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40화 (240/430)

제240화

난쟁이족의 반절 인왕경이 십여 명의 인간 중 유일한 반절 인왕경에게 말했다.

“물론이네! 하흡은 우리 노가주의 직계 손녀라고. 혈통도 외모도 장점만을 이어받아, 하가 최고의 미녀일세.”

‘하묘’라고 불리는 반절 인왕이 대답했다.

“그렇게 아름답다면 우리 천황 폐하의 황자와 혼인을 올리자구. 그럼 하가의 존속을 생각해 보지.”

반절 인왕경 난쟁이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비록 가주가 죽었다고는 해도, 아직 하가는 8대 가문 중 하나. 우리 천황가의 핏줄에 비하면 존귀하지는 않아도 비천하지는 않은 편이니.”

다른 반절 인왕경 난쟁이도 끼어들었다.

“우리 천황가의 고귀한 핏줄은 인간 여인이 쳐다도 볼 수 없는 분이다.”

“그러나 이번 결혼은 천황 폐하께서 친히 내리신 명령이지. 그래서 좋은 일이 너희 하가에게 온 거지.”

“외모도 괜찮고, 신분도 그리 비천하진 않으니 무공에 대한 자질만큼이 기재의 반열에 들어야 해!”

난쟁이족들은 모두 그들의 존귀함을 떠들어 대고 있으며, 그들과의 혼인이 하가에 가져다줄 복을 연신 강조하고 있었다.

하가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고, 특히 하가의 태상 장로인 하묘는 호탕하게 웃기까지 했다.

“걱정하지 말게. 우리가 하흡을 어떻게 고귀한 사토족에게 당당히 보내려 하겠는가?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지! 미모로 말하자면 다른 8대 가문의 여인들에게 뒤지지 않고, 타고난 재능은 8대 공자에 버금간다네.”

난쟁이족의 반절 인왕 셋이 듣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천황 폐하께서 내린 혼인령이 급하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혼인에 동의한 것이네.”

“하지만 하흡이 네놈의 말과 다르다면, 우리 사토족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가의 반절 인왕경인 하묘가 황급히 굽실거리며 말했다.

“아이고, 걱정말게. 나 하묘는 방금 했던 모든 말에 어떠한 거짓도 없다고 제 머리를 걸고 보장하네!”

“태상 장로, 하…… 하흡을 발견했어요!”

바로 이때 하가의 공적경 한 명이 하묘에게 보고했다.

“어?”

하묘가 반색하며 보고한 이가 가리킨 방향을 살폈다.

“역시……!”

하묘는 첫눈에 운청휘 옆에 있는 하흡을 알아보았다.

‘응? 같이 있는 사람은 누구지?’

하묘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운청휘와 기령은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동영 난쟁이족이 하흡과 다른 남자가 함께 있는 것을 알면 안 된다!’

급히 계획을 세운 하묘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곧, 하묘는 친근한 음성으로 난쟁이족들에게 말을 걸었다.

“하흡을 발견했으니, 데리고 오겠네!”

“어? 그 하흡이 저기에 있다고?”

반절 인왕경 난쟁이들의 안색이 변하며,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데려오게!”

난쟁이족의 허락이 떨어지자, 하묘는 즉시 십여 명의 공적경 일원들을 데리고 둔천사를 떠났다.

-하란(何兰), 하호(何虎), 무리들에 섞여서 하흡을 데려와.

땅으로 내려오며, 하묘가 두 중년인에게 음을 전했다.

- 태상 장로께서는 하흡과 다른 사내가 있는 것 때문에 난쟁이족에서 이견이 있을까 걱정하십니까?

음을 받은 두 중년인이 물었다.

- 그래. 난쟁이족은 전통적으로 여인과 남성의 접촉을 금하고 있어. 불필요한 사달을 일으킬 필요 없으니, 하흡을 몰래 데려와.

하묘가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음을 전한 뒤, 덧붙였다.

- 가능하다면 하흡 옆에 있는 젊은 남자와 아이는 죽이게.

“만약을 대비하여 죽이는 게 확실한 것이다!”

하란과 하호라고 불린 두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곧바로 군중 속에 섞인 후 운청휘가 있는 구역으로 숨어들었다.

“우, 운청휘, 나…… 나 방금 우리 일가를 발견했어!”

한참을 망설이던 하흡이 머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보통의 상황에서라면 그런 표정은 짓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하가의 태상 장료 하묘가 십여 명의 공적경을 데리고 난쟁이족의 둔천사에서 내려오는 걸 목격하지 않았는가.

하흡의 말을 들은 운청휘와 기령은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그들은 신식으로 둔천사 안에서 들리는 하흡과 관련된 대화를 감지해냈다.

“하란, 하호라고 불리는자들이 널 찾으러 왔군.”

운청휘는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음도 신식으로 잡아낼 수 있었다. 하란과 하호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하묘의 음을 잡아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를 찾아?”

하흡은 살짝 놀란 기색이었다. 그녀는 하묘 일행이 최소 수천 장 떨어진 곳에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를 찾아서 뭘 하려고?”

하흡은 여전히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헤헤, 아마 너를 팔려고 하는 거 같은데!”

기령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때 하흡의 귓가에 중년인의 음이 들렸는데, 하호였다.

-하흡, 나는 하호 장로다. 서남쪽 삼십 장 밖에 있으니 어서 오너라!

“하호 장로?”

