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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20화 (220/430)

제220화

말을 하는 동안 이미 운청휘의 신형은 조종실을 뛰쳐나갔다.

둔천사 밖으로 나온 후, 운청휘는 구천주선살진 한 개를 둔천사 전체에 배치했다.

포진이 끝난 후, 공적 9단계의 무인이라도 둔천사를 파괴할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둔천사의 속도가 삼 할 이상 증가하여, 이 속도라면 간발의 차로 대붕왕을 앞지를 수 있었다.

운청휘는 다시 둔천사 안으로 들어가 반절 공적의 마종을 꺼냈다.

이윽고 마종에 복잡하고 신묘한 무늬의 부적을 그려넣었다.

“비록 인왕경을 죽일 순 없겠지만, 반 시진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겠군.”

운청휘가 낮게 중얼거렸다. 반 시진이라면 둔천사가 도망칠 시간으로는 충분했다.

다만, 줄곧 도망치기만 하는 것은 너무 수동적인 행동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운청휘는 별안간 구천주선살진을 하나 더 설치하며, 방금 부적을 새긴 반절 공적의 마종을 끼워넣었다.

두 개의 진법으로 보호받는 둔천사는 인왕경 무인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더라도 잠시 동안은 버틸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둔천사가 고속 주행 상태이고, 적이 멀리 떨어진 상태라면 진동만 줄 뿐, 별다른 타격은 없을 터였다.

“상상. 둔천사 위에 두 개의 구천주선살진을 설치해 두었다. 인왕경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더라도 족히 10번은 막아줄 것이다. 둔천사의 운전에만 집중하도록. 어떤 공격을 마주해도 둔천사를 멈추지 말아 다오.”

운청휘가 정중하게 부탁했다.

“알겠네.”

진상상이 고개를 끄덕이고 운청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쩐지 운청휘의 그 말은 마치 뒷일까지 부탁하는 어조였기 때문이다.

진상상은 저도 모르게 불쑥 묻고 말았다.

“운 형제, 수련에 들려는 것인가?”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면 하루이틀이겠지만, 늦어지면 보름 이상은 걸릴 것이다.”

잠시 후, 운청휘가 말을 이었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된다면…… 내 시체를 대붕왕에게 넘겨주어라.”

운청휘는 둔천사 내에서 영단경으로 발돋움할 계획이었다.

다만 심마선겁이 반드시 나타날 테고, 정이 그를 압박해 올 것을 예상했다.

운청휘는 속으로 성공 가능성을 계산해 보았지만, 일 할도 되지 않음을 알았다.

수련에 들어간 지 이 각여 후, 운청휘는 숨을 멈추었다.

그는 앉은 채로 죽은 듯 무릎을 꿇고 앉았고, 생기가 점점 사라져갔다.

운청휘의 영혼은 그대로 별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는 기이한 광경을 마주했는데, 온통 불빛이 반짝이는 가운데 무수한 별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은하수가 파묻히고, 대기가 갈가리 찢긴 틈으로 무수한 거수들이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운청휘는 신식으로 이 거수들이 모두 선제의 무위에 한없이 가까운 이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심지어 선제의 경계에 있는 거수도 수십 마리나 볼 수 있었다.

이 거수들은 나타난 후 정처 없이 우주를 떠돌며 별들을 파괴했다.

파괴의 불은 그칠 줄을 몰랐고, 이 별에서 저 별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운청휘는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살아 있는 별들이 거수들에 의해 파괴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말리고 싶어도, 그는 투명한 막에 갇힌 듯 지켜만 봐야 했다.

대신 그가 거수를 공격할 수 없듯, 거수들도 그를 볼 수 없는 듯했다.

곧 운청휘의 시야에 거대한 대륙이 우주 중앙을 관통하는 광경이 들어왔다.

어찌나 크던지, 운청휘의 견해로도 별이 그토록 크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 대륙은 전체 우주를 절반으로 나누었다.

“응? 저건 선계의 구단산(九段山)이 아닌가?”

이 끝이 없는 대륙에서, 운청휘는 문득 익숙한 산봉우리를 볼 수 있었다.

구단산. 선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였다.

