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4화
“풍음. 진법을 하나 전수하지. 적당한 장소에 설치하고, 지키도록.”
운청휘가 말할 때 신식으로 풍음의 머릿속에 진법을 하나 이식했다.
“이, 이것은 ‘현혼진요진(玄魂镇妖阵)’, 주…… 주인님께서 이런 전설의 진법을 사용하실 수 있다니!”
풍음의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현혼진요진은 그도 고서에서나 본 전설의 대진이었다.
만약 그의 무위로 이 진법을 설치한다면, 인왕경이라 해도 즉시 제압이 가능했다!
진가와 약 십오만여 장을 남겨놓고, 풍음이 아래로 내려왔다.
-네 무위와 진법에 대한 조예를 보면 한 시진 이내에 현혼진요진을 포진할 수 있을 터.
풍음의 귓가에 갑자기 운청휘의 음이 들려왔다.
-주인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한 시진 후 동영 난쟁이족의 인왕을 이곳으로 유인하시겠군요.
풍음의 태도는 한결 공손해져 있었다.
처음의 풍음이 운청휘에게 짓눌려 억지로 복종했다면, 지금은 진심으로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이는 운청휘가 현혼진요진을 대가 없이 그에게 넘겨준 게 큰 이유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진법 대사에게 진법 외에 중요한 게 또 무엇이 있겠는가?
‘내가 주인님께 충성하고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앞으로 주인님께서 더 많은 진법을 전수하겠지…….’
진가의 저택이 어찌나 넓은지, 어지간한 황궁을 연상케 했다.
운청휘는 신식을 펼쳐 우선 세 명의 인왕경을 감지해냈다.
그들도 난쟁이족이었는지 키가 무척 작았고, 4척에서 4척 반 사이를 오갔다. 서로 간에 무언가를 상의하고 있는 듯했는데, 천성대륙의 공용어 대신 저들만의 언어를 쓰고 있었다.
“응? 역시나……!”
운청휘가 그들의 다른 특징을 찾아냈는데, 아마 예상하고 있었던 듯했다.
‘저들은 각자 다른 존재가 아니라 인왕경의 분신이로군.’
일찍이 전범이 진가의 변고를 이야기했을 때부터 시작된 의심이었다.
한 가문에 세 명의 인왕경을 보낼 만큼 동영 난쟁이족의 수가 많단 말인가? 더욱이,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해도 영주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은 인왕경을 보낼 수는 없을 터였다. 영주의 8대 가문도 고작해야 가주만이 인왕경의 무위에 올라 있지 않은가.
그때부터 운청휘의 마음에는 작은 의심이 싹텄다.
진가에 온 이들은 정말 인왕경이 맞는가?
“그들이 분신이지만 전투력에서는 반절 인왕을 능가한다.”
운청휘는 그들의 파악을 마친 후, 아군의 전투력을 계산해 보았다.
기령은 반절 인왕을 이길 수 있고, 기령 혼자서 인왕경의 분신을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운청휘도 참천검집이 있다면 인왕경의 분신을 상대할 수 있다.
여기에 성공거수의 몸도 포함한다면, 무승부는 가능할 터였다.
‘인왕경의 분신을 제외하면, 6명의 반절 인왕경 난쟁이들이 있다. 그들을 먼저 처리해야겠군.’
결정을 내린 운청휘는 진범에게 명령을 내렸다.
“진범, 가서 난쟁이족의 반절 인왕경을 도발하여, 유인하도록.”
사토키와의 접촉으로 운청휘는 난쟁이족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었다.
그들은 거만한 데다, 안하무인이었다.
진범은 반절 인왕경의 무위이니, 동등한 상대라면 무시하지는 않을 터였다.
분신들은 진범을 하찮게 여겨 상대하지 않을 게 뻔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가지요!”
진범은 소가주 진상상이 걸려 있는 만큼, 운청휘의 말에 자연스럽게 따랐다.
그는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진가의 상공에 멈추었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수십 명의 난쟁이족이 있었는데, 그들에게 투항한 진가의 일원들이 입이 아프도록 떠들며 그들에게 아부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진범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가 손을 번쩍 치켜들자, 머리 위에서 거대한 손이 환화되어 그대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콰르릉!
