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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183화 (183/430)

제183화

철로 만들어진 우리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갇힌 광경이 보였다. 성인의 손보다 조금 큰 아담한 체구에서는 정순한 기가 흘러나왔다.

혼돈 영수, 기령이었다!

“영수군요…….”

궁우신이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잠든 듯 눈을 감고 있던 고양이가 누군가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눈을 뜨고 으르렁거렸다.

“이 추잡한 노괴야, 살고 싶다면 당장 나를 풀어 주거라. 내 행방을 아는 순간, 운청휘가 네놈의 목숨을 몇 개든 다 없애 버릴 거다!”

기령이 전과 달리 직접 말을 하고 욕설까지 퍼부었다. 추잡한 노괴, 변태, 노망 난 영감 등등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욕을 퍼부어 육진의 18대 조상에게까지 닿을 듯했다.

육진은 익숙해진 듯 손을 흔들어 풍경을 지우고, 궁우신에게 시선을 주었다.

“운청휘와 계약한 영수지. 운청휘가 정말 죽었다면 저 영수도 살아남을 수 없다네. 그래, 본론으로 돌아가지. 노부의 조건을 어찌 생각하는가?”

궁우신은 곤란한 기색이었다.

“만약 다른 것을 요구하신다면 이 후배는 노조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다만 채아는 후배를 현경에서 영변경으로 도달하여 천년을 더 살게 해 줄 인재입니다. 부디 채아만큼은 양보해 주십시오.”

“그래, 구음한맥이라면 10년 안에 영변경에 도달하겠지. 하지만 잊은 것 같네. 구음한맥은 하늘이 내린 선물이나 다름없으니, 자네가 삼키려 하면 반드시 천벌이 내리겠지. 그때가 되면, 흐흐, 살아날 수나 있을까?”

육진이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덧붙였다.

“노부가 비록 자네를 영변경으로 이끌 순 없지만, 적어도 일이백 년은 더 살게 해 주지. 물론 채아를 노부에게 바칠 때의 이야기네. 그 외에도 군성문의 힘을 빌려 천검종을 영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면?”

궁우신은 한참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

“노조의 분부를 따르겠나이다!”

육진은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네의 도움이 한 가지 더 필요하네.”

“혹 운청휘와 관련된 일입니까?”

궁우신이 물었다.

“그렇네. 수개월 전, 운청휘와 이씨 성의 여인이 낭야산에서 노부의 영신을 베었지. 노부는 그 복수를 하고자 하네. 다만 간단히 죽이면 이 한을 어찌 풀겠는가? 그와 놀이를 좀 해 봐야겠네. 계획은 이미 세워 두었지만, 천검종의 힘이 좀 필요함세.”

육진이 계획을 밝힌지 반나절 후, 천검종은 휘하의 성에 새로운 법령을 내렸다.

바로 운청휘와 그의 일가에 대한 지명 수배였다!

누구든지 운청휘와 그의 가족들을 생포하면 천검종의 상을 받는다는 내용에, 하루도 지나지 않아 천운왕조에 수십 개의 세력이 몰려들었다.

그중에서도 황성에는 무수한 강자들이 집결했다.

양경 무인들이 선봉에 섰고, 영단경 무인들만 해도 오십여 명이 넘었다.

이러한 무인 세력 앞에서, 황궁은 꼼짝없이 용상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금란전의 용상 위에 영단경의 무인이 비스듬히 앉아 아래쪽에 자리한 수십 명의 선천경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천검종이 내건 상이 아니었다면, 우리 북역 묵가가 이곳까지 올 일은 없지. 하지만 왜 운청휘와 그의 가족들은 보이지 않는가? 설마 세상에서 증발했다는 보고를 하진 않을 테지?”

영단경 무자는 묵가의 가주 묵화(墨火)였다.

“가주님, 삼 장로가 뵙기를 청합니다.”

금란전 밖에서 아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 장로를 들여보내라!”

묵화가 말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운청휘가 머물렀던 성공학관의 사람들도 사라졌습니다. 지금 성공학관은 장역 장가 (张域 张家)가 점령한 상태입니다.”