하늘을 뚫을 듯 끝이 없이 솟아오른 산은 9단으로 쌓여 있었고, 1단은 지축의 깊은 곳에 박혀 있었지만 2단부터는 공중에 떠 있었다.

운청휘는 전성기 시절 구단산의 등정을 시도했으나, 7단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이윽고 셀 수 없이 많은 거수들이 구단산이 있는 대륙으로 몰려들었다.

곧 대륙에서는 무수한 피가 흘러 대지를 적시고야 말았다.

운청휘는 수많은 선제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대륙을 침공한 거수들을 막아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인간 선제, 용족 선제, 신봉족(神凤族) 선제, 곤붕족(鲲鹏族) 선제, 인어족(人鱼族) 선제, 나가족(娜迦族) 선제, 비휴족(貔貅族) 선제, 산예족(狻猊族) 선제…….

거의 모든 대륙의 선제들이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섰지만, 거수의 수가 너무 많아 다 죽일 수가 없었다.

이 싸움은 무려 수만 년에 걸쳐 지속하였고, 온 대륙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죽어간 생령들의 수를 차마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선제는 수만이나 추락했고, 남아 있는 선제들도 힘이 빠져 거수의 침입에 저항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수억만의 거수를 죽인다 한들, 거수는 끝이 없었고 별이 찢긴 틈에서 끝도 없이 흘러나와 대륙을 침공해 왔다.

모든 선제들이 절망과 비탄에 잠겼다.

그들은 하나같이 절세의 기재들로 별을 베고, 해와 달을 따고, 우주를 굽어보는 존재이거늘.

이토록 수많은 거수 앞에서는 희망이 없는 듯했다.

바로 그 때.

대륙에서 몇 만 년을 잠들어 있었는지 모를 ‘신’이 깨어났다.

그들의 수는 모두 10만여 명이었고, 그들을 이끄는 이는 흰옷을 입고 장궁을 든 절세의 미녀였다.

그녀는 신들을 데리고 거수 군단을 죽이러 눈을 떴다.

운청휘의 시선은 활을 들고 있는 절세의 미녀에게서 떨어지지 못했다.

그 여인은 다름아닌, 이염죽이었다.

그녀의 무위는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울게 하였으며, 과감하고 매서웠다.

그녀가 장궁을 당기면 무수한 거수들이 그녀의 화살에 꿰뚫리곤 했다.

선제의 무위에 접근한 거수들이 그녀가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천만 마리씩 쓰러져나갔다.

이염죽은 거수의 도살을 마치 농부가 곡물을 수확하듯 아주 손쉽게 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백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염죽을 비롯한 10만여 명의 ‘신’들은 쉬지 않고 백 년간의 도살을 이어갔다.

그들이 그동안 죽인 거수들의 숫자는 다른 이들이 몇만 년간 죽인 거수들의 수보다 많았다.

그렇게 치열한 도살이 이어질 무렵, 아래쪽 대륙은 다시 번성의 조짐을 보일 수 있었다.

남은 백여 명의 선제들도 전성기의 상태를 회복했고, 이염죽과 그녀가 이끄는 신들을 도우려 했다.

그러나 이염죽은 단칼에 거절했다.

이염죽이 보기에 이 선제들은 실질적인 의미의 도움을 줄 수 없었고, 그녀에게는 따로 계획이 있었다.

혹은 이염죽은 알고 있었으리라. 공간의 균열을 철저히 봉인해야만 거수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용족 선제가 가장 먼저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본 태고 천룡 일족의 족장. 모든 용족을 대표하여 이 대륙에 대한 그대의 은혜에 감사드리오!”

“본 태고 신봉족의 족장. 모든 신봉족을 대표하여 이 대륙에 대한 그대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본 인조(人祖), 모든 인간을 대표하여 대대손손 그대의 훌륭한 업적을 길이 칭송하겠습니다!”

“곤붕족의 족장으로서…….”

“나가족의 족장으로서…….”

대륙에 남은 백 명의 선제가 모두 자신의 종족을 대표하여 이염죽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모두 공손하고 엄숙하게 예를 표하고 있었다.

“우리는 신화 시대에서 온 ‘신’으로 멸세를 막기 위해 왔습니다.”