굉음과 함께 수십의 난쟁이족을 비롯하여, 난쟁이족에게 아부하던 수백 명의 진가 사람들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뭉개져 버렸다.
“누구냐?”
“진가는 이미 우리 가토족에 충성을 다했는데 감히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더냐!”
“응? 진가의 태상 장로 진범이다!”
“나서지 마라, 우리가 제압하지!”
반절 인왕경 6명이 모두 진범이 있는 허공으로 날아들었다.
진가의 안채에서 한참 상의 중이던 인왕경 분신들도 문득 진범에게 시선을 주었지만, 그뿐이었다.
“고작 반절 인왕경의 땅강아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되지.”
그들은 동영의 언어로 말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난쟁이 조무래기들아, 나와 맞서겠는가?
진범은 운청휘가 시킨 대로 그들을 도발하는 말을 내뱉었다.
“건방지구나!”
“우리는 고귀한 ‘사토족’이지 난쟁이족이 아니란 말이다!”
“진범, 네놈이 또 건방지게 군다면 우리가 네놈을 제압해도 원망하지 마라!”
여섯 난쟁이족들이 일제히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오 척도 되지 않는 난쟁이 따위가 고귀하긴 어디가 고귀해? 퉤! 차라리 흉수를 모시는 편이 더 존귀하겠구나!”
진범은 침까지 뱉어가며 그들을 모욕했다.
“아아아아, 뒈져라!”
곧 한 명이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진범을 공격하러 나섰다.
다른 다섯도 전투에 합류하려다, 순간 멈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비천한 인간은 연합하여 공격할 필요 없다!”
진범과 난쟁이족의 전투는 순식간에 벌어졌고, 그들이 머물러 있는 하늘은 폭발로 인한 연기로 까맣게 뒤덮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운청휘가 위경륜을 돌아보았다.
“가서 진범을 돕도록.”
“네, 주인님!”
명령을 받은 위경륜은 즉각 진범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난쟁이족을 보자마자 냉랭한 시선을 던졌다.
“한 놈만 나와서 뒈져라!”
“어처구니가 없군. 어르신께서 오늘 비천한 인간에 의해 격노하다니!”
“저 인간은 내게 맡겨!”
곧 난쟁이족 하나가 날아왔고,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었다.
“네놈을 죽이고 어르신은 1만 명을 죽여 분노를 풀겠다!”
엄밀히 말하면 난쟁이족도 인간이며, 요족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지역과 유전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보통 인간보다 키가 훨씬 작았다.
가장 키가 큰 이들도 4척 반이 고작이었고, 평균적으로는 4척에 미치지도 못했다.
시간이 지나도 자라지 않는 그들을 일컬어, 인류는 난쟁이족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를 고귀한 사토족이라 이름 붙이고 인간과 갈라섰다.
기령도 위경륜의 뒤를 따라왔는데, 인간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기령이 한껏 거들먹거리며 네 난쟁이들을 바라보았다.
“난쟁이들아, 전부 뒈져라!”
말은 그렇게 했다지만, 상대가 한꺼번에 달려들 줄은 몰랐다.
분노로 가득 찬 난쟁이족들이 내달려오는데, 그들의 손에는 가늘고 날이 한쪽에만 선 검이 들려 있었다.
도처럼 보였지만 난쟁이족은 이 검을 외날검이라고 불렀다.
기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코웃음을 쳤다.
“너무 약해. 네놈들이 다 같이 공격해도 나 하나를 죽이지 못할걸.”
기령의 두 손가락이 외날검의 자루를 잡더니, 민첩하게 검날로 손을 뻗었다.
카득!
별안간 외날검은 두 동강이 났고, 기령은 통통한 한 손을 쭉 뻗어 상대의 가슴에 내질렀다.
푸슉!
상대의 가슴이 관통되며 허공에 핏줄기가 휘날렸다.
가슴을 관통당한 난쟁이족은 경악하며 눈앞의 꼬마를 바라보았으나, 기령은 히죽 웃더니 그대로 영수묘의 모습으로 변하여 그를 단번에 집어삼켜 버렸다.
