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화
“알 것도 같군.”
운청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깨어났다.
웅장한 존재는 대답 대신 손바닥 위에 씨앗을 틔워냈다.
그 씨앗을 바닥에 뿌리니, 토양으로 스며든 씨앗은 단숨에 싹이 자라나고 점점 솟구쳐 올라…… 하늘에 닿을 듯 거대한 나무로 변했다.
보이지 않는 힘에 가로막혀 있는, 웅장한 존재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은 지금은 알아들을 수 있냐고 묻는 듯했다.
“만약 방금 알 것 같았다면 지금은…… 완전히 모르겠어!”
운청휘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선제로서 다양한 수법을 많이 안다지만, 이런 경우는 잘 모르겠군. 내게 어떤 미래가 존재하는 건가?”
웅장한 존재는 잠시 침묵하더니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미래는 바꿀 수 있네!
우르릉!
그의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운청휘는 머리가 찢어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전대미문의 공포와 번개가 운청휘의 머릿속을 내리쳤고, 눈앞이 번뜩였다.
그 직후, 웅장한 존재는 사라졌다.
운청휘는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
“걱정 말아. 반드시 온전한 봉마비를 찾을 테니…….”
운청휘가 중얼거리며 두 손으로 봉마비를 뽑으려고 했다.
한데 어찌 된 일일까. 그는 분명 혼신의 힘을 다했건만, 봉마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별안간, 운청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봉마비를 뽑으려면, 반드시 지금의 경계를 돌파해야 했다.
운청휘는 약 일 다경가량을 망설이다, 결국 영라 반지에서 반절 인왕경의 마종을 꺼내들었다.
이윽고 마종이 그의 손 위에서 연화되기 시작했다.
한 시진 반 후, 그는 순조롭게 현경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현경에 도달한 후 확연한 변화가 생겼는데, 지금의 그는 반절 인왕경을 만나더라도 일장에 상대를 해치울 수 있었다.
이때 손에 든 마종에는 아직 육 할 이상의 무위가 담겨 있었다.
그는 우선 연화를 멈추고, 다시 봉마비 앞으로 나와 힘을 썼다.
카드득…….
지면에서 뽑혀져 나온 봉마비에서 무언가 벗겨지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운청휘는 봉마비를 완전히 뽑아내었다.
운청휘는 곧바로 선제의 정혈 한 방울을 떨어뜨려, 자신을 주인으로 인식시켰다.
그 후, 자신의 머릿속에 집어넣은 뒤 운청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두 번째 봉마비를 얻었군!”
다시, 운청휘가 마종을 연화시켰다.
손에 든 마종에서 나머지 힘을 흡수하고도 반나절이 지났을까.
그의 무위는 현경 3단계까지 폭증하였다.
운청휘는 다시금 반절 인왕경의 마종을 꺼내들었고, 이번에는 한 시진 반만에 마종 전체를 연화시켰다.
이제 무위는 현경 4단계에 이르렀다.
또다시 마종을 삼키려 할 때, 별안간 다섯 가지의 힘이 동시에 그를 덮치며 포위했다.
이는 운청휘에게 익숙한 사망, 부패, 쇠락, 파멸, 파괴의 힘이었다.
천인오쇠!
운청휘마저도 조금 놀랐는데, 현경에 도달해 만난 선겁이 천인오쇠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운청휘의 힘이 급격히 감퇴하더니, 마치 저주에라도 걸린 듯 이 각도 지나지 않아 무위가 구 할 이상 깎여나갔다.
단 일 할의 무위가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공적경의 무인을 만나도 승산이 없을 터였다.
운청휘는 곧바로 호흡을 가다듬고 가부좌를 틀었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그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적어도 한 달. 그 시간 후에야 천인오쇠의 저주가 풀리고 무위가 절정 상태로 회복될 수 있으리라.
운청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금은 사방이 적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유적 안에만 해도 4개의 세력이 그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고작 일 할의 무위만 사용할 수 있다면, 그 위험성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른 곳이라면 어떻게든 숨어지낼 수 있겠으나, 상고 유적 안에서 한 달을 보내기란 불가능했다.
“천인오쇠는 본질적으로 저주에 해당하지. 짝을 찾는다면, 이 저주의 일부분을 짝의 몸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 다만 이 저주를 견뎌내려면 적어도 3만 년 이상 된 영약이 있어야 할 텐데…….”
운청휘는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이 저주를 풀어낼 방법을 생각했다.
3만 년 이상 된 영약은 영주에서도 구하기 힘든 것으로, 운청휘는 곧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꼭 영약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이독제독의 이치로도 저주의 힘을 상쇄하는 방법도 있겠군. 하지만 위험성이 너무 높아. 일단은 영약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하니, 한동안은 곤란해지겠군.”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천인오쇠의 저주가 강림한 후, 운청휘는 끊임없이 기령과 연락을 시도했는데, 사흘째 되는 날에야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
기령과 하흡은 함께 다니며 은신처에서 폐관 중이라는 말을 전했다.
기령은 아직 가토왕의 분신을 삼킨 후 연화하지 않은 상태였다.
‘응? 반절 공적에 도달했고, 소인왕을 마주쳤는데 적수는 못 되어도 도망갈 수 있었다고?’
