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화
운청휘와 기령은 부근의 장소를 찾아 폐관 수련에 들었다.
기령은 영약의 약력을 고스란히 흡수했고, 꼬박 사흘에 걸쳐 자신의 무위로 만들었다.
기령의 무위는 반절 공적경에서 공적경 1단계로 폭증했다!
운청휘는 그동안 영라 반지의 모든 마종을 연화시켜, 현경 6단계에 이르렀다.
폐관을 마친 후, 그들은 진법을 거두고 삼천 장 상공 위로 떠올랐다.
두 사람은 신식을 극대화시켜 그들이 감지할 수 있는 세계를 전부 관찰했다.
“운청휘. 이 작은 세계는 우주가 잉태한 것일까, 아니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별안간 기령이 질문을 던졌다.
기령은 어느새 신식을 거두고, 머리 위에 나란히 떠 있는 해와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은 핏빛으로 이글거리며, 섬뜩한 빛을 발산했다.
태양은 늘 봐왔던 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며 온 천지를 감쌌다.
“인위적인 것이다.”
운청휘가 선선히 대꾸했다.
이곳 상고 유적은 인위적인 세계라고 하지만, 규모 자체는 진짜 세계나 다름이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자라면, 적어도 대라금선(大罗金仙)일 터였다.
“천성대륙은 갈수록 신비해지는군.”
운청휘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선계에서 돌아왔을 때, 운청휘는 무위를 극심하게 소모하다 못해 거의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천성대륙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운청휘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게 되었다.
돌아온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선계에서도 접할 수 없는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우선, 혼돈영수 기령을 수복했고, 천화 청련지심화를 얻었다. 또한 서영서(噬灵鼠)도 한 마리 수복하지 않았던가.
선계 10대 선제 중 요족 선제의 본체가 서영서이니, 이를 얻었다는 건 미래의 선제를 수복한 것과 다름없었다.
또, 운청휘는 이염죽을 만나 이 우주의 과거를 알게 되었다.
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성공거수의 몸을 연화시킴으로써 두 개의 본체를 얻게 되었다.
그 외에도 두 개의 절정 무공을 얻었으니, 어혼성숙비전과 도심종마대법이다.
천성대륙에 돌아온 이 몇 개월 동안, 선계에서 천 년간 얻은 수확을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전성기의 운청휘는 비록 선제이지만, 선제 이상의 경계를 꿈꾸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이상의 경지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무상비경.
전설로 내려오는 그 경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수확 외에도, 운청휘는 천성대륙에 끊임없는 충격을 받고 있었다.
천성대륙은 어떠한 내력을 지녔기에, 이토록 많은 기연을 안겨다준단 말인가?
더욱이 풍무극광이라는 절세의 인물을 배출한 곳도 천성대륙이었다.
과거, 운청휘는 풍무극광이라는 인물을 수천 년 전의 고수 중 한 명이라 생각했지만, 그가 봉천진지진을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는 풍무극광의 무위가 100명의 진선을 합친 것과 같다는 증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상고 유적도 풍무극광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적을 지키는 구궁흑옥진도 풍무극광의 작품이겠지.’
운청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천성대륙의 저력에 놀라는 동시에, 풍무극광이라는 신비한 존재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잊고 있었어!”
기령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운청휘, 널 찾으러 올 때 소도도와 진상상 일행과 마주쳤는데, 소도도의 약혼녀를 기억해? 소엽 말이야.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어. 널 찾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지체할 순 없었지만, 독에 중독되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어.”
운청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을 어디서 만났지? 당장 말해.”
운청휘는 소도도가 소엽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라도, 제일 먼저 그들을 찾아야 했다.
기령과 운청휘는 급히 동남쪽으로 향했고, 기령이 앞섰다.
기령이 나는 속도는 인왕경 무인의 속도에 가까웠다.
“맙소사, 운청휘. 현경 6단계인 날 따라잡다니!”
