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화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러나 지금은 본 공자에게 원한을 샀으니, 죽어라!”
풍소우가 이를 갈며 말하는 순간, 그의 신형이 허공에서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운청휘의 신형도 스르륵 흩어져 버렸다.
아래에 있던 이들이 두 사람의 모습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지만, 드넓은 무대 위 어디에서도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콰아앙!
그때, 높은 허공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사람들이 놀라 시선을 올려 보니, 마치 명절을 맞아 불꽃놀이를 하듯 수많은 빛이 번쩍거릴 뿐, 두 사람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폭발을 헤아리기도 벅찰 지경이었다.
“운청휘와 풍 공자가 하늘에서 싸우고 있어!”
“저 무대로는 싸우기 너무 비좁은 모양이야!”
“응? 그들은 더 먼 하늘로 갔어. 우리가 빨리 쫓아가자!”
그들의 대결은 점차 성성의 중심부로 옮겨 갔다.
쾅!
영단경의 힘은 면적 천 평의 저택을 삽시간의 평평한 대지로 만들어 냈다. 풍소우가 쏘아낸 힘이었다.
“응? 운청휘, 아직도 영단의 힘을 쓰지 않는 게냐?”
풍소우가 조롱하듯 외쳤다.
그러다 그를 맞이한 것은 운청휘가 일으킨 오행의 불바다였다.
“흩어져라!”
풍소우가 손을 휘두르니,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었던 불바다가 가시며 맑게 개였다.
후우우…….
이어 포효하는 폭풍이 풍소우를 덮쳐들었다.
“어? 두 가지 오행의 힘을 터득한 게냐? 응? 세 가지구나!”
풍소우가 흥미롭다는 듯 눈에 이채를 띠었다.
폭풍에 이어 거대한 파도가 하늘을 넘실거리며 풍소우에게 돌진했다.
“세 가지 오행의 힘은 영주에서도 겨우 중등의 자질일 뿐!”
풍소우가 말할 때, 운청휘가 내뿜은 풍, 수 두 가지 오행의 힘을 깨뜨렸다.
“오행의 힘으로 덤비겠다는 것이냐? 그럼 장단을 맞춰 줘야지.”
풍소우가 한 번에 네 가지 오행의 힘을 소환했다.
아래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운청휘가 세 가지 오행의 힘을, 풍 공자는 네 가지 오행의 힘을……!”
천검종의 전수 제자, 장로들은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오행의 힘을 터득한 것을 처음 봤다.
하늘도 놀라고 땅도 요동을 칠 대결이 바로 이곳에서 벌어진다고 여길 수밖에!
돌연 운청휘가 돌풍에 휘감친 채 성성 중심부를 향해 날아갔다.
“아직도 도망가는 게냐?”
풍소우는 코웃음을 치며 운청휘를 쫓았다.
진관해는 운청휘의 움직임을 보고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운청휘와 반대 방향으로 쏜살같이 내달렸다.
그곳에는 성성을 떠나는 전송진이 있었고, 진관해는 전송진을 통해 안양성으로 향했다.
“진 장로, 또 안양성에 돌아오셨나요!”
전송진을 지키는 이들이 진관해를 알아보고 인사했지만, 진관해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이윽고 소도도 등 일행이 전송진을 나오자, 진관해의 입술이 빠르게 달싹였다.
“나생문!”
돌연 살상진을 내던지니, 전송진을 지키던 이들은 그 자리에서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제 천검종에 있는 이들은 전송진을 통해 안양성으로 올 수 없으리라.
진관해가 진을 손보는 동안, 운청휘는 줄곧 풍소우를 뒤로하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는 성전 상공에 도달해서야 도주를 멈췄다.
“천인오쇠!”
뒤를 돌아본 순간, 운청휘가 천인오쇠의 힘을 방출했다.
쾅!
운청휘를 쫓아오는 데 급급했던 풍소우는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그대로 공격을 몸으로 받아냈다.
그동안 운청휘의 신식은 채아를 찾아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윽고 빛과 같이 대나무 누각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청휘 오라버니……?”
채아가 눈이 휘둥그레져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영혼이 떠난 뒤 지금까지 이 각이 채 지나지 않았다.
“받거라. 영신과로 만든 네 육신이다.”
운청휘는 영라 반지에서 채아와 꼭 닮은 영신과를 꺼냈다. 흰옷을 입은 걸 빼면 채아의 쌍둥이 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완벽했다.
“시간이 없구나. 소도원마종을 이동시킬 방법을 전해 주마.”
풍소우가 뒤쫓고 있기에, 채아에게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운청휘는 채아의 머릿속에 마종이 옮겨지는 과정을 신식으로 심은 후 말을 이었다.
“궁우신이 왔으니 이만 가 보마. 부모님을 구하고 나면 꼭 너를 데리러 오마. 기다리고 있거라.”
말을 마친 운청휘의 신형이 스륵 사라졌다.
“운청휘를 잡아 주게. 이 일이 끝나면 형님께 당신을 추천하지!”
거의 동시에, 풍소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운청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어 보니, 풍소우는 혼자가 아니었다.
얼굴이 기이하게 흐릿하고, 신비로운 기를 뿜어내는 이를 대동하고 있었다.
천검종의 종주, 궁우신이다!
“네놈은!”
궁우신이 단번에 운청휘를 알아보았다.
연라성에서 그를 만났을 때 궁우신은 소도도에게만 집중하느라 운청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쾅, 드드득!
운청휘는 대답 대신 영력화장과 화 속성 오행의 힘을 뒤섞어 거센 불바다를 내뿜었다. 동시에 그의 모습은 성성 바깥으로 다급히 날아갔다.
