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84화 (184/430)

제184화

날려 보내진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하게 중얼거렸다.

그것도 잠시, 그들의 눈에 원망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곧 세 사람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소속된 가문으로 돌아갔다.

“가주님, 운청휘를 발견했습니다! 아주 오만한 자입니다. 저희더러 직접 와서 죽으라고 하더군요!”

운청휘에게 풀려난 선천경 무인이 가주에게 보고를 올렸다.

“응? 그 말은 운청휘가 자네를 일부러 풀어 주고 우리더러 오라고 통지한 건가?”

보고를 들은 가주가 침착한 얼굴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가주님!”

같은 말은 다른 두 지역에도 전해졌다.

그중 한 명의 선천생령은 황궁을 파괴한 북역 묵가의 사람이었다.

“응? 운청휘가 정말로 우리보고 죽으러 오라고 말했다고?”

묵화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으면 소인 천벌을 받아 영원히 구천을 떠돌 것입니다!”

보고를 올린 무인이 맹세했다.

“아……!”

맹세를 한 선천경 무인이 별안간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온몸에서 핏줄이 벌떡벌떡 솟구치기 시작했다. 두 눈에는 핏발이 서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부릅떠졌다.

“고작 그걸 천벌이라 말하느냐? 어림도 없다!”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안에서 흘러나오더니, 곧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자의 몸이 폭발하고 말았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두 곳에서도 발생했다.

“아아아, 운청휘. 우리 북역 묵가는 네놈을 토막 내겠어!”

“운청휘 이 짐승 새끼야. 감히 내 앞에서 부하를 죽이다니. 네놈을 능지처참하리라!”

“감히 내 앞에서 부하를 죽이다니. 운청휘, 하늘도 네놈을 구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각도 지나지 않아, 온 낭야산에 운청휘의 위치가 전달되었다.

50여 명의 영단경 강자들이 백만 명이 넘는 부하를 거느리고 운청휘가 있는 지역으로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개중에서 무위가 가장 약한 이들도 양경의 무인이니, 실로 공포스러운 행렬이었다.

어느새 낭야산은 동서남북 4방향으로 포위되었다.

“감히 나 묵화의 부하를 죽이다니.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다!”

묵화가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

“묵화, 사적인 감정은 내려놓게. 일단 그를 잡는 게 우선이네!”

“그래, 부하 한 명이 죽었을 뿐이 아닌가? 운청휘를 잡아 그 공을 치하 받는다면 그 마음도 달래질 걸세.”

“일단 운청휘를 잡고, 가족들의 행방도 묻자고. 그리 되면 모든 공이 우리의 차지일세!”

묵화가 있는 대열에는 12명의 영단경 강자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다 한 지역의 세력을 지배하는 가문의 가주들이었다.

“우선 네놈들부터 시작해야겠군.”

허공에 뜬 채 그들을 기다리던 운청휘가 묵화가 있는 영단경 대열을 주시했다.

“금, 목, 수, 화, 토! 풍, 빙, 뇌, 암, 광! 천인오쇠!”

순식간에 열다섯 가지의 오행의 힘이 묵화 일행에게 쇄도했다.

“여, 열다섯 가지 오행의 힘이라니!”

“내……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는 거야?”

그들은 피하는 것도, 저항하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날아오는 공격을 마주했다. 그만큼 15계 오행의 힘이 주는 충격은 그들의 세상을 뒤흔드는 것이었다.

콰르릉!

사방에 온갖 오행의 힘이 뒤섞이니 파멸과 혼돈의 불바다를 이루었다.

“운청휘의 실력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니, 최선을 다하자고!”

그러나 묵화의 대열에 있는 12명의 무인 중 무위가 가장 낮은 이라고 해도 영단경 5단계였다. 그들은 용케 몸을 보호하고, 동시에 영단경의 힘을 끌어올려 운청휘를 공격해 들어갔다.

