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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26화 (226/430)

제226화

지금 굳이 말해주지 않는 건, 소도도의 존재를 알게 된 진상상의 심경이 어지러워질까 우려한 탓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무리가 삼각형을 이루어 둔천사를 포위했다.

세 무리의 우두머리는 각각 반절 인왕경의 경지였다.

대붕족과 공작족은 이때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둘 다 풍채가 늠름한 미남이었다.

홍가의 대표는 회색의 얇은 천으로 된 옷을 입었는데, 이리저리 기워 볼품이 없었다. 더욱이 기를 숨겨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다만 이 중 유일하게 운청휘가 꺼리는 자가 있다면 홍가의 대표였다. 그는 인왕경과의 거리를 단 1단계를 두고 있었고, 언제든 돌파할 수 있는 자였다. 더욱이 저런 차림을 하고 다니는 건 심성을 갈고 닦아 단번에 인왕경에 도달하기 위함이었다.

“운청휘, 공작족의 보물을 돌려준다면 죽이진 않겠다!”

공작족의 반절 인왕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동시에,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위엄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운청휘, 감히 우리 대붕족의 소주를 죽였겠다! 당장 대붕족에게 용서를 구하라!”

이어서, 대붕족의 반절 인왕경도 기세등등하게 둔천사에 대고 외쳤다.

“운청휘, 홍가의 대표로 이 자리에 왔다. 홍가의 일원을 죽인 것은 문제삼지 않을 테니, 둔천사를 돌려다오. 그리한다면 우리는 즉각 떠나겠다.”

홍가의 대표는 그저 평온할 따름이었다.

어떠한 위압감도 풍기지 않고, 그저 둔천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둔천사 안.

진상상과 운청휘는 바깥의 소리를 듣지 못한 듯 서로를 보고 있었다.

진상상이 먼저 운을 떼었다.

“운 형제, 그 찬명사의 종적을 찾아냈는가?”

운청휘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타나지 않았다면 상관없을 테니 내가 지금 둔천사를 움직이겠네!”

진상상이 말을 마치자 둔천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 강행 돌파인 것이냐!”

둔천사의 움직임을 본 반절 인왕경 셋이 거의 동시에 몸을 날렸다.

세 가지의 숨 막히는 힘이 그들의 몸에서 나왔다.

우르릉! 우르릉! 우르릉!

연달아 세 번의 타격음이 울리더니, 전부 둔천사를 맞추고 뒤흔들었다.

다만 그뿐, 둔천사를 훼손하지는 못했다.

이때 운청휘는 둔천사의 가장자리에서 온 몸의 기를 다잡고 둔천사를 떠날 준비를 마쳤다.

진상상은 둔천사의 주행 고도를 낮추어, 삼백 장 높이로 솟은 높은 봉우리에 둔천사를 가까이 대어가고 있었다.

쿠웅!

둔천사와 산봉우리가 부딪친 순간, 운청휘는 몸을 날리며 토 속성의 힘으로 지면을 갈라 몸을 묻었다.

운청휘가 둔천사에서 내린 후, 진상상은 둔천사의 속도를 단번에 끌어올렸다.

이제 둔천사는 반 시진 동안 200만 리를 갈 수 있으니, 보통의 인왕경은 따라잡을 수도 없을 터였다.

이에 반절 인왕경 일행은 세 무리로 나뉘어 한 무리는 둔천사의 후방을 쫓았다.

나머지 두 무리는 가장 가까운 전송진으로 향했다.

-전력으로 둔천사가 갈 수 있는 지역을 계산하게 하지!

-군성문의 진법대사도 청하게. 인왕경이 없는 상황에선 진법대사만이 둔천사를 상대할 수 있네.

서로 음을 보낸 셋은 단번에 길을 나누었다.

“저 산봉우리가 이상해, 누군가 있어!”

일행을 나누어 가던 도중 공적 5단계의 대붕족이 갑자기 소리치자, 나머지 11명의 공적 무인과 100여 명의 영변경이 전부 날아왔다.

“소심, 드디어 왔나!”

운청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방금의 움직임은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이름하여 일망타진.

