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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72화 (172/430)

제172화

“종주께서 내게 약속하셨지. 내가 그를 위해 진정한 절세기재를 찾으면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겠다고, 하하하…… 마침내 자유를 되찾을 그 날을 보았도다!”

손자의 죽음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정학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연신 흘렸다.

손자가 운청휘를 지목한 덕분에,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기재를 찾아낼 수 있었으니!

“정학, 네놈만 남았군. 나 운청휘의 사람을 건드렸으니, 네놈의 영혼까지 소멸시켜 주마!”

운청휘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정학을 바라봤다.

“영혼까지 멸한다고? 하하하……!”

정학은 그 말을 듣고 껄껄대며 웃었다.

“운청휘, 영단경 4~5단계의 전수 제자 몇 명 죽였다고 노조와 필적할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게냐?”

정학의 신형이 돌연 모습을 감추었다. 아직 그의 웃음소리가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 무수한 공격이 운청휘에게 퍼부어졌다.

펑펑펑펑……!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요란하게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광경이었다.

정학은 운청휘를 향해 수천 번이나 손바닥을 내리쳤다. 그 여파가 높이 삼십여 장, 두께 수십 장의 성벽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 내었다.

황성 밖에 걸쳐져 있던 해자가 부서지며 성벽 안으로 밀려들었다.

“금, 목, 수, 화, 토!”

돌연 다섯 가지 오행의 힘을 한꺼번에 방출해낸 운청휘는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 정학에게 던졌다. 마치 거대한 거미줄이 그를 덮치는 듯했다.

“오행의 힘이라, 그저 다섯 가지 오행의 힘일 뿐……!”

그러나 운청휘가 재차 다섯 가지 오행의 힘을 사용하니, 정학은 색다른 자극을 받은 듯 눈을 번뜩였다.

“이런 기재라면 종주께서 기뻐하고도 남겠군! 종주께 바친다면 자유뿐만 아니라 큰 상을 내리실 것이다!”

공중에 뜬 정학은 여유롭게 오행의 힘을 받아쳤다.

영단경 9단계의 무인은 그에게 오행의 힘은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공격을 받아친 정학이 운청휘를 향해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운청휘, 네놈의 모든 기술을 펼쳐 보거라. 네놈이 어떤 경지에 이르렀는지 노조의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운청휘의 시선은 돌연 아래쪽을 향했다. 무수한 이들이 웅성거리며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운청휘는 별안간 황성 바깥으로 몸을 날려 질주했다.

이제 펼쳐질 정학과의 결투에서 일어날 여파를 생각해 보면, 선천경 이하의 무인들은 단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아무리 살기에 지배당해 있어도, 운청휘는 무고한 이들을 끌어들일 생각이 없었다.

정학은 운청휘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지만, 개의치 않고 그를 바짝 뒤쫓았다.

“금, 목, 수, 화, 토!”

운청휘는 숨 쉴 틈도 없이 연거푸 다섯 가지 오행의 힘을 방출해냈다.

“똑같은 기술로 노조를 다치게 할성싶으냐? 정녕 이게 끝이더냐?”

정학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풍, 빙, 뇌, 암, 광!”

그때, 운청휘는 또 다른 오행의 힘을 이끌어내 총 열 가지 오행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었다.

콰앙!

방심하고 있던 정학은 반응할 틈도 없이 열 가지 오행의 힘에 직격 당했다.

푸우……!

그의 입에서 큰 피가 쏟아져 나온 순간, 지면에 몸이 부딪치며 수천 평의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이, 이럴 수가……! 여, 열 가지 오행의 힘?! 네놈이 어떻게 그런 경지를 깨우쳤단 말이냐?!”

운청휘가 보여 준 재능은 정학을 여러 번 놀라게 했다.

열 가지 오행의 힘이라니, 정녕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란 말인가?

전설 속의 선인도 열 가지 오행의 힘을 깨닫지 못했다고 했다.

정학은 수백 년을 살며 수많은 선천경 무인을 보았지만, 그중 누구도 ‘뇌, 암, 광’의 힘을 터득하지 못했다. 보기 드문 오행의 힘까지 자유자재로 부리는 운청휘는 대체…….