삼 장로의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금란전 안으로 누군가가 허둥지둥 들이닥쳤다.

그는 예를 갖출 새도 없이 곧장 본론을 털어놓았다.

“가, 가주님! 나, 낭야산에서 운청휘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황궁 안에서, 거수 형태의 운청휘는 마종을 연화하는 동시에 신식을 내보내 북역 묵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 의문이 요동치고 있었다.

첫째, 궁우신은 어찌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는가?

둘째, 궁우신이 직접 나서는 대신 어찌 지명 수배라는 비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는가?

첫 번째 의문은 종잡을 수가 없었지만, 두 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운청휘도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수십 개의 세력을 움직일 수 있는 궁우신. 그의 세력을 보여 줌으로써 운청휘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다만 궁우신이 자신에게 강한 원한을 품지 않은 이상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원한은 운청휘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 궁우신은 그의 동생에게 마종을 심었을뿐더러 부모님을 납치하여 감금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굳이 따진다면 궁우신에게 있어 운청휘는 사냥감이나 다름없었지만, 사냥감을 이토록 궁지에 모는 건 그다지 좋은 방식이 아니었다.

“궁우신이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그는 실망하겠지.”

거수 운청휘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이제 4일 후면 선천경에 도달하니, 그 때 두 개의 육신을 융합할 예정이다. 그리 되면, 그의 무위는 수백, 수천 배는 폭등하여 지금 운청휘를 쫓는 세력은 도리어 사냥감이 되지 않겠는가.

사흘 후, 낭야산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운청휘의 흔적이 낭야산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 이후, 모든 무인들이 낭야산을 에워싼 듯했다.

양경과 선천경 무인들은 각각 대지와 하늘을 담당해 운청휘가 숨어 있을 만한 장소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더불어 여러 세력의 대표들도 잇따라 낭야산에 나타나길 주저하지 않았는데, 그중 한 명은 북역 묵가의 가주 묵화였다.

“운청휘는 정말 잘 숨는군. 낭야산 안팎으로 백 번을 뒤졌는데도 운청휘의 종적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그는 지금 독 안에 든 쥐이고, 그물에 걸려드는 것은 시간문제야.”

“감히 천검종에 죄를 지었으니, 혈살군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지!”

“운청휘의 고향 사람들만 운이 없었지. 천우성은 이역 이가(离域 离家)가 폐허로 만들었고, 수백만 명이 넘는 이들의 집을 불태우지 않았는가.”

“천우성이 대수인가. 천운왕조의 황도는 어찌되었는지 모르는가? 수천만 명이 집을 잃고 온통 폐허가 되었네. 게다가 북역, 이역, 장역 등 대역의 지배 세력이 경고까지 했지. 오늘 내로 운청휘가 나타나지 않으면 천운왕조는 역사에서 지워지게 될 걸세!”

“뭐? 왕조 하나를 멸망시킨다고? 놀랍구만. 천운왕조가 비록 작은 나라지만 수십억 명이 살고 있어. 천운왕조가 멸망하면 수십억 명이 떠돌아다니게 될 거야!”

“흥, 이상한 것은 운청휘야.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큰 세력들이 어째서 천운왕조라는 작은 곳에 왔겠어.”

“저기, 저쪽 하늘 좀 보게!”

누군가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자, 무수한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그곳에는 50여 명의 무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개중 한 명의 시선이 아래를 향하자, 무수한 이들은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

“저, 저들은 대역을 지배하는 세력이자 모두가 영단경의 최강자잖아!”

“나…… 나는 북역 묵가의 가주를 봤어!”

“저, 저건 장역 장가의 가주야!”

“이역 이가의 가주도 있어!”

“젠장, 저들이 모두 출동했다는 건 친히 운청휘를 잡겠다는 건가?”

* * *

천검종, 종파 내 의사전 안.

“운청휘의 종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천운왕조의 낭야산이라고 하는데, 육 장로님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궁우신이 공손한 표정으로 육진에게 아뢰었다.

