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71화 (171/430)

제171화

“옳지,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신이나 다름없지!”

다른 전수 제자가 지지하는 소리를 내었다.

성문 아래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왕력의 잔인한 행동에 적지 않게 미간을 찌푸렸지만, 감히 나서서 따질 수 없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그들이 나섰다가 목숨을 잃을 게 뻔했으니.

스릉!

왕력이 빙백사의 몸을 잘라내었다.

한 번의 칼질이었지만 삼 장 길이에 수백 근에 달하는 고기를 얻었다.

“쉬……!”

빙백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기이한 비명을 질렀다. 고통스러운 소리가 황성에 울려 퍼졌다.

“이 천검종의 짐승들! 감히 빙백사를 괴롭히다니! 노부는 귀신이 되어도 네놈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그때, 말뚝에 묶여 있던 마라가 고함을 질렀다. 50년을 넘게 함께한 동료이자 영수인 빙백사가 험한 꼴을 당하니, 마라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다. 마음으로는 천검종의 뿌리를 뽑고도 남았으나, 정작 그는 말뚝에 묶여 피범벅이 된 처지였다.

“감히 우리를 욕해?”

전수 제자 한 명이 코웃음을 치더니 영단의 힘으로 만들어 낸 채찍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마라의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허벅지까지 긴 사선의 상처가 나며, 흰 뼈가 드러나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

“아아아아……!”

마라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성문을 울렸다.

“원장님……!”

옆에 묶여 있던 공휘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며 고함을 질렀다.

“짐승 새끼야, 네놈들은 지옥에 갈 것이……!”

짝!

이번에는 공휘가 채찍을 맞았다.

빠득!

얼마나 억센 채찍질이었는지, 단번에 공휘의 팔이 부러졌다. 공휘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악에 받친 소리를 내었다.

“반드시 운청휘가 복수해 줄 것이다! 기다리거라, 네놈들을 우리의 백 배, 천 배는 더 비참하게 죽일 것이야!”

“그래!”

“운청휘는 반드시 우리를 위해 복수할 거야!”

“우리 소가주께서 반드시 우리를 위해 복수할 거야!”

“이 천인공노할 놈들아! 네놈들도 곧 알게 되겠지! 소가주께서 우리를 위해 반드시, 돌아오실 거다! 하하하!”

운가와 성공학관의 사람들은 모두 천 명이 넘었는데, 이때 일제히 합심하여 고함을 질러 댔다.

“실컷 떠들기나 해라!”

“쓸모없는 놈들!”

“하하하, 꼴 좋구만! 저리 소리 지르는 것밖에 못하지!”

“아무리 운청휘라도 소도도의 보호가 없었더라면 이미 몇 백 번 죽었을 거라는 것도 모르는군!”

“오시까지 아직 이 각 남았으니, 죽이나 먼저 듭시다!”

“하하, 맞아. 실컷 먹어야 사람을 죽일 흥이 생기지!”

그러나 그들이 악을 쓰든 말든, 천검종의 사람들은 벌레 우는 소리처럼 하찮게 여길 뿐이었다.

이윽고 왕력이 빙백사의 고기를 잘라 큰 솥에 던져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기가 익으며 먹음직스러운 향이 퍼져 나왔다.

“노조, 먼저 드시지요.”

전수 제자 한 명이 얼른 한 그릇을 떠 정학에게 공손히 건넸다.

정학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죽을 마시려는 순간, 높은 상공에서 운청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잔혹한 기운을 뿜어내면서도, 운청휘는 곧바로 신식을 펼쳐 상황을 파악했다.

신식은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르고 있는 빙백사에 닿았다.

빙백사는 몸이 잘려 고통스러운 절규를 멈추지 못했다.

이후 그의 신식은 성공학관의 원장 마라에게 닿았다.

언제나 신선과 같은 분위기를 뿜으며 고고하게 군림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심한 상처를 입어 초라한 몰골이 된 마라가 거기 있었다.