“금, 목, 수, 화, 토, 풍, 빙, 뇌, 암, 광!”
운청휘가 도주하면서 후방을 향해 오행의 힘을 끊임없이 발사했다.
“열 가지 오행의 힘?”
궁우신이 눈을 휘둥그레 떴지만, 이내 그 눈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궁우신은 운청휘를 쫓아가며 오행의 힘을 뚫고 손을 오므렸다.
그의 손에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구슬이 생성되었다.
소도원마종이었다!
“소도원마종!”
운청휘도 궁우신이 들고 있는 것을 알아보았다.
이미 영신과를 채아에게 건넸으니, 소도원마종에 당하면 운청휘도 영원히 조종당하는 신세가 될 터였다.
“천인오쇠의 우리!”
운청휘가 고함과 함께 손을 휘두르니, 천인오쇠가 우리를 형성하여 궁우신에게 날아갔다.
단 한 번의 시도에, 궁우신이 우리에 갇혔다.
그러나 궁우신은 언제든지 부술 수 있다는 듯 여유롭게 소도원마종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응?”
돌연 궁우신의 안색이 서서히 굳었다. 슬슬 지루해져 우리를 빠져나가려 했건만, 우리가 부서지지 않았다!
“이…… 이것은 천인오쇠!”
궁우신은 빠르게 천인오쇠를 알아차렸으나, 감탄사만 내뱉을 뿐이었다.
“저…… 전설 속의 천인오쇠를 터득한 사람이 있을 줄이야.”
전설에 따르면, 인세의 종말이 올 때 하늘은 천인오쇠를 내려 만물을 거둬들인다고 한다.
즉 이러한 전설 속의 힘을 목도할 날을 기대하지 않았던 궁우신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영단경 무인의 몸에서 그러한 힘을 보다니!
기이하게도, 풍소우와 궁우신은 이미 운청휘를 선천경 무인이 아니라 영단경 무인으로 보고 있었다.
‘반드시 굴복시켜야 한다. 채아보다 더한 가치가 있는 자야!’
탐욕이 가득한 표정이 궁우신의 얼굴에 떠올랐다.
콰앙!
그 순간, 무수한 현력이 궁우신의 전신에서 뿜어져나와 그를 가둔 천인오쇠의 우리를 부숴 버렸다.
현경 무인만이 지닐 수 있는 힘이니, 천인오쇠의 우리라 한들 버티지 못한 것이다.
궁우신은 마치 축지법을 쓰듯이 끊임없이 운청휘를 뒤쫓아 허공에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수천 장마다 모습을 한 번씩 드러내던 그는 눈 몇 번 깜박일 새도 지나지 않아, 운청휘를 삼천 장 거리를 두고 따라잡을 수 있었다.
“천인오쇠의 우리!”
운청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순식간에 천인오쇠의 우리를 십여 개 내보냈다.
그러나 궁우신은 허공에 연신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라지며 겹겹으로 쳐진 우리를 가뿐하게 통과해냈다.
삼백 장.
어느새 그들 사이의 거리는 그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궁우신 정도의 무인에게는 한 걸음이나 다름없는 거리였다.
“15계 우리!”
운청휘가 또 열다섯 가지 오행의 힘으로 우리를 만들었다.
“본좌에게 통하겠느냐!”
이미 한 번의 경험으로 궁우신은 더 이상 이 수법에 걸려들지 않았다.
그가 가볍게 우리를 파괴해 버리자, 운청휘는 그 틈을 타 거리를 벌렸다.
‘방법이 많지 않군. 지금은 몸을 희생할 때인가…….’
방금의 접전으로 운청휘는 그와 자신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운청휘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점이다.
그는 방향을 바꿔 천검종의 상공으로 향했고, 3천 장 고공까지 솟아올랐을 때 그의 머리 위로 결계가 드리웠다.
운청휘는 신식으로 몸을 감싸 자신의 기를 진법에 융합하였다.
손쉽게 결계를 통과한 운청휘와 달리, 뒤에서 쫓아오던 궁우신은 진법 결계를 마주하자 검은 깃발을 휘둘러 결계를 해제했다.
“여기에 결계가 있는 것을 알고 통과까지 하다니?”
이곳에 설치된 진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건만! 궁우신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어젯밤 삼계동(三界洞)에 난입한 사람이 네놈이구나.”
“삼계동?”
운청휘가 되물었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으니,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그가 다녀온 곳은 낙성 산맥의 그 동굴뿐이니, 이름이 삼계동인 듯했다.
운청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 결계의 끝에 이르렀다.
그 너머에는 저승이 있었다.
이곳은 영혼은 지나갈 수 있으나, 육체는 들어갈 수 없는 장소다.
“현경 2단계의 전투력을 보여 주마!”
궁우신이 말할 때, 운청휘는 검집을 꺼내 단번에 그를 찔러들어 갔다.
그러나 궁우신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검집이 닿은 순간 가볍게 되돌리며 운청휘를 내팽개쳤다.
펑!
운청휘와 검집은 함께 날아가 결계 반대편에 부딪혔다.
“15계 오행의 힘!”
운청휘는 결계를 부숨과 동시에 튕겨나듯 궁우신에게 쇄도했다.
그의 손에는 열다섯 가지의 오행의 힘과 교차한 검집이 들려 있었다. 다른 무인에게는 두렵기 그지 없는 기세였으나, 궁우신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어리석긴, 경계의 차이를 모르느냐! 내게 상처 하나 낼 수 없거늘!”
호통을 친 궁우신이 손을 휘두르자, 현경의 힘이 운청휘를 밀어내며 그의 체내에 강한 타격을 주었다.
운청휘는 피를 울컥 토해내면서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