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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10화 (210/430)

제210화

‘그저 내 생각이 지나쳤거나, 매희의 단독 행동이었길 바랄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공유, 죽을 때까지 그 결정을 후회하게 해 주마.’

반나절 후, 배는 끝없이 넓은 호수의 가장자리에 접어들더니 운항을 멈추었다.

이 호수는 호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을 만큼 그 크기가 넓었는데, 수면이 매우 검은색이라 사람들은 흑암해라 부르기도 했다.

때마침 매 한 마리가 흑암해 상공으로 날아가다 별안간 비행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수면으로 추락했다.

이 광경을 본 운청휘는 기이하게 여겨, 나뭇잎 하나를 주워 영력을 조금 주입해 던져 보았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이 나뭇잎은 적어도 삼천여 장을 날아가야 하나, 나뭇입은 고작 삼십여 장을 날더니 흑암해에 그대로 가라앉았었다.

‘무중력 구역인가? ……아니, 아니다. 이곳은 흑암해의 해저이니, 흑암광산이 존재하는 게로구나!’

운청휘는 별안간 숨을 참으며 솟구치는 흥분을 억눌러야 했다.

가까스로 평정을 되찾고 신식을 내보내지, 신식이 수면에 접촉하는 순간 수면 아래로 이끌리듯 빨려 들어갔다.

이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호수의 밑바닥은 운청휘의 신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다시피 아래로 이끌었고, 어느새 운청휘의 신식은 3만여 장을 이끌려 내려갔다.

그곳에서, 운청휘는 잠들어 있는 빼곡한 검은 광석들을 발견했다.

신식마저 끌어당기는 강력한 흡입력은 이 광석들이 발산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운청휘는 선제의 신식을 가진 만큼, 검은 광석의 흡입력을 뿌리치고 신식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선계에서 한 근에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흑암 광산이거늘, 이곳에 바다만큼 크게 자리잡고 있었군.’

운청휘는 속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선제의 무위만 있었다면, 흑암해 전체를 가져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건만!

그때, 동북쪽과 동남쪽에거 각각 배가 날아들었다.

두 척에는 각자 한 무리의 요족들이 서 있었다.

운청휘가 신식으로 살펴보니, 모두 공작족의 일원들이었다.

한 명은 여인이었고, 약관 정도 되어 보이는 영변경 5단계였다.

나머지는 청년으로, 나이는 비슷해 보였으며 역시나 무위도 같았다.

다른 공작족들도 대체로 비슷한 무위였으며, 무위가 가장 약한 이들도 현경에 머물러 있었다.

개중에는 낯이 익은 이가 있었는데, 대붕족의 붕비였다!

그 외에도 두 명의 노인이 탑승해 있었는데, 공원처럼 반절 공적의 무위를 지니고 있었다.

“그대들이 모두 왔군요. 10년에 한 번 열리는 요족 천교대전을 시작해 보죠.”

공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이번 천교대전은 예전과 달리 이번에 우리는 요족의 8대 요자들을 선택할 것입니다.”

8대 요자라는 말에 요족들은 일제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의미를 이해하고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

남영 8공자처럼, 인간의 호칭을 모방하여 요족의 젊은이 중 최강자 8명을 선발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어쩐지 아버님께서 나를 이 연회에 참가하라고 하더니…….”

배에 탄 붕비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8대 요자라니, 나 용오천(龙傲天)이 차지할 것이다.”

다른 배에 타고 있던 은발의 청년이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찍이 운청휘가 신식으로 살펴본바, 그의 본체는 교룡이었다.

“응?”

붕비의 눈빛이 별안간 운청휘가 있는 쪽을 향했다.

“기련산에서 봤던 그 인간인데……?”

운청휘를 발견한 순간, 붕비의 눈이 커지며 그를 알아보자마자 살기를 내뿜었다.

이전에 기련산에서 붕비는 진상상에서 협박을 받았고, 아공간 반지를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선천영액 1만 근에 대한 차용증까지 써야 했다.

그뿐일까,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를 구하며 아부까지 떨지 않았던가.

그날의 일은 떠올리기만 해도 치가 떨리는 일이 되었다.

