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05화 (205/430)

제205화

“운 형제, 나는 홍익이오. 요 며칠 수련에 바빠서 손님이 온 줄도 몰랐으니, 운 형제의 용서를 구하오!”

운청휘를 본 홍익이 웃으며 읍했다.

이윽고 그가 옆에 있는 하흡을 바라보았다.

“이쪽은 8대 가문 중 하나인 하가의 직계 자제로, 하흡 소저라 합니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주먹으로 읍하였다.

“홍 형, 하 소저. 운 아무개가 인사드리지.”

이윽고 운청휘가 자리에 앉자, 하흡의 눈에 의구심이 스쳐 갔다.

‘무위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찌 된 일이지?’

그녀는 곧바로 두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운청휘가 정말로 무위가 없거나, 그녀의 무위를 능가하거나.

그러나 운청휘는 자신보다 어려 보였기에, 하흡의 의혹만 짙어질 뿐이었다.

“운 형제, 이 잉어를 드셔 보십시오. 운 형제를 위해 방금 낚아 올린 것입니다.”

홍익이 친근하게 웃어 보였다. 그의 웃음이 참으로 사근사근하여, 저절로 경계심을 녹이는 힘이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운청휘를 ‘운 형제’라 부르며 무의식중에 운청휘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애썼다.

이윽고 홍익이 커다란 잉어 요리를 운청휘의 앞에 밀어놓았다.

“이곳의 호수는 맑고 깨끗하여, 호수에서 자란 잉어의 맛이 일품입니다. 어찌나 달고 촉촉한지, 운 형제에게 꼭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젓가락을 든 운청휘가 잉어를 맛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맛있군!”

“마음껏 드십시오, 운 형제!”

“음!”

운청휘도 사양하지 않고 연이어 고기를 집었다.

“운 오라버니, 감히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라버니의 무위는 어찌 되십니까?”

운청휘는 말없이 고기를 먹고, 밤 한 조각까지 집어 먹은 후에야 마침내 답을 내놓았다.

“소저가 느낀 것과 비슷하겠군.”

운청휘는 모호하게 말을 하며 문득 젓가락을 한 채소 요리에 대었다.

이 채소는 자엽채(紫叶菜)로, 운청휘가 선제 시절 즐겨 먹던 요리 중 하나였다.

자연히 반가운 마음에 젓가락질은 분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송구하지만 한마디 더 청하겠습니다. 운 오라버니는 어디의 운씨입니까?”

하흡이 또 물었다.

“내 성은 운씨다, 그뿐이지.”

운청휘는 자엽채를 우물거리며 짧게 대꾸했다.

“혹 존함을 모두 알려 주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하흡이 끈질기게 물었다.

“없다.”

운청휘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하흡의 눈에 노기가 어렸지만, 그녀는 꾹 눌러 참으며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운 오라버니의 운가는 영주 8대 세가 중 하나인 운가겠군요?”

“틀렸다.”

운청휘의 젓가락은 어느새 닭 요리에 가 있었다.

이 요리도 유명하였는데, ‘낙상계(洛桑鸡)’라 하였다.

재료인 닭이 영주에서 자라는 낙상이라는 식물을 먹는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운 형제, 이 낙상계는 맛은 일품이나 재료에 독성이 있으니, 부디 주의하십시오.”

줄곧 침묵을 지키던 홍익이 입을 열었다.

단지 그가 지금 짓는 미소는 이전처럼 친근하지 않고,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을 주었다.

“아니, 어떤 독도 내게 영향을 끼칠 수 없으니 신경 쓰지 말도록.”

운청휘는 닭 다리를 베어 물며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홍익도 태연하게 받아쳤다.

“하하, 닭은 확실히 독이 없죠.”

여전히 꺼림칙한 미소를 머금으며, 홍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운청휘를 내려다보며 입술을 들썩였다.

“운 형제, 듣자하니 홀로 수련을 할 뿐만 아니라 혹도 달려 있다는데, 여행이 쉽지 않겠습니다.”

홍익이 말한 혹은 자연스레 공유와 묵안유, 묵해를 가리킨다.

운청휘가 대답하기도 전에, 홍익의 말이 이어졌다.

“혹시 수련을 지원해 줄 이를 찾고 있지 않습니까?”

“생각해 본 적 없군.”

운청휘의 말은 한 점의 거짓도 없었다. 정말로 그가 필요한 수련 자원은 선계의 선제들이라도 제공할 수 없으니, 하물며 인간계의 세력이야 말할 필요가 있을까.

홍가를 탈탈 털어도 소용없다. 운청휘에게 자원을 제공하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게 나을 터였다.

“운 형제, 그러지 마시고 한번 고려해 보십시오.”

마침내 홍익이 채근하듯 말했다.

“운 오라버니, 홍익 오라버니는 홍가의 직계 자제일뿐더러 홍가의 이인자예요. 그에게 충성을 바친다면 꿩이 봉황이 되는 기회를 잡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보다 못한 하흡이 나서서 거들었다.

“이 자리에서 저를 증인으로 하늘에 대고 맹세를 하세요. 이번 생에 홍익 오라버니에게 충성을 다하고, 절대 배반하지 않겠다고 하면 평생 홍익 오라버니의 보살핌이 있을 거예요. 홍익 오라버니는 절대 자신의 사람을 소홀히 하지 않는답니다.”

“유감이지만, 관심 없다.”

운청휘의 표정은 시큰둥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약간의 살심이 깃들기 시작했다.

운청휘가 영주 8대 세가의 운가 소속이 아님을 안 뒤, 홍익과 하흡의 태도는 돌변했다.

