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화
“홍익, 모두 네 탓이야. 네가 위협적으로 굴지 않았다면, 풍소우는 죽지 않았을 거야!”
하흡이 곧바로 고개를 돌려 홍익을 질책했다.
풍소우가 죽었으니, 홍가와 하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하흡은 곧바로 홍익에게 책임을 전가해 면책을 피하고자 했다.
홍익은 얼굴을 굳히며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명령을 내렸다.
“홍 삼촌, 우선 그의 무위를 폐하세요!”
홍익은 운청휘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대신, 풍소우의 죽음은 철저히 운청휘의 책임이 되어야 했다.
그의 무위를 폐하고, 직접 풍가로 그를 이끌고 가 풍가의 분노를 잠재워야만 한다.
분노할 그의 형 풍한우(风寒羽)를 떠올리자, 홍익은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꼈다.
펑펑펑!
한편, 운청휘는 직접 두 영변경 무인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일 합, 이 합, 순식간에 백여 합을 겨루며, 격투는 치열하게 이어졌다.
“저자는 반절 영변이 아니었나? 어찌 이리 오래 버틴단 말이냐?”
홍익과 하흡이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쿵!
그때, 어깨를 격타당한 영변경 노인이 그대로 뒤로 날아가며 둔천사의 진법에 부딪치고 말았다.
“맙소사, 홍 삼촌!”
“내 눈이 잘못된 건가!”
방금 날아간 영변경의 노인은 ‘홍 삼촌’이라 불리는 이로, 운청휘가 그와 막상막사로 싸운 것도 의외였다. 한데 날려버리기까지 하다니?
홍익과 하흡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 삼촌……!”
남은 영변경 노인도 운청휘에게 맞아 날아가자, 하흡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운청휘는 날아가는 노인을 바짝 뒤쫓으며, 손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내뿜었다.
별안간 투명한 구슬이 나타나, ‘하 삼촌’의 몸으로 밀려들어갔다.
“저…… 저것은 마종!”
겨우 몸을 가눈 ‘홍 삼촌’이 순간 공포에 질려 외쳤다.
“마종?”
그 단어를 처음 들었던 홍익과 하흡으로서는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운청휘는 마종을 넣은 순간 잽싸게 빼내어 영라 반지에 넣은 후, ‘홍 삼촌’에게 주의를 돌렸다.
지금의 그로서는 검집을 뽑지 않아도 영변경 2~3단계의 무인을 너끈히 상대할 수 있었다.
펑펑펑!
두 신형이 다시금 맞부딪쳤는데, 이번에는 열 합도 주고받지 못하고 ‘홍 삼촌’의 몸이 또다시 날아갔다.
이때, 운청휘의 손에 들린 마종이 그를 뒤쫓더니 그대로 ‘홍 삼촌’의 몸에 들어갔다.
이때, 둔천사 전체는 3층 선실에서 일어난 전투에 술렁이고 있었다.
어느새 무인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4명의 영변경 무인과 10여 명의 현경 무인, 그 외에도 백여 명의 영단경 무인이 몰려왔다.
이만한 숫자가 몰려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둔천사는 바깥에서 퍼붓는 공격은 진법의 힘으로 방어할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외부의 공격을 대비했기 때문에 안에서의 공격은 인력으로 막아내야 했다.
마침 4명의 영변경 무인이 도착했을 때, 운청휘는 ‘홍 삼촌’의 몸에서 마종을 빼냈다.
마종을 영라 반지에 넣은 후, 운청휘는 별안간 몰려온 영변경 무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온 도적놈이냐!”
“간이 부었구나, 감히 우리를 공격하려 하다니!”
영변경 무인들이 일제히 화를 내며 기세를 방출했다.
캉!
운청휘의 손에는 어느새 참천검집이 들려 있었고, 그는 검집을 가로로 휘둘러 날아오는 기세를 막아내었다.
“선제진해 제1식, 횡추팔황!”
운청휘가 선천경 5~6단계였을 때, 이미 직경 삼백여 장의 붉은 검기를 휘두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천경 9단계였으니, ‘횡추팔황’을 사용하자 그 기세가 무섭도록 상승했다.