“아, 이런 절세의 기재를 종주에게 넘겨야 한다니!”

정학의 포효가 허공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다섯 가지 오행의 힘을 봤을 때는 궁우신에게 바치고 자유를 얻을 생각에 들떴지만, 열 가지 오행의 힘을 보고 난 뒤론 속이 쓰렸다.

왜 운청휘의 힘을 자신이 흡수할 수 없단 말인가!

정학은 그를 궁우신에게 바치는 게 아까워 죽을 지경이었다.

바로 그 때, 운청휘가 열 가지 오행의 힘을 사용하며 솟구쳤다.

“네놈의 무위 절반을 없앤 후에, 바칠 것이야!”

독기를 드러낸 정학도 더 높이 솟구쳤다.

그가 두 손을 흔들자 휘황찬란한 빛이 일어나며 단번에 운청휘의 오행의 힘을 공격해 들어갔다.

퍼엉!

오행의 힘이 파괴되고, 정학이 주먹으로 운청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무수히 쇄도해 오는 공격을 받아내던 중, 운청휘의 눈에 문득 조롱의 빛이 스쳤다.

“열 가지 오행의 힘이 부럽던가? 그래, 다른 오행의 힘을 보여 준다면 어찌할까?”

운청휘가 여유롭게 외치며 순식간에 삼십여 장을 물러났다.

그의 몸에서 열 가지 오행의 힘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운청휘가 손을 치켜드니, 불길하고 스산한 소리와 함께 11번째 오행의 힘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정학의 입이 벌어졌다. 그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힘이 도래하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힘에서 단지, 죽음의 기운만이 느껴지고 있었다.

솨아! 솨아!

운청휘가 허공에 손짓할 때마다, 새로운 오행의 기운이 나타났다.

부패와 쇠락의 기운이 허공을 짙게 물들였다.

이어, 14번째와 15번째 오행의 힘이 정학의 눈앞에 나타나며 그를 실성 직전까지 몰아갔다.

수백 년을 살아오며, 정학은 오행의 힘을 이리 많이 본 적이 없었다.

더욱이 14번째, 15번째 힘에서는 파멸과 파괴의 기운이 짙게 풍겼다.

그때, 정학은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11번째부터 15번째까지의 힘을 보니 뒤늦게 떠오른 것이 있었다.

죽음, 부패, 쇠락, 멸망. 파괴.

이는 천인오쇠를 뜻하며,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힘이었다.

마치 제방을 무너뜨리는 사나운 물길처럼, 세찬 힘이 정학을 휩쓸었다.

쿠르릉!

무수한 폭발은 그 여파를 사방으로 퍼트렸고, 수십만 장 내의 초목이 시들어 가루로 흩어졌다. 지면은 쩍쩍 갈라지며 죽음의 대지가 되고 말았다.

무수한 생명이 대지에서 기운을 얻고, 양분을 섭취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순간부터, 천인오쇠의 힘이 닿은 대지는 영원히 한 포기의 풀도 자라지 않을 터였다. 진정한 폐허가 만들어진 셈이다.

운청휘가 처음 선보였던 열 가지 오행의 힘은 공격 계열이었지만, 천인오쇠는 10대 선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선계의 힘이었다.

이들 천인오쇠는 앞선 열 가지 힘과 다르게, 정학의 몸에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마치 둑에 난 작은 구멍이 둑을 무너뜨리듯, 그의 육신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백 년을 한꺼번에 늙은 듯 생기를 대량으로 잃어가고 있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정학이 겁에 질려 중얼거렸다. 그의 몸에서 생기가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무위와 수명도 손에 쥔 모래처럼 새어나가고 있다.

이러다가는 일다경도 지나지 않아 그는 오래되어 부식된 물건처럼 바스라지고 말 터였다.

“영단경 9단계로 나를 상대할 수 있을 성싶던가?”

운청휘가 하찮다는 눈으로 정학을 바라보았다. 본래는 오행의 힘으로 끝장을 낼 생각이었으나, 마음이 바뀌었다.

“나와라.”

