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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30화 (230/430)

제230화

콰르르릉……!

방패에 부딪친 강풍과 번개는 폭음과 번쩍임을 동반하며 온 대진을 뒤덮었다.

“일 다경 안에 태원멸원진을 깨트린다면, 너도 위경륜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단, 그러지 못한다면 네 마음대로 하도록.”

본래 운청휘와 죽어도 내기를 하기 싫었던 풍음이지만, 그가 말하는 내용을 들으니 마음이 흔들렸다.

진법 대사이자, 태원멸원진을 발동한 자로서 자존심이 있었다.

무엇보다 인왕경의 강자라 한들, 태원멸원진을 파훼하려면 최소 사흘 이상 걸린다.

운청휘의 무위를 파악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가 인왕경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만약 그 정도 무위라면 이렇게 시비를 가리지 않고 공격부터 하면 그만 아닌가?

더욱이 운청휘가 말한 일 다경이라는 시간은 못 기다려줄 것도 없었다.

“좋아, 내기를 하마! 그러나 우리도 하늘에 맹세를 해야겠지!”

풍음이 말하고 우선 하늘에 맹세를 했다.

운청휘도 맹세를 하는 것을 보고 풍음이 바로 크게 웃었다.

“위경륜, 내가 승리하여 네놈을 풀어주겠다! 그때 네놈의 사부에게 내 이야기를 잊지 말거라!”

껄껄 웃은 풍음이 태원멸원진을 벗어나더니, 진 밖에서 대진을 조종하였다. 곧이어 운청휘에게 공격을 퍼붓는 게 아닌가.

그가 이리 행동한 데는 태원멸원진의 특징 때문이었다.

태원멸원진은 진법을 설치한 자가 진 밖에서 조종해야 극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태원멸원진을 벗어난 후, 풍음은 대진의 힘을 조절했다.

강풍과 번개는 마치 해일처럼 운청휘를 덮쳐들었고, 운청휘의 모습은 눈 깜짝할 새에 천재지변에 사라지는 듯했다.

후우웅……!

대진 안에서 부는 바람은 날이 선 듯하여 누구든 파편으로 만들어 버릴 기세를 풍겼고, 번쩍이는 번개는 창공을 산산히 부수고 있었다.

“역시 진법 대사의 지위는 연단사보다 훨씬 높구나…….”

지켜보는 이들은 이 광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런 공격이라면 인왕경 무인도 살아남지 못해!”

위경륜 또한 눈을 빛내며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운청휘가 죽으면 내가 자유를 회복할 수도……!”

-운청휘, 괜찮은 거야?

느긋하게 관조하던 기령마저 걱정하는 음을 보내왔다.

“풍음 이 녀석, 감히 ‘태원멸원진’의 힘을 극치로 발휘하다니!”

진법 바깥, 풍음은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동시에, 운청휘의 처사를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었다.

잠시 후, 풍음은 운청휘를 생포하기로 마음먹고, 그를 어찌 이용할지도 생각했다.

‘먼저 운청휘를 꺾고 위경륜을 구하면, 위경륜은 내게 빚을 지는 셈이지. 그를 통해 흙보살과의 연줄을 만들자. 또한, 운청휘가 공작족의 보물 창고를 습격했으니 그것도 빼앗아야겠어. 마지막으로는 운청휘를 대붕족에게 넘겨, 그들의 보은을 받아야지.’

풍음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보기에도, 이번 전투는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운청휘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진법 대사를 만나 진법에 갇혔으니 독 안에 든 쥐가 아닌가?

더욱이 태원멸원진이 세상에 나왔으니, 견줄 것이 없었다.

인왕경이 강림해도 풍음의 체면이 꺾일 일은 없다.

“시간이 다 되었구나. 폭발이 일어나면 운청휘는 방법이 없을 터.”

곧, 풍음이 중얼거리며 손을 휘둘렀다. 천지를 찢어발길 듯 기승을 부리던 대진이 잠잠해졌다.

