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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00화 (200/430)

제200화

콰앙!

다음 순간, 두 개의 힘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황동래의 현력이 운청휘에게 일격에 격파되어 사방팔방으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황동래는 멈추지 않고 손바닥을 펼쳐 운청휘의 주먹을 감싸쥐듯 방어했다.

“이건……!”

황동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운청휘의 일격으로 팔이 터져 나갈 듯한 통증을 느낀 것도 모자라, 수십 장이나 후퇴해야 했으며, 곧바로 닥쳐온 다섯 가지 오행의 힘은 먹이를 노리고 다가오는 거미줄처럼 빼곡하게 황동래를 감쌌다.

“선제진해 제1식, 횡추천군(横推千军)!”

동시에, 운청휘는 삼백여 장에 달하는 붉은 검기를 내뿜으며 황동래에게 재차 공격을 가했다.

“현력의 벽!”

황동래는 자신의 주변에 현력의 막을 응결시킨 후, 손을 내밀어 허공에 장궁을 만들어 내었다.

피잉!

현력으로 형성된 화살이 폭발하듯 운청휘에게 쏘아져 들어갔다.

그때 오행의 힘과 붉은 검기가 화살과 방패에 돌진하듯 다가왔다.

콰아앙!

화살은 단번에 붉은 검기에 먹혔고, 오행의 힘은 현력의 막에 부딪쳐 쉴 새 없이 두들겨 대었다. 사방에서 북이 치는 듯했고 굉음이 귀를 찢을 것만 같았다.

카강!

붉은 검기는 별안간 현력의 막을 뚫고 들어왔다.

“푸……!”

붉은 검기에 관통당한 황동래가 큰 피를 뿜으며 휘청였다.

“어, 어찌 이리 강할 수가……?”

황동래의 얼굴에 공포가 스물스물 번지기 시작했다.

방금의 충돌로 그는 운청휘의 무위를 가늠할 수 있었으나, 현경도 반절 현경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반절 영변의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았는가?

황동래의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운청휘는 그가 상대할 수 있는 경지 이상이었다!

“진법. 설마, 이 진법 때문이더냐!”

별안간 황동래가 깨달음을 얻은 듯 부르르 떨었다.

이 진법의 정체를 알 수 없으나, 이제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 터였다.

운청휘는 진법 안에 있을수록 계속해서 강해지리라.

“도와주십시오, 붕비 소주! 이자가 간악한 수법으로 전투력을 높이니, 소인이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황동래는 즉시 고개를 돌려 붕비에게 외쳤다.

그러나 진법 밖에 서 있는 붕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쓸데없이 힘을 쓰는군. 팔문금쇄진 바깥에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내 허가 없이 너는 절대 바깥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것이다.”

어깨를 으쓱한 운청휘는 재차 황동래를 공격해 들어갔다.

이번에는 그를 직접 진법의 중심에 있는 구멍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이미 충분한 힘이 모였기에 언제든지 일격만으로 황동래를 구멍에 처넣을 수 있었다.

한편, 밖에서 이를 지켜보는 붕비의 얼굴에 따분함이 묻어났다.

“쓰레기 같은 족제비 놈. 고작 인간 한 명에게 쩔쩔매는 건가? 아직도 열세잖아! 휴, 어쩔 수 없군. 직접 나서는 수밖에……?”

붕비가 혼잣말을 했는데,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동공이 갑자기 움츠러들였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운청휘는 선제진해 제1식 횡추천군으로 황동래를 날려 버렸다.

입에서 긴 선혈을 뿜어내며 떨어진 황동래는 궁신탄영의 수법으로 구멍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난데없이 무수한 부적이 자신의 몸으로 쏟아지는 게 아닌가.

순식간에 그는 부적에 둘러싸였고, 눈 한 번 깜박할 사이에 모든 힘을 부적에 빼앗겨 버렸다.

