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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12화 (212/430)

제212화

공련이 운청휘를 감싸며 그를 귀한 손님이라 말했기에, 다른 요족들은 공작족이 운청휘의 편이라 믿고 있었다.

오히려 운청휘에게 덫을 놓은 이들이 공작족이라는 걸 알 턱이 없었다.

운청휘는 표범족의 사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선을 바로 49번에게 주었다.

“나오너라!”

또 그 말이지만, 이번에 운청휘의 도전 상대는 반절 영변에서 영변경으로 변했다.

“맙소사, 우…… 운청휘가 스스로 영변경의 대붕족에게 도전하다니!”

구경하던 요족들 전체가 술렁였다.

운청휘는 정말로 분노하고 있었다.

붕비가 진상상에게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하나, 그뿐이었다. 자신은 붕비와 더 원한을 산 일이 없었다.

그러나 붕비는 그 일만으로 자신에게 살기를 내비쳤고, 그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운청휘를 나서게 하기 위해 족인들을 시켜 하흡을 몰아붙였고, 결국에는 운청휘를 이끌어내었다.

“나를 나서게 하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그러나 내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

운청휘는 침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시선은 49번의 영변경 대붕족에게 향했다.

“49번, 아직도 나오지 않고 꾸물거리느냐?”

“인간, 날뛰지 마라!”

49번 대붕족이 소리를 지르더니 신형이 무대 위에서 사라졌다.

운청휘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바로 공격을 퍼부었다.

“나의 요족 요지에서 이렇게 날뛰다니, 우리 요족 중에 인물이 없는 줄 아는 게냐?”

49번 대붕족은 코웃음을 치며 운청휘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펑펑! 퍼억!

두 사람은 순식간에 100합 이상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무수한 법칙의 힘과 영단의 힘이 부딪치자, 충격파가 사방팔방으로 휘몰아쳤다.

사방은 쑥대밭이 되었고, 두 사람의 신형은 어느새 공중으로 떠오르며 허공에 거대한 먼지구름을 일으키고 있었다.

“저 인간 정말로 오만방자하군.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영단의 힘만 쓰잖아!”

“49번 대붕족이 우리 요족에게 창피를 주지 않길 바라야지. 만약 ‘영단의 힘’에 패한다면, 우리 요족은 정말 창피를 당할거야!”

“아니겠지. 49번은 영변경의 대붕족인데, 인간 영변경이 어찌 능가하겠어!”

“맞아, 인간이 공격한 위력으로 보니 그도 영변경 1단계인데, 동등 계급이라면 겨우 적수가 되겠지!”

“더군다나 저렇게 우쭐대고 있지 않나. 영단의 힘으로만 싸우다간, 패배는 시간문…….”

누군가는 패배가 시간문제라 하려 했으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운청휘의 일권이 49번 대붕족의 아랫배에 꽂혔고, 대붕족은 큰 피를 울컥 토해냈다. 운청휘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영단의 힘으로 만들어 낸 예리한 검을 물 흐르듯이 그의 배에 찔러넣었다.

콰앙!

모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운청휘는 그대로 49번 대붕족을 걷어차 무대로 날려 버렸다.

영해가 파괴된 데다 허공에서 추락했으니, 49번의 목숨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맙소사, 49번의 패배야!”

49번 대붕족은 가는 숨만 내쉴 뿐, 곧 숨이 끊어질 듯했다.

관전하던 요족들은 입을 떡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운청휘!”

3번 무대에 서 있던 붕비가 노발대발하였다.

그가 족인들을 시켜 운청휘를 겨냥했으니, 운청휘가 족인들을 죽인 것은 붕비를 겨냥하는 일이었다.

“붕황(鹏黄), 운청휘에게 도전하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던 붕비가 38번 무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 무대에는 영변경 3단계의 대붕족이 서 있었다.

“예, 소주!”

38번 대붕족, 붕황이 명을 받들었다.

그러나 그가 무대에서 몸을 날리려는 순간, 운청휘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가 그리 급하단 말이냐? 아직 46번과 43번에 대붕족이 두 명 남아 있지 않더냐.”