“응?”

별안간 풍음의 얼굴이 굳었다. 운청휘가 있던 자리에서는 하늘을 찌를 기세로 핏빛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풍음은 단번에 그 정체를 꿰뚫어볼 수 있었다.

“저, 저것은 요혈연옥진이 아닌가! 제기랄, 운청휘는 다치기는커녕 저 안에서 요혈연옥진을 포진했군! 방금의 공격이 요혈연옥진에 상쇄되었어!”

풍음이 이를 악물었다. 진법 대사인 그는 다른 이의 진법 안에 또 다른 진법을 포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최절정의 진법 대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들었다.

“확실히 놀랍지만, 그뿐이다. 요혈연옥진으로는 태원멸원진을 깨트릴 수 없으니. 운청휘는 여전히 독 안에 든 쥐야!”

풍음은 침착함을 되찾고 중얼거렸다.

그가 아는 태원멸원진의 파훼 방법은 중앙의 태원을 없애는 것이다.

일단 진 안에서 무사히 진의 중앙에 도달하는 것부터 의심스러울뿐더러, 설령 도착한다 해도 운청휘가 기령을 죽일 수 있을까?

아니, 운청휘는 할 수 없었다. 풍음은 확신했다.

위경륜을 비롯한 풍음 등은 운청휘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파악했는데, 일단 영수묘인 기령을 구하러 사진에 뛰어들 정도면 정을 극도로 중시함을 모를 수 없었다.

풍음은 상공으로 몸을 훌쩍 날려, 진 속의 운청휘를 내려다보았다.

“우리의 내기를 잊지 말라고! 시간은 흐르고 있다!”

풍음은 내기 내용을 떠올렸다. 시간만 끌어도 그에게는 승산이 충분했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 충분하다!”

운청휘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와 함께, 그는 이미 상공에 떠 풍음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풍음의 동공이 움츠러들며 무의식적으로 후퇴하려 했지만, 이내 멈칫하더니 운청휘를 비웃었다.

그는 진법 밖에 있는데 갇혀 있는 운청휘가 뭘 어찌 한단 말인가?

“천인오쇠의 우리!”

운청휘가 두 손을 움켜쥐는 시늉을 하자, 순식간에 그의 손에서 천인오쇠의 우리가 방출되었다.

“어리석은 놈, 이미 진법에 갇혔으니 네놈의 공격은……!”

풍음은 말을 채 마치지 못했다.

운청휘가 내보낸 천인오쇠의 우리는 순식간에 진법의 결계를 뚫었고, 순식간에 풍음에게 닥쳐들어 그를 가두었다.

곧이어, 운청휘가 여유롭게 진법을 벗어나 풍음의 앞에 내려섰다.

“봉천진지진도 자유롭게 오가는데, 고작 태원멸원진 따위로 가두려고?”

입가에 비웃음을 단 운청휘가 손을 비틀자, 열여덟 가지 현력이 일제히 풍음에게 향했다.

펑펑펑펑!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은 화살처럼 쏟아진 현력이 풍음의 몸을 강타했다!

비록 반절 인왕경의 몸이라지만, 팔 할의 힘을 태원멸원진을 통제하는 데 사용했으니, 운청휘의 집요한 공격 앞에서 풍음이 무사할 리 없었다.

풍음은 곧바로 피를 토하며 우리 안에서 몸을 비틀었다.

“네…… 네놈이 어떻게 진법 결계를 통과한 것이더냐?”

풍음은 가장 먼저 경악하며 물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봉천진지진도 자유롭게 오간다고. 태원멸원진과 봉천진지진, 두 진을 굳이 비교할 필요가 있나?”

운청휘가 말했다.

“부, 불가능해! 봉천진지진의 포진부터가 100명의 진선이 필요하니, 천성대륙에 봉천진지진이 있을 리가!”

