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77화 (177/430)

제177화

연회가 시작되기 이 각여 전, 초청받은 인물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대부분 자신과 신분이 비슷한 자들끼리 앉았고, 이따금 내문 제자들이 전수 제자와 장로들을 보고 당황해 허둥거렸다.

그때, 하늘에서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풍 공자께서 오셨습니다. 여러분, 일어나 잔을 드십시오!”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분홍 옷을 입고 꽃바구니를 든 10여 명의 소녀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언뜻 보기엔 도원에서 내려오는 선녀처럼 보였다.

소녀들의 뒤에서 얼굴이 창백하고 기를 갈무리한 청년도 내려오고 있었다.

“풍 공자님!”

운청휘가 있는 탁자를 제외하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손에 술잔을 들고 무대 앞의 청년에게 향했다.

“응?”

느닷없이 허공에서 거문고 소리가 들렸다.

푸른 옷을 입고 거문고를 타는 절세 미모의 소녀가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사소연!”

운청휘는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사소연은 평온한 얼굴로 거문고를 탔다.

연주가 끝나자, 그녀는 거문고를 아공간 반지에 넣고 술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소첩, 풍 공자께 건배하겠습니다!”

풍소우는 이미 사소연에게 빠져든 듯, 술잔을 가볍게 부딪치더니 바로 들이켰다.

“영주 8대 세가 중 하나인 풍가에서 온 나 풍소우가 오늘 연회 참석한 귀빈들께 감사드리오!”

풍소우가 웃으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풍 공자의 초청을 받았다는 것은 우리들의 영광이니 어찌 오지 않겠습니까!”

전수 제자와 장로 무리들이 앞다투어 말했다.

“이만 자리에 앉아주시길!”

풍소우는 사소연을 데리고 무대와 가장 가까운 상석에 자리 잡았다.

“이상해…….”

운청휘 옆에 앉은 진관해가 갑자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운청휘가 진관해를 봤다.

-사부님도 아시다시피, 사소연의 몸에 변화가 없습니다.

진관해가 음을 전하자,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풍소우의 성격이라면 이미 사소연을 취하고도 남았을 텐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듣고 보니 운청휘도 의아함을 느꼈다.

사소연의 무위가 높거나 그녀의 뒷배가 든든하다면, 풍소우라도 그녀를 손댈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사소연은 둘 다 해당하지 않았기에, 진관해가 기이하게 여긴 것이다.

더욱이 풍소우의 옆을 지키는 10명의 소녀들은 손을 댄 흔적이 있기에 진관해의 의문만 커져갔다.

연회가 시작되고 이 각이 지났을 무렵.

풍소우가 별안간 술잔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검동, 시작하자.”

“네, 공자님!”

대답과 함께, 검동이라 불린 하인이 무대 위로 몸을 날렸다.

“천검종의 친우들이여, 우리 공자께서 여러분들을 이곳에 모이게 한 것은 여러분들을 대접할 뿐만 아니라 선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선물?”

무대 아래에 있던 전수 제자들과 장로들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그들은 풍소우의 신분와 무위를 잘 알고 있으니, 그가 말하는 선물은 출세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검동은 아공간 반지에서 10권의 무공서를 꺼냈다.

운청휘는 신식으로 곧바로 무공서를 파악했는데, 전부 소천급 무공이었다.

소천급, 천급 바로 위의 등급이었다.

10권의 무공서 외에도, 검동은 명부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 명부에 있는 분 중, 호명되신 분은 또 다른 행운을 거머쥐실 수 있습니다. 만약 무대에서 시합하신다면 우리 공자께서 선택하실 수 있지요.”

검동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의아한 빛을 띠었다.

무대에서 시합하여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풍소우의 마음에 들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설령 패배하여도 풍소우의 마음에 들면 이득이 있는 셈이고, 승리하여도 풍소우의 마음에 들면 허울뿐인 승리가 된다.

그러나 그 조건이 무엇인지 어찌 알겠는가? 점차 사람들의 눈썹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하하. 말씀드리는 걸 잊었습니다. 이 무공들은 전부 소천급의 무공입니다!”

많은 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걸 알아차리고, 검동이 재빨리 말했다.

“뭐라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 눈을 부릅떴다.

“소, 소천급무공이라니! 풍 공자께서 아무리 부유하다시지만 한 번에 소천급무공서 10권을 내리신단 말인가!”

일반 무인의 눈에는 천급 무공이 가장 드높은 무공이겠지만, 이 자리에 있는 천검종의 사람들은 천급 무공 위에 존재하는 소천급의 무공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소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던가? 그들로서도 소천급의 무공은 탐나는 존재였다.

“은도염(隐刀炎)! 웅가휘(熊家辉)! 임소산(林小山)!”

검동이 빠르게 호명하자, 마흔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인 세 명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여러분 셋은 천검종에서 가장 뛰어난 전수 제자이니 저희 공자님께서 가장 먼저 세 분께 드리고자 합니다!”

검동은 그들을 보며 미소 짓더니 무공서 3권을 날려 보냈다.