운청휘는 마치 난동을 피우듯이 오행의 힘을 마구잡이로 쓰는 듯하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명의 영단경 5단계의 무인을 죽였다.

슈웅!

검집에서는 직경 삼십 장 이상의 붉은 검기가 솟구쳐 너울거렸다.

“아……!”

세 명의 영단경 무인이 비명을 질렀지만, 덧없는 외침이었다. 눈 한 번 깜박일 사이에 그들은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운가의 황궁을 파괴했으니, 묵가의 일원은 아무도 살아나갈 수 없다.”

운청휘의 시선이 별안간 묵가의 일원들에게 향하더니, 검집을 한 번 휘둘렀다.

붉게 맺힌 검기가 허공을 가른 순간, 수십만 장의 대지가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휘말린 묵가의 5천 명이 넘는 일원은 순식간에 붉은 고깃덩어리로 화하고 말았다.

운청휘는 망설이지 않고 검집을 끊임없이 휘두르며, 묵화에게 쇄도했다.

묵가를 비롯한 이들은, 천우성과 황성을 차례로 파괴했다. 단지 운청휘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애초에 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은 천검종의 명령 때문이었다. 천검종의 명령 한 번에 운청휘의 고향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장소가 폐허가 되고 만 것이다.

이에 운청휘는 어떻게든 분노를 해소해야 했다.

어떤 끔찍한 짓을 저질러서든, 온 혈살군의 사람들이 운청휘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 생각이었다.

그는 망설임없이 검집을 휘두르며 묵화를 뒤쫓았다.

묵화는 기겁하며 줄행랑을 쳤다.

“우, 운청휘, 진정하게! 비록 운가의 황궁을 파괴했다지만 자네도 우리 묵가의 일원을 모두 죽였어! 워, 원한을 반드시 원한으로 갚아야만 하는 건 아니네! 이대로 넘어갈 수도 있어!”

그는 뛰면서 연신 용서를 빌었다.

운청휘는 말없이 냉소만 흘리다 붉은 검기로 답했다.

콰르르…….

하늘을 두드리는 폭발음과 함께, 묵화의 한쪽 팔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리는가 싶더니 묵화가 비어 버린 팔을 지혈하기 시작했다.

“어서 대열을 이루게! 운청휘가 현경의 무인은 아니더라도 최소 영단경 9단계일 걸세. 힘을 합치지 않으면, 우리는 개죽음을 당할 뿐이네!”

묵화가 고통을 참으며 사방에 소리쳤다.

40여 명의 영단경 무인들이 눈을 번뜩였다. 묵화의 말대로였다. 하나씩 달려들다간 눈앞의 묵화처럼 되기에 십상이었다.

“연계 공격을 하겠느냐? 좋다, 일일이 죽일 필요가 없게 되었구나.”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영단경 무인들이 연합하여 대열을 이루자, 운청휘는 잘됐다는 듯이 입술을 축였다.

이와 같은 참상은 단순히 그의 성정이 포악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였다.

세 번이나 그의 가족들이 붙잡히고, 운청휘를 협박하는 데 이용당했다.

이번이 네 번째였으나, 미리 준비를 하고 가족들을 모두 안전한 장소에 숨겼다.

다섯 번째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누구든 자신을, 자신의 가족을 건드리면 이와 같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리라고 선포할 생각이었다.

“오행의 힘이여!”

운청휘가 소리치자 몸 뒤에서 18가지의 오행의 힘이 나왔고, 포효하는 거센 파도와 같이 하늘을 덮은 무리들에게 돌진했다.

“선제진해 제1식, 횡추팔황(横推八荒)!”

별안간 운청휘의 입에서 초식이 흘러나왔다.

선제진해. 그가 선제가 된 후 창조한 검법으로, 위력이나 등급 면에서도 다른 선제급 인물만이 막아낼 수 있었다.

