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8화
“운청휘, 이렇게 감히 천검종에 맞서려고 하는 게냐!”
운청휘를 향해 몇 장로들이 동시에 호통을 쳤다.
“썩 꺼지거라!”
운청휘는 가차없이 손을 휘둘러 영단경의 힘을 방출했다.
펑펑펑!
입을 열었던 장로들은 단번에 시체가 되어 연기를 피워 올렸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죽기 싫은 자는 물러나거라.”
운청휘가 재차 경고를 날렸다.
비록 천검종을 멸하겠다고 하였으나, 그에게도 일말의 자비가 있었다.
주된 목표는 궁우신과 그의 수하들이니, 깊이 연관되지 않은 이들은 살려 줄 생각이었다.
다만 경고를 무시하고도 덤빈다면, 운청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주인을 위해 짖는 개는 잡는 수밖에.
눈치를 보던 수십만의 내외문 제자들이 주춤거리다 대열을 떠났다.
그들은 천검종의 명령으로 움직였지만, 천검종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는 없었다.
일 다경 후, 운청휘의 신식이 온 장내를 뒤덮었다.
“정녕 천검종의 이름으로 희생되려 하느냐?”
운청휘의 한 손이 허공을 움켜쥐자, 그의 손에는 영단경의 힘으로 형성된 활이 쥐여졌다.
그는 단번에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콰아앙!
단 한 대의 화살은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수만 장의 지면이 여파로 들쑥날쑥하게 터져 있었다.
남은 아홉 장로가 수십만의 제자들을 이끌고 달려들었지만, 어쩐지 등불 앞의 나방과도 같아 보였다.
영단과 오행의 힘이 사방에서 교차되니, 장내는 눈부신 폭풍으로 번쩍거렸다.
‘휘몰아쳐라!’
운청휘가 속으로 중얼거리자, 곧바로 수천 장 규모의 폭풍이 천검종을 휩쓸었다.
“아아아……!”
끝이 없이 이어지는 비명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선천경의 무인들이니, 운청휘에게는 손가락으로 눌러 죽일 수 있는 개미나 다름없었다.
이미 그의 전투력만큼은 현경의 무인에 필적하고 있었다.
“운 형제의 무위는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군. 감탄이 나올 정도야.”
소도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공학관 기재 반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소도도에 미치지 못하는 무위를 지니지 않았던가.
그러나 몇 개월 만에, 운청휘는 소도도가 우러러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선천경에서 이러한 경지까지 상승하시다니…….”
격동을 참지 못하고 중얼거리는 진관해 또한, 두 눈에 경외심이 가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부님은 나를 초월하겠어.”
한편, 천검종의 성성 내부. 대전에는 궁우신이 좌정하고 있었다.
“종주님. 운청휘 일행이 천검종에 도착했습니다!”
궁우신에게 보고하러 온 제가가 무릎을 꿇고 외쳤다.
“일행? 또 누가 왔더냐?”
궁우신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진관해와…….”
보고하던 제자가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진관해와 소도도입니다!”
“소도도가 운청휘와 함께 있단 말이냐?”
궁우신의 눈에 냉기가 돌았다.
“은혜를 모르는 자로구나. 내 손으로 목숨을 거두워도 원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사, 나오너라!”
궁우신이 허공을 마주하고 말했다.
“명령하소서, 종주!”
목소리와 함께 핏빛 옷을 입은 10명이 신형을 드러내었다. 모두 반절 현경의 무위를 지닌 이들이 궁우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혈살종의 신사들이었다!
“육 장로께 운청휘가 도착했다고 알리게.”
“존명!”
궁우신이 말하자, 10명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흥, 인간은 역시나 비천하구나. 이럴 때 신방을 차리다니.”
궁우신이 투덜거리는 순간, 그의 신형이 대전에서 지워지듯 사라졌다.
본래라면 육진도 운청휘를 사로잡아 군성문으로 데려가야 하니, 이 자리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 중요한 순간에 신방을 차리는 데 열중하느라 나타나지 않았다.
궁우신이 신형을 날리고 일 다경 후, 그는 전송진을 통해 천검종 외곽 지역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십수만의 제자들이 죽어 널브러진 참상이 펼쳐졌지만, 그의 눈은 벌레 떼를 보듯 냉담하기만 했다.
오히려 궁우신은 진관해를 가장 먼저 찾아보았다.
“네놈이 감히 배신하다니! 마종을 회수해 주마!”
이를 바득 간 궁우신이 허공을 움켜쥐는 손짓을 하자, 강대한 흡입력이 진관해를 끌어당겼다.
그의 얼굴에는 가소롭다는 빛이 한껏 떠올라 있었다.
“하찮은 놈, 성가시게 하지 마라!”
그러나 진관해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기운을 방출했다. 그뿐이었으나, 보이지 않는 힘이 흡입력을 뿌리치고 오히려 궁우신에게 적중했다.
펑!
궁우신의 입가를 타고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가를 닦아내더니 눈을 부릅떴다.
“그것은 이치의 힘. 설마 영변경에 도달했단 말인가?”
선천경 무인이 오행의 힘을 쓰는 것과 같은 이치로, 영변경의 무인은 이치의 힘을 쓸 수 있었다.
