위가 선석으로 가득히 채워졌다.

운청휘는 수천 평에 달하는 위의 중심에 서서, 계속해서 선석을 쏟아냈다.

-어, 어찌 이토록 많은 선석을 가진 거지?! 인간, 어서 가져가! 내 위뿐만이 아니라 몸까지 터지겠어!

성공 거수는 뜻밖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위의 역할이 무엇인가.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지 않던가. 거수의 위는 곧바로 선석을 소화시키기 시작하더니, 무위가 폭증하며 단숨에 반절 영단까지 뛰어올랐다.

그뿐인가, 멈추지 않는 폭등으로 성공 거수의 무위는 현경 5단계에 이르렀고, 수만 개의 선석은 150개만 남아 있었다.

동시에 성공 거수의 몸이 팽창하고, 위 또한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이러다간 금세 이 몸이 터지겠군. 심장에도 영향이 갈 테니, 재생수의 힘도 사라지겠어!

중얼거리던 성공 거수의 눈에 독기가 스치며, 마치 결사 항전을 준비하는 듯했다.

-보여 주마, 인간. 영혼을 빼앗는 방식은 하나뿐이 아니다!

성공 거수의 영혼이 그의 머리에서 벗어나더니, 순식간에 위(胃)를 향해 날아갔다.

영혼 빼앗기의 또 다른 방식, 탈사(夺舍)였다!

-이 인간의 육체를 차지하기만 하면, 모든 선석을 아공간 반지에 넣을 수 있다!

“영혼을 빼앗는다? 하하하!”

성공 거수의 영혼이 그의 위에 들어가는 순간, 운청휘가 크게 웃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히 본제의 영혼을 빼앗으려 들다니, 참으로 허황한 생각을 하는구나! 온 우주를 돌아보아도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없거늘! 본제가 상고대능의 환생이라 물었느냐? 대답해 주마. 본제는 상고대능을 한 방에 때려죽인, 선제다!”

운청휘의 준엄한 음성과 함께, 그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솟구쳤다.

무수히 내려치는 벼락보다도 두려운 위압감이 그 빛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의 영혼, 선제의 위엄이 서린 영혼이었다.

“선제의 영혼이 어떤 존재인지, 본제가 친히 알려 주마!”

위압적인 빛이 단번에 퍼져나가며 성공 거수의 영혼을 둘러쌌다.

선제인 운청휘의 영혼 앞에서, 성공 거수의 영혼은 갓 태어난 아기나 다름없었다. 그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탓이었다.

“아니!”

“삼킨다고?”

운청휘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 쳤다.

“틀렸다. 네놈의 영혼을 본제의 화신으로 만들어 주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청휘는 성공 거수의 영혼을 자신의 의식으로 밀어 넣었다. 그 후, 운청휘의 영혼은 선석을 영라반지에 되돌려 놓았다.

한쪽에서는 성공 거수의 영혼을 조종하고, 한쪽에서는 육체를 움직이는 일이 그에게는 가능한 터였다.

이미 성공 거수의 영혼과 의식은 운청휘에게 지배당해, 완전히 그의 것이 되었다.

지배가 끝난 영혼을 성공 거수의 머리로 돌려보내자, 성공 거수가 꺽꺽거리더니 운청휘를 몸 밖으로 토해냈다.

-받아들이거라!

성공 거수가 문득 발을 뻗어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었다. 발톱 끝에서 솟구친 정혈이 운청휘의 이마에 닿았고, 곧 그의 몸 안으로 서서히 녹아들었다.

선제의 정혈을 불태운 이상, 운청휘의 목숨은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었다. 다만 동급의 정혈이라면 이전에 태웠던 정혈을 보충하고 그의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

성공 거수의 정혈이라면 운청휘를 충분히 회복시키고도 남았다.

팔 할의 정혈이 몸으로 스며들자, 운청휘는 비로소 회복되었다. 반면 정혈을 소모한 성공 거수는 현경 5단계의 무위에서 양경 1단계의 무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다만 성공 거수의 수련 속도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운청휘를 능가하지 않겠는가.

“하하하하하……!”

말수가 없던 운청휘도 이때만큼은 흡족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분신이 된 성공 거수도 웃고 있었다.

“하하하! 같은 근원의 분신이라, 본제는 두 개의 목숨이 생긴 셈이로구나! 하하하하!”

만약 운청휘가 죽더라도, 분신을 통해 부활할 수 있었다. 이는 성공 거수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운청휘가 원하면 분신과 본체는 언제든지 결합할 수 있었고, 무위 또한 합쳐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오늘만큼의 기연이 있을까. 만일 운청휘가 분신과 스스로를 선제의 경지에 도달하게 한 후 결합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선계의 판도가 달라진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터였다. 마음만 먹으면 선계 전체를 지배하리라.

물론, 운청휘가 선계를 통치하는 데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했지만.

‘음? 영신과가 익을 시간이 다 되었군.’

큰 기쁨에 휩싸였지만, 운청휘는 감정에 도취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영신과를 떠올리고 분신과 함께 샘으로 향했다.

곧 영신과가 완전히 무르익었고, 운청휘는 영신과를 따서 영라반지에 넣어 두었다.)

“분신과 따로 수련을 하는 게 좋겠군. 몸을 숨길 곳은 많지 않더냐.”

중얼거리던 운청휘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성공 거수인 상태로 인간을 삼켜 성장하긴 어렵겠군. 분신을 흉수산맥에 보내는 편이 낫겠구나.’

