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50화 (250/430)

제250화

카득……!

별안간, 운청휘의 두 다리에서 뼈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운청휘의 두 다리가 살짝 굽혀지며, 그는 거대한 압력을 받는 듯 휘청거렸다.

그럼에도 운청휘는 버티고 있었다.

카가각……!

파열음은 계속해서 모두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콰득……!

급기야, 바지에 핏물이 스며들더니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결국, 운청휘는 울컥 피를 토하며 휘청거렸다.

지금은 그 스스로 몸을 통제할 수 없었고, 본능적으로 무릎을 꿇고만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신념만으로 버티고 있었다.

선제로서 운청휘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남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그의 다리는 차근차근 부서지고 있었다.

그의 다리에서 나는 소리는 마치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연상시켰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다리뼈가 다 으스러졌을 터였다.

운청휘의 얼굴은 더욱더 참혹했다.

입에서는 연신 피를 울컥울컥 뱉어내었고, 안색은 죽은 사람처럼 거무죽죽하게 질려갔다.

“우, 운청휘……! 노수단의 통제에 저항하고 있어!”

“운청휘의 의지력이 이렇게나 강하다니……!”

“의지력이 강한 게 무슨 소용이야. 저렇게 저항하다 보면 온몸이 부서질뿐더러, 목숨도 장담할 수 없는데.”

“괴상한 신념이라도 있는 거 아닌가? 저렇게나 버티는 걸 보면.”

“그렇군. 얼굴은 이미 죽은 사람처럼 보이는데, 신념만이 남아서 통제에 저항하는 모양이야.”

소인왕과 운청휘를 제외한 이들이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만약 적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운청휘의 의지에 감탄을 보낼 터였다.

하지만 그와 원한을 쌓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통쾌하였다.

심지어 운청휘가 순순히 무릎을 꿇는 것보다, 버티고 저항하는 저 모습이 그들에게 더 큰 통쾌함을 안겨주었다.

시종일관 말이 없던 소인왕도, 마침내 눈빛을 달리했다.

“네놈이 그토록 존엄성을 중히 여기고, 죽을지언정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것이냐? 하지만 보기엔 재밌구나!”

소인왕의 눈에 얼핏 떠올라 있던 감정은, 어느새 병적인 흥분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소인왕은 모르고 있었는데, 이때의 운청휘는 마음속으로 세상을 무너뜨릴 분노를 품고 있었다.

-기령, 영약을 찾기보단 우선 내게 오도록. 정혈을 태워서 무위를 소모하더라도 빨리 오거라!

운청휘는 간신히 쥐어짜내듯, 기령의 영혼에게 음을 전달했다.

-운청휘,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어! 방금 5만 년짜리 영약을 구했어!

기령은 무의식적으로 답하다, 곧 서둘러 음을 전해왔다.

-운청휘, 왜 그래?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지금 정혈을 태워서 갈게!

운청휘가 정혈까지 태우라고 재촉할 정도라면, 아주 급박한 상황이리라.

더욱이 둘은 영혼으로 연결되어 있어, 운청휘가 피워올리는 진한 살기를 기령도 느낄 수 있었다.

기령이 알기로, 운청휘의 마음 속 살기가 이토록 짙은 건 처음이었다.

* * *

소인왕의 눈에 떠오른 병적인 흥분에, 나머지 사람들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지금껏 소인왕을 본 뒤로 그가 이토록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었던가?

그때, 소인왕이 유쾌하다는 듯 외쳤다.

“운청휘, 무릎 꿇으라고 했을 텐데!”

콰득!

소인왕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운청휘의 두 무릎에서 섬뜩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작게 들려오던 파열음과는 달리, 한꺼번에 큰 면적의 뼈가 부서진 게 틀림없었다.

“본왕이 말했지 않느냐!”

또 두 번의 명령이 있고 나서, 운청휘의 무릎 뼈는 산산이 조각 나 버렸다.

그러나 운청휘는 여전히 그 자리에 휘청거리며 서 있었다.

