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화
아까는 운청휘가 위경륜과 풍음에게 마종을 심었지만, 각도의 문제로 보지 못했던 터였다.
“무위의 회복이 이렇게 빨랐던 건, ‘도심종마대법’의 수련 덕분이었구나!”
기령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 외에 어혼성숙비전도 배웠지.”
운청휘가 또 말했다.
“그건 도심종마대법보다 더 악독한 무공이잖아! 인간 선제가 그런 걸 수련해도 괜찮은 거야?!”
화들짝 놀란 기령이 얼른 덧붙였다.
“어혼성숙비전을 내게 전수해 줘. 그런 악독한 무공은 나처럼 잔혹한 혼돈 영수가 수련하는 게 더 어울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말을 하니, 운청휘가 크게 웃고 말았다.
“하하하……!”
그러면서도 운청휘는 신식을 사용해 어혼성숙비전을 기령의 머릿속에 심어 주었다.
“이것 외에도 또 큰 연이 닿았다만, 나중에 제대로 말해 주마.”
운청휘는 또다시 신비로운 미소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가 말한 연이란 성공 거수를 분신으로 삼은 일이었다.
성공 거수는 혼돈 영수와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존재이자 숙적이니, 지금 알더라도 좋을 것은 없었다. 마주치면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겠는가.
“몇 달 못 본 사이에 시치미 떼는 게 늘었네. 좋아, 날 얼마나 놀라게 해 줄지 기대할게!”
기령이 운청휘를 향해 입을 삐죽였다.
‘확실히 놀라겠지만, 기쁜 일인지는 장담할 수 없군.’
운청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이처럼 기령과 거리낌 없이 담소를 나누고 있으려니, 지켜보고 있어야 했던 홍가의 일원들은 점차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오만방자하구나, 우리를 안중에 두지 않다니!”
“하지만 수단은 비열하지 않았어. 정말로 천하무적인 것인가?”
“위경륜과 풍음은 각자의 영역에서 대단하죠. 그러나 무도에서는 우리 중에 누가 그들을 막을 수 있었겠나?”
“우선 공격하지 말고, 내가 그를 없애게 해줘!”
홍가의 4명 중 한 명이 날아왔다.
그러나 그는 공격하기 직전, 한마디를 남겼다.
“내가 패배하면 나서주시오!”
쿵!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가 공격해오는 반절 인왕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어 거대한 손이 그에게서 형성되더니 사방을 뒤덮으며 위용을 자랑했다.
그 기세에 공기마저 눌리는 듯, 숨이 턱턱 막혀 왔다.
운청휘는 기령을 얼른 들어 올렸다. 동시에, 마찬가지로 거대한 손이 나타나 반절 인왕경이 만들어 낸 손과 부딪쳤다.
운청휘가 단번에 열 가지 현력을 풀어냈다.
갑자기 금, 목, 수, 화, 토, 풍, 빙, 뇌, 암흑, 광으로 구성된 공격이 빽빽하게 홍가의 반절 인왕을 향했다.
“한 번에 만력을 깨 주마!”
홍가의 반절 인왕경이 재차 손바닥을 휘두르자, 거대한 손이 운청휘와 맞섰다.
우르릉!
그러나 열 가지 현력은 맹렬한 기세로 손바닥을 무너뜨리고, 그의 몸을 공격했다.
푸 하는 소리와 함께 핏방울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이런……!”
나머지 3명의 반절 인왕경들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들은 즉시 공격에 나섰다.
“청천벽력!”
운청휘가 큰 손을 휘두르자 직경 삼 장의 천둥 번개가 세 사람을 공격했다.
“보잘것없는 재주 따위, 내가 깨뜨려 주마!”
세 사람의 몸에서 기세등등한 힘이 나와 순식간에 직경 삼 장의 벼락과 부딪쳤다.
“운청휘가 깨우친 현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니 그가 공격할 기회를 주면 안 되네!”