“대체 어떤 진법이길래 내 힘을 흡수한단 말이냐! ……응? 아니, 자네들!”

황동래가 기함했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보낸 수백의 동족들이 모두 구덩이 안에서 부적에 휘감겨 있지 않은가.

다들 숨은 붙어 있었지만, 계속해서 부적에게 힘을 흡수당하고 있었다.

“이제야 진짜 대어를 낚겠구나.”

운청휘가 입술을 축이며 진법 밖의 붕비를 바라봤다.

‘음. 영변경의 무인이 오고 있군. 청년으로 보이는데…….’

별안간 수십만 장 너머에서 다가오는 그림자를 감지한 뒤, 운청휘는 신식의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다가오는 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운청휘가 눈을 부릅떴다.

‘어찌 생김새가 소도도와 똑같단 말인가?!’

운청휘가 놀란 가슴을 추스르기도 전에, 사방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이름은 진상상(陈上上), 영주 8대 공자이자 진도왕(陈刀王)이시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사내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팔문금쇄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새 그와 붕비의 거리는 삼백여 장까지 좁혀졌다.

“붕비, 내가 칼을 뽑기 전에 공작 알을 내놓거라!”

마침내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된 청년은 스스로의 이름을 밝히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흰옷을 입고 있었는데, 먼지 하나 없는 옷에서 기품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그의 웃음은 살랑거리는 봄바람처럼 주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붕비도 운청휘도, 진상상보다는 그가 메고 있는 대도에 주목했다.

이 도는 음혈광도(饮血狂刀)라는 이름이 있었고, 도를 뽑으면 무조건 피를 본다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과연, 이름답게 청년의 등에서 핏빛의 도신이 두드러졌다.

“고, 공작 알은 도둑맞았다! 나한테 없다고!”

붕비는 기세 당당했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잔뜩 겁을 먹고 움츠리고 있었다.

진상상은 영주 8대 공자 중 한 명이니, 대붕족의 소주인 자신과는 비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신분은 물론이고, 전투력도 그와 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진상상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붕비의 말이 거짓이라 여기는 눈치였다.

“보아하니 내가 검을 빼들어야 내놓을 생각이로구나.”

붕비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외쳤다.

“진상상! 믿어 주게! 정말로 도둑맞았어!”

“그 알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보호해야 하는 물건이야. 두 눈 뜨고 도둑맞았다면, 죽어 마땅하지!”

진상상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스한 봄바람을 연상케 했으나, 말의 의미는 섬뜩했다.

그가 도를 뽑아 든 순간, 하늘은 한 줄기 핏빛으로 갈라지는 듯했다.

4척이 넘는 대도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쇄도해 오는 진상상은 그대로 붕비의 목숨을 거둘 작정이었다.

안색이 파랗게 질린 붕비는 황급히 힘을 뿜어내어 핏빛 도신의 위력에 맞섰다.

카캉!

그러나 바람 앞의 등불처럼, 붕비의 힘은 음혈광도에 즉시 밀리고 말았다.

다음 순간…….

붕비는 한쪽 팔이 급격히 가벼워짐과 동시에 엄습하는 통증을 느꼈다.

“아……!”

붕비는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휘청거렸다.

그러나 아직 목숨은 남아 있었다. 그가 목숨을 부지하고자 애절하게 외쳤다.

“하늘에 걸고 맹세하겠다! 알은 정말로 도둑맞았다니까! 제발 믿어 줘!”

붕비는 거듭 맹세까지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로서도 억울하긴 했다. 정말 공작 알을 흡수하기라도 했다면 이리 당할 일도 없건만!

“정말 도둑맞았다고?”

진상상은 마침내 믿는 듯했으나, 얼굴에는 여전히 의혹이 떠올라 있었다.

그의 말처럼, 왕의 공작 알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보호할 가치를 지녔다.

한데 멀쩡히 살아 있으면서도 알을 도둑맞았다?

