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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73화 (173/430)

제173화

공격과 천인오쇠의 힘을 제외한 세 가지의 힘은 도덕, 질서, 인애라 불린다.

선계에서 왕자 오행이라고 불리는 이 힘은 우주가 존재하는 근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떠한 힘도 이 세 가지 힘을 뛰어넘을 수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선계에서는 힘을 상징하는 기운 그 자체였다.

열여덟 가지의 오행이 힘이 두 박쥐족의 몸으로 들어가자, 운청휘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일단 천인오쇠로 마종을 감싸자 마종의 기가 약해졌다. 그때, 열 가지 오행의 힘으로 마종의 힘을 강제로 뽑아냈다.

물 흐르듯 두 가지 일을 마친 후에는, 참천검집으로 그들의 몸에서 마종을 빼냈다.

운청휘가 세 가지 왕자 오행의 힘을 쓰자, 마종에 갇혀 있던 영혼이 스르륵 빠져나왔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은 운청휘는 왕자 오행의 힘으로 영혼을 감싸 그들의 몸으로 돌려보냈다.

“후!”

모든 걸 마친 운청휘는 힘이 쭉 빠진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드디어 해냈군.”

정신력이 지나치게 소모되어, 마치 열흘은 잠들지 못한 것만 같았다.

왕자 오행의 힘은 아무리 운청휘라도 과도한 정신력을 소모케 했다.

“김태연, 모두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라.”

운청휘가 김태연에게 부탁했다.

“반경 삼만 장 내에 누구도 출입할 수 없도록 금지하도록.”

“네, 운 공자!”

김태연은 곧장 일족을 데리고 떠나, 운청휘가 말한 범위를 호위하였다.

쿵, 쿵, 쿵.

땅을 흔드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호랑이의 몸에 용과 같은 꼬리를 단 거수가 운청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인간의 육신은 선천경에 도달했지만, 거수 형태의 내게는 정학의 마종이 필요하겠군.”

인간 운청휘와 거수 운청휘가 동시에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거수 운청휘가 천천히 다가와, 발굽 하나를 인간 운청휘의 등에 올려놓았다.

후우우…….

웅후한 영력이 밀려들어와 운청휘의 지친 정신과 몸을 회복시켜주었다.

운청휘는 보답이라도 하듯 영라 반지에서 마종을 꺼내, 거수 형태의 자신의 입에 넣어 주었다.

“최소 보름. 정학의 마종을 연화시키려면 그 정도 시간이 걸리겠구나.”

운청휘는 토 속성 오행의 힘을 펼쳐 삼백 장 깊이의 거대한 구덩이를 파냈다.

그러자 거수 운청휘가 그 안으로 뛰어내렸고, 운청휘는 거대한 토양을 일으켜 구덩이를 메웠다.

이후 기를 숨기는 진을 8개나 겹쳐 거수 운청휘의 흔적을 가렸다.

“영변경의 노괴라도, 이 진법을 헤아려 나를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법을 설치한 운청휘의 중얼거림에서 차가운 살기가 묻어나왔다.

“거수 형태의 내가 선천생령이 되었을 때 융합하면, 궁우신에게 정면으로 맞설 수 있겠군.”

보름, 그때라면 할 수 있다.

운청휘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보름 후, 궁우신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말리라!

“감히 채아에게 마종을 심다니. 궁우신, 네놈의 영혼까지 파멸시켜 주마!”

그 후, 운청휘는 천운왕조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조부와 백부, 사촌 형과 저녁을 들고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조부 운상이 뭔가를 묻고 싶어 했지만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백부 운한이 대신 입을 열었다.

“청휘야, 네 부모의 소식을 들려주지 않겠느냐.”

운청휘는 망설이다가 결국 말했다.

“조부님께서 천운성을 떠나계신 동안, 제 부모님은 채아를 입양했습니다. 그 아이는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어 천검종의 제자가 되었고, 부모님은 채아와 함께 천검종에 계십니다.”

운청휘는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적당히 둘러대었다.

“그럼 네 부모와 연락은 할 수 있더냐?”

조부 운상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내일 떠나서 부모님을 찾아뵙겠습니다.”

운청휘는 미소를 지었다.

“채아가 천검종의 수련을 마치면, 채아는 금의환향할 겁니다. 그때 부모님도 함께 오실 수 있을 겁니다.”

구체적인 기한은 말할 수 없었다.

보름 후 궁우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를 반드시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어느덧 새벽이 지나, 태양이 동쪽 하늘에서 빛을 뿜었다.

그때 운청휘는 이미 황궁을 떠나 운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점심 무렵에는 안양행성의 안양성에 도착하여, 혈문전 상공에 떠올라 있었다.

그는 곧바로 신식을 사용했으나, 이상하게도 진관해가 감지되지 않았다.

운청휘가 상공에서 내려와 장로 한 명을 붙들고 물었다.

“운 공자, 천검종이 전주를 불러들여 천검종에 돌아갔습니다.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모든 전수 제자와 장로가 함께 맞아야 한다고 하네요.”

혈문전의 장로가 공손히 말했다.

“귀한 손님이라?”

어떤 손님이기에 급히 불러들였단 말인가?

운청휘는 호기심을 품고 전송진을 통해 천검종으로 돌아왔다.

“응?”

다시 돌아온 천검종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눈이 닿는 곳마다 초롱을 달아 놓았고, 오색 끈으로 화려한 장식을 해 두지 않았는가.