“풍 공자님의 선물에 감사드립니다. 이후 풍 공자님이 원하시면 저희는 불바다에 뛰어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세 사람은 감격하여 거듭 인사를 올렸다.

이들은 영단경 8단계의 무위를 지녔는데, 전수 제자들 중에서도 전투력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걸출한 인재들이었다.

검동은 그들을 향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 후, 다시 명단으로 눈을 돌렸다.

“방북이라는 분이 어느 분입니까?”

“여…… 여기 있소!”

대략 일흔이 가까워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우리 공자님께선 규칙을 지키는 사람을 선호하십니다. 노조께서는 천검종의 규율을 집행하시는 장로니, 이 소천급무공을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한 권의 무공서가 날아가 방북의 손에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풍 공자. 이 노부는 죽을 때까지 충성을 맹세할 수 있습니다!”

방북은 감격하며 무공서를 얼른 챙겨 넣었다.

풍소우와 상당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던 진관해를 비롯하여, 운청휘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들과 방북은 초면이 아니었다. 운청휘가 처음으로 천검종에 왔을 때, 방북의 부하들에게 멸시당하지 않았던가?

-사부님. 풍소우의 의도가 수상합니다. 은도염, 웅가휘, 임소산은 전수 제자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는 이들이니 받을 자격이 되지만, 왜 방북에게도 주었을까요? 그는 영단경 1단계이자 집법당을 관장하니 내문 제자들에게만 영향이 있을 뿐, 장로들 중에서도 가장 지위가 낮습니다. 그런 이에게 무공을 주었다면 필경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별안간 진관해가 전음을 보내기 시작했다.

-사부님께서도 기억하시겠지만, 천검종에 오실 당시 방북의 부하들이 사부님께 무례를 저지르지 않았습니까. 제 기를 꺾기 위해서입니다. 방북은 다양하게 제자를 괴롭혔고, 제 몇몇 내문 제자들마저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우선은 지켜보지.

운청휘는 아무런 표정 없이 전음으로 답했다.

-풍소우가 정녕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면, 끌어내려야 마땅하지.

운청휘의 고개가 느릿하게 끄덕여졌다.

-14일 후면 제자의 본체가 천검종에 도착합니다. 사부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운청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진관해의 본체가 오는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14일 후라면 거수 형태의 운청휘도 선천경의 경지에 도달하리라. 그때 두 육신이 결합한다면 전투력으로 궁우신을 상대할 승산이 있었다.

“은도염 사형, 웅가휘 사형, 임소산 사형, 방북 장로, 풍 공자의 명령이니 이곳에 앉으시길!”

그때, 사소연이 낭랑한 목소리로 네 사람을 불러들였다.

“풍 공자의 초청에 감사드립니다!”

감격한 그들은 서둘러 풍소우와 가까운 자리로 옮겨 앉았다.

“풍 공자!”

그들의 눈빛에 더없는 기쁨이 넘실거렸다. 재빨리 예를 갖춘 이들이 자리에 앉자, 검동이 2명의 전수 제자를 호명했다. 전의를 불태우며, 두 전수 제자가 무대 위로 날아들었다.

“두 분, 시작하십시오!”

검동의 신호를 필두로, 두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비록 승자에게 소천급무공이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는 것보다는 모양새가 좋지 않겠는가?

일 각여의 격전 끝에, 대결의 승패가 가려졌다.

검동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승부가 이미 났으니 내려오세요. 다음은 황안(黄安)과 이자목(李子木)!”

무대 위의 접전이 얼마나 치열하든, 소천급 무공을 향한 열망이 얼마나 간절하든 운청휘와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이미 그는 사소연을 발견한 순간부터 이 연회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다만 그 이유를, 추측하는 것마저 성가셨다.

풍소우는 감히 자신의 눈에 들 자격도 없는 자였다. 그런 자가 꾸미는 심계를 알아서 무엇 하겠는가?

“눈을 좀 붙여야겠구나. 만약 나를 호명하거든, 관해 네가 거절하거라.”

운청휘가 불쑥 내뱉었다.

“엇, 괜찮겠는가. 운 형제?”

놀라는 소도도와 달리, 진관해는 운청휘의 의중을 알아차린 듯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만약 나를 깨우라 하거든, 내 이름을 크게 세 번 외치도록.

운청휘가 진관해에게 따로 전음을 보냈다.

“강해, 엽추월. 너희가 호명되더라도 거절하도록.”

강해와 엽추월에게도 당부한 운청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얼핏 보기엔 잠이 든 듯했지만, 그의 영혼은 그의 몸을 떠나 성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신식으로 기운을 숨긴 덕분에 궁우신의 눈길을 피할 수 있으니, 운청휘는 성성 안을 거리낌 없이 날아다녔다.

일 다경 후, 성전 상공에 도달한 운청휘의 영혼은 천천히 신식의 범위를 넓혔다.

성전 최심부, 대나무 누각에서 채아의 기운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전에 신식으로 살폈던 채아는 선천경 8단계에 이르러 있었으나,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절반의 영단경에 도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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