죽어도 꿇지 않을 것이고, 이것이 그의 존엄성이었다.

세상도 그를 무릎 꿇릴 수 없건만, 하물며 인간 한 명이 그를 무릎 꿇게 만들까.

그러나 확실해진 것은, 지금 운청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무릎을 꿇고 절을 하거나, 죽거나.

꿇지 않으면 그를 기다리는 건 처참한 죽음뿐이리라.

“하하하,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냐? 하지만 본왕이 그리 둘 수는 없지.”

별안간 소인왕이 크게 웃더니, 아공간 반지에서 향기로운 단약 한 알을 꺼냈다.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니, 단약이 운청휘의 입 속으로 쏙 들어가는 게 아닌가.

단약을 삼킨 운청휘의 몸은 급격한 변화를 일으켰다. 눈에 보이는 속도로 상처가 회복되고 있었다.

“소…… 소인왕은 정말로 씀씀이가 크구나!”

“운청휘를 조롱하기 위해 현천급의 단약을 내놓는단 말이야?”

“우리들 눈에나 보배지, 소인왕의 법안에는 다를 테니까.”

“헤헤, 모두 헛소리 말고 지켜나 보자구!”

“그래, 이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운청휘의 상처가 팔 할 정도 회복되자, 소인왕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칵칵칵……!

운청휘의 무릎에서 재차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운청휘는 힘겹게 버티고 있었지만, 입에서는 다시금 피가 울컥 솟구쳤다.

소인왕은 흥미진진한 눈길을 던지더니, 아공간 반지에서 검은 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 병에는 10개의 현천급 단약이 있다. 다 쓸 때까지 네놈이 무릎을 꿇지 않는지 봐야겠구나!”

운청휘가 소인왕을 보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반드시 후회하게 해 주마.”

소인왕이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리 만들 사람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게다가 한낱 개가 어떻게 본왕을 후회하게 만들겠느냐?”

운청휘는 묵묵부답할 뿐이었다.

그는 비밀스럽게 신식을 운용해 절반은 무릎을 꿇지 않도록 고정해 두었고, 절반은 노수단의 연화에 쏟아 부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노수단이 연화될수록 소인왕의 통제가 강해지겠으나, 천인오쇠의 저주에 걸린 지금은 저주를 조금씩 약화시키는 해답일 뿐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 반 시진이 지났다.

그동안 운청휘는 노수단을 일 할가량 연화시켰다.

26일이 남아 있던 천인오쇠의 저주는, 그가 노수단을 연화시킴에 따라 24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몸 바깥의 상황은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었다.

만약 한 시진만 더 버틴다면, 그는 죽고 말 터였다.

그러나 소인왕은 운청휘를 반드시 무릎 꿇릴 작정이니, 그를 죽게 만들지 않을 터였다. 어떤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어도.

역시나, 소인왕이 다시 현천급 단약을 먹여 운청휘를 치료했다.

운청휘는 암암리에 노수단을 연화시켰고, 그렇게 한 시진이 지나자 또다시 일 할가량 연화시킬 수 있었다.

천인오쇠의 저주도 22일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니 세 시진이 흘렀다.

그 결과 천인오쇠의 저주는 16일까지 줄어들었다.

‘노수단은 아직 오 할의 약효가 남아 있으니, 열흘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기령이 도착할 때까지 버틴 후, 영약을 복용하면 되겠군. 그렇다면 이 저주를 없앨뿐더러, 무위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계산을 마친 운청휘는 극에 달한 살기를 다스리고 또 다스렸다.

‘그때가 되면 본제가 소인왕에게 선제의 분노를 뼈저리게 깨닫도록 만들어 주마!’

“소인왕, 잠시 기다리시오!”

소인왕이 운청휘의 무릎을 재차 꿇리려고 하는데, 홍가의 반절 인왕경 한 명이 다급히 외쳤다.

“소인왕. 우리 가주께서 상고 유적 전체를 관찰하는 지점에 계시오. 가주께서 어린 신동의 종적을 발견하였는데, 그가 지금 우리 쪽으로 오고 있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세력들도 전송 옥석에서 나는 소리를 앞다투어 전하기 시작했다.

