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화
운청휘가 자책하며 공유와 묵안유, 묵해를 산림 한복판에 잠시 내려놓았다.
곧바로 신식을 펼치자, 주변을 배회하는 멧돼지가 포착되었다.
운청휘는 순식간에 몸을 날려 멧돼지를 잡아 왔고, 이를 손질해 구워내며 생각에 잠겼다.
‘영주가 이토록 크니, 분명 전송진이 존재할 터. 그렇다면 마차를 구하고, 전송진이 있는 곳까지 이동해야겠군.’
운청휘는 순식간에 계획을 세웠다.
그가 이각여 동안 광맥을 찾아다녔는데, 개중에서도 가장 광채가 나는 운철을 발견하자 연화시켰다.
이어 화 속성 오행의 힘을 동원하여 운철을 바퀴 4개와 차축 2개로 다듬어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난 거목을 찾아낸 운청휘는 목 속성 오행의 힘으로 거목을 마차의 형태로 바꾸었다.
바퀴와 차축을 마차 아래에 부착하니, 멋들어진 마차 한 대가 완성되었다.
운청휘는 마차 주변을 한 바퀴 돌며, 바퀴, 차축, 차체, 좌석과 지붕, 마부석 등 마차의 구석구석에 진법을 설치해 두었다.
포진을 마친 후, 운청휘는 영라 반지에서 영단경의 마종을 꺼내 진법의 중심에 박아넣었다.
이제 마차는 운청휘의 생각대로 움직여줄 터였다.
과연, 마차는 순식간에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영단경 2단계의 마종이라면 쉬지 않고 달려도 족히 한 달을 달릴 수 있겠군. 속도도 나쁘지 않다.’
속도를 점검한 운청휘는 공유 일행을 마차에 태웠다.
“청휘 오라버니, 이…… 이 마차를 만들었어요?”
묵안유가 마차를 보고 놀랐는데, 숭배하는 얼굴로 운청휘를 바라봤다.
“이렇게 조예가 깊을 줄 몰랐어…….”
공유도 두려움이 깃든 눈으로 운청휘를 힐끔거렸다. 그녀가 보기에 이 마차에는 적어도 20여 가지의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다.
운청휘는 마차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마종을 연화시키는 동시에, 신식으로 마차를 조종해 달려 나갔다.
꼬박 하루가 지나는 동안, 운청휘는 3개의 영단경 마종만을 남겨두고 마차에 동력을 공급했다.
다른 400여 개의 마종은 모두 연화하여 무위로 흡수시켰다.
그 결과, 운청휘는 선천경 7단계의 무위로 우뚝 섰다.
마차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공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럴 수가, 하루 만에 한 단계를 돌파하다니……!”
운청휘의 구체적인 무위를 파악하진 못했어도, 공유는 그가 벽을 돌파하는 순간의 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틀이 지난 후, 가부좌를 틀고 있던 공유가 화들짝 놀라 눈을 뜨더니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또 돌파했어!”
공유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괴물이라도 되는 걸까? 인왕경의 경지에 이르렀던 나도 수련 속도가 이렇게 빠르지 않았는데.’
비록 기억을 잃었다고는 하나, 전생에서 수련을 하며 다듬은 본능은 공유의 몸에 새겨져 있었다.
최소한의 힘을 들여 최대의 수련 효과를 내는 방법은 이미 터득한 바였다.
그러나 운청휘의 수련 과정을 지켜본 후, 공유는 자신의 수련 방식을 운청휘에게 발설하지 않기로 했다. 괜한 참견이 될뿐더러, 운청휘가 그녀의 수련 방식보다 열 배는 빠르게 무위를 급증시키고 있었으므로.
마차는 내리 사흘을 달려갔다.
그동안 운청휘는 4개의 현경 마종, 1개의 반절 영변 마종을 연화시켰다.
또다시 그가 한 단계를 넘어섰을 때, 공유는 놀라움을 느끼는 한편 낙담했다.
그녀가 자랑스러워하던 인왕경의 수련 방식은, 운청휘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고 말았다.
‘영변경 마종 하나면 더 구하면 되겠군.’
마침내 연화를 끝낸 운청휘가 속으로 웃음 지었다.
