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189화 (189/430)

제189화

펑!

궁우신은 삼천여 장이나 밀려나며 극심한 내상을 입었다.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음을 알거라. 육진이 나타나지 않으면 당장 네 영혼을 거두겠다.”

운청휘는 이미 궁우신과 삼백여 장 거리를 두고 날아와 있었다.

단숨에 목숨을 거둘 수 있었지만, 그에게서 얻어야 할 것이 있었다.

도심종마대법!

어혼성숙비전!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었던 두 무공이, 기이하게도 지금 궁우신의 목숨을 연명시켜 주고 있었다.

“육진 장로라면, 바쁘실 테지. 신방을 차렸으니!”

궁우신은 부상의 고통을 참아가며 운청휘를 보고 씩 웃었다.

“신방이라니, 무슨 소리지?”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는데, 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무슨 신방이긴. 당연히 육 장로님과 채아의 신방이지.”

궁우신이 냉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육 장로님은 질질 끄는 걸 싫어하신다. 어젯밤 혼례를 치르고 신방을 차리셨으니, 내년 오늘이면 네놈도 외삼촌이 되겠구나.”

“뭐라……!”

운청휘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단번에 십 년은 나이를 먹은 듯한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그를 짓누르자, 열 걸음 만에 그는 삼천 장이나 후퇴해 있었다.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없어……!”

운청휘가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느새 두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그의 온몸을 감싼 기가 더없이 흉포하게 날뛰고 있었다.

펑!

분출하는 기가 흉악한 빛을 띠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전신에서 살기가 넘실거렸다.

운청휘는 마치 바람처럼 훅 불어 궁우신에게 달려들었다.

펑펑펑펑!

분노로 인해 몇 배나 증가한 전투력은 궁우신을 더욱더 궁지로 몰아넣었다.

숨 쉴 틈도 없이, 궁우신의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가뜩이나 큰 상처를 입었던 왼팔은 어느 순간 잘려 나가고 말았다.

“아……!”

비명을 내지른 궁우신이 몸부림을 치더니, 섬뜩한 포효와 함께 본체인 빙백사로 모습을 바꾸었다.

“운청휘, 네놈을 산 채로 먹어 주마!”

길이가 수백 장에 이르는 빙백사가 혀를 날름거렸는데, 혀 길이만도 수십 장에 달해 절로 몸서리가 쳐지는 모습이었다.

운청휘는 대답 대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궁우신이 어떤 모습으로 오든, 그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는 없었다.

그의 손이 가볍게 허공을 어루만지자, 열여덟 가지 오행의 힘이 허공을 촘촘하게 뒤덮으며 나타났다.

궁우신은 입에서 흰 공을 토하며 맞섰다.

콰아앙!

또 한 번의 폭발은 온 하늘에 불의 장막을 드리우고, 대지에는 거대한 거미줄을 친 듯 촘촘한 금을 만들어 냈다.

“파천일전!”

운청휘가 만들어 낸 거대한 손이 장궁을 잡았는데, 장궁에는 열여덟 개의 화살이 걸려 있었다. 각각 일 장 길이의 화살은 태양도 쏴서 떨어뜨릴 듯 무시무시한 힘을 담고 있었다.

궁우신은 꼬리를 휘둘러 날아오는 화살을 내리치려 했으나…….

푸욱!

화살은 그의 꼬리를 관통하며 열여덟 개의 구멍을 남기고 날아갔다.

“으윽!”

또다시 궁우신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원통하다. 수천 년간을 수련했거늘, 인간 소년에게 밀리다니!”

몸부림을 치던 궁우신이 다시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으나, 모습이 사뭇 처참했다.

그는 팔을 잃은 데다,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궁우신은 이를 악물고 아공간 반지에서 검은 깃발을 꺼내 들었다.

“응?”

격노하던 운청휘가 문득 눈썹을 찌푸렸다. 검은 깃발이 나타난 순간, 궁우신에게서 무궁무진한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궁우신이 검은 깃발을 휘두른 순간, 운청휘는 순식간에 그 힘에 짓눌리듯 구금당했다.

‘봉천진지진의 힘이로군. 저 깃발로 통제하고 있었어.’

비록 격노한 상태지만, 이성을 상실하지 않았기에 운청휘는 침착하게 상황을 살폈다.

이때 진관해가 수만 장의 거리를 두고 허공에 손을 뻗어 운청휘를 끌어당기려 했다. 이윽고 거대한 흡입력이 운청휘를 감쌌지만, 그를 진 밖으로 꺼내주진 못했다.

‘백여 명의 진선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낸 진법이니, 지금의 진관해는 근본적으로 저 진에 대항할 수 없겠군.’

운청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궁우신의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천검종 내에서는 선인이 오더라도 나를 꺾지 못한다!”

핏발 선 눈으로, 궁우신이 진관해를 노려보았다.

“영변경은 얼마나 강하다고? 오늘 또 영변 노괴를 죽일 수 있겠구나!”

궁우신이 검은 깃발을 흔들자, 봉천진지진의 힘이 진관해와 소도도에게 향했다.

별안간 두 사람은 대진에 갇혔다.

진관해는 곧바로 이치의 힘을 동원해 진을 공격했지만, 수차례의 폭발음만 일으킬 뿐이었다.

펑펑펑펑…….

가공할 힘이었으나, 봉천진지진은 계란에 부딪친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관해, 그만하거라.”

운청휘가 진관해를 제지했다.

“백 명의 진선이 힘을 합쳐 만든 진법이니, 누구도 완력으로는 이 진법을 깨지 못한다.”

“응? 네놈이 그걸 어찌 알지?”

궁우신이 의외라는 듯 운청휘를 쳐다봤다.

