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개중 한 명이 코웃음을 치더니 무수한 현력을 방출했다.
펑펑펑!
현력은 전부 흙봉우리에 직격하며 거대한 먼지구름을 피워 올렸다.
그러나 구름이 걷힌 후, 봉우리는 조금의 손상도 없이 다시 그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말도 안 돼. 현력의 힘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공격한 무인은 경악하며 스스로의 눈을 슥슥 비비기까지 했다.
“이 봉우리는 비록 오행의 힘으로 만들었다지만, 이를 만든 이는 무위가 우리를 뛰어넘는 듯하군.”
개중 다른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거기 셋, 같은 인간이니 그대들의 둔천사를 타고 공작령에 갈 수 있겠느냐?”
그때, 운청휘가 일행을 데리고 그들 앞으로 날아왔다.
“이 봉우리는 네가 만든 것이냐? 네 무위는 무엇이냐?”
“응? 너도 인간인데 이것이 홍가의 둔천사라는 것을 모르는 거야? 간도 정말 크구나, 홍가의 둔천사도 멈추게 하다니!”
현경 무인들은 곧바로 운청휘를 훑으며 말을 쏟아내었다.
“너희는 내 무위를 알 자격이 없다.”
말을 내뱉는 운청휘에게서 스산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를 마주한 세 무인은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무위의 경계가 선천경 9단계에 머무르고 있을 뿐, 전투력이라면 보통의 영변경 무인도 일장으로 해치울 수 있는 운청휘였다.
“두, 두렵구나. 이, 이것이 정녕 반절 영변의 기세인가?”
“우리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누른다면 필연적으로 반절 영변인 것이다!”
“약관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반절 영변이라니…… 설마 저자도 8대 세가에서 온 것인가?”
세 명의 현경 무자는 운청휘의 기세에 눌린 후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너희가 말하는 홍가는 8대 세가 중 하나인 홍가이더냐?”
운청휘는 이미 영주 8대 세가 중 세 곳의 사람들을 만났다.
진상상이 소속된 진가.
풍소우가 소속된 풍가.
마지막으로 지금 마주하는 홍가.
무엇보다 군성문의 육진이 홍가의 객경 장로가 아니던가? 운청휘는 홍가에 볼일이 있었다.
기령이 육진에 의해 홍가에 갇혀 있었으므로.
“마, 맞아. 우리는 8대 가문 중 하나인 홍가야!”
그들은 부랴부랴 대꾸했지만, 어투는 기가 한풀 꺾여 있었다.
그들은 이미 운청휘를 반절 영변의 고수로 여기고 있었으며, 그의 출신이 8대 세가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이토록 젊은 나이에 반절 영변의 경지라면 8대 가문의 본가 자제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너희의 둔천사를 빌려 공작령에 가려 한다. 이견이 있느냐?”
운청휘는 그들에게 넌지시 물었으나, 이는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시, 실례지만 공자의 존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어디에서 오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저희가 지금 공작령에 가는 건 중대한 일인 만큼, 신분이 불분명한 사람을 함부로 태울 수 없습니다.”
기세에 눌린 세 무인이 더듬거리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걱정하지 말거라. 그저 가는 길을 함께하고자 할 뿐이니, 너희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겠다.”
운청휘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곧 얼굴에 짙은 거만함이 서렸다.
“또한, 너희는 내 신분도 알 자격이 없다. 자, 올라가지!”
운청휘는 더 이상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손을 휘둘렀다. 그 반동으로, 공유 등과 홍가의 세 무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둔천사 위쪽으로 떠올랐다.
“넓고 조용한 방을 마련해 다오. 더불어 하루 세끼는 제때 주도록.”
둔천사에 탑승한 후, 운청휘는 또다시 명령을 내렸다.
“고, 공자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저희가 곧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이때의 운청휘는 마치 정원을 거닐듯 여유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의 느긋한 태도가 더욱더 현경 무인들의 마음에 확신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두 명의 현경 무인이 운청휘 일행을 머물 선실로 안내하는 동안, 남은 한 명은 황급히 다른 선실을 찾아 아뢰었다.
“음? 길을 막은 이가 8대 세가 소속에, 핵심 구성원으로 추정된단 말이더냐?”
호화로운 선실, 총관 복장을 한 노인이 보고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8대 세가의 핵심 구성원이고 18살에 반절 영변이라니…….”
늙은 총관은 기억을 더듬는 듯 탁자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다 몸을 일으켰다.
“나를 그자에게 데려가게! 만약 정말로 8대 세가의 일원이라면, 반드시 내 기억에 있을 터!”
각 가문마다 본가의 구성원은 수가 각양각생이었다.
영주의 8대 세가는 가문마다 가업을 확장하여 그 일원들의 수가 많았는데, 어떤 가문이든 핵심 구성원은 수백에 이르렀다.
8대 세가를 합치면 적어도 2~3천여 명은 될 터였다.
그러니 홍가의 일원을 제외하고, 이 늙은 총관이 나머지 7개 가문의 모든 구성원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다만 현경 무인의 보고에 따르면, 운청휘는 비범한 자이니 분명 그에 대한 자료가 있을 터였다.
총관은 8대 세가의 주요 인물들을 알고 있었으니, 그가 알아보지 못한다면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총관님, 그자의 태도가 무척 거만합니다. 8대 세가 사람이라면 상관없지만, 아니라면…… 직접 주살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늙은 총관 뒤에 있던 현경 무자가 말했다.