마음을 정하자, 운청휘는 영라반지에서 사용하지 않는 아공간 반지를 하나 꺼내 그 안에 천여 개의 선석을 넣어 두었다. 그가 반지를 건네자, 분신이 반지를 받아 혀 아래에 숨겼다.

“선천생령에 도달하면 사람으로 변할 수 있지 않느냐. 그때 이 선석을 삼키거라.”

분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흑풍협곡을 떠나 흉수산맥 방향으로 질주했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던 운청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천운왕조의 서북쪽 황무지로 가야겠군.”

서북쪽 황무지에는 어혼성숙비전에 조종된 선천생령급의 흡혈 박쥐족이 남아있다. 20~30개의 혈정이 그들의 몸 안에 있는 셈이다.

서북쪽 황무지를 떠나올 당시, 김태연을 시켜 그들을 붙잡아 두게 했으니 이제는 혈정을 거두러 갈 시간이었다.

“그 정도의 혈정이라면, 선천생령에 충분히 도달하겠군.”

성공 거수와 싸운 후, 무위에 대한 갈망은 더욱더 깊어졌다. 운청휘가 살아남고 분신도 얻은 일은 구 할 이상이 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운이 언제까지 따라줄 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실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운청휘는 협곡의 입구로 향했다. 입구의 상공에 떠 있던 그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지령의 속박’이 전부 사라졌다.

“후…….”

무려 4~5천 명이 한 시간 가까이 갇힌 끝에 마침내 빛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숨을 크게 쉬더니, 무릎을 꿇었다.

“소협께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은공께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이들은 사리 분별을 할 줄 알았다. 운청휘가 ‘지령의 속박’을 펼친 이유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임을 충분히 깨달은 터였다. 그들은 오행의 힘이 사라지자마자 곧장 운청휘를 향해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

“사부님, 흉수는 어찌되었습니까?”

그때 진관해가 20여 명의 혈문전도와 함께 운청휘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원하는 것을 얻으니, 떠나더군.”

운청휘가 태연하게 답했다.

사실 진관해의 질문은 운청휘가 눈짓해 나온 말이었다. 적어도 사람들이 운청휘와 성공 거수가 관계가 있다는 의혹은 피하는 편이 좋았다.

“위기는 넘겼지만 이곳은 머무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떠나도록!”

운청휘가 장내를 둘러보며 말했다.

“가지.”

운청휘가 손을 크게 휘두르자, 오행의 힘이 나와 진관해와 혈문전의 남은 사람들을 감싸고 허공으로 실어 날랐다.

-사부님, 영신과는 얻으셨습니까?

진관해가 음을 전해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다.

운청휘도 음으로 답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축드립니다. 사부님!

진관해의 눈에 희색이 가득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을 의식했는지, 곧 진지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이제 천검종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천운왕조에 다녀오마. 안양성으로 가 기다리고 있거라.”

운청휘의 명령에 진관해 일행은 곧바로 안양성을 향해 날아갔다. 그들을 보낸 후, 운청휘는 천운왕조 방향으로 한 시진가량 날아갔다.

흉수산맥에서 마주한 분신은 어느새 양경 2단계의 무위를 지니고 있었다. 놀랄 만한 무위의 급증이었다.

“혈정을 얻어 선천생령이 되면, 이 분신과 함께 흉수산맥으로 가야겠군. 그곳에서 영단경의 흉수를 삼켜야겠구나.”

(분신의 상태를 확인한 운청휘는 곧바로 계획을 세웠다.

무위가 상승하는 속도가 운청휘에 못지않으니, 운청휘 또한 끊임없이 정진해야 했다.

“이 일을 기령이 알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군.”

흡족한 표정을 짓던 운청휘는 기령을 떠올린 순간,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기령이 잡혀간 지도 벌써 두 달이군. 채아와 부모님의 일을 해결하면, 기령을 구하는 게 급선무다.’

계획을 세우면서도 운청휘는 이동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그는 흉수산맥을 지나쳐 천운왕조에 들어섰으나, 방향은 황성이 아니었다. 운청휘는 제일 먼저, 서북쪽 황무지로 향했다.

* * *

그 시각, 천운왕조의 황성 상공에 12개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이 모습을 감춘 기술이 극한에 달해,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그들이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도 눈치 챌 수 없었다.

다만 운청휘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12명 중 두 명을 알아보았을 터였다.

천검종의 전수 제자 이명.

그가 죽인 정지가의 할아버지, 천검종의 원로 정학.

“여기가 천운왕조의 황성인가!”

“그 영단경의 흡혈 박쥐족이 이곳으로 도망쳤을 거야.”

“정말 세상은 좁군요. 천운왕조의 황실이 운청휘의 가족이라니.”

“조사해 봤지만, 천운왕조가 우리 천검종의 비호를 받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그 말대로다. 예전 천원왕조가 운청휘의 손에 멸망한 후 그의 가족들이 새로운 황실을 만들었다. 진관해를 통해 천검종의 ‘조천령’을 얻었으니, 마땅히 우리 천검종에 조공을 바쳐야 하지 않겠느냐. 운역 운가, 북역 성가도 응당 하는 일을 천운왕조라고 피해갈 순 없지!”

“하하, 천검종 안에서 운청휘는 소도도의 보호를 받으니, 우선 그의 가족들에게서 이자를 돌려받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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