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흥, 정 노조의 말씀만 아니었다면, 네놈들을 제압하는 게 아니라 죽였을 거야!”
“좋지 않아, 영단경 3단계의 빙백사의 정혈이 불타올랐어……!”
세 천검종의 전수 제자의 안색이 돌변했는데, 특히 장소걸을 공격한 그 전수 제자의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워졌다.
“우리 무위로 영단경 3단계의 짐승을 도망치게 하다니!”
정혈을 태운 빙백사의 그림자가 번개처럼 멀리 솟구쳐 단번에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자업자득이구나, 운 공자께서 네놈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멀리서 갑자기 장소걸의 목소리가 들렸다.
“웃기는군, 소도도가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이명이 운청휘를 죽였을 거다!”
“그리고 설령 소도도가 보호하는 게 뭐 어때서? 정 노조께서 이번 임무를 끝내고 나머지 원로들과 연합하여 운청휘를 죽일 거라구!”
“운청휘가 정 노조의 손자를 죽였으니, 정 노조가 가만히 계실 리 없지. 며칠이라도 더 사는 걸 행운으로 여겨야지!”
“우선 성공학관 놈들을 데리고 황성으로 가자고. 저 빙백사는 일을 끝낸 후 제압해도 늦지 않으니!”
천검종의 전수 제자들은 수백 명의 성공학관 사람들을 끌고 황성 쪽으로 날아갔다.
반 시진 후, 그들은 천운왕조 황성의 성문 입구 상공에 떠 있었다.
이때 황성의 성문에는 굵은 말뚝이 숱하게 세워져 있었고, 말뚝마다 사람들을 묶어 두었다.
운청휘의 조부, 백부, 사촌 형과 1,000여 명에 달하는 황성운가의 구성원들까지.
운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참혹한 몰골이었다.
온몸에 채찍 자국이 나 있었고, 살가죽이 터져 피범벅이 된 이들도 있었다.
“정 노조, 말뚝을 더 늘려야겠습니다. 저희가 성공학관 놈들을 잔뜩 잡아왔으니까요!”
장호백 일행이 수백 명의 성공학관 사람들을 성벽 위로 내동댕이쳤다. 부원장과 정예 교관들을 제외해도 정예 학관과 기재반의 학생들이 개처럼 바닥을 기었다.
이들은 성공학관의 진정한 실력자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이제는 비참한 꼴을 맞이해 목숨을 잃을 지경에 처했다.
“아무리 천운왕조의 황실이면 뭐 하나. 이제 운가는 전부 죄인으로 전락했으니, 처형만이 남았군.”
“가운데 묶여 있는 사람을 보았는가? 운현인데, 천운왕조의 황제라네!”
“헤헤, 황제 운현은 역사상 가장 빨리 죽는 황제가 되겠어. 즉위하고 두 달 만에 처형이라니!”
“듣자 하니 운청휘가 천검종에게 미움을 사서 운가까지 연루되었다네.”
“운가 뿐 아니라 운청휘가 머물렀던 성공학관까지 연루되었어!”
“쯧쯧, 파란을 몰고 다니는군. 겁도 없이 천검종을 건드려서 가족이며 친구까지 몰살당하겠어.”
“저기 성공학관의 원장 아냐? 선천경의 무인도 천검종의 고수 앞에서는 부질없군!”
“어머나, 저 짐승은 뱀이야 용이야? 어, 한쪽 눈이 없어.”
“저건 영수잖아! 월경 9단계의 무위를 지녔다지?”
“천검종의 사람들 정말 대단한걸. 하룻밤 사이에 황실 운가와 성공학관을 모두 뿌리 뽑다니!”
“대체 운청휘는 무슨 짓을 벌인 거야? 어째서 천검종이 여기까지 온 거지?”
“엣헴, 운청휘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야심을 가졌고 행실이 악랄하다구. 천원왕조도 그가 무너뜨렸는데, 자신의 가문을 황실로 만들어서 왕조를 장악했잖아!”
