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23화 (223/430)

제223화

둔천사가 기왕 남영으로 도주하니 홍무군을 반드시 지나가게 된다.

한편, 진상상은 둔천사를 운전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전송 옥석으로 진가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었다.

“홍무군까지 10여 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전에 조부님께 연락이 닿지 않으면, 이 몸은 끝장일세!”

진상상이 중얼거리는 바로 이때, 전송 옥석에서 위엄이 넘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지 이틀이 흘렀다.

두 사람은 전력을 다했고, 결국 둘 다 전투력을 상실하고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전투력을 상실한 후에는 각자 자리에 앉아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그들은 너무나 똑같았다. 똑같이 우수하고, 똑같이 놀라운 실력을 보여 주었다.

적어도 그들 쌍방은 서로를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처럼 승부를 내지 않아도 되는 선택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운청휘가 처음부터 그녀를 저버리지 않았더라면, 이염죽은 지금 운청휘와 함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운청휘가 그녀를 저버리고 이염죽이 마도에 빠져들었으니, 이염죽에게 있어 운청휘는 반드시 죽여야 할 대상이었다.

그녀가 마신이 되었으므로.

운청휘는 줄곧 수동적으로 행동했는데, 이염죽이 싸우라고 하면 싸우며 조금의 전력도 남기지 않았다.

꼬박 하루를 휴식한 후.

장신연은 묘지를 제외하고 온전하게 남은 것이 없었다. 묘지만을 피해 세계의 종말이 온 듯했다.

또다시 전투가 시작되고, 이틀이 흘렀다.

다시금 전투력을 상실하고 동등하게 패배를 겪으며 싸움이 마무리되었다.

운청휘는 이염죽과 싸우는 것 외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있었다. 실낱같은 가능성일지라도, 그는 붙들고 생각에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녀와의 싸움은 이미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인가?’

하루 뒤, 두 사람은 사 할의 무위를 회복하고 다시 하늘을 떨쳐 울릴 대전을 시작하였다.

비록 무위는 사 할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나, 전투는 더욱더 치열해지고 파괴력은 급증하고 있었다.

이 싸움이 생사결이 아닌 그저 대련이었다면, 그들은 상상을 초월한 깨달음을 얻었으리라.

그러나 목숨을 건 싸움은 이미 그들에게 많은 단계를 뛰어넘게 했다.

“염죽, 이리하다간 다음 생까지 싸워도 승부를 낼 수 없겠군.”

결국 운청휘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는 정말로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이 안에서도 목숨을 걸고 있지만, 꿈 바깥에서도 목숨을 걸고 도망치고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모든 난제를 진상상에게 맡기고 왔으니 미안할 따름이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이염죽이 물었다.

“세 번 공격으로, 승부를 보는 건 어떻겠느냐?”

운청휘가 말했다.

“어떤 세 번인 거지?”

오죽하면 이염죽도 이리 묻겠는가. 그들은 서로의 최절기를 맞받아칠 수 있었고, 서로 동등한 실력을 갖추었으니 이리도 전투가 길어진 터였다.

“저기 공간 폭풍이 보이느냐?”

운청휘가 수만 장 상공에 있는 공간 폭풍을 가리켰다.

“교대로 공격하여 공간 폭풍을 많이 파괴한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자꾸나.”

공간 폭풍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는데, 매번 나타나는 수량이 달라졌다.

운청휘의 말대로라면 공격하는 건 운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전력으로 공격했는데 나타난 갯수가 적으면 전부 파괴한다 해도 패배하는 것이다.

물론 둘 다 운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으니 비기는 결과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전처럼 승부가 길어지진 않으리라.

그저 운이 나쁜 쪽이 패배하는 것뿐이다.

“운에 맡기는 건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네.”

이염죽이 승부를 받아들였다.

곧, 그녀가 먼저 공격하기로 하고 묵색 장궁의 활시위를 당겼다.

수만 장 상공에서 인왕경도 쓸려나갈 공간 폭풍이 몰려오고 있었다.

파신전이 쏘아진 후,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

무려 3개의 폭풍이 파괴되며 그 여파로 다른 폭풍도 이끌려 들어갔다.

운청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몸을 솟구쳐 삼천 장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의 뒤에 열여덟 가지의 힘이 함께 나타나, 극한의 검을 휘두르는 데 힘을 보탰다.

선제진해의 제2식, 검쇄공간이었다.

검쇄공간은 유례없는 속도로 날아가, 4개의 공간 폭풍을 파괴했다.

첫 번째 대결은 운청휘의 승리였다.

“푸……!”

별안간 운청휘가 큰 피를 뿜었다.

열여덟 가지의 힘을 방출하고 선제진해 제2식을 강행했으니,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운청휘는 장신연으로 내려오자마자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회복에 들어갔다.

이염죽은 이틀을 꼬박 기다려 운청휘가 눈을 뜨자, 그때서야 두 번째 화살을 쏘아올렸다.

이번엔 이염죽도 4개의 공간 폭풍을 파괴했다.

운청휘도 몸을 솟구쳐 올려 다시금 삼천 장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열여덟 가지의 힘이 다시 나타나고, 선제진해 제2식을 발동했으나, 운청휘는 3개의 공간 폭풍밖에 파괴하지 못했다.