“그럼 나 진상상이 자네의 대붕족을 위해 좋은 일을 해야겠군. 대붕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런 어리석은 소주는 필요 없지.”

말을 마친 진상상의 손은 검 손잡이로 향하고 있었다.

“제발, 제발 살려 주게! 진도왕!”

진상상이 검을 빼들려는 순간, 붕비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영명하고 책략이 뛰어나며 그 기세가 당대의 으뜸이니, 고난에 처한 이를 외면하지 않는 자비로운 진도왕이여! 부디 이 하찮은 목숨을 살려 주시게!”

과연, 진상상의 신형이 우뚝 멈췄다.

그가 별안간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토록 치밀하게 감췄는데, 정말 알아차렸다고?”

“당신은 사람 중의 용과 같고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인데, 어찌 숨겨지겠습니까?”

붕비는 혀에 기름을 바른 듯 아부를 늘어놓았고, 진상상이 긴 탄식을 뱉어냈다.

“낭중지추라, 숨겨도 소용이 없구나. 붕비, 네가 비록 어리석은 자이긴 해도 안목은 있군.”

진상상은 흡족한 얼굴로 붕비를 바라보았다.

일전에 소문으로 진상상이 아부를 좋아한다고 들었기에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 터였다.

붕비는 또다시 아부를 늘어놓으려 했으나, 진상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살려 주지. 단, 조건이 있다. 아공간 반지를 내놓고 선천영액 만 근을 주겠다는 차용증을 써야 한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운청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닮았다.

진상상과 소도도는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마저도 비슷했다.

엄청난 자기애와 거리낌 없이 아부를 들으면서도 이성을 잃지 않는 면이 똑같았다.

붕비를 죽이는 것보다, 그가 가진 모든 물건을 빼앗고 선천영액의 차용증을 작성케 한다.

의심의 여지없이 후자가 타산이 맞는다.

동시에 꽤나 속물적인 계산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진상상의 속물적인 모습에 운청휘는 묘하게 구미가 당겼다.

그는 금방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소도도 또한 그런 속물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진상상과 소도도는 쌍둥이 형제가 틀림없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외모는 둘째치고, 성격마저도 똑같지 않은가.

혈살군에서 선천영액을 계산하는 단위는 ‘방울’이었으니, 진상상이 요구한 1만 근은 참으로 터무니없었다.

다만 붕비는 대붕족의 소주이니, 대붕족을 한계까지 쥐어짜면 1만 근의 선천영액을 낼 수 있을 터였다. 그 점까지 고려하여 요구하는 점이 참으로 우스웠다.

“지, 진도왕이여. 아공간 반지는 당장 내줄 수 있다. 차용증도 얼마든지 쓰지. 하지만, 자비를 베풀어 주지 않겠나? 1만근의 선천영액이라니, 죽어도 낼 수 없는 양이네!”

붕비가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오, 그럼 죽어야지!”

진상상이 경쾌하게 말하더니 음혈광도를 들어 올렸다.

“아, 아니! 쓰겠다! 쓰면 되지 않는가!”

붕비가 황급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의 옷자락을 찢었다.

찢어낸 옷자락에 차용증을 쓰고, 마지막에 자신의 정혈을 떨어뜨렸다.

진상상은 그제야 싱글벙글하며 붕비의 아공간 반지와 차용증을 받아들었다.

“거기 형제, 구경은 잘했는가? 와서 이야기 좀 하지. 팔문금쇄진이 있으니 내가 섣불리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네!”

진상상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운청휘가 있는 쪽을 향해 외쳤다.

그 목소리에 이끌리듯, 운청휘가 진상상 쪽으로 단숨에 날아들었다.

머릿속에서는 소도도의 신분을 추측하며.

소도도는 안양행성의 소가에서 자랐지만, 그가 소가의 핏줄이 아님을 알고 있던 터였다. 정확히 어느 가문의 자제인지 몰랐는데, 진상상을 만남으로써 그 의문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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