기령이 보낸 음을 듣고,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 기령을 시켜 3만년 이상의 영약을 구할 수 있는지 찾도록 분부를 내렸다.
또한,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오며 찾도록 일러두었는데, 만약 영약을 찾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기령과 연락을 주고받은 후.
운청휘는 밀실에서 명상에 접어들었다.
지금 그는 일 할의 무위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니, 이 밀실이 그를 숨길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하루 뒤.
밀실 바깥에서 ‘우르릉’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이 밀실은 특수한 진법으로 둘러싸여 있어, 운청휘의 신식이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차단했다.
동시에 신식이 밀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막는 역할을 했다.
자연스레 운청휘는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을 터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다.
밀실에 일련의 충격이 가해진 후, 그의 신식이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목격한 장면은 운청휘의 안색을 어둡게 만들었다.
밖에서 밀실을 공격한 이는 뜻밖에도 소인왕, 소천사였다.
그와 함께 있는 이들은 대붕족을 비롯한 4대 세력의 연합이었다.
소인왕은 높이 떠오른 채로 거대한 손을 휘둘러 끊임없이 아래쪽 궁전을 타격하였는데, 그의 공격 한 번이 20여 명의 반절 인왕경이 합심한 공격 한 번과 대등했다.
무엇보다 반절 인왕경들은 궁전을 지키는 진법을 파훼하지 못했건만, 소인왕의 공격에는 진법이 철저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이 궁전은 이렇게 강한 진법이 지키고 있으니, 안에 분명히 숨겨진 물건이 있을 것이다.”
“소인왕이 여기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들은 이 궁전에 들어갈 수 없었을 걸세.”
“봉마비가…… 과연 이 궁전 안에 있는지 모르겠군.”
봉마비를 언급한 순간, 묘한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그들 4개 세력은 지금은 연합하고 있지만, 봉바미를 찾는 후부터 경쟁에 들어갈 터였다. 심지어는 서로를 죽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봉마비는 단 한 개뿐이니까.
우르릉!
또 한 번의 굉음과 함께, 궁전을 수호하던 진법이 소인왕에게 부서지고 말았다.
“본왕은 미리 합의를 하였으니, 봉마비를 두고 다투지 않겠다. 그러나 합의한 내용은 봉마비뿐이니, 다른 전리품은 본왕이 취하겠다!”
궁전을 수호하던 진법이 파괴되고 소인왕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죠!”
“우리 대붕족의 목표는 봉마비이니, 이견이 없소! 나머지 물건은 소인왕께 드리지요!”
“우리 공작족도!”
“우리 홍가도!”
“우리 풍가도 마찬가지요!”
4개 세력이 합심하여 소인왕을 따랐다.
소인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아래쪽 궁전으로 향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그 뒤를 따랐다.
궁전은 전체 면적이 10여만 평이 넘었지만, 이 거대한 궁전은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 의해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4개 세력의 사람들은 곧 실망했는데, 봉마비의 종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인왕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 역시도 마음이 불편했다.
모처럼 힘을 쏟아 궁전의 방어 진법을 격파했건만, 얻은 것들이 영 변변찮았다.
“본왕이 지하를 봐야겠어!”
소인왕의 왼쪽 눈이 갑자기 다섯 빛으로 갈라지고 왼쪽 눈으로 궁전 아래를 바라봤다.
“역시나 건곤을 내포하고 있었군!”
소인왕의 왼쪽 눈이 겹겹이 쌓인 흙을 지나 궁전 삼천 장 아래의 지하에서 또 다른 밀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밀실에서 익숙한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운청휘가 아닌가? 이곳에서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건만.”
소인왕의 왼쪽 눈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더니, 법력을 동원하여 겹겹이 쌓인 흙을 밀어내었다.
곧, 지하 삼천여 장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가 나타났다.
밀실 안에 있는 운청휘도 소인왕의 염탐을 알아차렸다.
운청휘 또한 그를 지켜보았는데, 그의 신식은 줄곧 소인왕의 왼쪽 눈에 머물러 있었다.
‘설마 성령안(星灵眼)을 가졌을 줄이야!’
성령안은 극도로 희귀한 눈으로, 선계에서는 이들을 중동자(重瞳者, 눈에 눈동자가 두 개 있는 사람)라 불렀다.
물론 성령안은 다양한 중동 중 하나에 속할 뿐이었다.
‘그리하여 기령의 무위를 알아보고, 기령이 초월하는 기재임을 알아보았는가.’
성령안은 허와 실을 간파하고, 물질의 근원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이었다. 다만 운청휘의 정체까지는 꿰뚫어보지 못한 듯했다.
이는 운청휘가 입은 붉은 장포와 관련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운청휘는 일어나서 왼손에 낀 영라 반지를 숨겼고, 다음 순간.
쾅!
소인왕의 일권에 밀실의 벽이 처참히 부서졌다.
소인왕을 비롯한 그의 일행이 운청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네놈이 왜 이곳에서 나온 게냐!”
소인왕의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만물을 굽어보는 듯한 투였다.
그의 질문은 운청휘에게 답하라는 명령을 내포하고 있었다.
“상고 유적에 들어왔더니 이곳이었을 뿐이다.”
운청휘가 선선히 답했다.
“그 영수는?”
소인왕이 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