직경 천육백 장에 달하는 붉은 검기가 폭풍처럼 영변경 무인들을 휩쓸었다.
콰르릉!
폭발의 여파로 만들어진 불길이 치솟으며, 둔천사를 뒤덮었다.
이러한 공격이라면 거대한 호수마저도 한순간에 증발할 터였다.
폭발에 휘말린 영변경 무인들은 비통한 고함을 내질러야만 했다.
“아아아아……!”
뒤이어 도착한 십여 명의 현경 무인 중 두 명은 충격파에 휩쓸리는 바람에 시체도 남기지 못했다.
운청휘는 그들의 불운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손바닥에서 연달아 4개의 투명한 마종을 내보냈다.
“마종, 마종이야……!”
“도심종마대법, 3천 년 전에 풍무극광에 의해 소멸당했는데……!”
마종이 몸에 들어오는 순간, 4명의 영변경 무인들은 마종을 알아차리고 공포에 떨었다.
“풍무극광?”
운청휘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3천 년 전 풍무극광이 도심종마대법을 파괴했다고?”
운청휘는 흥미롭다는 듯 말하며 영변경 무인들의 몸에 넣었던 마종을 빼내었다.
마종을 통해 전해지는 풍부한 힘에, 운청휘가 흡족한 기색을 보였다.
4명의 영변경 무인들 이후로, 현경 무인이나 영단경 무인들은 운청휘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어차피 그들이 자신을 공격했으니, 운청휘는 인정을 베풀 마음도 없었다.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모두 마종이 심어졌다가 빼앗기고 말았다.
운청휘는 마지막으로 신식을 펼쳐 둔천사 전체를 덮었다.
“죽기 싫은 자들은 모두 둔천사를 떠나거라!”
운청휘의 목소리가 모든 선천경 무인의 귓가로 전달되었다.
최하층의 사람들은 운청휘의 흥미에 없었고, 굳이 죽일 마음도 없었다.
그들은 무위가 낮은 데다 운청휘를 자극하지도 않았으니, 죽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그들은 운청휘의 목소리에 눌려 허겁지겁 둔천사를 떠났다.
일 각도 지나지 않아, 둔천사는 고요해졌다.
남은 이들은 운청휘 일행과 홍익, 하흡뿐이었다.
이때 하흡과 홍익은 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땅에 엎드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사, 살려 줘. 홍익이 너를 노린 거니 부디 나를 죽이지 말아 줘!”
하가의 금지옥엽으로 자라난 하흡이 이런 공포를 느낄 일이 어디 있었을까.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그저 몸을 웅크렸다.
“내가 한 말은 전부 홍익이 시킨 거야. 우, 운청휘. 나는 시킨 대로 했을 뿐이야. 그러니 제발 살려 줘!”
운청휘의 신식이 빠르게 하흡을 훑어보았다.
비록 반절 영변의 무위를 지녔지만, 어떠한 살기도 배출하지 않고 있었다.
하흡은 살인을 한 횟수가 극히 적거나, 살인을 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우선은 살려 두마.”
운청휘는 마종을 하흡에게 밀어 넣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대신, 그녀의 몸에 넣은 마종을 곧바로 빼내진 않았다.
하흡의 죄가 그리 무겁지 않은 데다, 하흡을 한동안 하인으로 부릴 작정이었다.
“운청휘, 나는 자, 잠시 홀린 게 분명하네. 내 목숨을 보전해 준다면, 앞으로 절대 그대를 적으로 삼지 않겠네. 맹세하겠네!”
하흡이 용서를 구하고, 운청휘가 살려주는 광경에 홍익이 희망을 품었다.
그가 서둘러 용서를 빌었지만, 운청휘는 묵묵부답이었다.
홍익이 재차 고개를 숙였다.
“그대가 나를 살려 준다면, 우리 홍가는 이 은혜를 잊지 않고 반드시 보답하겠네. 운청휘, 자네도 그 의미를 알 것이야!”
만약 운청휘가 둔천사도 빼앗을 작정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홍익은 절대 이 말을 하지 않을 터였다.