운청휘는 그 모든 일의 목격자인 동시에 방관자로서, 붕비의 철저한 원한을 산 터였다. 살인멸구할 대상이 있다면, 바로 운청휘였다.

한편, 운청휘는 붕비가 자신을 알아보고 치를 떨자 냉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날의 장면은 운청휘로서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미사여구를 늘어놓던 붕비와 자아도취에 빠진 진상상의 모습은 촌극이 따로 없었으므로.

겉으로는 한없이 도도해 보이는 붕비가 그토록 아첨에 능할 줄이야.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죽어!”

붕비는 운청휘가 얼굴을 실룩이는 걸 보자마자 법칙의 힘을 일으켜 공격해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붕비가 갑자기 공격하자 순간 무수한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붕비, 무엇을 하려는 거죠?”

그때, 맑은 목소리가 울리며 붕비와 같은 배에서 아름다운 공작족 한 명이 몸을 날렸다.

붕비가 방출한 법칙의 힘을 단번에 맨손으로 쥐더니, 그대로 부숴 버렸다.

“공작족의 공련 공주께서 나서셨다!”

“이런 상황에서 공련이 아니면 누가 나서겠어!”

“대체 무슨 일이길래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작족을 공격하는 거지!”

주위에서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운청휘는 이때 공작족과 함께 있었기에, 그를 모르는 이들은 자연히 붕비가 공작족을 공격하는 줄만 알았다.

“공련, 감히 인간을 위해 나와 척을 지겠다는 뜻이냐?”

붕비가 굳은 얼굴로 공작족의 공련 공주를 봤다.

“인간?”

공련마저도 뜻밖이라는 듯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보름 전 대붕족의 영지로 출발하여 참가자들을 맞이한 터라, 운청휘의 일은 잘 몰랐다.

-운청휘, 그녀를 알아보겠나요? 공작왕족의 공주인 공련이에요. 만약 당신이 홍익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지금 공련은 홍익의 약혼자가 되었겠죠.

하흡이 운청휘에게 음을 전했다. 한편으로는 대붕족의 소주 붕비가 그에게 원한을 품은 게 의아한 모양이었다.

“알겠어요!”

그때, 공련은 공원이 보낸 음을 듣고 있었다. 그녀가 상황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붕비를 바라보았다.

“운청휘는 우리 공작족의 귀한 손님입니다. 당신들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었든 공작족의 영지에서 그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하지도 마시길!”

다른 배에 타고 있었던 공작족의 청년도 공원의 음을 받은 듯, 뭔가를 깨달은 표정이었다.

청년이 배에서 내려 운청휘의 앞으로 다가왔다.

“둔천사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둔천사를 우리에게 바친다면 객경으로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공화(孔华), 공작왕족의 직계 자제입니다.”

공화라는 청년은 훤칠한 얼굴에 눈처럼 흰 피부를 지녔는데, 부드러운 향을 풍기고 있었다.

“객경?”

그 말을 들은 운청휘는 속으로 하하 웃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함을 가장했다.

“서두르지 말도록. 천교대전이 끝나면 당신들에게 마음껏 보여 드리지.”

영주든 혈살군이든, 객경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존경받는 지위인 객경 장로이며, 하나는 보통 객경으로 급료를 받고 일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둔천사의 가치는 돈으로 헤아릴 수도 없건만, 공화는 단지 보통 객경의 지위로 둔천사를 원하고 있었다. 사실상 공공연한 약탈이나 다름없었다.

“인간? 우리 요족의 천교대전에 감히 인간이 왔다고? 공작족, 네놈들은 우리에게 한마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흥, 역시나 공작족이군. 인간 홍가와 결혼하면 철저히 인간 쪽에 서야 하니까 인간을 이런 중요한 장소로 데려온 것인가?”

“공작족, 만약 오늘 우리에게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우리 마배령의 모든 요족은 이번 천교대전의 참가를 거절할 것이다!”

붕비가 있는 배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그들 중 삼 할은 대붕족이고, 나머지는 대붕족에 충성을 바치는 요족들이었다.

붕비와 운청휘 사이에 원한이 있음을 알자, 하나같이 격분하여 공작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우선 진정하세요!”

공련 공주의 목소리가 울렸다.