“수련한 지 300년이 넘었는데 영단경에 도달한 게 놀랄 일이냐, 이 망할 놈. 적어도 1,000년을 살았는데 고작 현경 5단계인 걸 부끄럽게 알거라.”
진관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궁우신을 바라봤다.
궁우신의 처우를 운청휘에게 맡기지 않았더라면, 그는 일격으로 궁우신을 죽였을 터였다.
“네놈에게 마종을 심었거늘, 어찌 네놈의 무위를 몰랐던 거지? 200여 년간 선천경에 머무르더니, 어찌 영변경이 되었단 말이냐? 게다가 마종은? 어찌하여 빼내지 못했지!”
궁우신이 진관해를 보고 믿기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제자리걸음이라니. 내 재능이 200여 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줄 알았느냐? 더욱이 마종이라면 이미 보름 전에 사부님이 빼내 주셨다.”
진관해가 냉소하며 말했다.
“부, 불가능해. 그 마종은 내가 아니면 누구도 뺄 수 없단 말이다!”
궁우신은 혼란스러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로 네놈을 제외하고 누구도 할 수 없단 말이냐?”
운청휘가 영라 반지에서 수정같이 투명한 구슬 10개를 꺼냈다.
“그, 그건 원로들의 마종이 아니더냐! 그들을 죽이고 마종까지 뺏다니!”
구슬들이 마종임을 알아본 궁우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곧바로 영라 반지로 옮겨 갔다.
“그…… 그 반지가 어째서 네놈에게?”
영라 반지는 궁우신이 상고 전장터에서 발견한 것으로, 전 주인이 찍은 낙인을 연화하지 못해 경매에 내놓고 낙인을 연화할 사람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제 물건을 되찾은 운청휘로 인해, 그는 영문도 모르고 반지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날 연라성에서 그 반지를 빼앗은…… 대도 광마가 네놈이었군!”
운청휘는 그에게 일일이 설명해 줄 마음이 없었다. 그의 신형이 서서히 허공에서 지워졌다.
다음 순간, 궁우신의 눈앞에 운청휘가 나타나며 일권을 날렸다!
궁우신은 몸을 틀어 피해내곤 그대로 성성 쪽을 향해 날아갔다.
운청휘를 상대하는 것보다, 그 뒤에 있는 진관해를 상대하는 게 껄끄러웠다.
“빌어먹을 육진. 이때도 오지 않다니.”
궁우신은 속으로 육진의 18대 조상까지도 욕을 했다.
“현력천망!”
궁우신이 질주하는 동시에 현력으로 이뤄진 그물을 만들어냈다.
“타올라라!”
그러나 현력으로 만들어진 천라지망은 운청휘가 내보낸 불길에 남김없이 타 버렸다.
“파신전!”
운청휘는 영단경의 힘으로 다시 장궁을 만들어 내, 파신전을 활시위에 걸었다.
슈욱!
쏘아보낸 파신전은 궁우신의 왼팔을 관통하고도 한참을 날아갔다.
영성을 갖추었기에, 파신전은 방향을 틀더니 다시 궁우신을 향해 쇄도했다.
“한 번에 산하를 파괴하라!”
궁우신은 오른손을 들어 힘껏 내려쳤고, 현력으로 구성된 큰 손이 하늘을 뒤덮듯 파신전을 향했다.
콰아앙!
지면에 수만 평의 손자국이 새겨지며, 그 중심에서 파신전이 꿈틀거렸다.
“돌아오너라!”
운청휘가 파신전을 끌어당기며 연달아 외쳤다.
“선제진해 제1식. 횡추팔황!”
참천검집은 수천 장에 달하는 붉은 검기를 내뿜으며 언제든 궁우신을 베어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궁우신은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진관해만 경계할 것이 아니라, 저 애송이도 만만치 않았다!
캉!
절체절명의 순간, 궁우신의 손에서 장검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검기와 맞섰다.
붉은 검기와 부딪친 순간, 온 세상에 노을이 물결치는 듯했다.
콰르릉…….
귀를 찢을 듯한 충돌음과 함께 대지가 부산스레 몸을 떨었다. 삼십만 장 떨어진 곳에서도 하늘에 피어오른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소천급 보검!”
장검을 본 순간 운청휘의 눈이 크게 뜨였다. 검집도 흥분한 것처럼 세차게 진동했다.
운청휘는 곧바로 궁우신에게 돌진하며 한 손을 궁우신의 검으로 뻗었다.
이때 궁우신이 눈에서 독기를 뿜더니, 체내의 정혈을 태워 일검을 내질렀다.
쨍캉!
검집과 검끝이 부딪쳤다.
이 여파로 공간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하늘은 자욱한 먼지로 가득했다.
쾅!
운청휘의 일권이 궁우신의 왼쪽 어깨에 작렬했다!
빠드득 소리와 함께, 궁우신은 바스러진 왼쪽 어깨에서 오는 고통으로 신음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운청휘가 그의 손에서 장검을 빼앗았다.
철컹!
운청휘가 빼앗은 장검을 참천검집에 밀어넣자, 검집은 허겁지겁 장검의 힘을 흡수하며 세차게 진동했다.
“감히 내 단옥보검(断玉宝剑)을! 당장 내놓지 못할까!”
궁우신이 노발대발하며 포효를 내질렀지만, 운청휘는 곧바로 거대한 손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