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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37화 (237/430)

제237화

잠시 후, 칼 두 자루는 서로를 흡수하듯 천천히 합체하더니, 현천급에서 선기(仙器)로 승격되는 게 아닌가!

“이것은……?”

소도도와 진상상의 눈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도 곡도의 급이 상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곧 칼 두 자루의 혈맥 문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두 개를 하나로 합쳐야 최강의 선기가 되듯, 형제가 단결하라는 의미였다.

운청휘는 미소를 띠며 선기를 분리해, 소도도와 진상상에게 돌려주었다.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

운청휘가 말했다.

진상상과 소도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우린 영원히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네.”

잠시 후 소도도가 또 말했다.

“운 형제, 혈맥 문신인 칼 두 자루가 이미 실체가 되었네. 그럼 내 몸에 있는 혈맥 문신은 또 무슨 뜻인가?”

“아마도 ‘고’와 ‘월’은 두 개의 무공일 가능성이 높겠어.”

운청휘가 말했다.

“다만 언제 봉인이 풀리고 무공이 될 지는, 나도 알 수가 없군.”

* * *

염성과 헤아릴 수도 없이 멀리 떨어진 어느 공간.

산천과 초원, 빙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신비한 세계에는 해와 달이 동시에 떠올라 있었다.

해는 눈부신 빛을 내리쬐었고, 달은 핏빛의 광채를 흩뿌렸다.

그 아래, 열 개의 신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구든 영주 사람이라면 이들이 영주 8대 가문 중 7대 가문의 가주들임을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북영 3대 요족의 족장까지.

“하 노조께서 어떤 시련도 없이 죽은 것인가?”

그 말은 모두의 침묵을 불러왔다.

천성대륙 전체를 살펴보아도, 천 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야 인왕경의 죽음이 기록되어 있다. 그 정도로 고강한 인왕경 무인이, 설마 유적에 들어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죽을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홍 노조, 내가 알기로 자네들 홍가는 이미 봉마비가 하나 있는데 이것을 위해 여기에 모험을 올 만큼 가치가 있는 건가?”

가장 먼저 한 노인이 침묵을 깨트렸다. 진상상의 조부였다.

“진 노조, 자네가 틀렸다네, 봉마비는 선으로 가는 비밀과 관련이 있으니, 더 있다고 누가 싫어하겠나.”

“다만 동영의 난쟁이족들이 누구도 이곳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은 다소 뜻밖일세.”

“흥, 우릴 이길 수 없는 것을 뻔히 알 텐데 여기 오지 않는 게 당연하지. 굳이 와서 망신을 당할 필요가 있겠나?”

“하지만 그 난쟁이들이 현명했는지도 모르겠군. 상고 유적이 인왕경 무인을 제압할 줄이야!”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다행일세. 하 노조만 애석하게 되었군.”

그들은 겉으로는 대화하기 분주했으나, 틈날 때마다 전송 옥석으로 각자의 세력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 * *

형제와의 재회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진상상은 곧바로 연회를 여는 한편, 운청휘를 융숭하게 대접했다.

진가에는 호화로운 연회상이 차려졌다.

그러나 연회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잠시 자리를 비웠던 진상상이 황급히 돌아와 말했다.

“운 형제, 조부께서 내게 연락을 했다네!”

“음?”

그 소식은 운청휘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진상상의 조부를 비롯한 7대 가문의 가주들, 북영 3대 요왕은 모두 상고 유적에 들어간 직후 연락이 끊겼다.

자연히 외부에서는 동영 난쟁이족이 설치한 함정이 상고 유적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제야 연락이 닿은 것이다.

진상상 또한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할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셨는지 아는가?”

“뭐라고 했느냐?”

“상고 유적은 동영 난쟁이족의 함정이 아니라고 하셨네. 조부님과 나머지 일행이 상고 유적에 간 이유는 비석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셨네. 그래, 자네가 홍가에서 얻은 그 봉마비라네!”

그 말은 운청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당장이라도 상고 유적으로 떠나고 싶었다.

완전한 봉마비를 찾아야 한다. 마치 사명과도 같이 되어 버린 그 말에, 가지 않으면 큰 아쉬움을 느낄 것만 같았다.

“조부님의 말씀으로는 상고 유적 자체가 인왕경 무인을 제압할 수 있다더군. 안에서는 전성기의 1,000분의 1도 힘을 쓸 수 없다고 하네. 하가의 노조, 즉 하흡의 조부는 그곳에서 돌아가시고 말았지. 다만 인왕경 이하의 무인은 영향을 받지 않으니, 조부님께서는 내가 일행을 데리고 와서 봉마비를 찾길 원하시는 모양일세. 다른 가문들의 일원들도 마찬가지고.”

진상상의 말뜻은 명확했다.

비록 인왕경의 강자는 들어갈 수 없지만, 그 이하의 많은 무인들이 모일 터였다.

심지어 동영 난쟁이족마저 가세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조부님께서는 봉마비를 꼭 필요로 하시는데, 이번에는 운 형제가…….”

“그건 아니지. 좋은 물건은 가지는 사람이 임자 아냐? 만약 운청휘가 봉마비를 얻은 게 싫으면 네 조부가 운청휘에게서 뺏어야지. 좀 듣기 싫겠지만, 그자는 네 조부지 운청휘의 조부도 아니잖아. 정 안 되면 싸워서…… 흠흠!”

운청휘는 침묵으로 답했지만, 기령이 말을 가로채 대꾸했다.

기령은 이미 운청휘가 홍가 보물 창고에서 봉마비를 얻은 일과 신비한 강자를 만난 일을 들은 터라,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상상, 우리가 비록 형제이나 나와 운 형제도 형제라네. 만약 너를 길러준 조부님과 운 형제가 대결한다면…… 나는 운 형제 편에 있을 것이네!”