“따로 행동하여 서로 다른 방향에서 공격하세!”
“맞아. 녀석이 숨 돌릴 틈도 없게 만들어야 하네!”
빠르게 의견을 교환한 그들은 좌 우, 중앙의 세 방향에서 운청휘를 공격해 들어갔다.
운청휘에게 무너졌던 반절 인왕경은 입가의 피도 닦지 못한 채 장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령을 지키도록!”
운청휘는 현력으로 기령을 위경륜과 풍음에게로 밀어 두었다.
곧이어 열여덟 가지의 현력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와 좌측의 상대를 죽이려 들었다.
카캉!
순식간에 두 사람이 백 합 이상을 주고받으며 사방에 불꽃이 튀었다.
다른 이들은 운청휘의 등을 노리며, 헛점을 찾아내는 순간 공격하려 애썼다.
운청휘는 일찍부터 방비를 한 터였다. 그는 현력으로 방패를 만들어 날아드는 세 개의 살초를 막아냈다.
캉! 캉! 캉!
연달아 이어지는 공격에 방패는 부서졌지만, 공격을 무사히 막아낼 수 있었다.
운청휘는 곧바로 풍 속성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을 폭풍을 만들어 냈다. 눈앞에 있는 상대가 휘감기는 걸 확인하자 운청휘는 육백 장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쉴 틈도 없이, 운청휘는 열 개의 ‘종말 폭풍’을 만들어 내어 사방을 폭풍으로 가득 채웠다.
바로 아래에 있던 한 명은 마침내 중상을 입고 큰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격전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두 명이나 중상을 입었다.
다만 이 정도의 부상으로는 전력을 해칠 수는 없으니, 네 사람은 다시 합심하여 운청휘를 공격해 들어왔다. 여전히 따로 움직였지만, 서로 삼백 장의 거리를 두고 연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연달아 검과 도 끝에서 기를 형성했고, 곧바로 운청휘에게 방출했다.
운청휘는 즉시 몸을 피했지만, 펑! 소리와 함께 한 발이 운청휘의 어깨에 명중했다.
마침내 운청휘가 부상을 입었다!
이 광경에 홍가의 반절 인왕경 4명의 얼굴에는 희색이 가득했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각자의 최절기를 펼쳐냈다.
“어딜 감히!”
포효를 내지른 운청휘는 열여덟 가지 현력을 동원하여, 방패를 형성했다.
펑펑펑펑!
그러나 형성한 방패는 숨 쉴 틈도 없이 밀려드는 공격에 부딪쳐 깨지고 말았다.
운청휘는 재차 삼천 장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때 기령은 전투를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운청휘를 도울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운청휘와 차이가 나도 너무나 나는 것을.
‘운청휘는 목적이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일 할의 확률이라도 저들을 잡을 수 있다고 했으니, 반드시 그리되겠지.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투는 운청휘가 열세인데…….’
사색에 잠겨 있던 기령은 또다시 솟구치는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검집은 어디에 있지? 운청휘가 가진 최강의 무기인 만큼 항상 지니고 다녔는데.’
삼천 장 상공 위, 운청휘는 철저한 열세에 몰려 있었다.
다만 운청휘도 방침을 바꾸어, 반격하는 대신 몸을 피하기로 했다.
지금의 무위로는 일대일로 싸운다면 반절 인왕경도 상대할 수 있으며 일각 내에 상대를 죽일 수 있으나, 4명을 단번에 상대하는 건 다소 벅찼다.
그가 몸을 피하자 상대하던 이들이 의문스럽게 노려보았다.
-운청휘가 줄곧 도망치고 있어!
-그런데 진짜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반경 몇십만 장 안을 돌고 있어.
-시간을 끄는 거 같은데!
-시간을 끈다고? 우리 홍가의 근거지에서 시간을 끈다고?
반절 인왕경 4명은 끊임없이 음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누었다.