음을 들은 하흡이 시선을 서남쪽으로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접근했는지 사십 대의 하흡이 삼십 장 바깥에서 그녀를 힐긋이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그곳으로 가려 했던 하흡은 망설이다 운청휘의 곁에 머무르기로 했다.

하흡도 음으로 답했다.

-하호 장로, 일이 있으시다면 직접 오셔서 말씀하시죠.

-응?

하호가 의외라는 듯 눈을 부릅떴다. 하흡이 거절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탓이다.

사실, 지위로는 하가 가주의 친손녀이니 하흡의 위세가 높았다.

다만 하가 가주가 죽었으니, 하흡의 지위는 폭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혼담만 아니었다면, 당장 죽였을 텐데!’

하호의 마음에 살기가 일었다.

곧 하란도 하흡에게 음을 보냈다.

-하흡, 빨리 와서 우리와 가자! 태상 장로께서 중요한 일로 너를 찾으시다!

이전에는 동요했던 하흡이지만, 이번에는 침착하게 답했다.

-하란 장로님도 계셨군요! 그러나 일이 있다면 직접 와서 말하세요!

하흡은 자신이 거절하는 이유를 명확히 몰랐지만, 여러 가지가 있을 터였다.

일단은 하묘 일행이 난쟁이족의 둔천사에서 내려올 때부터 미심쩍었을 테고, 기령이 한 말에서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단순하게는 운청휘의 곁을 떠나기 싫어서인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저들과 심상치 않은 관계라도 된단 말인가?”

하란과 하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옆에 있는 꼬맹이는 그들의 사생아가 아닐까?”

하란이 그 말을 하자, 침묵이 흘렀다.

만약 그 추측이 사실이라면, 하가는 재기는커녕 멸문지화를 걱정할 처지에 놓인다.

더욱이 그들의 태상 장로 하묘는 하흡이 혼인한 적 없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그럴 리 없어. 하흡이 지금 20여 살인데 저 아기는 적게 잡아도 대여섯 살이야.”

별안간 하흡이 살기를 불태웠다.

“흥, 어찌 되든 그들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하호의 눈에 살기가 넘쳐흘렀다.

“쉽게 오지 않으면 우리를 원망치 말거라!”

“하란, 가서 하흡을 데려오면 내가 그들을 죽일게!”

하호가 하란에게 눈짓했다.

곧 두 사람은 운청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삼십 장의 거리는 그들 같은 무인에게 계산할 필요도 없는 거리였으나, 사람들이 워낙 밀집하고 있어 지나가기 쉽지 않았다.

고작 삼십 장을 지나가는 데, 이 각이나 허비하고 말았다.

“하란 장로, 하호 장로, 말하려는 요점이 무엇이죠?”

하란과 하호가 도착한 후 하흡이 그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천한 것, 어찌 이리도 뻔뻔한 게냐. 네년이 아직도 하가의 금지옥엽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냐!”

하란이 코웃음을 치며 하흡을 잡았다. 하흡은 저항하려 했으나, 공적경의 힘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얌전히 따라오지 못해?”

이상한 것은 운청휘도 기령도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삼십 장을 멀어진 후, 하란은 하흡을 데리고 무리에서 멈췄다.

하호는 그를 따라가지 않은 채 운청휘와 기령 앞에 버티고 섰다.

“네놈들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은 없다만,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한다!”

“우리를 죽이려 한다면,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운청휘는 영력을 담아 말했기에 하흡의 귀에까지 소리가 들어갔다.

“우리 하가가 살인하려고 하는 데 이유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하호가 당당하게 말하며 기령에게 향했다.

이제 보니 기령이 사생아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불필요한 잡음을 막기 위해 죽여 두는 게 나았다.

“하가는 왜 동영 난쟁이족에게 항복한 거지?”

기령이 하호를 보고 나지막이 말했다.

이 역시도 하흡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상하네. 하가가 난쟁이족에 투항해도 우리를 죽일 이유가 뭐야? 설마 하흡이 우리와 함께 있다고 관계가 심상치 않다고 여긴 거야? 아니면 내가 이들의 아이인 줄 알았나? 갈수록 이상하네. 하흡이 우리와 관계가 있든, 내가 이들의 아이든, 하가가 난쟁이족에 투항한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기령의 말은 하호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하흡의 귀에 쏙쏙 들렸다.

그 말대로, 하흡도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하가가 투항했으니 하흡을 난쟁이족에 바치려고 했어? 그래서 나와 운청휘를 죽이려는 거고?”

하흡의 의문이 풀리지 않을 때, 기령이 나지막하게 말하며 경멸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경악했지만, 다음으로는 하가에 대한 실망이 깊었다.

기령과 운청휘의 수법을 본 적이 있는데, 일부러 시간을 낭비하며 한담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하흡에게 알려 주기 위함이었다.

하가는 그녀를 천대하고, 그녀를 난쟁이족에 팔아넘기려 하고 있었다!

하호는 기령의 말을 듣고 뜻밖이라는 눈빛을 보냈다.

“어찌 그리 잘 알지? 하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하흡은 하가의 일원이니, 가문을 위해 헌신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가는 인왕경을 잃어 위태로운 상황이니, 난쟁이족이라도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들과 연을 맺으면 모든 게 달라지겠지. 하물며 하흡이 혼인을 맺는 상대도 난쟁이족 족장의 아들이니, 그곳에서는 황비 대우를 받는다. 하흡에게 있어서 삼대가 누릴 수 있는 축복이 되지 않겠나? 자, 시간이 없으니 헛소리는 이만 하지. 어떻게 죽고 싶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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