남은 반절 인왕경 난쟁이족들은 분노하며 괴성과 함께 기령에게 살초를 펼쳤다.
이때 운청휘도 비로소 움직였는데, 단번에 참천검집을 뽑아 들었다.
직경 삼천 장이 넘는 붉은 검기가 허공을 물들였고, 천지를 가르는 소리가 염성 전체에 퍼져나갔다.
진가의 안채에 있던 인왕경 분신 난쟁이들이 운청휘 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이런, 우리의 판단이 틀렸어!”
그들은 당황하며 빠르게 어둠 속으로 신형이 사라졌다.
운청휘가 내뿜은 검기는 곧바로 세 난쟁이들에게 중상을 입혔고, 기령이 잽싸게 한 명을 집어삼켰다.
운청휘도 틈을 놓치지 않고 두 개의 마종을 심었다가 회수했다.
“오셨습니까!”
운청휘가 기령과 함께 급히 날아오자, 진범과 위경륜이 반갑게 외쳤다.
그러나 운청휘와 기령의 시선은 진가의 최심부에 닿아 있었다.
그곳에서부터, 세 개의 신형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어찌나 빠른지, 운청휘의 극한 속도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진범, 위경륜, 어서 장소를 옮기도록!
운청휘가 음을 전하자, 난쟁이족과 격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곧바로 장소를 옮겼다. 비록 전투에서는 우세했지만, 승패가 갈리려면 이 각은 걸릴 터였다.
이때, 성공 거수 운청휘도 인간으로 변해 기를 숨기고 진가를 정탐하고 있었으나 누구도 그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그대로 진상상을 찾으러 잠입했다.
인간 운청휘와 기령은 그사이 날아온 인왕경 분신 난쟁이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네놈들도 인왕경의 분신인가?”
난쟁이족의 한 사람이 입을 열었는데, 천성대륙의 공용어로 말했다.
-이상하군. 남영 8대 가문의 가주, 북영 3대 요왕이 전부 상고 유적에 들어갔다. 그곳에 고립되어 있을 텐데, 분신을 보냈더라도 어찌하여 갑자기 두 개의 분신을 내보낸 거지?
그들은 각자 음을 전하며 운청휘와 기령을 염탐하고 있었다. 그때, 기령이 손가락질을 해 댔다.
“인왕경 따위가 뭐라고! 나는 누구의 분신도 아냐! 이 난쟁이 놈들아, 어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지 못해?”
기령은 미리 운청휘의 음을 받아 그들을 도발하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난쟁이족 셋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은 난쟁이라는 말이었고, 일족에서 인왕경으로서 고귀한 대접을 받은 터라 이런 모욕을 당한 적도 없었다.
다만 그들은 곧바로 공격하는 대신, 침묵하며 기령을 노려보았다.
진가의 천뢰는 진가의 안채에 있는 호수 밑에 자리잡고 있다.
성공 거수 운청휘는 이미 호수 바깥에 도착하여 호수 안을 살피고 있었다.
그 안에는 수만 마리의 흉수가 득실거렸고, 영변경 흉수부터 반절 인왕경 흉수까지 물속을 누비고 있었다.
운청휘는 망설이지 않고 본체의 모습으로 변했다. 몸은 호랑이와 표범 같고, 머리와 꼬리는 용과 같은 거수의 형태가 드러나니, 전신에 포악한 기가 넘쳐흘렀다.
그 기운만으로도 호수 안에 있는 흉수들이 곧바로 호수 아래에 엎드려 기를 펴지 못했다.
풍덩!
운청휘가 호수 안으로 뛰어들자,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다가 사라지며 무지개를 띄웠다.
운청휘의 신식은 일찌감치 진법으로 봉인된 천뢰의 위치를 찾아냈고, 호수 밑으로 헤엄친 후 거대한 입을 벌렸다.
우르릉!
호수 전체가 진동하며 충격으로 인한 파도가 진가를 덮칠 듯이 넘실거렸다.
진법으로 봉인되었던 천뢰는 단번에 구멍이 나며 그 안으로 호숫물이 쏟아져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