드디어 선천경 9단계에 이르렀으니, 영변경 마종을 하나만 더 구할 수 있다면 최소 선천경의 극경, 혹은 반절 영단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단경까지는 운청휘의 계산에 따르면 영변경 마종 3개만 있으면 충분했다.
운청휘는 오랫동안 가부좌를 틀어 뻐근한 몸을 풀고, 마차에 동력을 제공하는 마종에 손을 얹었다.
후우우……!
안 그래도 눈부신 속도로 달리던 마차는 삽시간에 열 배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마차의 철륜 4개는 지면에 불꽃을 튀기며 굴렀고, 이 광경은 마치 용암이 빠른 속도로 대지에 퍼지는 듯했다.
그 반동으로 차체가 심하게 뒤흔들렸지만, 운청휘의 표정은 평온했다.
마차에 설치한 진법 중에는 차체를 보강하는 진법도 있었으니, 걱정할 게 무엇이 있을까!
그렇게 두 시진을 꼬박 달리니, 마침내 운청휘의 신식에 요족들이 모여 사는 성이 감지되었다.
규모 자체는 작은 마을이었으나, 마을 어귀에는 ‘묘이성(猫尔城)’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묘이는 영수묘의 한 분파로, 개도 다양한 품종이 있듯 묘이족 또한 다양한 영수묘에서 갈라져 나온 한 종족이었다.
고양이의 모습을 한 묘이족도, 인간으로 변신한 고양이도 있었지만, 묘이성 전체에서는 나른하고 평온한 기운이 흘러넘쳤다.
‘무위가 가장 높은 자는 영단경이군.’
신식으로 마을 안을 꼼꼼히 살피던 운청휘는 영단경의 묘이족을 찾아내 그의 위치를 확인했다.
“잠시 다녀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라.”
운청휘는 마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고 몸을 날려 영단경 묘이족의 저택으로 날아들었다.
“누구요?”
영단경의 묘이족은 노인으로 둔갑해 있었는데, 폐관 수련을 하는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러나 방문이 열린 것을 알아챈 노인이 눈을 번쩍 뜨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응? 그의 기를 느낄 수 없다니……?”
붉은 장포를 휘날리며 들어온 운청휘를 본 순간, 노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서, 선배님께서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노인은 서둘러 몸을 낮추고 운청휘를 공손하게 대했다.
“묻고 싶은 게 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전송진은 어디에 있지?”
운청휘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노인은 서둘러 아공간 주머니를 열더니, 그 안에서 지도 한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지도의 표시 지점은 진상상이 준 것과 똑같았으나, 노인의 지도는 범위가 보다 좁았다.
반경 1억 리 내의 지형만이 표시되어 있었고, 크고작은 17개의 성이 존재했다.
운청휘는 꼼꼼하게 지도를 살폈지만, 전송진이라는 표기는 발견할 수 없었다.
“지도에서 ‘구왕성(狗王城)’을 보셨습니까? 구왕성의 서남쪽 5천만 리 지점에 ‘청화성(青火城)’이 있습니다. 그곳에 전송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이 후배는 모르겠습니다.”
청화성은 지도에 없기 때문에 묘이족 노인은 구왕성을 짚으며 상세히 일러 주었다.
운청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되돌려주었다.
“영단경 3단계에 머무른 지 최소 20년은 되었구나. 제대로 된 무공도 없이 이 경지까지 오다니, 타고난 소질이 꽤 좋군.”
말을 마친 운청휘는 신식으로 무공 하나를 묘이족 노인의 머릿속에 심었다.
“가, 감사합니다, 선배님!”
흥분한 묘이족 노인은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거듭 인사를 올렸다.
그는 운청휘의 말처럼 영단경에 들어간 후 좀처럼 진전이 없었는데, 이 무공이라면 영단경 8단계, 아니 9단계도 돌파할 수 있었다.
운청휘가 노인에게 무공을 전해준 건 지도를 보여 줬기 때문이라기보단, 기령이 떠올라서였다.
기령도 영수묘의 일종이니, 이 또한 연이 아니겠는가?
묘이족 노인이 무공을 얼마나 수련할지는 관심사에 없었기에, 운청휘가 돌아섰다.
“선배님, 이 후배의 이름은 불정통(佛精通)이라 하옵니다. 후배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아끼지 말고 불러 주십시오!”
운청휘가 몸을 날린 순간, 묘이족 노인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기억해 두마!