운청휘의 목소리는 갈라진 산봉우리 밑에서 울려 퍼졌다.

다음 순간, 움찔거리던 땅이 두 갈래로 나뉘며 붉은 장포를 입은 운청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운청휘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공작족의 태상 장로 소심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

소심과 매희. 그녀들은 공유가 가장 신뢰하는 심복들이었다.

“운청휘, 이 배은망덕한 놈! 우리 족장께서 네놈을 손님으로 초대했건만 주제도 모르고 공작족의 창고에서 도둑질을 하다니! 당장 보물을 내놓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너를 죽여도 원망치 말거라!”

소심은 운청휘를 본 순간 노발대발하며 호통을 쳤다.

“요족이 언제부터 인간의 사사로운 수법을 배워,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거지?”

운청휘는 냉소를 머금으며 빈정거렸다.

“흥, 말을 섞기도 아깝군. 열 번 숨 쉴 시간 동안에도 내놓지 않는다면 그 때는 후회해도 늦었다!”

소심이 콧방귀를 뀌었다.

“심 매, 배은망덕한 놈과 말을 섞을 필요도 없네! 우리가 일단 저놈을 사로잡고 보물을 되돌려받으면 그만일세! 다만 저놈이 우리 대붕족의 소주를 죽였으니, 반드시 우리 대붕족이 데려가야겠네!”

“우리 홍가의 목적은 둔천사를 되찾는 것이니, 운천사의 생사는 우리가 관여하지 않겠다.”

12명의 공적 9단계가 앞 다투어 나섰다. 그들에게 있어 운청휘는 도마 위에 올라온 물고기나 다름없었다.

“심 매, 시간이 되었으니 저자는 나 붕빈(鹏鬓)이 그대를 위해 사로잡아 오지!”

그때, 공적 9단계 중에서도 5단계의 대붕족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별안간 하늘을 덮는 붕새로 변신하였다. 거대한 울음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발톱이 운청휘에게 향했다. 전신을 감싼 공원의 힘은 두렵기 그지없었다.

“대붕족의 붕빈 선배, 역시나 살초를 쓰는군!”

“운청휘가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겠지. 8대 공자여도 그 누가 붕빈 선배의 살초를 가뿐히 막을 수 있겠는가!”

자리에 있던 영변경들이 수군거릴 때, 대붕족들은 은근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대붕왕은 운청휘를 산채로 데려오라 하지 않았던가. 만약 붕빈의 일격에 죽어 버리면 일이 곤란하게 될 터였다.

붕빈의 날카로운 발톱은 운청휘에게 빠르게 쇄도했고, 불과 삼 장도 남겨두지 않았을 때 운청휘의 신형이 허공에서 흩어졌다.

어찌나 빠른지, 소심마저도 한순간 그의 움직임을 좇지 못했다.

다음 순간, 운청휘는 붕빈의 날갯죽지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영단의 힘으로 만들어 낸 두 자루의 예리한 칼이 들려 있었다.

“아뿔싸……!”

모두의 안색이 바뀐 찰나, 운청휘의 두 손에 들린 칼이 섬뜩한 빛을 발했다.

스륵!

스륵!

두 번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붕빈의 거대한 두 날개가 추락했다.

“악……!”

붕빈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거대한 몸은 균형을 잃고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운청휘는 재빨리 붕빈의 두 날개를 잡아채 영라 반지에 넣었고, 추락하는 붕빈의 몸 위에 붙어 그의 몸에 마종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콰앙!

날개를 잃은 붕빈은 어찌할 도리 없이 바닥에 떨어지며 삼백 평의 거대한 구덩이를 형성했다.

“돌아오도록!”

운청휘는 곧바로 손을 휘둘러 마종을 끌어당겼다. 회수한 마종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도록 영라 반지에 넣어두었다.

운청휘는 재차 대붕족과 맞섰다.

소심은 일찍이 공유에게서 운청휘의 대략적인 무위를 전해들었으나, 당시의 운청휘와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가장 높아도 영변경 6~7단계의 무인과 맞먹을 거라더니, 지금은 공적 9단계의 5단계 붕새를 무너뜨리지 않았는가!