늙은 총관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죽이는 것은 인명 낭비일세. 8대 세가의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 홍가에 충성을 맹세하도록 만들면 그만이야. 다만 그의 무위와 나이를 생각하면, 십중팔구 다른 7개 가문 중 하나에서 왔을 테지.”
둔천사는 거대한 원뿔형 모양의 배로, 선실은 누각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갑판의 가장 아래쪽 건물이 매우 넓고, 그 위층부터는 점점 좁아진다. 자연스레 최상층 선실의 면적은 삼백 평도 되지 않았다. 둔천사의 전체 면적의 1/10 수준이었다.
운청휘 일행은 3층의 구석진 선실에 배치되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아래의 풍경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운청휘, 방금 너무 거만한 거 아냐?”
의자를 찾아 앉으며, 공유가 입을 열었다.
“몸을 낮추면 상대하기 힘든 이들도 있느니라.”
운청휘는 태평하게 대답했다.
이미 그는 신식으로 둔천사 전체를 살폈는데, 특수한 진법으로 차단된 최상층을 제외하면 전부 그의 신식에 포착되었다.
그중 누구도 운청휘를 상대할 이는 없었다.
다만 최상층에 있는 자는 수수께끼에 쌓여 있었으나, 단지 신분이 존귀할 뿐 무위는 그다지 두려워할 수준이 아니었다. 이는 다른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운청휘가 추측한 것이다.
“누가 오는군.”
운청휘의 신식이 선실로 다가오는 늙은 총관을 알아차렸다.
인간이자, 반절 영변의 무인이었다.
운청휘는 천천히 돌아서서 그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홍가의 총관 홍화(洪火), 공자님을 뵈옵니다!”
멋대로 방문을 벌컥 연 홍화가 운청휘를 보며 말했다.
그의 말투는 지극히 공손했으나, 허리를 곧게 펴고 운청휘를 똑바로 주시하고 있었다. 이는 천성대륙에서 극도로 무례한 태도였다.
‘너무나도 예쁜 소녀로구나. 정녕 인간이 맞긴 한 건가?’
늙은 총관 홍화가 공유를 본 후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일어나거라!”
운청휘는 짧게 명령을 내렸다. 애초에 그는 예의를 차릴 생각 따위 없었으므로.
“응?”
홍화의 미간이 살며시 찌푸려졌다. 운청휘가 이리도 오만할 줄은 몰랐던 터였다.
그러나 그는 불쾌한 기색을 숨기고 공손하게 물었다.
“송구하오나 공자님의 존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내 신분을 알 자격이 없다.”
운청휘의 태도는 한없이 거만하였고, 홍화에게 제대로 된 시선도 주지 않았다.
“공자님, 곤란합니다. 홍가는 공작령의 왕족 후예와 혼인을 위해 공작령으로 가고 있습니다. 남영과 북영의 향후 평화를 위한 사절단이나 마찬가진데, 이 중요성을 모르는 이를 함부로 태운 것도 모자라 신분마저 불분명하다면…… 공자님을 내리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홍화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말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그런가. 그럼 내 신분의 절반은 알려 주도록 하마.”
운청휘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늙은 총관 홍화를 보고 말했다.
“내 성은 운…….”
홍화는 참을성 있게 운청휘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운청휘는 어느새 그를 향한 시선마저 거두어들였다.
이윽고 그에게는 간결한 축객령이 내려졌다.
“이제 됐느냐? 수련을 해야 하니 돌아가거라. 그리고 구운 돼지 한 마리와 과일 세 접시, 차 한 주전자를 가져오너라.”
“겨우 성씨만 알려 주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이 노인을 희롱하시는 겁니까!”
홍화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따지기 시작했다.
“네놈 따위가 무엇이라고 내가 어울려 주겠느냐? 당장 꺼지지 못할까! 두 발로 성하게 나가고 싶거든 내 말을 따르거라!”
운청휘가 코웃음을 치더니 반절 영변의 기세로 홍화를 억눌렀다.
홍화도 비록 반절 영변이었으나, 운청휘의 기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는 단번에 몇 걸음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소, 소인이 실례했습니다!”
홍화는 솟구쳐오르는 살심을 애써 억눌렀다.
비록 무위로는 엇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운청휘의 거만한 태도가 마음에 걸려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홍화는 총관의 신분인 만큼, 사달이 일어나는 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만약 운청휘의 저 태도가 고귀한 신분에서 나온 것이라면?
‘운씨라고 했으니 운가에서 왔겠군. 하지만 운가에 저런 기재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홍화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하인을 시켜 운청휘가 요구한 음식을 가져다주게 했다.
그 뒤, 홍화는 둔천사의 최상층 선실에 있는 약관의 청년을 찾아갔다.
이윽고 운청휘를 만난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운가의 기재라, 더욱이 약관도 되지 않은 나이에 반절 영변이라는 것은 금시초문인데.”
청년도 듣고 깊이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익(翼) 도련님도 모르신다면 운가의 사람도 아닐 겁니다. 소인이 사람을 부려 그를 생포해 올까요?”
지시를 구하는 홍화의 눈에 악독한 빛이 스쳤다.
운가의 사람이라면 넘어가겠지만, 아니라면 운청휘가 자신에게 보였던 태도를 단단히 후회하게 만들어 줄 작정이었다.
“아직 아니에요.”
청년이 손사래를 쳤다.
“운가는 8대 세가 중 비교적 평범하지만, 그만큼 신비로운 가문입니다. 절세의 기재가 숨어 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