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3화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 광경을 마주했다.
영단의 힘과 법칙의 힘. 비교할 필요도 없이 법칙의 힘이 영단의 힘을 꺾는 게 당연한 순리였다.
“용기가 있다면 계속해서 영단의 힘을 써 보든지!”
두 힘이 상쇄되어 소멸하자 붕황은 뜻밖이라는 표정이었으나, 곧 코웃음을 쳤다. 한 번 정도는 운이 좋아 이리 되었다고 해도, 결과는 뻔하지 않겠는가?
붕황이 두 손을 끊임없이 부딪쳐 법칙의 힘을 이끌어내니, 법칙의 힘이 화살이 되어 운청휘를 향해 쇄도했다.
운청휘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선 채로, 두 손을 모아 영단의 힘을 방출해 법칙의 힘과 맞부딪쳤다!
펑펑펑펑!
허공에서 무수한 충돌음이 들리고, 눈부신 불빛이 요족들의 눈을 멀게 할 듯 번쩍거렸다.
반경 수만 장이 연기로 뒤덮이고, 충격파로 인해 대지가 고통스레 몸을 떨었다.
붕황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육 할의 힘만 사용했기에 여유가 있었지만, 충돌을 거듭할수록 동원하는 힘이 증가하고 있었다.
칠 할, 팔 할, 구 할, 마침내 전력을 다하게 되자, 그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운청휘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붕황은 어쩐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젠장, 더 이상은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운청휘를 이겨도 소주의 포상을 받을 수 없어!’
붕황이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만약 운청휘를 깔끔하게 이긴다면 붕비는 포상을 아끼지 않겠지만, 가까스로 이기게 된다면 오히려 질책을 들을 터였다. 인간을 상대로 이렇게나 긴 시간을 낭비했다는 모욕은 덤이었다.
챙!
붕황이 별안간 아공간 반지에서 긴 창을 꺼내 들었다.
길이가 칠 척 반에 달했고, 서늘한 은색 창날에는 한기가 감돌았다.
붕황이 창을 잡아채 직접 운청휘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응? 저것은 장은창(长银枪), 소천급 상품의 법보야!”
긴 창이 나타나는 순간, 누군가 창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그 말에 운청휘의 눈이 살짝 커졌고, 등에서 참천검집이 윙윙대는 감촉을 느꼈다.
“곧바로 삼키게 해 주마. 조금만 기다리거라.”
운청휘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곧장 ‘장은창’의 창끝을 향해 손을 뻗었다.
붕황은 운청휘가 피하기는커녕 창끝을 향해 다가오자 저절로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단시간에 해결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자기가 직접 오다니!’
붕황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장은창은 그 창날이 심해의 운은철을 단조한 것이라 소천급의 법보로 취급되었다. 그만큼 막강한 위력을 지닌 창을 맨손으로 잡다니, 죽고 싶어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리 생각하는 건 붕황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요족들의 생각이 일치했다.
‘족장의 목적은 둔천사뿐 아니라 그의 아공간 반지에도 있다. 그가 죽으면 반지를 영원히 열지 못해!’
공원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운청휘를 구하러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때, 허공의 정세가 급격히 변했다.
운청휘의 손이 창끝에 닿을 즈음, 돌연 그의 신형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곧, 눈 깜짝할 새에 이동한 것처럼 창의 왼쪽에 나타난 운청휘가 창 자루를 잡고 그대로 힘을 주었다.
빠득!
창이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반쪽으로 부서졌다.
운청휘는 창날이 달린 쪽을 날쌔게 잡아채 등에 짊어진 참천검집에 집어넣었다.
장은창은 소천급 법보라 해도 심해의 운은철로 단조된 창날만이 가치가 있을 뿐, 창자루는 그다지 견고하지 않아 얼마든지 부러트릴 수 있었다.
윙윙윙……!
참천검집이 기뻐하듯이 진동함과 동시에 창날의 힘을 미친 듯이 흡수하고 있었다.
잠시 후, 창날 전체가 검집 안에서 쇳가루가 되어 조금씩 흩날렸다.
운청휘는 그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몸을 날려, 눈 깜짝할 새에 붕황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쾅!
운청휘의 일권이 붕황의 등에 작렬하며 뼈가 바스라지는 소리를 내었다.
붕황이 선혈을 토하며 부르르 떨었는데, 그 떨림이 진정되기도 전에 영단의 화살이 그의 등을 꿰뚫었다.
“붕황……!”
붕비와 대붕족 심판의 안색이 급변하였다.
대붕족 심판의 반응은 붕비보다 한발 빨랐다. 이미 그는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붕황이 화살에 맞았다곤 하지만, 지금 치료한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신형을 날린 순간, 붕황의 몸에 꽂힌 날카로운 화살에서…….
퍼엉!
파공음과 함께 붕황이 산산이 조각 나 흩날렸다.
순간 망연자실했던 대붕족 심판은 마음속으로 짙은 살기를 품었다.
연이어 이렇게 많은 족인들을 잃었으니, 심판으로서의 본분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이번 천교대전을 끝내는 한이 있어도 운청휘를 벨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운청휘도 그의 살기를 느끼고 저항할 준비를 마쳤다.
언제든지 구천주선살진을 내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때, 대붕족 심판의 귓가에 공원의 다급한 음이 전해져 왔다.
-붕익(鹏翼) 형님, 저를 봐서라도 참아 주십시오! 천교대전이 끝나면 운청휘를 대붕족에게 넘기겠습니다!
-알겠네, 자네의 체면을 세워 주지. 하지만 우리 대붕족이 한 명이라도 더 죽으면 공작족을 한 명 죽여 변상을 받고 말겠네!
대붕족 심판은 공원과 음을 주고받고는 기세를 갈무리했다.