다음 순간, 신식은 부원장 공휘의 상태를 파악했다.

운청휘는 내심 마라보다도 공휘에게 더 친숙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그와 소도도가 성공학관에서 지내는 동안 공휘가 부단히도 그들의 뒷바라지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원을 필요로 하면 공휘가 가져다주었고, 사고를 쳐도 공휘가 수습했다. 공휘는 두 사람에게 선배 무인으로서의 풍모를 보인 이였다.

그 공휘의 팔이 부러져, 참혹하게 덜렁거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운청휘의 신식이 감지한 광경이, 운청휘를 가장 분노케 했다.

그의 가족이자 소중한 사람들인 운가의 일원들이 모두 중상을 입은 채 말뚝에 묶여 늘어져 있었다. 하나같이 상처를 입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운청휘, 설마 여기로 올 줄이야!”

이때 정학이 허공에 떠 있는 운청휘의 등장이 뜻밖인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하하, 정 노조! 운청휘가 겁을 상실했나 봅니다! 제발로 무덤에 들어오는군요!”

옆에 있던 이명은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정 노조, 제가 운청휘를 잡아 오겠습니다!”

영단경 1단계인 장호백이 직접 명령을 청했다.

“좋자. 대신 목숨은 남겨 두게나. 노조가 죽기 직전까지 고통을 안겨 줄 테니!”

정학이 살기등등한 웃음을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 노조, 안심하세요!”

기세등등하게 말을 내뱉은 장호백이 운청휘를 향해 돌진했다. 그의 자신감을 뒷받침해 주기라도 하듯, 그의 뒤에는 영단경의 힘이 무수히 떠올라 운청휘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전부 죽여주마!”

운청휘의 음성이 스산하게 흘러나왔다. 눈앞에서 가족들과 성공학관 사람들이 참혹한 몰골이 되어 있으니, 그의 분노는 이미 하늘에 닿고 있었다.

포악한 눈빛이 허공을 스친 순간, 장호백은 단번에 운청휘에게 사로잡혔다.

펑펑펑……!

영단의 힘은 허무하리만치 쉽게 무력화되었고, 장호백은 목을 졸려 버둥거리고 있었다.

“하찮은 놈들이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느냐? 죽어라!”

노기등등한 목소리와 함께 장호백의 목이 비틀려 완전히 꺾여 버렸다.

“운청휘, 네가 감히 장호백을 죽인 게냐?”

왕력이 살기등등하게 외치며 운청휘를 돌아보았다. 그의 손에서 커다란 칼이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운청휘는 신식으로 그의 무위를 빠르게 간파했다. 그는 영단경 2단계의 무인이었다.

운청휘의 손에서 작은 회오리가 일었다. 고도로 응축된 풍 속성 오행의 힘이었다.

그의 손을 떠난 풍 속성 오행의 힘은 삽시간에 직경 삼백여 장이 넘는 돌풍이 되어 왕력에게 휘몰아쳤다.

“오행의 힘? 웃기는군!”

왕력이 코웃음을 쳤다. 영단경 무인의 앞에서 선천경의 수단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는 칼을 휘둘러 돌풍을 베어냈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실수였다.

돌풍에 닿는 순간, 그의 칼은 두 동강이 났고 기세등등한 돌풍이 그를 덥석 집어삼켰다.

“아아아……!”

돌풍 속에서 왕력이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누구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이 나서기도 전에, 고깃덩이가 된 왕력이 쓰러졌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남은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장호백이 죽은 건 그렇다고 쳐도, 영단경 2단계의 왕력도 죽다니!”

“황(黄) 사형, 우리 같이 장호백과 왕력의 복수를 하죠!”

“좋아!”

영단경 3단계의 두 전수 제자가 서로를 마주 보더니,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운청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화무유성(火舞流星)!”

“노해경도(怒海惊涛)!”

