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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19화 (219/430)

제219화

“뭐라고?!”

진상상은 순간 기겁했지만, 곧 거대한 흥분에 사로잡혔다.

공작보루는 인간의 황궁에 해당하는 장소이니, 공작족이 수백 대에 걸쳐 모아 온 자원들의 보고였다.

즉, 진상상의 예상을 초월하는 보물이 잠들어 있을 터였다.

“정말 자네가 그리할 생각이라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걸세! 자네가 붕비를 죽이지 않았나? 대붕족의 족장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올 테니, 그 전에 손을 쓰는 게 좋겠네.”

진상상이 안달복달하며 말했다.

운청휘는 피식 웃고는 진상상과 하흡을 데리고 둔천사 위로 향했다.

이윽고 구천주선살진을 거둔 후, 운청휘는 둔천사를 몰고 공작보루 방향으로 질주했다.

흑암해는 공작보루에서 50여만 리 떨어져 있었으나, 둔천사가 공작보루 상공에 도달하기까지는 이 각이 걸렸을 뿐이다.

공작보루 안에 남아 있는 이들은 몇몇 영변경과 현경 공작족이 전부였다.

운청휘와 진상상은 둔천사에 탄 채로, 공격 진법을 움직여 공작보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일련의 포격음과 함께 공작보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파괴되었고, 무수한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현경 및 현경 이하의 공작족들은 둔천사가 뿜어내는 공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대부분은 단번에 죽었고, 몇몇 공작족들이 살아남아 저항했으나 결국엔 모두 목숨을 잃었다.

운청휘는 신식을 펼쳐 공작보루의 최심부에 있는 지하 대전을 찾아냈다.

지하 수만 장 아래에 자리 잡은 대전은 백오십 장 간격으로 방어진이 포진되어 있었다.

운청휘는 둔천사를 조정하여, 지하 대전을 조준한 후 최대의 포화력을 내었다.

콰르릉! 쾅! 콰앙!

연이은 포격으로 인해 공작보루는 잿더미가 되었고, 지하 대전은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노출되었다.

20여 개의 방어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였다.

둔천사의 공격은 반절 공적의 무인에게도 영향을 주는데 이런 방어진이 대수일까!

운청휘는 둔천사를 지하 대전 위로 이동시킨 후, 진상상과 함께 뛰어내렸다.

“맙소사, 이것은 선천영액 못인데 규모만 이미 10만 근을 넘잖아!”

두 사람이 지하 대전에 도착했을 때, 맑고 투명한 연못이 보였다. 전부 선천영액으로 채워진 연못이었다.

“운 형제, 내가 만 근을 가질 테니 나머지는 다 자네 몫이라네!”

진상상이 넉살 좋게 말하더니 딱 만 근을 아공간 반지에 담았다.

그 후 운청휘가 나머지 9만 근을 영라 반지에 넣었다.

“맙소사, 이것들은 얼마나 묵은 영지인 거지? 3천 년? 5천 년?”

진상상이 또 기겁했는데, 초가집만 한 영지버섯이 한 무더기 자라 있었다. 수를 헤아려 보니, 무려 20여 그루에 달했다.

“모두 5천 년 묵은 영지로구나.”

운청휘의 신식이 이 영지의 나이를 발견했다.

“운 형제, 그럼 사양하지 않겠네!”

진상상이 냉큼 영지버섯 두 그루를 채집해 담고, 나머지는 운청휘가 챙겼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보물과 법보, 무공, 단약 등 셀 수 없이 진귀한 물건들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이윽고 두 사람의 시선이 한 말뚝에 가 닿았다.

“이 말뚝은 뭐지? 사방이 진법으로 보호되어 있잖아.”

진상상이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른 가지의 너비는 일 척 정도 되었고, 길이는 약 이 척으로 전체 무게는 백 근 정도 나갈 듯했다. 사방에 강력한 진법이 둘러쳐져 있어 아무리 진상상이라 해도 완력으로 진법을 깨기는 어려워 보였다.

“세계수로군!”