여기까지라면 운청휘도 예상한 바였으나, 이어지는 하흡의 말이 운청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감히 자신을 꿩에 비유하다니? 선제의 존엄성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운 오라버니, 당신의 의견을 구하는 게 아니에요. 홍익 오라버니에게 충성하는 게 좋다고 말하는 겁니다.”

하흡이 냉랭하게 말하더니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다음 순간, 그녀와 홍익의 뒤에서 두 그림자가 스르륵 모습을 드러내었다.

각기 영변경의 기운을 뿜는 무인들이 운청휘에게 살기를 보이고 있었다.

“슬슬 내 인내심도 한계요. 운 형제, 어서 맹세하지?”

드디어 홍익의 말투마저 변했다.

운청휘는 마침내 젓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홍익과 하흡을 훑어본 뒤, 뒤에 있는 영변경 무인을 힐끔 보았다.

운청휘가 입술을 떼기도 전에, 홍익의 뒤에 있던 영변경 무인이 입을 열었다.

“애송이,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 없다. 네놈의 일행들에게 일이 벌어지는 게 싫으면, 어서 결정해.”

풍소우!

그 말을 듣자마자 운청휘의 머릿속에 스치는 이름이었다. 운청휘는 곧바로 신식을 방출해 순식간에 온 둔천사를 뒤덮었다.

“죽음을 재촉하는군!”

운청휘가 두 눈을 부릅떴지만, 바로 홍익 등을 공격하지 않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공유 등이 있는 3층으로 날아갔다.

“어딜 가는 게냐……!”

두 무인이 소리를 지르며 운청휘를 쫓으려 했다.

“잠깐!”

홍익이 갑자기 그들을 불렀다.

“잠시 틈을 두고 따라가죠!”

홍익의 목적은 어쨌든 운청휘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었으니,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쓰는 편이 좋았다.

운청휘를 직접 구슬릴 수 없다면, 그의 일행을 이용하는 게 마땅했다.

하흡과 두 무인은 홍익의 뜻을 알아차리고 자리에 멈춰 섰다.

“응? 속도가 이렇게나 빠르다니……!”

하흡과 영변경 무인이 감탄했다. 속도로만 본다면 그들은 운청휘를 따라잡을 수 없을 터였다.

“생명력을 불태웠나 보군!”

“보아하니, 세 사람이 몹시도 중요한 모양이지.”

홍익 일행이 운청휘의 속도에 감탄하고 있을 때.

둔천사 3층의 선실에서는 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묵해는 풍소우의 현력에 제압되어 꼼짝도 하지 못했고, 묵안유는 침상에서 풍소우에게 눌려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풍소우가 묵안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다 말고 별안간 고개를 돌렸다. 탐욕스러운 눈빛이 공유에게 머물렀다.

“다음은 네 차례다!”

풍소우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게 울렸다. 겁에 질린 묵안유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멈춰라, 공자께서 안에 계신다!”

그때, 선실 바깥에서 노인의 호통소리가 울렸다. 풍소우가 데려온 현경의 호위였다.

“껴져라!”

어느새 당도한 운청휘가 간결한 한마디와 함께 손뼉을 치니,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현경의 호위가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선실 안에 있던 풍소우는 손을 내뻗다 말고 멈칫했다. 바깥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꿈에도 잊지 못할 목소리가 아닌가!

“아……!”

풍소우가 대응하기도 전에, 그에게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흘러나왔다.

거대한 흡입력이 그를 선실 바깥으로 이끌었고, 풍소우는 선실의 벽을 부수며 밖으로 이끌려나왔다.

“공작령에 도착한 후 죽이려고 했건만……!”

운청휘의 싸늘한 목소리가 풍소우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운청휘는 단번에 그의 목을 움켜쥐었고,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았다. 손바닥에 투명한 마종을 띄운 운청휘가 그대로 풍소우의 몸에 마종을 밀어넣었다.

“어찌 감히! 당장 공자님을 풀어주지 못할까!”

그때, 현경의 호위 무인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풍소우가 목을 졸리는 광경에 노발대발하며 곧바로 운청휘의 등을 공격해 들어왔다.

운청휘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손을 내뻗어, 현경 무인이 내지른 주먹을 움켜쥐었다.

다음 순간, 풍소우에게 심었던 마종을 빼내자마자 몸을 돌린 운청휘가 현경 무인에게 마종을 심었다.

현경 무인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몸에 심어졌던 마종은 무위를 빠르게 흡수하고 다시 운청휘의 손으로 이끌려 나왔다.

두 개의 마종을 운청휘가 영라 반지에 넣자마자, 홍익과 하흡, 영변경 무인들이 도착했다.

“벌써 공격에 들어갔을 줄이야!”

“풍소우가 중상을 입었어. 상황이 좋지 않군. 어쨌든 풍가를 대표하는 사람이니 그에게 일이 생겨선 안 돼!”

홍익과 화흡의 안색이 변했다.

“홍 삼촌, 어서 풍소우를 구하세요!”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두 영변경 무인이 기세를 폭발시키며 운청휘에게 달려들었다.

운청휘는 손에 쥐고 있던 현경 무인을 내던지고, 그대로 오행의 힘을 내뿜었다.

퍼엉!

현경 무인의 몸이 그대로 폭발해 버리자, 순간적인 침묵이 내려앉았다.

“호, 홍익! 어서 이자를 제압해 줘! 이놈의 이름은 운청휘야! 혈살군이라는 작은 지방에서 온 놈이라고!”

버둥거리던 풍소우가 홍익과 하흡을 보고 다급하게 외쳤다.

자신의 호위마저 단숨에 죽는 광경에 잔뜩 겁에 질린 채였다.

운청휘가 풍소우에게 냉랭한 시선을 던진 순간.

빠득!

그의 목이 꺾이며 단번에 숨이 끊어졌다.

“젠장, 푸, 풍소우를 죽였어!”

홍익과 하흡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