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43화 (243/430)

제243화

“어? 이상한데, 어린 신동의 저 일장도 보통이 아니야!”

“아, 어…… 어린 신동은 실력을 감춘 게 아니야!”

“난쟁이족의 간사하지만, 어린 신동도 쉽지 않아, 그…… 그는 전력을 다했어!”

주먹을 맞댄 후, 사람들의 예상은 고스란히 빗나갔다.

오히려 안색이 변한 건 난쟁이족의 반절 인왕경이었다.

구경하던 반절 인왕경은 기령이 실력을 감추지 않았음을 깨닫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어린 신동이 교활하구나, 실력을 전혀 숨기지 않았어!”

“이것은 교활한 것이 아니라 귀신같이 예상한 것인데 그는 아마도 일찍이 비열한 난쟁이족이 정혈을 태울 것을 알아차린 거야!”

“어찌 되었든 우리는 어린 신동의 품성을 과소평가한 거야!”

“하하하, 그건 그렇지만, 사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발견할 수 있었을 거야. 어린 신동이 이런 경계까지 수련했는데, 바보는 아닐 거잖아? 어린 신동을 바보로 여기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바보겠지!”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만약 난쟁이족이 같은 수법을 썼다면 비열하고 뻔뻔하다고 욕했을 테지만, 기령의 수법은 재치 있고 총명하게만 다가왔다.

“부…… 분명히 삼 할의 힘만 쓴다고 했잖아?”

난쟁이족의 반절 인왕경은 노발대발하며 기령에게 따지고 들었다.

“내가 하는 말을 네가 믿는다면, 내가 바보인 걸까, 네놈이 바보인 걸까?”

기령은 가소롭다는 듯이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놈도 정혈을 태우겠다고 말하진 않았잖아? 너나 나나, 나쁘고 비열한 놈들이지, 하하하!”

구경하던 이들은 기령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스스로를 비열하다 말하지만, 표정은 기세등등하기 이를 데 없었으니까.

다만 그 모습은 참으로 영특해 보였다.

“어린 신동은 역시 어린 신동이냐, 남들과는 달라!”

“하하하, 맞아, 어린 신동은 보통의 길을 가지 않는구나!”

사람들이 크게 웃을 때, 기령은 이미 상대의 멱살을 쥐고 들어 올렸다.

동시에 혀로 입술을 축였는데, 세상에서 보기 드문 별미를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기령이 운청휘에게 시선을 슬쩍 보냈다. 마치 당장에라도 삼켜도 되느냐며 허락을 구하는 표정이었다.

운청휘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곳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우선 감금하고 둔천사에 데려가서 처리하지.

운청휘는 기령에게 음을 보냈다.

기령이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공원의 힘을 동원하여 손에 있던 난쟁이족의 반절 인왕을 묶었다.

“네놈도 함께 가자!”

기령이 말을 하는 순간, 몸 뒤에서 공원의 힘이 물결쳤다.

난쟁이족의 반절 인왕경의 안색이 급변했고, 무의식적으로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그는 삼십 장을 날아가기도 전에 기령이 뿜어낸 공원의 밧줄에 묶여, 그대로 꽁꽁 휘감겼다. 마치 두툼한 떡 같은 모양이었다.

“네놈들의 동료는 구원을 요청하러 간 건가?”

기령이 물었는데, 소리가 작지 않아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귀에 퍼졌다.

“흥, 우리 가토왕의 분신이 둔천사에서 폐관하고 계시는데 가토왕의 분신이 나타나면 네놈은 죽는다!”

포박당한 두 난쟁이족의 반절 인왕경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옆에서 듣던 사람들의 안색이 모두 변했다.

“바…… 방금 가토왕이라고 했지?”

“가…… 가토왕? 이럴 수가, 그……그는 난쟁이족의 인왕경인데 영주 전체에 혁혁한 악명을 가지고 있다구!”

“난쟁이족은 역시 준비가 되어 있었어, 이…… 인왕경 분신을 출동시키다니!”