“급할 것 없네. 무엇보다 노부가 지금 나타나면 이 놀이는 재미가 없지. 자네, 낭야산 안팎을 에워싸서 사면초가의 맛을 알려 주게! 그리고 사람을 시켜 천운왕조를 멸망시키고, 전력을 다해 운청휘의 가족을 찾아야 할 걸세.”

육진의 얼굴에 음흉한 기색이 나타났다.

영신이 운청휘에게 죽었던 장면은 지금도 그의 머릿속을 배회하고 있었다.

“육 노조, 운청휘의 가족들을 찾고 그 자리에서 죽입니까?”

궁우신이 지시를 기다렸다.

“왜 죽이나?”

육진이 되묻더니 얼굴에 옹졸한 기색을 띠며 히죽거렸다.

“운청휘가 채아의 오라비인 건 몰랐다. 섣불리 그의 가족을 죽일 수는 없지. 노부는…… 채아와 혼인할 테니! 그의 가족을 전부 잡아서 천검종으로 데려오너라. 혼례의 증인으로 삼겠다. 더불어 혼인 소식도 널리 알리거라. 이 소식을 운청휘가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으로 궁금하구나!”

이때 천운왕조.

폐허가 된 황궁의 지하.

겹겹이 진법으로 둘러싼 덕에, 거수 형태의 운청휘가 숨어 있는 곳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거수 형태의 운청휘는 사람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는데, 외모와 키가 운청휘와 꼭 닮아 있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는 점뿐이었다.

“선천경 2단계에 단숨에 도달할 텐데…….”

발가벗은 운청휘는 나갈 생각이 없는 듯 홀로 중얼거렸다.

별안간 그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천우성이 파괴되었고, 황성도 파괴되었으니, 이 빚은 청산해야 한다.”

만 리 밖에 있는 낭야산.

장신연 위로 솟아오른 운청휘의 신형은 열여덟 가지 오행의 힘을 온몸에 두르고 짙은 살기를 자욱하게 흩뿌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신식은 삼천 남짓한 양경 무인과 백육십 남짓한 선천경 무인을 감지해냈다.

“어? 살기다!”

“이런, 누가 영단경의 무인을 자극한 건가?”

“이렇게 강렬한 살기는 보통의 영단경 무인이라도 내뿜지 못해. 아마도 묵가의 가주나 장가의 가주급은 되는 강자일 거야!”

“아, 저길 봐……!”

누군가 비명을 지르자 모두의 시선이 서쪽 하늘을 향했다.

“붉은 장포에 빈 검집……. 우, 운청휘가 틀림없어!”

“하하하, 아주 좋아. 우…… 우리가 운청휘를 발견했어!”

“잠깐, 아까의 살기는 운청휘가 내뿜는 것 같은데?”

“뭐 하고 있나! 당장 도망쳐! 우리가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 그의 위치를 알리는 게 급선무야!”

삼천 명 남짓한 이들이 사방으로 우르르 흩어지니 개미 떼가 홍수를 피해 도망가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허공에 떠 있는 운청휘는 가볍게 영력화장을 휘두르는 동시에 오행의 힘을 방출했다.

콰아아앙!

그가 방출한 힘 한 방으로, 마치 수면에 돌멩이를 던져 일어난 파문처럼 충격파가 도망가는 무인들을 강타했다.

두세 번 호흡할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양경 무인은 모두 숨이 끊어져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선천경 무인은 고작 3명만이 땅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선천경 8단계의 무위를 지녀, 이들 중 무위가 가장 높은 이들이었다.

운청휘는 곧바로 손을 내뻗어 그들을 끌어당겼다.

슉! 슉! 슉!

연달아 3가지 오행의 힘이 그들의 배 속으로 흡수되었다.

“가서 운청휘가 여기에 있다고 전하거라. 죽더라도 이곳에 와서 죽도록!”

가늘게 뜬 운청휘의 두 눈에 살기가 등등했다.

이윽고 말을 마친 운청휘는 세 명을 한 번에 날려 보냈다.

“우, 운청휘가 우리를 죽이지 않다니?”

“차,참으로 오만방자하구나. 다른 사람들을 이곳으로 오라고 하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 우리가 소식을 전했다고 원망하지나 마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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