비록 선천경의 무위로 떨어진 지금, 위력은 만분의 일로 줄었지만 영단경 무인을 죽이는 것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아아아아……!”

처절한 비명만이 길게 이어졌다. 오행의 힘과 선제진해 제1식에 맞은 이들은 서서히 잿더미로 화해 끝내는 먼지로 흩어지고 말았다.

“선천생령을 선봉으로 삼아라. 우…… 우리는 기회를 노림세!”

누군가의 외침에 다른 이들이 분주하게 모여들었다.

운청휘도 그들이 모일 수 있도록 느긋하게 기다리는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5천 명이 넘는 선천경 무인들이 모였고, 제각기 오행의 힘을 발산하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들이 방출하는 힘은 화려했지만, 성 하나를 단번에 무너뜨릴 듯 기세가 등등하였다.

“그물을 쳐야겠군!”

두 눈을 가늘게 뜬 운청휘가 영라 반지에서 깃발을 꺼내들었다

“나생문!”

곧바로 진법이 설치되어 선천경 무인들을 가두었고, 이에 그치지 않고 다른 깃발이 펄럭였다.

“요혈연옥진 (妖血炼狱阵)!”

“맙소사, 진법이라니!”

“이런, 운청휘는 진법 대사였어!”

“이리 순식간에 진법을 설치하다니, 설마 살상진인 건가? 우, 운청휘가 진법에까지 조예가 있을 줄이야!”

모두가 일제히 놀라는 와중에, 진법의 효과는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진법에 갇혀 버린 이들의 목숨은 농부가 배추 한 포기를 수확하듯 덧없이 사라져갔다.

거친 폭우처럼 핏빛 줄기가 비산하고, 피비린내가 자욱했다.

비명, 그리고 비명만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이때 낭야산 어귀에는 100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저마다 남을 위축하게 만드는 위압적인 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천검종의 높으신 분들을 뵙니다!”

“천검종의 높으신 분들을 뵈옵…….”

낭야산 어귀에 모여 있던 양경 무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궁 노조, 원 노조, 가 노조…… 운청휘가 이미 나타났는데, 저희가 그를 잡아야 합니까?”

대열에서 몇몇 전수 제자가 11명의 원로에게 지시를 청했다.

“우리가 갈 필요는 없다. 우리의 임무는 운청휘의 가족을 찾고, 육 장로님과 채아 성녀의 혼인을 세상에 알리는 것뿐이니.”

11명의 원로 중 유일한 노파인 ‘가 노조’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사소연의 사부, 가설(柯雪)이었다.

“크…… 큰일입니다. 북역 묵가, 작역 장가 등 거대 가문이 모두 운청휘의 손에 당했습니다!”

그때, 낭야산 자락에서 수십 명의 선천경 무인들이 허둥지둥 도망쳐 나왔다.

하나같이 선혈이 낭자했고, 어떤 이는 양 팔이 잘린 처참한 모습이었다.

“뭐라고? 혈살군의 거의 모든 세력이 연합했는데, 운청휘에게 전부 죽었다고?”

전수 제자와 원로들은 모두 안색이 변했고, 가설이 손을 뻗어 한 선천경 무인을 붙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라!”

겨우 도망쳐온 다른 선천경 무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원로들의 명에 꼼짝없이 따라야 할 처지였다.

“너희들, 길을 안내하라!”

원로 일행은 운청휘가 참상을 벌이는 구역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장신연 부근에는 9명의 영단경 무인만이 허공에 겨우 떠 있었다.

반경 수십만 장을 둘러봐도, 살아 있는 이들은 그들뿐인 듯했다.

“음? 일단은 살려 보내서 천검종에 알리게 할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군.”

그때, 운청휘가 신식으로 영단경 9단계의 무인 10명과 반절 현경의 무인 1명을 감지했다.

그들이 천검종의 원로임을 알아차리자, 운청휘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그 뒤를 좇는 100여 명의 전수 제자들도 하나같이 영단경의 무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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