소도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운 형제는 우리를 만나게 하는 큰 은혜를 베풀었지. 그러니 나는 되도록이면 중립을 지키겠네.”

잠시 침묵하던 진상상도 입을 열었다.

“조부께서 봉마비의 용도를 아시던가?”

운청휘가 말했다.

“봉마비가 선이 되는 비밀과 관련이 있다고 하셨네.”

진상상은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그날의 연회가 마무리되고 사흘 뒤, 진상상은 진가의 둔천사에 올랐다.

소도도와 소엽은 진상상과 함께 상고 유적으로 향했고, 운청휘와 기령, 하흡은 홍가에게서 뺏은 둔천사에 탑승했다.

하흡이 둔천사를 운전하는 동안, 기령이 슬쩍 운청휘에게 다가왔다.

“운청휘, 이제 슬슬 융합을 해제하고 나한테 다른 몸을 보여 줘도 되지 않아?”

기령은 오랫동안 참았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하하하. 그 말을 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운청휘가 크게 웃더니 융합을 해제했다.

그러자 운청휘는 두 개의 몸으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인간인 운청휘, 하나는 거수 형태의 운청휘였다.

“서…… 성공 거수!”

기령은 질색을 하면서도 단번에 성공 거수를 알아보았다.

“마, 맙소사. 운청휘, 설마 성공 거수까지 연화할 줄이야!”

기령은 눈이 튀어나오기 직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공 거수는 절대 혼돈 영수에 뒤처지지 않는 동급의 존재였다.

그토록 공포스러운 성공 거수를 연화시켰으니, 놀라지 않겠는가?

기령의 반응에 운청휘는 매우 만족하며, 성공 거수를 만나게 된 경위와 연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이틀이 평온하게 흘러갔다.

수련 중이던 운청휘가 별안간 눈을 뜨더니, 두 눈에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천검종에 일이 생겼군.”

운청휘는 천검종을 떠날 때 운현에게 전송 옥석을 남겼고, 만약의 상황에 연락을 하라고 전했다.

한데 방금 운현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운청휘, 왜 그래?”

기령이 미간을 찌푸리며 운청휘를 봤다.

“저승의 침입!”

말을 하며, 운청휘의 몸이 두 개로 분리되었다.

천검종을 둘러싼 봉천진지진은 저승과의 경계를 뚜렷이 하기 위함이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절대 이상이 생길 수 없는 진이건만, 저승의 침입이라니?

운청휘의 가족이 모두 그곳에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떠날 수는 없었다.

운청휘는 만약을 위해 성공 거수를 천검종에 보내기로 했다.

이 각 후, 성공 거수 운청휘가 둔천사를 떠나는 즉시 본체로 변신하여 혈살군 방향으로 질주했다.

그렇게 보름이 흘렀다.

그동안 둔천사는 극한의 속도를 내어 상고 유적으로 향했다.

황혼이 저물고 있을 무렵, 운청휘는 저 멀리 다가오는 또 한 척의 둔천사를 보고 있었다.

구천주선살진의 가속을 받아 두 배로 빨라진 운청휘의 둔천사와는 달리, 상대 둔천사는 비교적 느린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응? 풍가의 둔천사로군!”

운청휘는 신식으로 다가오는 둔천사에 새겨진 ‘풍’이라는 글자를 보았다.

“운청휘, 선계에서도 둔천사는 뛰어난 무기잖아. 빼앗을까?”

기령이 앞으로 나서더니 입맛을 다셨다.

“서두르지 말도록. 그들이 가는 방향도 상고 유적이니, 그곳에 도착해서 해결해도 늦지 않는다.”

운청휘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풍가와는 깊은 원한이 있었는데, 몇 달 전 진관해와 함께 영주에 왔을 당시 군성문의 장로와 풍가의 객경이 매복하여 그들을 덮쳤다.

그때 군성문 문주의 그림자까지 소환하는 바람에, 운청휘는 하마터면 군성문으로 끌려갈 뻔 하지 않았던가.

그때 검쇄공간을 사용하여 억지로 탈출하긴 했지만, 그로 인해 북영 요족이 지배하는 오지의 마배령에 떨어지고 말았다.

‘진관해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운청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날 이후, 몇 달째 진관해의 소식을 듣지 못한 터였다.

“둔천사 위에 있는 건 운청휘 공자입니까?”

운천휘가 홍가의 둔천사를 강탈한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었기에, 풍가의 사람은 일찌감치 운청휘를 알아본 듯했다. 풍가의 둔천사 쪽에서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청휘, 우리가 찾지 않아도 저들이 우리를 먼저 찾아온 것 같은데?”

기령이 입맛을 다셨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왕경이나 인왕경의 분신을 만나지 않는다면, 영주에선 그들을 상대할 자가 없었다.

풍가의 둔천사에는 반절 인왕경 1명과 공적 9단계 십여 명이 있을 뿐이니, 기령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는 수였다.

“운청휘, 우리는 8대 가문 중 하나인 풍가의 사람들이다. 그대에게 악의는 없지만 한 가지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네.”

입을 연 것은 풍가 둔천사 위에 있던 유일한 반절 인왕경이었다.

“진관해는 우리 풍가에서 잘 지내고 있다.”

그 말에 운청휘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흡, 둔천사를 멈춰라!

운청휘는 하흡에게 음을 보냈고, 곧 둔천사가 멈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쫓아온 풍가의 둔천사가 운청휘의 둔천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솨솨솨!

11명이 풍가의 둔천사에 날아오더니 운청휘의 둔천사 밖에 둥둥 떠 있었다.

-둔천사의 방어진을 제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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