“인왕경 분신은 반절 인왕경을 무수히 뛰어넘는 무위가 있어. 어린 신동이 비록 반절 인왕경을 제압할 수 있는 실력이지만, 인왕경 분신과 상대하면 전혀 승산이 없어!”

난쟁이족의 둔천사 위.

방금 둔천사로 도망쳐온 반절 인왕경이 다급한 안색으로 가토왕이 폐관한 밀실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도착하기도 전에 고래고래 소리부터 질러 댔다.

“가…… 가토왕, 크……큰일입니다!”

그가 다급히 찾는 밀실의 한가운데에서는, 기질이 존귀한 중년 난쟁이족이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의 주위로 신비한 힘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만약 경지가 높은 무인이 곁에 있었다면, 단번에 그 힘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을 터였다.

법원의 힘(法元之力).

오직 인왕경의 무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절세의 힘이었다.

천성대륙에서는 법력이라고도 불리는 힘이었다.

“젠장, 만약 본왕의 다른 분신이 진가에서 운청휘라는 짐승에게 먹히지 않았다면 이렇게 폐관하고 있지 않았을텐데!”

중년인이 낮은 소리로 말했는데, 눈에서는 음산함이 스쳤다.

“이변이 없다면 천황 폐하께서 지금 사람을 데리고 상고 전쟁터에서 그 신검을 찾았을 텐데…….”

신검을 떠올린 순간, 중년인의 가슴은 절로 뜨거워졌다.

인왕경의 최강자로서, 그가 눈독을 들일 만한 물건이 얼마나 많겠는가?

의심할 여지없이, 그 신검은 그가 너무나도 탐이 나는 물건이었다.

“신검은 의식이 있다. 주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절대적인 무위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줘야 하지. 천황 폐하께서는 존귀한 분이시나 그것의 주인으로 인정받으시기엔 힘들 터. 함께 간 인왕경들도 마찬가지야. 신검을 주인으로 삼으려는 모든 이들의 확률은 똑같아. 내 분신이 부상 때문에 이곳에서 폐관하는 게 아니라면, 기회를 놓치지 않을 텐데! 모두가 그 운청휘라는 짐승 때문이다! 본왕의 본체가 동영에서 출발했으니, 도착하는 즉시 운청휘 그 짐승을 죽이고 말 테다!”

중년인은 수련에 몰두해 있으면서도 입으로는 낮게 중얼거리며, 운청휘에 대한 원한을 불태웠다.

그때, 그의 귓가를 소란스럽게 하는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가…… 가토왕, 크…… 큰일입니다! 우리의 인마가 영수 한 마리에게 모두 제압당했습니다!”

그 순간, 중년인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안 그래도 가슴 속에서 들끓는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었는데, 바깥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가 적당한 계기가 되어 주었다.

“혼자의 힘으로 너희들을 제압할 수 있다면 설마 교룡족의 반절 인왕경인가? 교룡족의 천부적인 재능은 평범하지만 그들의 반절 인왕경의 실력은 확실히 너희들보다 뛰어나잖아!”

기질이 존귀한 중년인이 속으로 살기가 가득했으나, 이성을 유지하면서 기령의 신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가…… 가토왕, 고…… 공격한 녀석은 교룡족이 아닙니다!”

소식을 전하러 온 반절 인왕경이 곧바로 고했다.

그가 비록 기령의 본체를 보진 못했지만, 기령에게서 교룡족의 기를 느끼지 못한 터였다.

더욱이 기령이 시비에 휘말린 내내 교룡족은 방관해왔다.

기령이 교룡족의 일원이었다면 교룡족이 진작에 몰려와 그를 감쌌을 터였다.

“교룡족이 아니라고? 설마 대붕족이더냐?”

중년인의 눈에 의혹이 떠올랐다. 그가 보기에 교룡족이라면 이 사태를 제압할 고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붕족에는 그런 고수가 존재하지 않았고, 공작족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대…… 대붕족도 아닙니다!”

구원을 청하러 온 반절 인왕경이 조급한 얼굴로 말했다.

“소인이 비록 그의 본체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절대로 3대 요족 중 누구도 아닙니다!”

“흥, 그가 누군지는 상관없지만, 본왕의 부하를 건드렸다면 본왕의 분노를 받아야지!”