기령이 이렇게 빨리 날아가는 것은 운청휘가 그를 따라잡을 수 있나 보기 위해서였다.
“현경 6단계 이후, 두 번째 생의 천부적 재능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운청휘가 말했다.
“뭐? 너, 정말 괴물인 거야? 이렇게 빨리 회복하다니!”
기령이 경악했다.
그와 운청휘가 수련하는 방식은 다른 이들과 다르다.
다른 이들은 무위를 증진시키지만, 그들은 잃은 무위를 회복하는 절차를 거친다.
무위가 회복되면서 천부적인 재능도 마찬가지로 회복하게 된다.
기령은 지금 일생의 천부적 재능이나, 무위는 계속 증가하니 점점 ‘이생의 천부적 재능’, ‘삼생의 천부적 재능’이 되어 가는 것이다.
다만 운청휘는 천부적 재능을 회복하는 속도가 기령보다 앞서, 이미 ‘이생의 천부적 재능’인 상태이다.
그렇다는 것은 전투력을 놓고 봤을 때, 현경 6단계의 운청휘가 공적경 1단계의 기령과 대항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의 우리는 비장의 수를 쓰지 않아도 소인왕과 승부를 볼 수 있겠군. 진짜 인왕경에게는 역부족이겠지만.”
운청휘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기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생령의 수련으로 말하자면, 몇 가지 문턱이 존재한다.
성경에서 양경까지의 무인이 선천경에 도달하기 전까진, 아무리 강해도 범인의 범주에 속한다.
선천경에 접해야 비로소 진정한 무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 후로 이어지는 단계는 엄밀히 말하면 경계의 일종일 뿐, 진정한 변혁은 인왕경에서 이루어진다.
무위는 천지를 뒤집을 정도로 폭증하며, 수명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선계에서도 인왕경은 범인과 선의 분수령으로, 인왕경에 든 사람만이 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인왕경의 무인들이 하나같이 스스로를 ‘본왕’으로 칭할 수 있는 것이다.
상호 간의 통칭마저도 ‘모 인왕’이라 불러주며 서로를 존중한다.
운청휘는 지금 현경 6단계이니 반절 인왕경을 상대할 수 있으나, 이러한 인왕경을 상대하고자 한다면 승산이 없었다.
비장의 수를 쓴다고 해도, 도망칠 가능성만 조금 있을 뿐이다.
운청휘의 계산에 따르면, 기령이 반절 인왕경에나 접해야 인왕경과 대적할 수 있었다.
운청휘는 공적경에 도달해야 인왕경과 정면으로 대적할 수 있으리라.
* * *
소인왕은 도망친 후, 치료할 곳을 찾아냈다.
사흘 후, 소인왕이 폐관된 곳에서 입을 열었다.
“능천진선, 태을규금결은 선계에서도 절정의 무공입니까?”
사흘 동안, 줄곧 태을규금결의 힘을 빌려 치료한 소인왕이다.
단 사흘 만에 전성기로 회복되었으며, 잘렸던 팔뚝도 재생되었다.
-물론!
능천진선은 곧바로 긍정의 뜻을 보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숭배의 기색마저 드러났다.
-본선에게 이 무공을 전수한 이는 선계에서도 절정의 존재일세. 그대의 팔이 재생된 것에 태을규금결이 삼 할은 적응했을 걸세. 나머지 칠 할은 성령안 덕분이지.
그 말에 소인왕의 눈에 격동이 일렁였다.
“절정의 존재라니, 설마 선계의 황제인 겁니까?”
-황제 따위가 뭐라고. 황제도 그를 만날 자격이 없거늘!
능천진선이 코웃음을 쳤다.
“설마 그는 당신이 늘 말씀하시던 대라금선입니까?”
소인왕이 물었다.
-하하하. 그분 앞에서는 대라금선 따위도 무용지물이네. 그분께서 원하시면 대라금선 무리를 일장에 때려죽일 수도 있으시지.