“천검종이 저리 나올 정도면, 운청휘가 천인공노할 짓을 한 게 분명하지!”
정학과 이명을 비롯한 천검종의 사람들은 성벽 아래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성벽 위에서도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던 이들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이들은 황실 운가와 성공학관 사람들이 운청휘 때문에 죽게 된 것이라고 널리 알리기 위해 이런 행동을 벌이고 있었다.
“정 노조, 운청휘가 오늘의 일을 알게 되면, 미쳐 날뛰게 될 텐데요, 하하하……!”
이명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
“노부의 손자를 죽였는데, 이것은 시작일 뿐!”
정학이 눈에 흉악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
“그들을 처형하기까지 반 시진이 남았다. 큰 솥을 가져오너라. 그사이에 빙백사를 삶아서 뱀 죽을 만들자꾸나!”
정학의 말에 천검종 전수 제자들이 눈을 빛냈다. 그들의 신분상 온갖 산해진미를 먹었다지만, 영수의 고기는 처음 먹어 보는 것이 아닌가.
“노조, 큰 솥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뱀 죽인데, 빙백사의 뱀 고기는 일반 뱀 고기와 비교할 때 어떨지 궁금하군요.”
전수 제자 한 명이 자진하여 나섰다.
서북쪽 황무지, 김태연에게서 천검종의 사람들이 천운왕조로 갔다는 말을 들은 운청휘의 안색이 급변했다.
이번에 천검종에서 보낸 이들은 정학과 이명일 터, 만일 그들이 황성에 갔다면 어떤 참혹한 일을 벌일지 예상할 수 있었다.
‘천형대에서 이명과 정학이 내게 보인 살기, 그들이 천운황실의 일원이 내 가족이라는 걸 알 된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운청휘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
그는 김태연에게 작별 인사도 건네지 못하고 곧바로 신형을 날려 천운왕조의 황성으로 향했다.
한편, 거수 운청휘도 빠르게 황성으로 향했다.
극광성을 지날 무렵, 거수 운청휘가 멈칫했다. 극광성과 300~400리 떨어진 곳의 대삼림에서 익숙한 기운이 풍겨오고 있었다.
짙은 피비린내가 배여 있는 기를 감지하자마자 거수 운청휘가 신식을 펼쳤다.
정혈을 태우고 숲속에 몸을 숨긴 장소걸이었다.
“그는 성공학관으로 아들을 찾으러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크게 다친 걸 보니, 성공학관에 큰일이 생긴 모양이군.”
거수 운청휘는 말을 하는 동시에 몸을 날려 장소걸에게 다가갔다. 그가 발굽 하나를 그의 급소에 올려놓자, 웅후한 영력이 장소걸의 몸으로 밀려들어갔다.
거수 운청휘는 양경 6단계의 무위를 지녔지만, 영력만큼은 영단의 힘보다도 더 큰 치료 효과를 보인다.
그 덕분일까, 장소걸은 일각도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수혼수?
장소걸이 거수 형태의 운청휘를 보고 흠칫 놀랐다.
-아니야. 수혼수라면 지능이 없어서 나를 구하는 게 아니라 먹었겠지.
“장소걸, 성공학원이 공격을 당한 건가? 공격한 사람은 천검종의 영단경이 맞는가?”
성공 거수 형태의 운청휘가 입을 열었는데, 소리가 극도로 낮고 걸걸했다.
-무…… 무슨 영수인 게냐? 어떻게 나의 인간 이름을 아는 거지?
장소걸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어서 말하라!”
운청휘가 사납게 재촉했다.
-아, 알겠다!
장소걸이 서둘러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성공학관의 모든 사람들이 천검종에게 잡혀 황성으로 끌려갔다. 운 공자의 가족들과 함께 오시에 능지처참한다더군!
“뭐라!”