운청휘마저 잠시 숨 쉬는 것을 잊었을 정도였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운청휘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때 운청휘의 영라 반지에도 세계수 한 그루가 있지만, 면적이 고작 아기 팔 만했고 무게는 서너 근에 불과했다.

“뭐, 세계수라고?!”

진상상이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

“운 형제. 내가 조부님께 들은 이야기가 있네. 천지가 처음 열렸을 때 세상 만물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세계수가 무수한 줄기를 뻗어 온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지? 우주의 크고 작은 별들은 모두 세계수의 가지고, 별에서 잉태된 생명들도 세계수에서 힘을 제공받지. 조부님께서 말씀하시길, 세계수를 가지면 우주 전체를 소유할 수 있다더군.”

진상상이 세계수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건 꽤나 뜻밖이었다.

선계에서도 일부 선인들만이 알고 있는 게 세계수였다.

“영라 반지의 세계수는 천급 지보로 삼아 수련하려고 했지. 하지만 지금…….”

운청휘가 중얼거리며 어느새 세계수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신식을 동원하여 자신의 기를 진법의 결계와 동일하게 만들었다.

그의 몸이 순식간에 진법을 통과했다.

‘이 100근의 세계수가 있다면, 어쩌면…… 부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운청휘의 마음에 기대와 설렘이 피어났다.

그의 수준에 이르면 이런 감정들이 이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만큼 진귀한 일이었다.

운청휘는 주저하지 않고 세계수를 영라 반지에 넣었고, 진상상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진상상에게 있어 세계수는 전설의 일부분이었고, 이곳에 온 것도 운청휘 덕분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형제가 세계수보다 소중한 진상상은 기꺼이 세계수를 넘겨줄 수 있었다.

“운 형제, 여기 지도가 있네!”

조금 뒤, 진상상이 소리쳐 운청휘를 불렀다. 그가 낡고 오래 된 지도를 발견했는데, 세계수와 마찬가지로 진법 결계 안에 있었기에 운청휘를 부른 것이다.

“상고 전쟁터의 지도로군.”

운청휘는 신식으로 지도의 내용을 기억해 둔 후, 지도를 꺼내고 진상상에게 건네주었다.

진상상은 즉시 지도를 펼쳐 본 후 곧 희색이 만연했다.

“이 지도는 공작족이 정찰한 것일세! 우리 진가가 정찰한 것과 지점이 다르군?!”

영주의 서영에 위치한 상고 전쟁터는 인왕경의 강자도 그 전체를 다 둘러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넓었다.

그리하여 각 세력은 상고 전쟁터의 지역 일부분만을 탐사했고, 서로가 아는 정보를 타 세력에 넘기지 않으려 급급했다.

진상상의 진가도 상고 전쟁터의 일부 지역을 관찰했으니, 이 지도가 있다면 진가의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질 터였다.

“응? 운 형제, 여기 지도가 한 장 더 있는데 퍽 이상하군. 여기 있는 글자들을 도무지 본 적이 없네.”

일각 후, 진상상이 또 한 장의 지도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한 지도는 천성대륙에서 현재 쓰이지 않는 문자로 기록되어 있었다.

운청휘는 이 지도를 보고 잠시 멈칫했으나, 곧 평온을 되찾았다. 그는 지도에 기록된 장소를 알아볼 수 있었다.

천운왕조의 낭야산에 있는 장신연이었다.

“장신연에 들어가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군.”

운청휘도 글자를 알 수는 없었지만, 이 지도의 쓰임새는 추측할 수 있었다.

“이염죽, 네게 이 지도가 꼭 필요하겠군.”

운청휘가 작게 중얼거리며 지도를 영라 반지에 넣었다.

어느새 지하 대전에 들어온 지 이 각이 흘렀고, 보물로 가득했던 지하 대전은 두 사람의 분주한 강탈로 휑하니 비어 버렸다.

떠나기 전, 운청휘는 지하 대전을 바라보더니 바닥에 한마디를 새겨 두었다.