능천진선이 으스대며 말했다.
“네? 손바닥 한 번으로 대라금선 무리들을 때려죽인단 말씀입니까?”
소인왕이 눈을 부릅떴다.
그는 능천진선을 통해 대라금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대라금선은 일권으로 천성대륙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지고한 존재들이었다.
한데 능천진선이 말한 그 존재는 대라금선 무리를 죽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하단 말인가!
“그…… 그 존재는 선계에서 무슨 칭호가 있나요? 아니면 그의 무위는?”
소인왕이 또 물었다.
-칭호? 그분께는 어떤 칭호든 다 붙일 수 있지. 그러나 선계에서 그 분의 칭호는 ‘운제’였네. 일찍이 선도의 절정에 이르러, 선계의 모든 선제를 굽어보셨지.
능천진선은 ‘그 존재’를 말하며 숭배와 경외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 선제!”
소인왕은 잠시 멍해졌다.
일찍이 능천진선에게서 10명의 선제의 존재와 그들의 위상을 들은 소인왕이었다.
‘능천진선께 태을규금결을 전수한 분이 선제였다니…….’
소인왕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순간, 그는 태을규금결에 대한 욕망이 전에 없이 불타올랐다.
몇 차례의 심호흡 끝에, 소인왕은 간신히 충격을 가라앉혔다.
그는 최대한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능천진선, 당신께서도 저와 같이 운청휘와 그 혼돈영수를 증오하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지금 태을규금걸 3성 이후의 무공도 전수해 주실 수 있습니까?”
-불가하네. 본선이 그대에게 그 단계까지 전해 준 것도 전례를 깨트린 일일세. 이후의 단계는 꿈도 꾸지 말게! 그게 아니면…….
능천진선이 별안간 말을 멈췄다.
“아니면 무엇이죠?”
몸이 달은 소인왕이 재촉했다.
-본선이 재차 그분을 만났을 때, 동의를 얻어야만 이후의 단계를 전수할 수 있네.
능천진선이 완고하게 말했다.
사실 그는 태을규금결의 3단계도 전수할 생각이 없었던 터였다.
능천진선이 소인왕을 만났을 때,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태을규금결 덕분에 환골탈태하여 육신이 재생되었고, 영체를 가까이하는 수련 속도를 가지게 되었다.
“능천진선, 그 둘은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당신이 내게 태을규금결의 다음 단계를 전수하지 않는다면, 저는 이번 생에 절대 복수하지 못할 겁니다. 게다가, 당신은 그 혼돈영수의 육신을 빼앗아 부활하고 싶지 않습니까? 제가 이 이상 수련하지 못하면 당신의 목적도 이룰 수 없을 겁니다!”
소인왕이 말은 길게 했으나, 사실은 태을규금결의 다음 단계를 탐내고 있었다.
능천진선은 한참을 망설였다.
능천진선 자체도 좋은 이는 아니라, 선계에서도 의리를 저버리는 일은 많이 했었다.
다만 능천진선은 속으로 지요여제와 운제를 크게 존경했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에는 절대로 두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소인왕에게 태을규금결의 3단계까지 전수한 것만으로도 운제를 배신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다음 단계를 전수한다면……. 능천진선은 운제를 볼 면목마저 없었다.
-안 된다네. 본선은 이미 규율을 저버렸네! 이 다음은 반드시 운제의 동의가 필요하다네!
한참 후, 능천진선은 결국 거절의 말을 내뱉었다.
소인왕은 큰 불쾌감을 느꼈고, 기괴한 어투로 답했다.
“능천진선, 당신의 말씀대로 그 존재는 선계를 주름잡는 선제가 아닙니까. 당신의 신분으로 재차 그분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그대가 신경 쓸 일이 아니네. 이번 생에는 태을규금결의 다음 단계를 꿈꾸지 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