그래, 하나하나 도전하여 꺾을 생각이었다.

운청휘의 입가에 차디찬 냉소가 걸렸다.

이 자리에 있는 대붕족을 몰살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46번, 나와서 죽거라!”

운청휘는 지상으로 가뿐히 내려온 후, 46번을 향해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

“아아아, 운청휘, 죽여 주마!”

영변경 1단계였던 46번은 분개하여 몸을 날렸다.

“하지 마……!”

붕황이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빌어먹을 인간, 내 형의 원수를 갚아 주마!”

46번은 단순히 도발되어 분노한 것이 아니었다.

방금 죽은 49번 대붕족이 그의 형제였기 때문에 더욱더 분노하고 있었다.

슬픔과 분노가 그의 이성을 흐리게 했고, 운청휘의 한마디에 곧바로 뛰쳐나온 것이다.

운청휘는 달려드는 그를 향해 공격을 방출했다.

이번에는 운청휘가 처음부터 전력을 동원하였고, 맞붙자마자 46번 대붕족의 한쪽 팔에 중상을 입혔다.

일 다경 후, 46번 대붕족은 한 차례 피를 뿜더니 참살당하고 말았다.

운청휘의 전투력으로는 일격에 죽일 수 있었으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일부러 시간을 끈 후 잔혹하게 죽인 것이다.

“뭘 망설이고 있느냐, 43번? 어서 나오너라!”

46번 대붕족을 죽인 후, 운청휘의 시선은 43번 대붕족에게 향했다.

그는 영변경 2단계의 무위를 지녔으나, 앞선 대붕족들의 끔찍한 최후를 본 뒤로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며 현 상황을 타개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했다. 운청휘에게 겁을 주지 못하는 것에 한이 맺힐 지경이었다.

-붕노(鹏老), 어, 어찌해야 합니까?

43번이 붕족의 심판에게 몰래 전음했다.

-운청휘는 전력을 감추고 있었지. 하지만 영변경 2단계일 가능성이 높네. 그러니 나가서 싸우게! 위태로울 땐 노부가 그대를 구함세!

붕족의 심판도 43번에게 전음을 보냈다.

-영변경 2단계가 맞겠죠?

43번은 얼떨떨했지만,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반절 공적의 붕노가 운청휘의 구체적인 무위를 알아채지 못한 건가?’

충격을 받긴 했지만, 43번의 신형은 어느새 무대 아래로 유성처럼 떨어져내렸다.

심판은 비록 운청휘의 구체적인 무위를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여차할 때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이다.

안전이 보장되었으니, 더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법칙의 힘, 전부 나와라!”

43번 대붕족이 노성을 지르자 그의 뒤에서 무수한 법칙의 힘이 뿜어져 나왔고, 그는 두 손을 모아 힘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법칙의 힘들은 뱀처럼 술렁이며 운청휘에게 날아들었다.

운청휘가 번갯불 같은 속도로 몸을 날리더니 짓쳐들어오는 법칙의 힘을 피해 손을 휘둘렀다.

이윽고 허공에서 커다란 장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운청휘는 곧바로 활시위를 당겼는데, 영단의 화살이 파죽지세로 날아가 허공을 갈랐다.

“법칙의 방패!”

43번이 큰 손을 휘두르자 몸 앞에 방패가 나왔고, 우르릉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토파천경(土破天惊)!”

43번 대붕족이 한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니 대지가 갈라지며 토양이 소용돌이쳤다. 이윽고 솟구치는 흙더미가 용이 오르는 형상을 연상케 했다.

“토룡포효!”

운청휘는 직접 흙더미를 손으로 잡았는데, 별안간 토 속성의 힘이 집결하여 흙더미를 거대한 토룡의 형상으로 빚어내었다.

용의 머리는 43번 대붕족을 향하고 있었다.

토룡이 거대한 입을 벌리며 돌진했고, 순식간에 43번을 내리쳤다!

그 충격에 대비할 틈도 없이 노출된 43번의 입가를 타고 선혈이 흘렸다.

피잉!