두 사람은 거리낌 없이 초절기를 펼쳤고, 하늘은 이글거리는 화염과 끓어오르는 물로 뒤덮여 장관을 연출했다.

“하찮군, 전부 하찮구나!”

운청휘는 어떠한 방어도 없이, 그저 화염과 물을 향해 쇄도했다.

카아아……!

보통 사람이라면 한 줌 가루가 되었을 물과 불의 벽을 뚫고 나온 운청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의 앞에 도달했다.

퍼억! 퍽!

순수한 정권이 두 사람의 몸을 강타했다.

다음 순간, 허공에 핏빛 비가 무수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명, 본제 앞에 나타나라!”

운청휘가 나지막하게 호령했다. 이때 이명과 운청휘는 삼백여 장 떨어져 있었는데, 운청휘가 손을 뻗자마자 물과 불의 오행의 힘이 뒤엉키며 긴 줄을 만들어 냈다.

구불거리는 줄은 순식간에 이명의 몸을 휘감았고, 그는 저항할 틈도 없이 삼백여 장의 거리를 끌려왔다.

“네놈이 정학의 개 노릇을 하니, 본제가 주인을 지키다 죽은 개로 만들어 주마!”

운청휘는 물과 불, 오행의 힘을 집약해 이명의 몸을 관통했다.

퍼엉!

두 가지 오행의 힘이 끓어오르며 이명의 몸을 폭발시켰다.

“이명이 어떻게 죽은 거지?”

“자네들 못 본 건가. 우, 운청휘가…… 방금 두 가지 오행의 힘을 사용했어!”

“젠장, 죽여야 한다. 그가 벌써 두 가지 오행의 힘을 쓰는데 계속 성장하게 방치한다면 우리 모두 죽어!”

네 명의 영단경 4단계의 전수 제자들이 크게 소리쳤다.

“너희들은 옆에서 기습할 기회를 노려라. 나와 장외(张巍)가 정면에서 운청휘의 주의를 끌겠어!”

개중 무위가 가장 높은 영단경 5단계의 전수 제자 두 명이 날아들었다. 그들은 운청휘에게 돌진하며 거침없이 살초를 날렸다.

“습격? 기회가 있을 거라고?”

운청휘가 가소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의 몸에서 쉴 새 없는 살기가 넘쳐흘렀다.

운청휘는 어떤 오행의 힘도 없이,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

“하찮은 수단이구나. 진정한 영단경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마!”

영단경 5단계의 두 전수 제자가 냉소를 흘리며 힘을 방출했다. 극대화된 영단의 힘이 거대한 풍랑처럼 운청휘의 몸을 덮쳐갔다.

쿵! 쿵!

운청휘는 두 번의 손짓으로 하늘을 뒤덮은 영단의 힘을 부쉈다.

쾅! 쾅!

연거푸 두 번의 소리가 나더니, 방금 운청휘를 공격한 두 사람의 몸이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네놈들도 다 죽거라!”

운청휘가 이번에는 큰 손을 휘둘러 금, 목, 수, 화, 토 5가지 오행의 힘을 동시에 사방팔방으로 뿌렸다.

“아아아아……!”

나머지 4명의 전수 제자는 비명을 질렀는데, 저항할 능력도 없이 죽었다.

정학의 눈앞에서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선천경 무인이 11명의 영단경 무인을 죽였다!

그가 직접 목격한 게 아니라면, 절대 믿지 않을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한두 가지도 아닌, 다섯 가지 오행의 힘을 펼쳐낸다는 무인의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마치 불가사의한 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도, 정학의 눈에서는 점차 놀라움이 가시고 흡족함이 떠올랐다.

“하하하, 하하하하……!”

충격이 지나가자 정학은 실성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비록 11명을 바쳤지만, 예측이 맞았구나!”

줄곧 위화감을 느낀 정학은 11명의 전수 제자가 죽는 동안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의문이 해소된 지금 거리낌 없이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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