“소인왕, 우리 가주도 어린 신동의 종적을 발견했다네!”

“어린 신동이 당장 오고 있군!”

소인왕이 물었다.

“그대들 가주에게 그 영수가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묻도록.”

“어린 신동의 속도라면 하루가 걸린다더군. 더욱이 가주의 말씀으로는, 정혈을 태웠으니 속도가 인왕경에 근접했다고 하네!”

“소인왕, 우리 가주의 말씀을 전하겠네. 만일을 위해, 도망칠 수 없도록 일결에 사로잡을 준비를 하는 건 어떤가?”

4개 세력의 시선이 한번에 소인왕에게 모였다.

그들의 가주들은 모두 어린 신동이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 것을 걱정했고, 도망치더라도 후환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소인왕이 함정을 설치하여 사로잡길 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인왕의 태도는 한없이 평온했다.

“그런 짐승을 잡는 건 본왕에게 있어 간단한 일이지.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 없네. 다만 운청휘를 데리고 노는 건 잠시 멈춰야겠군.”

소인왕은 기령이 오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만약 이렇게 그를 조롱하다 운청휘를 죽이기라도 하면, 기령이 오지 않을 터였다.

소인왕이 운청휘를 기세등등하게 노려보았다.

“그 짐승을 수복한 후 네놈과 어울려 주지. 자, 본왕의 시야에서 꺼지거라!”

소인왕이 말하자마자, 운청휘의 몸은 그의 통제를 벗어나 멀찍이 물러섰다.

운청휘는 저항하지 않고, 수만 장을 날아가 언덕에 올라섰다.

소인왕의 명령을 완성했기 때문인지, 운청휘는 비로소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운청휘는 기령과 연락하는 대신, 가부좌를 틀고 체내의 노수단을 연화하는 데 집중했다.

눈 깜짝할 사이 두 시진 반이 흘렀고, 그사이 노수단의 힘은 모두 연화되었다.

천인오쇠의 저주는 기한이 6일까지 단축되었다.

또 하나 언급해야 하는 것은, 노수단의 약력을 연화시킬 때마다 소인왕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 소인왕의 명령은 운청휘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터였다.

“저주의 힘이 사라지려면 6일이 남았군. 기령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운청휘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영라 반지에서 진법의 재료를 꺼내들었다.

그는 자신을 중심으로 하여 연달아 몇 개의 진법을 설치했다.

진법의 강약은 무위와 연관되기 마련이고, 지금의 운청휘는 공적경도 상대할 수 없기에 자연스레 방어 진법에 치중했다.

“소인왕만 나서지 않는다면, 나머지들이 공격하더라도 적어도 반 시진은 버틸 수 있겠군.”

운청휘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계획을 점검했다.

기령이 도착하면 5만 년짜리 영약을 복용하고, 영약을 연화하는 동안 기령이 시간을 끌어 줄 터였다.

기령이 운청휘와 백만 장 거리를 둔 것은, 하루가 꼬박 지나서였다.

상고 유적의 한 지점에서 보고 있던 대붕왕과 공작왕, 홍가와 풍가의 가주는 곧바로 기령의 종적을 일원들에게 전달했다.

이 소식은 곧바로 소인왕의 귀에 들어갔다.

소인왕의 고요한 얼굴에 은은한 기대가 내비쳤고, 심지어 입술마저 축였다.

“드디어 왔구나!”

소인왕의 안목은 매우 높은 터라, 영주 전체를 둘러봐도 그의 눈에 드는 이가 없었다.

다만 기령은 예외였다.

소인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기령의 혈맥이었다.

그가 성령안으로 살펴보니, 기령의 혈맥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기가 넘실대고 있었다.

설령 영흥제국의 황제라 해도 혈맥은 기령의 만분의 일도 되지 않을 터였다.

‘본왕이 이 짐승을 잡고 영흥제국으로 데려가 혈맥을 삼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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