이미 수십만 장을 멀어진 운청휘는 노인 불정통의 귀에 음을 전하며 마차로 돌아왔다.
불정통과의 일은 그의 머릿속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로 남았지만, 훗날 이 선행은 운청휘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보답을 가져다주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먼 훗날의 일이고, 지금의 운청휘는 다시 마차를 끌고 청화성으로 향했다.
마차의 속도라면 최소 20일을 달리면 청화성에 도착할 터였다.
약 2주간 구왕성을 가로질러 내리 달린 마차는 숲을 빠져나와 드넓은 초원에 접어들었다.
초원을 한참 가로지르던 중, 운청휘는 별안간 마차를 멈춰 세웠다.
“무슨 일이야?”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있던 공유가 눈을 떴다. 그녀의 눈초리에 의심이 가득했다.
“둔천사 한 척을 발견했다.”
운청휘가 말을 하며 정남쪽의 하늘에 시선을 두었다.
곧, 하늘에서 거대한 배 한 척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선체는 철도 나무도 아닌 ‘해운석’이라는 암석을 단조해 만든 것으로, 깊은 바닷속에서 오랜 세월 바다의 정력을 흡수한 광석이었다.
선체의 표면에는 아름다운 진법들이 한가득 새겨져 있었는데, 그 수가 어림잡아 천 가지가 넘었다.
속도를 높이는 진법, 선체의 중량을 줄이는 진법, 방어하는 진법, 공격하는 진법 등등, 이렇듯 진법을 두르고 하늘을 나는 배를 선계에서는 ‘둔천사’라 불렀다.
일종의 세력 간의 무기로, 선계에서도 종종 쓰이곤 했다.
“선천영액으로 움직이는 저급 둔천사로군.”
운청휘는 둔천사 전체를 신식으로 훑으며 중얼거렸다.
‘전부 인간이로군. 그들이 향하는 방향도 공작령인가?’
신식이 선체 내부로 퍼져나가자, 운청휘는 안에 있는 모든 인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욱이 그들의 대화도 전해졌는데, 전부 공작령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공작령에는 설산이 있는데, 마야설산(玛雅雪山)이라고 부르더군. 높이가 삼만 장에 달하는데, 선천경 정도의 무인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지 뭔가.”
“그런 곳이 있다면 마땅히 가 보아야지.”
“그뿐인가? 공작령에는 가 볼 곳이 더 있다네.”
“헤헤, 설마 ‘흑암해(黑岩海)’인가?”
“맞아. 흑암해는 영주 전체에 소문이 자자해. 어떤 물질도 수면에 닿으면 가라앉는다고 하네.”
둔천사를 확인한 후, 운청휘는 마차를 거두고 공유와 묵안유, 묵해 등을 데리고 하늘로 솟구쳤다.
“어떻게 그들을 멈추게 할 거야?”
공유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둔천사는 고속으로 주행하는 중이었고, 힘만으로 멈출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몇천의 영변경 무인이 공격해도 버텨낼 수 있는 진법이 선체에 새겨져 있으니, 공격을 한다고 해도 통하지 않을 터였다.
공유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공적 9단계는 되는 강자가 힘을 쏟아부어 둔천사를 공격하는 것이었지만, 그녀의 눈에 운청휘는 그 정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멈추게 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지 않겠느냐. 예를 들면…….”
운청휘는 빙긋 웃더니 삽시간에 무수한 토 속성 오행의 힘을 방출했다.
삽시간에 눈앞의 초원에는 높이 삼천여 장이나 되는 흙봉우리가 수십 개나 솟구쳐 올랐다.
“무슨 일이지?”
초원의 변화는 둔천사에 타고 있는 이들의 주의를 끌었다. 난데없이 솟아난 봉우리라니?
“일단은 둔천사를 멈추고 살펴봐야겠어.”
“선실에 계신 귀빈들이 놀라지 않았어야 할 텐데. 일단은 둔천사를 멈추고 사람을 보내서 확인하도록.”
곧바로 속도가 느려진 둔천사에서, 세 명의 현경 무인이 날아왔다.
“응? 이 봉우리에 누군가 오행의 힘을 사용한 것 같군.”
“젠장, 어떤 눈치 없는 놈이 만든 거냐?”
“흥, 내가 부숴 버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