중년인이 코웃음을 치더니 법원의 힘을 뿜어냈다. 법원의 힘은 도움을 요청한 반절 인왕경을 단숨에 감쌌다. 그는 단숨에 둔천사 밖으로 질주했다.

아래쪽 사람들은 그들의 신형을 확인한 후, 안색이 급변했다.

특히 8대 가문과 3대 요족의 일원들은 하얗게 질릴 지경이었다.

“가, 가토왕이야! 젠장, 그…… 그가 나타났어!”

“비록 분신이라지만, 혼자서도 이곳에 있는 우리 모두를 도살할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우리 모두를 죽일 수는 없을 거야!”

“우리 가주님이 살아 계시는 한, 감히 우리를 죽인다면 모두가 연합해서 난쟁이족을 치겠지!”

“비록 우리는 못 죽여도, 운청휘와 어린 신동은 안타깝게 됐어!”

무리들의 이야기는 쉼 없이 이어졌고, 기령과 교류를 시도하던 세력은 개미 떼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애초부터 운청휘와 적대 관계였던 공작족, 대붕족, 홍가는 냉소를 머금었다.

“우리 가주님께서 나설 필요도 없겠어. 곧 운청휘는 죽을 테니!”

“어린 신동은 아깝게 되었네. 만약 그를 길들이면 가문의 거물이 될 텐데.”

“어린 신동은 별일 없을 거야. 난쟁이족이 그리 어리석겠어? 어린 신동을 죽이는 것보다 굴복시키는 게 더 이용 가치가 있잖아!”

“우리는 멀리서 지켜만 보자고. 운청휘는 분명 죽을 거고, 어린 신동의 처지도 곧 결정될 테니!”

운청휘에게 적대적인 이들은 하나같이 운청휘를 시체 대하듯이 바라보았다.

허공에 내려앉은 가토왕의 분신이 곧바로 하강했다.

그의 시선이 장내를 훑었고, 대부분의 무위를 알아차렸다.

죄다 영변경, 공적경 및 최절정 세력의 반절 인왕경들이었다.

이들이 연합한다면 영주 전체를 평정할 수 있겠으나, 가토왕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그러나…….

이질적인 두 개의 기에 가토왕의 분신은 의구심을 품었다.

그로서도 무위를 바로 알아차릴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한 명은 어린아이였고, 한 명은 붉은 장포를 입은 모습만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잠깐만…….”

가토왕의 분신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동공이 흔들렸다.

하강하던 그의 신형도 공중에서 굳었고, 삼백여 장 허공에 멈춰 섰다.

꼬마! 붉은 장포를 입은 젊은이!

“저…… 저 조합은 그날 진가에서 만났던 운청휘와 그의 짐승이잖아?”

가토왕의 분신은 심장이 몸 밖으로 곤두박질치는 듯했다.

그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운청휘와 그의 영수가 분명했다.

“가토왕, 왜…… 왜 그러십니까?”

가토왕의 분신이 곁에 있던 반절 인왕경에게 물었다.

“녀석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게냐?”

중년인이 침울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 그게…… 영수는 어린 신동이라 불리고, 함께 있는 젊은이의 이름은 운청휘라 합니다!”

반절 인왕경은 질식할 듯한 냉기에 숨을 들이켰다. 가슴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우…… 운청휘, 녀, 녀석이 운청휘라고?”

가토왕의 분신은 반절 인왕경의 대답을 듣자마자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젠장, 너 일부러 그런 것이냐? 분명 일부러 그런 것이 틀림없어!”

가토왕의 분신은 갑자기 포효에 가깝듯 말했다.

“가, 가토왕이시여. 제가 고의라니요? 소인은 말씀의 뜻을 모르겠습니다!”

반절 인왕경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거의 울 듯한 표정이었다.

“저놈이 운청휘인 걸 알고 고의로 그를 자극했겠지. 그리하여 본왕의 이 분신도 그에게 죽게 만들려는 속셈이 아니더냐!”

가토왕의 분신은 사방 천지에 원망을 흩뿌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반절 인왕경을 비롯해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일시에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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