<이것은 시작일 뿐.>

* * *

지하 대전을 나온 운청휘는 진상상과 둔천사에 오른 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둔천사를 몰았다. 공적 9단계의 무인이라도 지금의 둔천사를 따라잡을 수 없을 터였다.

그들이 공작보루를 떠나고 이 각 여 후.

공작보루의 상공에 얼굴을 가렸지만 아름다움을 숨길 수 없는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소녀는 공중에서 두세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단번에 삼천여 장 지하의 대전까지 하강했다.

소녀의 시선이 대기 중에 노출된 지하 대전에 닿았다.

이윽고 소녀의 신형이 흔들리더니 눈 깜짝할 새에 지하 대전 안에서 형상을 갖추었다.

텅 빈 지하 대전을 둘러보던 소녀의 몸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인왕경의 강자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소녀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깨달았으리라.

소녀의 몸에서 타오르는 화염은 그녀의 분노가 실체화된 화염이었다.

천화와 같은 위력으로 금을 태우고 철을 융화시킬 수 있으며, 영변경의 무인도 단번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이었다.

“이것은 시작일 뿐!”

이윽고 소녀의 시선은 운청휘가 남겨둔 글자로 향했다.

그녀에게서 피어나는 화염이 더욱더 왕성하게 이글거렸다.

우드득…….

그녀의 반경 삼십여 장이 불타오르며 이글거리는 불바다가 되었다.

“운청휘, 반드시 죽여주마!”

소녀가 낮은 소리로 말함과 동시에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둔천사의 조종실 안.

“운 형제, 우리 어디로 가는 건가?”

진상상이 물었다.

“남영, 인간의 오지로 가려 한다.”

운청휘가 선선히 대꾸하곤 되물었다.

“상상, 어디에서 내려 주길 바라느냐?”

진상상이 어깨를 으쓱했다.

“가족에게 돌아가서 지도를 조부님께 드리려 하네. 가는 길이 순조롭다면 운 형제가 태워다 주시게나!”

“마침 홍무군(洪武郡)에 가는 길이니, 데려다 줄 수 있겠군.”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운 형제, 홍무군에 가려는 건가?”

싱글벙글 웃고 있던 진상상의 얼굴이 대번에 굳었다.

홍무군, 이름만으로 알 수 있겠지만 영주 8대 가문인 홍가의 근거지였다.

운청휘가 홍가의 둔천사를 빼았았는데 지금 홍무군에 간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래. 그곳에 볼일이 있다.”

운청휘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로서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홍가에 갈 이유가 있었다.

기령이 홍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상상, 나는 잠시 준비할 것이 있으니 둔천사의 운전을 맡기마.”

운청휘는 홍무군으로 가는 길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만반의 준비로, 구천주선살진을 더 준비하려 한다.

일단 구천주선살진이 제대로 펼쳐진다면 공적 9단계, 심지어 인왕경 이후를 만나더라도 두려워할 것이 없어진다.

운청휘가 지금 가지고 있는 영변경 마종은 60여 개였다.

운청휘는 단번에 12개의 영변경 마종에 부적을 새겨넣고, 영라 반지에서 108개의 포진용 깃발을 꺼냈다.

깃발에도 모두 부적을 새긴 후, 운청휘는 가슴을 꾹 눌러 정혈 3방울을 짜내었다. 이윽고 108개로 나뉜 정혈이 깃발에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운청휘는 지금 3개의 구천주선살진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동안 진상상은 북영 전체의 전송진을 파악하고 있는 머리답게 안전하게 노선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사흘 동안, 둔천사는 조금의 위협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사흘이 지난 후 아침 무렵, 둔천사 밖에서 굉음이 들려오며 둔천사 전체에 강렬한 진동이 일었다.

운청휘가 얼른 신식을 내보내 살펴보니, 16만 장 밖에서 온 하늘을 가린 대붕이 날아들고 있었다.

“인왕경, 대붕왕이로군!”

운청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대붕왕의 속도라면, 둔천사와 견줄 만했다.

“상상, 둔천사를 계속 운전하도록! 내가 대붕왕과 맞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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