운청휘는 또다시 마종 하나를 공적 대붕족의 몸에 넣고 회수했다.

마종을 수확한 후, 운청휘가 참천검집을 뽑아들었다.

그는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최대한 단시간 내에 많은 마종을 회수하고 이 상황을 종결할 작정이었다.

이때 운청휘는 홍가의 공적 9단계를 노리고 있었는데, 그가 저항하기도 전에 마종을 심은 상태였다.

소심이 서둘러 전송 옥석을 꺼냈다.

공유에게 연락할 생각이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옥석이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보통 돌처럼 빛을 잃고 어떠한 반응도 없는 게 아닌가.

소심은 모를 터이지만, 운청휘는 일찍이 이 공간을 신식으로 봉쇄해 두었다. 그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통신 법보도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천인오쇠의 우리!”

운청휘의 외침에, 천인오쇠의 힘이 사방 삼천 장을 뒤덮으며 그 안에 있는 자들을 가두었다.

이어서 운청휘의 손에서 마종이 하나둘 나타나더니, 영변경 무인들의 몸에 속속들이 들어갔다.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우리 안에는 마종이 들어가지 않은 네 명만 남아 있었다. 운청휘와 공적 9단계 세 명이었다.

털썩!

대붕족의 공적 9단계 한 명이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우, 운 선배! 저는 붕사(鹏邪)라고 합니다. 대붕족에서 제일 대우받지 못하는 태상장로라 대붕족에 미련이 없으니, 부디 저를 거둬주십시오!”

운청휘는 들은척도 하지 않고 마종을 그에게 던졌다.

붕사는 반항하기는커녕, 오히려 스스로 마종을 몸에 집어넣는 게 아닌가!

“운 선배, 이제 도심종마대법으로 저를 통제하고 계시니 저는 평생 당신을 배신할 수 없습니다. 부디 저를 거둬 주십시오. 저는 오백여 년을 살았고 이 무위라면 어떤 심부름을 시켜도 만족하실 수 있습니다! 저를 살려 두신다면 쓸 만한 심부름꾼이 생기는 것입니다!”

붕사가 운청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우선은 살려 주지.”

운청휘는 일단 붕사의 목숨을 거두지 않기로 했다. 확실히 그를 죽이면 한 단계의 무위를 올릴 수 있겠지만, 이미 공적 9단계의 마종이 9개, 영변경의 마종이 100개나 있으니 아쉬울 게 없었다.

그럴 바에는 붕사를 살려 두고 사촌 형 운현의 호위 무사로 쓰는 게 나을 터였다.

공적 9단계의 호위 무사라니, 실로 두려운 존재가 아닌가? 인왕경 무인이 아니라면 운현의 안전은 철저히 보장되리라.

“운 어르신! 저, 저도 거둬 두십시오! 저 홍우(洪宇)도 홍가의 태상 장로입니다! 저를 살려 주시는 편이 더 이득이 될 것입니다. 저, 저도 붕사처럼 어르신께 헌신하겠나이다!”

붕사가 재난을 모면하는 모습을 보자, 홍가의 공적 9단계도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는 운청휘를 더 공손하게 부르며 목숨을 부지하려 했다.

“꺼져라, 네놈 같은 후배를 둔 적 없으니!”

혐오감을 느낀 운청휘는 곧바로 마종을 홍우에게 넣은 후 회수해 버렸다.

붕사와 홍우의 차이점이라면, 붕사는 적어도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운청휘는 현재 대붕족, 홍가, 공작족과 적이 되었다.

언젠가는 이 세 세력과 맞설 수밖에 없으니, 홍우의 투항을 받으면 홍가와 맞서기 어려워진다.

다만 붕사는 일찍이 대붕족을 배신할 마음이 있었고 그 마음이 진심임을 신식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거짓말을 꾸며낸 홍우와는 달랐다.

“소심, 투항하겠나?”

운청휘의 시선은 살아남은 소심에게로 향했다.

“가능할 성 싶으냐?”

소심은 당치도 않다는 시선을 보냈다. 운청휘가 그녀를 놀리는 걸 어찌 모를까?

그녀가 투항을 하든 하지 않든, 결과는 같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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