홍가는 10척 미만의 둔천사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중 한 척을 특별히 혼사를 위해 보낸 터였다.
그런 둔천사를 빼앗는다는 건, 홍가와 운청휘의 영원한 반목을 의미했다.
“나는 홍가의 직계 자제일세. 만약 나를 죽인다면 홍가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거라네!”
운청휘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홍익이 심호흡을 하더니 마침내 위협하는 어조로 홍가를 들먹였다.
“둔천사도 가질 터인데, 너를 신경 써야 하느냐?”
마침내 운청휘가 홍익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는 방금 영라 반지의 내부를 정리하며 마종이 얼마나 있는지 점검하던 차였다.
“뭐라고, 둔천사도 뺏으려고?”
홍익이 듣고 눈을 부릅떴는데 믿을 수 없다는 듯 운청휘를 바라봤다.
“운청휘, 둔천사를 뺏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 그대와 우리 홍가는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야!”
홍익은 두려움도 잊은 채 운청휘를 향해 포효했다.
“그게 어떻단 말이냐?”
운청휘가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더니 손에 마종을 띄운 후, 가볍게 홍익의 몸으로 밀어 넣었다.
“나오너라!”
운청휘가 손을 뻗자, 홍익의 몸에서 마종이 빠져나왔다.
“이곳은 네게 맡기마. 모든 시체들을 바깥에 내다 버리도록.”
운청휘가 명령을 내렸다.
하흡은 반절 영변의 무인이었지만, 어느새 이런 자질구레한 일을 하는 처지로 몰락하고 말았다.
“네…….”
하흡은 전율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운청휘는 겁에 질린 묵안유를 잘 달래고 상황을 수습한 후, 공유와 함께 최정상의 조종실에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둔천사가 다시 움직였다.
운청휘가 헤아려 보니, 둔천사의 속도라면 공작령에 도착하기까지 약 11~12일이 남았다.
“운청휘, 이 둔천사 나에게 팔래?”
운청휘가 둔천사를 운전하고 있는데, 공유가 와서 물었다.
둔천사는 공작족이 가지지 못한 물건이니, 공작족인 공유로서는 이 물건을 한번 연구해 보고 싶었던 참이었다.
“팔 생각은 없다.”
운청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는 둔천사의 향후 쓰임을 정해 둔 터였다.
지금 천검종에 있는 사촌 형 운현, 그에게 주고자 마음을 먹었다.
‘형님이 비록 혈살군을 장악했다곤 하나, 천검종에서 나오지 못하시니…….’
비록 운청휘가 천검종을 멸문시키긴 했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원한을 샀다.
풍가나 군성문은 여전히 그에게 이를 갈고 있었고, 천검종이라는 천혜의 요새가 아니었다면 그의 가족들은 오지에 숨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운현은 지금 안전을 위해 천검종에서만 지내고 있지만, 둔천사가 있다면 마음껏 외출할 수 있을 터였다.
항로를 설정한 뒤, 운청휘는 마종을 연화하는 수련에 집중했다.
공작령으로 가는 항로는 일직선이니, 둔천사의 방향을 고정해 두면 수련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일단은 영단경의 마종부터 연화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의 무위라면 영단경 무위는 일 다경도 걸리지 않아 흡수할 수 있었으나, 영단경의 마종은 그에게 미미한 진전만을 가져다주었다.
운청휘는 실망하지 않고, 한 시진에 걸쳐 100여 개의 영단경 마종을 흡수했다.
비록 무위는 여전히 선천경 9단계에 멈춰 있었으나, 전투력은 일 할 정도 강해져 있었다.
영단경의 마종을 다 흡수했으니, 이제 현경 마종을 연화할 차례였다.
현경 마종을 비롯해 홍익에게서 빼낸 마종도 연화할 생각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홍익의 마종을 연화하는 즉시, 운청휘는 꿈꾸던 선천 극경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온몸의 기운이 맑아지고,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극경은 아주 특수한 경계이니, 하늘을 거스르는 전투력을 꿈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인미답의 잠재력을 지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