운청휘는 신식으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으나, 내색하지 않고 33번 대붕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오만방자한 태도로 그에게 손짓했다.
“어서 나오너라!”
“운청휘, 우리 시간 낭비하지 말자. 네놈은 본 소주와 싸우고 싶잖아? 본 소주가 지금 네놈과 싸워 주마!”
대붕족의 기재 한두 명쯤은 잃어도 손해가 아니라지만, 이렇게 연달아 잃으니 자연히 붕비는 속이 쓰렸다.
그는 자신이 나서지 않고 운청휘를 처리하려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지금 자신이 나서야 할 것 같았다. 더 꾸물거리다 족인들이 운청휘의 손에 몰살당할까 봐 걱정되었다.
“너와 싸우겠지만, 지금이 아니다.”
운청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길은 여전히 33번 대붕족을 향했다.
“나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무엇을 꾸물거리느냐!”
33번 대붕족의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좀처럼 나오지 못했다. 운청휘의 눈에는 적나라한 비웃음이 걸렸다.
“너희 대붕족은 이미 나와 싸울 전의마저 상실했나?”
“무례하다!”
붕비가 화가 나서 이를 갈았고, 영변경 5단계의 기세가 운청휘를 향했다.
“운청휘, 본 소주는 네놈과 상의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하는 것이다. 당장 나와 싸우지 못할까!”
말을 마친 붕비가 고개를 돌려 대붕족 심판을 바라보았다.
“붕노, 운청휘가 만약 나와 싸우지 않겠다면, 이 자리에서 녀석을 죽여라!”
붕비는 인내심이 없었고, 대붕족의 소주로서 그에게 명령할 권리가 있었다.
“운청휘, 어떻게 하겠느냐?”
대붕족 심판이 날아옴과 동시에, 반절 공적의 기세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운 공자, 승낙하시지요!”
공원이 날아오더니, 손을 흔들어 공작족 심판의 압박을 상쇄해내었다.
운청휘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공원이 재차 말을 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그저 승부를 가리는 것이지 생사를 따지는 게 아닙니다.”
-소주, 승부만 가리는 게 유리합니다. 운청휘의 심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니 당신께서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대전이 끝난 후 운청휘의 신병을 우리가 인수하기로 했으니, 지금 그와 승부만 가리고 대붕족의 체면을 세우기만 하면 됩니다.
그때, 대붕족 심판이 붕비에게 음을 보내 그를 만류했다.
어차피 천교대전 후에 공작족이 운청휘를 넘긴다는 약조를 받아냈으니, 승부만 따지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었다.
그 음을 들은 붕비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공원에게 향했다.
“만약 내가 실수하여 운청휘의 두 팔과 다리를 자르면 어떻겠는가?”
붕비는 아직 화를 다 다스리지 못해 아무렇게나 내뱉었다. 그도 공원의 예상을 거절하고 내던진 말이었으나, 뜻밖에도 공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칼에는 눈이 없으니, 격투에서 피치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건 이해할 수 있는 바입니다. 다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야 합니다!”
“하하하, 걱정 마, 본 소주가 잘해 볼 터이니!”
붕비가 입술을 핥으며 크게 웃었다.
“음? 가장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공작족은 운청휘의 편인가?”
1번 무대에 있던 교룡족 소주 용오천은 우습다는 듯 피식거렸다.
-소주. 공작족은 그저 운청휘에게서 어떤 물건을 얻어내려고 할 뿐입니다. 그 때문에 대붕족이 운청휘를 노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심판 중 한 명인 교룡족의 노인이 용오천에게 음을 보내왔다.
-음? 대체 무슨 물건이길래 공작족이 저리 애를 쓴단 말인가? 정 얻고 싶으면 직접 뺏는 게 낫지 않은가?
용오천 또한 음으로 답하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어떤 물건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부하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운청휘 같은 인간은 압박을 받아도 구차하게 몸을 낮추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작족은 번거로운 방법을 써서 운청휘가 스스로 물건을 내놓도록 압박해 가는 겁니다.
교룡족의 심판이 신중하게 답해왔다.
-아쉽군. 운청휘는 마음에 드는데 말이지. 홀로 대붕족에 도전하다니 얼마나 가상한가? 저절로 구미가 당기는 인재야. 만약 그를 보호하게 된다면, 승산은 얼마나 보고 있나?
용오천이 재차 물었다.
-다른 곳이라면 소인이 그를 보호할 수 있겠으나, 공작령인 만큼…….
교룡족의 심판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공작족의 근거지인 만큼 반절 공적의 교룡이라 해도 움직이는 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용오천은 살짝 실망했다.
-그럼 운청휘는 스스로 살길을 도모해야겠군!
운청휘는 붕비와 공원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구나. 칼에는 눈이 없으니, 싸움에서 부상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하하, 알고 있으면 좋지만, 이따가 울지나 말거라!”
붕비가 운청휘의 대답을 듣고 격양된 감정을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좋아,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니, 지금 시작하지!”
“기다리거라!”
운청휘가 손사래를 쳤다.
“응? 무르겠다는 게냐?”
붕비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무른다니, 가당키나 하다고 보느냐?”
운청휘의 눈이 번뜩였다.
“누군가 이기지 못할 때 중간에 개입하는 이가 있다면, 어찌할지 알고 싶군.”
“걱정 마십시오, 운 공자. 제가 있으니 누구도 개입할 수 없습니다.”
공원이 바로 말했다.
“증인이 되겠느냐?”
운청휘는 공원을 가볍게 무시하고 교룡족의 심판에게 시선을 주었다.
-증언을 해 주게나. 교룡족의 이름으로!
용오천이 직접 교룡족의 심판에게 전음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