이번에 나타난 공간 폭풍이 3개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승패는 각자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무승부로군.”

장신연으로 내려온 뒤, 운청휘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서 그는 재차 가부좌를 틀었는데, 이염죽도 그와 마찬가지로 가부좌를 튼 채 무위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꼬박 사흘을 무위 회복에 전념하였고, 팔 할 정도의 무위를 회복하였다.

마침내 다시 눈을 떴을 때, 서로를 바라보는 눈초리는 서늘했다.

이번 대결로, 두 사람 중 한 명은 반드시 죽는다.

“이번엔 내가 먼저 하마.”

말을 할 때 이미 운청휘는 상공에 떠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열여덟 가지 힘을 일제히 내뿜었고, 선제진해의 제2식도 발동했다.

땅을 울게 하고 하늘을 떨게 하는 폭발이 끝난 후, 운청휘는 천천히 눈을 ᄄᅠᆻ다.

그가 아래로 내려와 고개를 들었다.

“7개의 공간 폭풍을 파괴했군!”

말을 마친 이염죽이 등에서 파신전 세 개를 꺼내더니 한꺼번에 묵색 장궁에 걸었다.

쉬! 쉬! 쉬!

파신전이 활시위를 떠나 하늘로 치솟았는데, 각자 천지를 파괴할 위력을 담고 있었다.

전력을 다한 탓에, 이염죽은 공간 폭풍이 소멸되는 걸 보지 못하고 축 늘어지고 말았다.

콰르릉! 쾅! 콰앙!

허공에서 3번의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대가 졌군. 운에서 진 거야. 공간 폭풍이 3개만 나타났으니.”

이염죽이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죽이고 내 몸에 있는 ‘신의 법칙’을 가져가!”

운청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이염죽에게 걸어가는 운청휘의 손에 영단의 힘으로 만들어진 장검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곧, 그녀의 몸 앞뒤로 장검이 움직였다.

* * *

혈살군, 천검종.

전송진에서 빛이 나더니 한 쌍의 남녀가 걸어 나왔다.

소도도와 그의 약혼녀 소엽이었다.

소엽은 마치 작은 새처럼 온순한 기색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한 손으로 소도도의 팔을 감쌌다.

소도도는 희색이 만면했고, 주위 사람들을 볼 때마다 싱그럽게 웃고 있었다.

“소 공자!”

소도도를 맞이한 이들 중에는 운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운가에 흡수된 방계 자제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소도도를 기쁘게 맞이했다.

소도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형제는 여전히 폐관 중인 건가?”

운가의 직계 구성원 한 명이 걸어 나와 말했다.

“소 공자, 소가주께서 폐관하기 전에 전할 일이 있으면 전송 옥석을 이용하라고 하셨습니다.”

그가 아공간 반지에서 전송 옥석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소도도는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옥석에 대고 운청휘에게 말을 걸었다.

“운 형제, 나는 영주로 떠날 것이니 떠나기 전에 자네를 만나고 싶구려.”

곧, 옥석에서 운청휘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성에 와서 나를 찾거라.”

두 사람은 곧 성성으로 가는 전송진을 타고 성성으로 향했다.

소도도와 소엽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저택에 도착했는데, 성공거수 형태의 운청휘는 그들의 도착을 깨닫고 서둘러 인간으로 변하였다.

폐관을 중지한 운청휘가 바깥으로 나왔다.

“운 형제!”

운청휘를 보고 소도도가 곧장 달려가 포옹을 했다.

“도도, 영주에게 가려 하나?”

사람을 시켜 술상을 봐온 운청휘가 소도도와 소엽을 자리로 불렀다.

“그렇다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 위험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줄곧 마음이 편치 않으니, 확인차 가보려고 하네.”

말을 하면서도 소도도 스스로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 자신도 왜 이리 마음이 편치 않은지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운청휘는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소도도의 쌍둥이 형제인 진상상이 지금 인간 운청휘와 함께 둔천사로 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추격하는 자는 인왕경의 고수이니,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도도, 궁우신이 너를 제자로 거둔 이유를 기억하나?”

운청휘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기억하고말고. 내 몸에 마종을 심어 나를 사육하고, 무위를 증진하면 마종을 거두려고 하지 않았나.”

소도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데 내 출신이 안양행성의 노소가가 아니라, 영주의 한 세력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네. 그래서 그가 내 몸의 마종을 제거하고 제자로 거둬들인 것이지.”

잠시 후, 소도도가 또 말했다.

“운 형제, 그대의 이 질문은 설마 나의 신분을 찾아낸 건가?”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났다. 성격마저도 닮았더군. 이름은 진상상, 영주 8대 가문 중 하나인 진가에서 왔는데, 영주 8대 공자 중 한 명이더군.”

소도도는 별안간 숨이 멎는 듯했다. 운청휘는 이런 농담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소도도가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내 다른 육체와 같이 있다.”

운청휘가 두 개의 몸을 지녔다는 사실은 극소수만이 알고 있었는데, 소도도가 바로 그 극소수 중 한 명이었다.

“앉으시죠.”

운청휘는 이때 시선을 소도도의 뒤에 서 있는 소엽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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