아무리 봐도 운청휘가 시간을 끄는 것은 확실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간을 끌 수록 운청휘가 불리할 뿐이다. 설마 그걸 알면서도 시간을 끄는 걸까?
-운청휘가 무슨 생각을 하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그를 잡는 것이야!
-그렇게 간단하지 않네. 운청휘의 속도가 매우 빨라서 단시간 내에 잡는 것은 불가능해!
-그럼 ‘천괴진’을 발동시키지!
-그것밖에 없겠어!
상의 끝에, 4명 중 하나가 아래로 내려갔다.
홍련산을 보호하는 대진 ‘천괴진’을 발동할 예정이었다.
인왕경 무인도 가둘 수 있는 데다, 심지어 참살까지 가능한 대진이 아니던가? 홍가가 영주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천괴진의 존재였다.
그러나 일각 후, ‘천괴진’을 발동하러 갔던 자가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천괴진이…… 파괴되었네!”
“뭐라고!”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세 명이 기겁을 했다.
“운청휘야. 분명 운청휘가 그랬어!”
“젠장, 그가 천괴진을 파괴했다니!”
그들은 단번에 살기를 피워올렸다. 천괴진은 그들에게 있어 인왕경 무인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한데 그것이 파괴되었다니, 범인은 누가 봐도 운청휘가 아니겠는가?
바로 그때, 줄곧 달아나며 시간을 끌던 운청휘가 별안간 허공에 우뚝 멈춰 섰다.
“오색 정석을 마침내 연화시켰구나!”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지면에서 검집이 솟구쳐 올랐다.
운청휘의 손에 오롯이 쥐여졌다.
“오색 정석, 운청휘가 방금 오색 정석이라고 말했어!”
“젠장, 천괴진은 역시 운청휘가 파괴한 것이야. 오색 정석은 천괴진의 진안이라구!”
“감히 천괴진을 파괴하다니, 하늘로 올라가고 땅속으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누구도 네놈을 구할 수 없다!”
오색 정석을 말한 순간, 홍가의 4명은 놀라다 못해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들이 손을 내밀기도 전에, 운청휘가 검집을 휘둘렀다.
그의 뒤로 열여덟 가지의 현력이 천군만마처럼 자리했고, 그 기세가 군왕과도 같아 그들을 충분히 압도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녀…… 녀석이 너무 달라졌다!”
참천검집을 손에 쥔 운청휘의 기세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에 상대 중 2명이 재빨리 절기를 퍼부었다.
다른 2명도 좌우로 산개하며 협공을 퍼부으려 했다.
“선제진해 제1식, 횡추팔황!”
그보다 한발 앞서 운청휘가 검집을 휘둘렀다. 별안간 직경 삼천 장의 붉은 기류가 허공에 솟구쳐 올랐다.
“선제진해 제2식, 검쇄공간!”
또다시 나온 한 줄기 붉은 검기는 마치 자아가 있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솟구쳐오르는 도중에 별안간 경로를 꺾더니 좌측에 있던 자에게 뻗어 들어갔다.
콰아앙!
콰아앙!
창공을 찢는 격돌음이 연달아 두 번 울리고, 운청휘의 앞에 있던 자와 좌측에 있던 자가 검기에 폭격당했다.
“횡추팔황!”
폭발음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운청휘는 잽싸게 몸을 돌렸다. 이번의 상대는 우측에 있는 자였다.
촤아악!
날렵하게 검집을 휘두르자 곧 우측에 있던 자도 중상을 입으며 나가떨어졌다.
호흡 한 번 할 시간이나 되었을까. 순식간에 전투 능력을 상실한 세 명이 허덕거렸다.
“맙소사, 운청휘의 전투력이 저 정도라니!”
기령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두 눈을 부릅떴다.
“이것이 법보의 장점이지. 만약 내가 당초 병기가 있었다면 운청휘와 싸워 패배하지 않고 그를 바로 삼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