풍음이 믿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믿는 것은 네 마음에 달린 일이다. 이제 네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 직접 태원멸원진을 멈추도록. 다른 하나는…… 내가 널 죽여 진을 멈추는 것이다.”

풍음을 내려다보는 운청휘에게서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론상, 태원멸원진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태원을 없애는 것이라지만, 운청휘는 다른 두 가지 방법을 알고 있었다.

진법을 설치한 자가 스스로 대진을 멈추거나, 진법을 설치한 자가 죽으면 대진이 붕괴한다!

“굴복할 수 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네. 나는 그대와 홍가의 전투에 개입할 수 없어!”

몇 차례 숨을 가다듬던 풍음이 힘겹게 내뱉었다.

“알겠다.”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운청휘가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을 알도록. 이후에 내가 죽으라고 해도 복종해야 한다!”

말을 마친 운청휘는 풍음의 몸에 마종을 밀어 넣었다.

풍음은 씁쓸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태원멸원진을 없애고 위경륜의 곁으로 날아갔다. 그가 허탈한 음성을 흘렸다.

“홍가의 일원들이 운청휘를 죽이길 바라야겠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매인 몸일 테니.”

태원멸원진이 해체되자, 기령이 흰 털을 휘날리며 달려왔다.

운청휘에게 다가오는 도중, 별안간 기령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금발의 통통한 대여섯 살 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운청휘……!”

기령이 변화한 어린아이가 운청휘의 품에 덥석 안기며 기쁘게 그를 불렀다.

“이게 네 인간의 모습이더냐?”

운청휘가 깜짝 놀랐다. 기령이 변화한 모습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금발에 건강한 외모, 날렵한 두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영수가 선천경에 도달하면 외형을 바꾸는 능력을 지니게 되며, 영수의 일종인 기령도 마찬가지다.

“어때, 멋져? 내가 성인이 된 모습은 더 위풍당당하고 패기가 넘칠 거야! 내가 성인이 된 모습을 못 본 게 한이 될 테니까!”

기령이 가슴을 펴고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그러나 곧 안색이 침울해졌다.

“홍가의 일원들을 없앨 자신이 있어?”

“물론이다.”

운청휘가 곧바로 말했다.

영단경 9단계에서도 반절 인왕경을 상대할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영단경 극경의 경지다. 인왕경을 만나지만 않는다면 거의 모든 무인을 상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저 상대할 수만 늘어났을 뿐이다.

“하하하! 그럼 저들을 살려 줘! 지난 몇 달을 저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했으니, 오늘 열 배로 갚아 줄 거야!””

기령이 영악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두 명!”

운청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못 알아볼 성싶더냐? 4명의 반절 인왕경을 삼키려는 속내를 모를 줄 알고?”

기령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모습이라 귀여울 따름이었다.

마음을 그렇게 깊이 숨겼는데 들킬 줄이야.

복수도 복수지만, 더 원하는 것은 반절 인왕경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두 명도 괜찮아! 어차피 나는 선천경이라 두 명의 반절 인왕경을 소화하려면 몇 달은 걸려.”

고개를 끄덕이던 기령이 문득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나머지 둘은 어떻게 처리할 건데? 나는 사람을 삼켜서 무위를 얻을 수 있다지만, 너는 그런 능력이 없잖아. 아무리 네가 선제여도…….”

운청휘의 얼굴에 신비로운 웃음이 걸렸다. 그의 손 위로 반짝이는 구슬이 떠올랐다.

“이걸 보도록.”

“이건 마종이잖아! 마종을 심을 수 있다고?!”

마종을 알아본 기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것은 소도원마종이다. 도심종마대법을 수련한 사람만이 이 마종을 만들어 낼 수 있지.”

“‘도심종마대법’을 얻었다니!”

연신 감탄하던 기령은 운청휘의 손에 떠오른 마종이 보통의 마종과 다르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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