“말씀드렸다시피, 운청휘는 우리 공작족의 귀한 손님이에요. 어떤 요족이든 관계가 좋은 인간들이 있지 않나요? 제가 알기로 대붕족도 인간 8대 세가 중 하나인 운가와 가깝더군요. 더욱이, 왜 공작족이 인간의 홍가와 혼인한다는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네요. 여러분 앞에서 제대로 말하겠어요. 공작족은 인간과 혼인하지 않고, 나 공련은 인간에게 시집가지 않아요!”

“뭐라고?”

그녀의 말에 붕비가 있는 배에서는 놀란 음성들이 터져 나왔다.

교룡족이 있는 배도 웅성거리긴 매한가지였다.

공작족과 인간 홍가의 혼인은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고, 홍익이 공련 공주를 맞이하기 위해 공작령에 와 있다는 소문까지 퍼져 있었다.

그러나 공련은 많은 이들 앞에서 그 소문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공작족과 인간 홍가의 /@담판이(혼사가 깨졌나 봐…….”

두 배 위에 있던 반절 공적의 노인들이 낮게 중얼거렸다.

운청휘가 둔천사를 강탈하고 홍익 무리를 죽인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은 듯했다.

“응? 공원의 음인데…….”

곧, 두 노인은 별안간 공원의 음을 받고 침묵에 잠겼다.

잠시 후, 세 요족간의 소통이 끝나고 그들은 한자리로 모여 섰다.

그들은 모두 반절 공적의 무위를 지닌 이들로서 각각의 요족을 대표했다. 공원은 공작족, 나머지 두 노인은 대붕족과 교룡족의 대표였다.

“시간이 늦었으니, 이번 요족의 천교대전을 시작하죠!”

요족의 천교대전은 절차가 간단한 편이었다.

공작족, 대붕족, 교룡족의 대표가 상의를 거친 후 100개의 무대를 선정한다.

이 무대는 각각 1위에서 100위에 대응한다.

10위 안에 드는 이들은 세 노인이 의논을 하여 정하고, 그 후의 순위는 무위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무위가 같을 경우 명성이 더 높은 이가 앞 순위에 봉해진다.

곧 100개의 무대가 채워졌다.

1위는 교룡족의 용오천이었고, 2위는 공작족의 공화, 3위는 대붕족의 붕비였다.

공련 공주는 5위를 점하고 있었다.

50위까지는 모두 영변경의 요족들이었으며, 그 이후의 순위는 반절 영변, 현경의 요족들이었다.

물론 순위에 오르지 못한다고 해도 낙담할 것은 없었다.

어차피 시작할 때 정해진 순위는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도전을 받고 전투를 치르며 바뀌기 마련이다.

임의로 상대를 지정하여 이기면, 언제든 순위를 얻어낼 수 있었다.

“운청휘, 하흡, 당신들은 인간 중에서 뛰어난 존재입니다. 노부는 당신들에게 공작족을 대표하여 참가할 기회를 주겠습니다.”

운청휘는 하흡과 함께 구경하려 했으나, 어느새 공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럴 필요 없다. 요족간의 일인데 인간을 끌어들여 무엇하겠느냐.”

운청휘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하흡도 운청휘를 따라 고개를 저었다.

“안심하세요. 여러분의 안전은 노부가 보장합니다. 걱정하지 마시길, 노부가 이미 등록을 했습니다.”

공원은 마치 운청휘의 거절을 듣지 못한 것처럼 할 말만 쏟아내더니 자리를 떴다.

곧, 천교대전이 시작되며 순위를 얻지 못한 요족들의 도전이 줄을 이었다.

그들은 모두 현경의 무위였고, 이곳에 있는 요족 중 가장 무위가 낮은 이들에 속했다.

다만 무위의 경계가 엄격한 만큼, 이들은 반 시진 만에 승패가 갈려 무대에 오를 기회를 잃었다.

“다음은 인족의 참가자, 하흡의 등장입니다!”

심판은 공작족, 대붕족, 교룡족의 대표 셋이 맡았다.

하흡의 이름을 부른 심판은 다름아닌 공원이었다.

“나가요?”

하흡이 운청휘를 돌아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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