고함을 지르기가 무섭게, 거수 운청휘가 폭발하듯이 하늘로 솟구쳤다. 다시금 황성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에게서 전에 없는 흉포함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때 그에게서 오행의 힘이 넘실거리며 아우성치고 있었다.
오행의 힘 전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운은 전부 운청휘의 추진력이 되어 이례적인 속도로 날아갔다.
그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장소걸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성공학관의 모든 사람들이 천검종에게 잡혀 황성으로 끌려갔다. 운 공자의 가족들과 함께 오시에 능지처참한다더군!
-운 공자의 가족들과 함께 능지처참한다더군!
-오늘 오시……!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와 살기가 약동하는 용암처럼 줄줄 넘쳐흘렀다.
“이명, 정학. 내 가족들에게 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선제의 분노를 맛보고 싶지 않다면!”
본래의 성공 거수의 영향을 받은 운청휘는 다소 잔혹해진 상태였다.
평소라면 충분히 잔혹함을 통제할 수 있겠지만, 격노로 인해 이성을 놓기 직전이었다.
황성으로 향하는 내내 하늘은 운청휘의 포효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한편, 천운왕조의 황성.
성문 앞에는 거대한 솥이 허공에 떠 있었다. 영단경의 힘으로 띄운 솥 아래에서 한 사람이 화 속성 오행의 힘으로 불을 피웠다. 솥 안에서 부글거리며 물 끓는 소리가 요란했다.
천검종의 전수 제자 한 명이 황성의 숙수 10여 명을 잡아왔고, 나이든 숙수들은 부지런히 솥에 각종 양념을 더하고 있었다.
“정 노조, 어떤 맛을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노조께서 좋아하는 맛을 가미하겠습니다.”
전수 제자 하나가 정학에게 지시를 구했다.
“조금 신 맛!”
정학이 말했다.
“들었는가. 정 노조께서는 신맛을 좋아하시니 양념을 시큼하게 하게나!”
지시를 청한 전수 제자가 급히 늙은 숙수 10여 명에게 말했다.
“네, 네. 소인 명을 따르겠습니다!”
늙은 숙수들이 전전긍긍하며 말했다.
“얼마나 더 해야 하나?”
한 손에 칼 한 자루를 든 또 다른 전수 제자가 입을 열었다. 그는 빙백사를 발로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고 있었다.
“소…… 솥이 너무 큽니다. 저…… 저희는 국물과 양념의 비율을 잘 따져야 하는데, 대…… 대략 이 각은 더 있어야 합니다.”
“이 각이나?”
전수 제자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 동작만으로도 영단의 힘이 발출되었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늙은 숙수의 몸이 산산이 흩어졌다.
“일각 내로 못 하면, 모두 죽어야지!”
그가 입술을 핥으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왕력(王力), 정신이 있는 거냐. 일반인에게 손찌검해봤자 네 손만 더러워질 뿐이다.”
다른 전수 제자가 왕력에게 비웃음을 날렸다.
“흥, 나는 영단의 힘을 썼으니 내 자신을 더럽힌 게 아니잖아. 그리고 녀석들이 일을 느리게 하니까 죽어 마땅하다.”
왕력이 코웃음을 치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손에 쥔 칼을 빙백사의 눈앞에서 흔들거렸는데, 빙백사의 눈에 본능적인 공포가 떠올랐다. 그 광경을 본 왕력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는 중에도,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대…… 대인, 물을 다 끓였습니다!”
늙은 숙수 한 명이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
“대인?”
칼을 휘두르던 왕력의 눈이 차가워졌다.
“이 영감탱이가. 감히 그따위 호칭으로 나를 불러? 죽어!”
또다시 영단의 힘이 늙은 숙수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 하잘것없는 벼슬 따위는 알 바 아니다. 네놈들에게 있어 우리는 신이나 다름없다는 걸 기억해라!”
왕력은 나머지 숙수들을 음산한 눈으로 바라보며 호통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