이어서 이염죽이 모든 ‘신’을 데리고 더 먼 별로 향했다.

운청휘는 서둘러 뒤를 쫓았다.

그는 이염족과 그녀의 일원들이 거수를 죽이는 동시에, 우주의 구조를 보강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보강된 곳은 비록 선제라 할지라도 손상시킬 수 없었다.

오랫동안 반복된 작업이었다. 우주의 거의 모든 공간이 이염죽과 그녀의 일원들이 사용한 비법으로 보강되었다.

우주에는 그들이 죽인 무수한 거수의 시체가 떠 있었다.

“신녀……!”

10만여 명의 ‘신’들이 별안간 비명을 지르며 이염죽에게 달려갔다.

이염죽은 마지막 거수를 죽이고 마지막 공간을 봉쇄한 후…… 기력을 다해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는 극도로 무리했고, 본래 선제를 능가하던 무위마저도 보통 사람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잠을 자야겠어. 아주 깊은 잠을. 백만 년, 천만년, 혹은 억만년 후에야 깨어날지도 모르지. 물론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지도 몰라.”

말을 마친 이염죽은 끝을 알 수 없는 긴 잠에 빠져들었다.

10만여 명의 ‘신’들은 이염죽을 데리고 우주 중앙의 대륙으로 날아갔다.

이 대륙은 우주를 가로지르며 이 등분이 되어 있었고, ‘신’인 그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곳이었다.

10만여 명의 ‘신’들은 이염죽을 도와 전체 우주의 찢긴 공간을 봉인했다. 그 과정에서 모두가 많은 무위를 소모했고, 전성기의 100분의 1도 회복하지 못했다.

다만 그들은 대륙에 돌아온 후 열렬한 환영을 받았는데, 모두가 그들을 위해 환호하고 선제들은 그들의 발아래 엎드리길 자청했다.

“우리에게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되고 우리를 찬양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멸세를 막기 위해 왔으며, 이것이 우리의 직무입니다.”

신들의 대표 한 명이 나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다만 우리는 이제 휴식이 필요합니다. 구단산을 보금자리로 삼을 터이니, 일이 없다면 우리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멸세는 또 찾아올까요?”

어떤 선제가 물었다.

“이 우주는 이미 기초를 다져놓았으니, 영원히 멸세가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신들의 대표가 말했다.

“당신들 모두가 선제를 뛰어넘는 경계인가요?”

또 어떤 선제가 물었다.

“선제는 결코 선도의 마지막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그저 선제를 초월했을 뿐, 정점이라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의 신녀도 선도의 정점에 도달하지 못했답니다.”

신들의 대표가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선제의 멍에를 벗을 수 있나요?”

또다른 질문 앞에서, 신들의 대표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한참 후, 그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오,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신들의 대표는 떠났다.

구단산으로 가는 중, 그는 한 선제의 매복에 걸려들었다.

매복을 한 이는 스스로 인류의 조상(人祖)을 자처한 선제였다.

전설에 따르면 이 선제는 대륙의 첫 번째 사람이자, 인류의 조상(人祖)이기도 하며 인간의 왕이라고도 불렸다.

이 선제는 신들의 대표를 습격해 영혼을 연화시켰고, 그가 지닌 모든 기억을 얻어냈다.

기억 중에는 선제의 멍에를 벗겨낼 방법도 들어 있었다.

인조(人祖)는 태고 천룡, 태고 신봉, 곤붕, 가나, 비휴 선제 등 백여 선제를 찾아간 후, 그들에게 말했다.

“선제의 멍에에서 벗어나려면 두 가지 길이 있다네. 첫째는 수련을 통하여 ‘신의 법칙’을 간결하게 하는 것이지.”

“두 번째는?”

누군가 물었다.

“이미 있는 ‘신의 법칙’을 약탈하는 것이지!”

인조(人祖)가 말한 순간 몸에서 강렬한 기세를 내뿜었는데, 이는 선제의 경지를 초월한 기세였다. 자리에 있던 모든 선제도 순간 그의 발밑에 조아리고 싶은 경외감을 참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자…… 자네 이미 무상비경(无上秘境)에 도달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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