그 틈을 타 운청휘는 장궁의 시위를 당겼고, 영단의 화살이 순식간에 43번 대붕족의 미간을 통과했다.

구조를 약속했던 대붕족의 심판이 나설 겨를도 없이, 벌어진 일들이었다.

“영변경 2단계인 43번도 운청휘의 손에 죽었어……!”

“운청휘의 무위는 도대체 무엇이지?”

“모르겠어, 하지만 영변경 2단계는 아니야. 운청휘가 방금 43번을 죽일 때 단 세 번만 공격했어!”

“첫 번째는 43번이 막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는 43번의 목숨을 앗아갔어!”

“세 번의 공격으로 참살했으니, 최소 영변경 3단계의 무위라 할 수 있겠어!”

“그래, 영변경 3단계일 거야. 그보다 위라면 영변경 2단계를 참살하는 데 3번까지 공격할 필요도 없으니!”

주변의 요족들은 놀라는 한편, 운청휘의 무위를 측정하기도 했다.

곧 많은 요족들이 운청휘의 진정한 무위는 영변경 3단계일 거라 수군거렸다.

“인간은 인간이군. 심계가 우리 요족과는 비교도 되지 않아. 영변경 3단계의 무위를 가졌는데, 의도적으로 무위를 숨겨 반절 영변부터 도전하기 시작한 거야!”

“하지만 오판이었지. 반절 영변이나 영변경의 족인이 죽었다고 해서, 대붕족의 근간을 흔들 순 없어!”

“맞아, 3번 붕비는 말할 것도 없고, 12번, 17번, 19번, 27번, 33번, 38번 모두가 대붕족의 사람들이고, 무위 전투력이 가장 약한 38번도 영변경 3단계의 무위라구!”

“빨리 봐, 38번 붕황이 이미 무대에 내려왔어!”

누군가 소리쳤다. 어느새 붕황은 깃털처럼 사뿐하게 날아 운청휘 앞에 내려섰다.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오다니, 오죽 급한 모양이로군?”

붕황이 음산한 눈빛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자, 운청휘가 느긋하게 말했다.

규칙에 따르면 반드시 운청휘가 먼저 상대의 이름을 불러야 나올 수 있었다.

“누군가 급히 죽고 싶어 하니 도움을 줘야지!”

운청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붕황에게 말을 걸고 있지만, 운청휘의 주의는 줄곧 스산한 눈빛의 대붕족 심판에게 향해 있었다.

운청휘가 43번 대붕족을 죽인 순간, 대붕족의 심판이 나서려고 했지만 공원이 말리지 안항ㅆ던가.

공원이 운청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니리라.

오히려 그가 대붕족의 심판을 말린 후 했던 말을 신식으로 잡아낸 후, 운청휘의 분노만이 커졌다.

그 말은 운청휘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힘겹게 보호하며 데려온 공유가, 그를 배신했다!

“운청휘, 네놈의 오만방자함을 저승에서 탄식해라! 나 붕황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오만방자한 인간을 죽이는 것이니!”

붕황이 코웃음을 치더니 무수한 법칙의 힘을 내뿜어 운청휘를 공격했다.

쐐애애액…….

법칙의 힘이 닿는 곳마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진공이 찢겼고, 눈을 자극하는 불빛들이 번ᄍᅠᆨ였다.

운청휘는 허공으로 몸을 피했지만, 곧바로 붕황이 내뿜은 법칙의 힘이 바짝 뒤쫓아왔다.

운청휘가 한 손을 휘둘러 어마어마한 양의 영단의 힘을 쏟아내었다.

콰앙!

두 개의 힘이 서로 부딪쳤다!

“운청휘는 미친 건가, 영단의 힘으로 맞서다니!”

그 광경에 아래에 있던 요족들은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지금 운청휘와 붕황을 같은 경계선에 놓고 있었는데, 서로 동등한 경계에서 굳이 더 낮은 힘을 쓴다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의심은 다음 순간 나타난 광경에 말끔히 지워지고 말았다.

운청휘가 내뿜은 영단의 힘이, 법칙의 힘과 서로 맞부딪치더니 그대로 상쇄된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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