전송진을 지키는 제자들의 수도 늘어 있었다.

“영주에서 손님이 왔다지? 얼마나 귀한 손님이길래 전수 제자와 장로들뿐만 아니라 종주와 원로들까지 나온 거람!”

“성녀를 제외하면 종내의 모든 주요 인물들이 다 나온 셈이야!”

천검종, 성성!

모든 전수 제자, 장로가 두 줄로 성성 입구 양쪽에 서 있었다.

궁우신과 10여 명의 원로들은 한 청년을 둘러싸고 있었다.

청년은 창백한 얼굴에 평범한 외모를 지녔으나, 그에 어울리지 않게 호화로운 접대를 받고 있었다.

원로들 또한 주인을 만난 개처럼 시종일관 굽실거렸고, 궁우신의 얼굴에도 아부하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풍(风) 공자님, 성성에 연회석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궁우신이 청년에게 공손히 말했다.

“괜찮소!”

풍 공자라 불리는 청년이 손사래를 쳤다.

“이번에 천검종을 방문한 건 마음을 다스려 현경으로 돌파할 계기를 찾으려 하는 것뿐이니, 조용한 방 하나만 내주시게.”

“궁 종주, 우리 공자님은 검소한 것을 좋아하시오. 이렇게 큰 환대는 공자님의 규율을 깨는 일이라오.”

그때 풍 공자 뒤에 서 있던 젊은 하인이 입을 열었다.

“아아, 노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즉시 연회를 물리지요.”

궁우신이 급히 말했다.

“되었네. 이왕 공자님께서 오셨으니 그들도 영주 8대 공자의 풍모를 한 번쯤은 볼 영광을 누려야지.”

하인이 손을 흔들고는 오만한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천검종의 전수 제자, 장로 대부분께서는 영주를 가본 적이 없으시지요? 이번 기회에 10대가 덕을 누릴 우리 공자님을 뵙게 해드리지.”

하인이 문득 궁우신을 돌아보며 내뱉었다.

“하지만 궁 종주, 그대들 천검종의 전수 제자들은 양성음쇠가 심하군!”

하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100여 명의 전수 제자들이 서 있었다.

개중 80여 명이 남성이었고 나머지는 여성이었으며 평범한 외모를 지녔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궁우신이 잠시 어리둥절해하는데, 하인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우리 공자님께서 얼마 전 상고전장터에서 여성들이 수련할 수 있는 절세무공 몇 편을 얻으셨네. 천검종에서 인연이 닿는 이들에게 전수할 생각이네.”

궁우신은 그제야 하인의 말뜻을 이해하고 껄껄 웃었다.

“풍 공자의 후한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하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단, 조건이 있네. 공자께서 얻은 무공은 뛰어난 여인만 익힐 수 있으니 확실히 판별하여 보내게.”

‘풍 공자’ 일행은 성성에서 가장 호화로운 빈관으로 안내되었고, 궁우신은 천검종의 사람들과 함께 물러났다.

그 후, 궁우신은 원로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열였다.

“종주, 영주 풍가가 비록 거물이지만, 풍소우(风少羽)는 그저 사생아인데 우리가 왜 이렇게 비굴하게 나가야 합니까?”

“영주 8대 공자는 무슨, 우리 천검종은 그들이 누구이며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습니까?”

“하인이 한 말은 또 어떻습니까. 우리 천검종이 기루라도 되는 줄 아나 봅니다!”

원로들이 일제히 불평을 쏟아내자, 궁우신이 손을 흔들어 그들의 말을 끊었다.

“비록 풍소우는 쓰레기지만, 그의 형은 진정한 8대 공자가 맞네. 풍소우를 통해 그의 형에게 접근할 수 있다면, 우리 천검종도 영주로 돌아갈 수 있겠지.”

말을 마친 궁우신이 한 노파에게 시선을 던졌다.

“가설(柯雪), 얼마 전 자네가 사소연이라는 여제자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모두 재색이 뛰어난 인재라고 들었네만.”

호명된 노파 가설의 안색이 변했다.

“종주, 설마 제자를 풍소우에게 바치라는 것입니까?”

궁우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제자가 풍소우의 환심을 산다면, 본좌가 자네의 마종을 회수하도록 하겠네.”

탐탁지 않아 하던 가설의 얼굴에 별안간 화색이 돌았다.

“오늘 저녁, 제자를 보내겠습니다.”

궁우신이 또 다른 원로를 응시했다.

“원야(袁野), 자네가 몰래 수련하고 있는 것을 아네. 10명만 보내게. 그럼 자네에게도 자유를 약속하지.”

궁우신의 시선이 닿은 원로가 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정말입니까? 하하하, 마침 딱 10명이 남아 있습니다. 풍소우의 마음에 들리라 확신합니다.”

가설과 원야가 물러나자, 다른 원로들이 질투의 시선을 보냈다.

이들 원로들 또한 궁우신이 마종을 심은 자들로, 그들의 생사를 포함한 모든 자유가 궁우신에게 달려 있었다.

자유, 그들에게는 가장 큰 꿈이자 달콤한 유혹이었다.

“종주, 소인 손녀가 있는데…….”

“괜찮네. 가설이 바치는 10명의 여인들로 이미 충분하네.”

궁우신은 딱 잘라 말하며 회의를 종료했다.

한편, 운청휘는 진관해의 숙소를 찾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관해가 소도도와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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