운청휘의 부름에 참천검집이 그의 손안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운청휘가 망설임 없이 손을 내지르자, 검집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정학의 심장을 찌르고 돌아왔다.

검집의 끝부분에는 수정처럼 투명한 구슬이 박혀 있었다.

마종이었다.

운청휘는 천인오쇠의 힘으로 장막을 만들고, 영력화장으로 장막을 감싸 마종을 이중으로 뒤덮었다.

‘천인오쇠로 마종을 가두었으니, 궁우신도 마종이 연화되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순 없겠군.’

도원마종의 소유자인 궁우신은 그가 심은 마종이 사라지면, 곧바로 감지해낼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의 이야기다. 운청휘는 천인오쇠로 마종을 가두었으니, 궁우신이 연화를 알아차리는 건 한발 늦은 후의 일이 될 터였다.

영라 반지에 마종을 넣은 운청휘는 신식으로 정학의 혼을 빼내, 단번에 부숴 버렸다.

파앗!

운청휘의 성질을 한계까지 건드린 이들이 그러하듯, 정학도 혼이 소멸하는 죽음을 맞이했다.

할 일을 마친 운청휘는 몸을 돌려 황성으로 향했다.

성벽을 지나는 순간, 그는 토 속성 오행의 힘을 사용하여 성벽의 틈새를 메웠다. 이어 풍 속성 오행의 힘으로 사람들을 속박하고 있던 밧줄을 끊어 버렸다.

천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모두 속박에서 풀려나 환호했다.

“대지치유(大地治愈)!”

운청휘는 가장 먼저 몸이 잘린 빙백사에게 다가가, 토 속성 오행의 힘으로 치유술을 펼쳤다.

만물을 감싸는 어머니와 다름없는 대지의 힘을 빌려, 대상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기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빙백사의 절단된 몸에서 새로운 살이 돋아나며 빠르게 자라기 시작했다.

“쉬이……!”

빙백사가 혀를 날름거렸다. 커다란 두 눈이 감격으로 글썽거리고 있었다.

치료를 마친 운청휘가 공휘에게 다가갔다.

빙백사와 똑같은 수법으로 공휘를 치료한 후, 운청휘는 성공학관의 원장 마라도 치료해 주었다.

정학 일행을 죽이는 데 소모한 시간은 일각도 걸리지 않았지만, 운가의 사람들과 성공학관의 일원들을 치료하는 데는 꼬박 한 시진이 넘게 걸렸다. 상처의 경중을 고려해 세심하게 치료한 까닭이다.

이때, 상공에 두 개의 신형이 나타났다.

서북쪽 황무지에서 방금 도착한 김태연과, 빙백사의 아버지 장소걸이었다.

“운 공자!”

두 사람이 운청휘 앞에 내려왔다.

“장소걸, 저들을 잘 돌보거라!”

운청휘가 장소걸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운 공자!”

장소걸은 급히 대답했다.

“네 일족을 구하러 가자꾸나.”

운청휘는 일찍이 신식으로 황궁에 감금된 30여 명의 흡혈 박쥐족을 파악해 두었다.

“이급 마종 두 개를 심어 놨군.”

운청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마도 정학의 짓이리라.

“마침 이급 마종을 해제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던 참이었다.”

운청휘는 진관해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의 본체는 영변경의 노괴였지만, 영신에 일급 마종이 심어진 까닭에 무위를 숨기고 있었다.

그에게서 마종을 안전히 제거할 수 있다면, 진관해는 천검종을 초토화시키고도 남으리라. 궁우신의 마지막이 다가온다고 생각하자, 운청휘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운청휘는 곧바로 김태연과 함께 황궁의 감옥 바깥으로 몸을 날렸다.

정학 일행이 진법을 펼쳐 임시로 생성한 감옥이었지만, 운청휘의 손짓 한 번에 덧없이 파괴되었다.

운청휘는 이급 마종이 심어진 두 박쥐족에게 다가간 후, 그들의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잠시 후, 그는 열여덟 가지 오행의 힘을 동시에 방출했다.

지금까지 보였던 15가지의 오행의 힘을 제외하고서라도, 새롭게 선보인 힘 세 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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