“왜 모르겠느냐? 이 진이 봉천진지진임도 알고, 네놈이 진법의 극히 일부만을 이용하고 있음도 알고 있거늘.”

운청휘는 신식을 일으켜 자신의 기와 진법을 융합시켰다.

다음 순간, 운청휘는 진법을 빠져나와 궁우신의 지척에 도달했다.

“말도 안 돼, 네, 네놈이 봉천진지진에서 나오다니!”

궁우신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일찍이 이 진을 사용해 영변경 노괴를 죽인 적이 있었다.

이 진의 가공할 위력 때문에, 육진이 궁우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터였다. 봉천진지진이 없었다면, 육진은 진작에 궁우신을 죽이고 천검종을 파멸로 이끌었으리라.

그러나 영변경 노괴를 죽였던 그 진법을, 운청휘는 너무나도 간단히 빠져나왔다.

그는 신식을 펼쳐 진관해와 소도도를 휘감았고, 그들의 기를 진법과 융합시키는 방식으로 봉천진지진을 빠져나오게 했다.

“이럴 수가!”

이제 궁우신의 얼굴에는 이 상황에 대한 불신 외에도, 공포가 떠올라 있었다.

“육 장로님, 이제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

궁우신이 검은 깃발을 흔들고 다음 순간, 붉은 바지를 입고 상의를 벗은 육진이 강제로 소환되었다.

“궁우신, 죽고 싶더냐!”

육진이 궁우신에게 포효했고, 바로 아공간 반지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

운청휘의 시선은 육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 쓰레기같은 놈! 고작 이런 녀석들에게 당했단 말이냐!”

육진이 이를 갈며 말하더니 시선을 운청휘에게 주었다.

“이놈, 우리가 또 만났구나! 이씨 성의 계집은? 그날 네놈들이 연합하여 노부의 영신을 파괴했는데, 오늘 이 빚을 청산해주마!”

운청휘의 눈이 육진만 바라봤는데, 살기가 넘쳤다.

“채아는 어디에 있지?”

“채아?”

육진의 눈에 갑자기 음산한 기운이 돌았다.

“은혜도 모르는 천한 것? 이미 노부에게……!”

육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궁우신이 검은 깃발을 휘두르자 채아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는 분홍색 옷을 입고 눈을 감은 채였는데, 입에 핏자국이 맺혀 있었다.

단숨에 꺼질 촛불처럼 위태로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성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어찌 이럴 수가? 어찌하여 마종이 감지되지 않지? ……합방을 하지 않은 건가?”

궁우신이 의문에 찬 눈으로 시선을 육진에게 주었다. 한데 육진은 합방을 치른 듯한 몰골을 하고 있지 않은가?

“쯧, 이 천박한 것은 스스로 죽기를 선택하더군. 계집종과 한창 재미보고 있었는데 노부를 소환하지 않았느냐.”

육진이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

이때, 운청휘가 순식간에 날아와 채아를 끌어안고 그녀의 기운을 감쌌다.

기이하게도, 그녀의 몸은 죽지 않았지만 아무리 기운을 불어넣어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신식을 펼쳐 채아의 몸을 확인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피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다음 순간, 운청휘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영혼을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영혼이 보이지 않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도도, 채아를 부탁하지.”

운청휘는 말을 하는 도중에 이미 소도도의 앞에 나타나 채아를 소도도의 품에 안겨 주었다.

“관해, 육진을 막거라!”

운청휘가 진관해에게 명령하자, 진관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를 방출했다.

“육진, 다른 곳으로 가서 싸우자!”

진관해가 나서더니 육진을 삼십만 장 밖으로 이동시켰다.

궁우신과 남게 된 운청휘는 곧바로 돌격해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지금 그의 상태는 반미치광이에 가까워, 가까스로 이성을 붙들고 있었다.

하나뿐인 여동생이 저런 상태가 되었으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궁우신은 검은 깃발로 가까스로 몸을 지켰지만 패색이 역력했다.

이 검은 깃발은 두 가지 용도로 쓸 수 있는데, 하나는 봉천진지진의 포진이었고 하나는 전송이었다.

천검종 내의 모든 것들을 자신에게 이동시킬 수도 있고, 자신이 이동할 수도 있었다.

궁우신은 여러 번 봉천진지진을 방출했지만 운청휘를 가둘 수 없음을 깨닫자, 이동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몇 번이나 육진을 소환했지만, 진관해가 딸려 들어왔다.

“더는 노부를 소환하지 말게. 진관해와 노부는 무위가 같아, 공간의 변화를 감지하고 뒤쫓을 수 있단 말일세!”

몇 차례 소환되니, 결국 육진이 참지 못하고 성을 내었다.

궁우신은 어쩔 수 없이 육진의 소환을 포기하고, 이제는 자신을 이동시켜 천검종 내로 숨어들려 했다.

그러나 운청휘는 뗄 수 없는 그림자처럼 그에게 따라 붙었다.

선제의 신식은 궁우신이 검은 깃발을 흔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를 뒤쫓았다.

결국 궁우신이 이동할 때마다 운청휘도 함께 이동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선제진해 제1식, 횡추팔황!”

마침내 검집이 소천급 보검을 완전히 흡수한 순간, 운청휘는 추적을 중단하고 직경 천오백 장에 달하는 거대한 붉은 검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 정도의 검기는 육진이든 진관해든 맞설 수 없었다.

궁우신은 단번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저 일격을 맞는다면,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마저 파멸되리라!

그는 서둘러 검은 깃발을 흔들어 이동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공간을 연 순간, 붉은 검기가 궤도를 틀어 공간의 균열 속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콰르릉!

공간의 틈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폭발의 위력은 검은 깃발에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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