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59화 (259/430)

제259화

“진범, 진려, 진연, 나를 보내 줘! 난 내 형제를 지켜야 한다고!”

“진 소주, 가족의 일이 중요합니다!”

“진 소주께선 저희와 봉마비를 찾으러 가셔야 합니다!”

“진 소주, 봉마비는 가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임무인데, 설마 가주의 명령을 어기려는 것입니까?”

태상 장로들의 말은 설득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진상상에 대한 압박이었다.

“그대들은 봉마비를 찾고, 나는 내 형제와 함께 제수를 구하고 그대들을 찾으러 오면 그만 아니오!”

재차 말하는 진상상의 말투에는 인내심이 사라져 있었다.

“진려, 진연, 소주를 붙잡게.”

별안간 진범이 툭 내뱉더니 운청휘가 멀어진 쪽으로 질주했다.

“제가 운청휘에게 가서 소주는 그들과 동행하지 않겠다고 말하겠습니다.”

운청휘 일행은 진상상이 따라오길 기다리는 듯,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진범은 곧 그들을 따라잡은 후, 예의를 갖췄다.

“운 공자, 우리 소주를 설득하여 우리와 함께 봉마비를 찾게 해 주시오!”

“너희 일가의 일에 이 외부인이 참견하겠느냐.”

운청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진범의 요구를 거절했다.

“운 공자, 우리 진가는 큰 은혜를 입었으니, 훗날 후하게 보답하겠습니다. 운 공자께서 우리 소주를 설득해 주신다면, 운 공자께 은혜를 하나 더 갚겠습니다!”

진범은 여전히 예의를 갖추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운청휘의 코앞으로 다가가 길을 막았다.

운청휘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진가를 구한 건 상상의 체면 때문이다. 너희가 보답하는 건 너희의 일이지,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로군. 상상을 설득하는 건, 유감이지만 시간이 없다.”

기령이 말을 이어받았다.

“야, 꺼져. 또 길을 막으면 본 신동이 널 혼내줄 거야!”

이미 기령은 진가에 언짢은 감정이 있었기에,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비록 진가가 배은망덕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하나,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일이었다.

다만 운청휘가 진상상의 체면을 생각해 진가의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기에, 기령도 참고 있던 터였다. 그 이유가 아니었다면, 기령은 일찍이 진가를 쳤으리라.

“어린 신동. 우리 진가는 그대에게 폐를 끼친 적이 없거늘, 그 말은 다소 결례가 아닌가?”

진범의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게 어때서? 본 신동은 가토왕의 본신도 멸했는데, 반절 인왕경인 네놈 앞에서 공손해야 하냐?”

기령은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당당하게 나왔다.

진범은 화가 들끓었지만, 기령의 활약을 목격한 터라 기령이 이리 나와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하여 그는 말머리를 운청휘에게 돌렸다.

“운 공자, 그저 우리 소주를 설득해 주시오……. 설마, 운 공자 그 정도 체면도 우리 진가에게 줄 수 없소이까?”

운청휘의 눈초리가 싸늘해지더니, 진범을 노려보았다.

“나를 위협하는가?”

“위협? 제가 어찌 감히! 운 공자와 어린 신동은 가토왕의 분신도 제압한 존재인데. 나 같은 반절 인왕경 따위가 어찌 감히 운 공자를 위협하겠소.”

진범은 황급히 부인했으나, 기괴한 어투로 또 말했다.

“운 공자께서 이 체면도 우리 진가에게 줄 수 없냐고 물었을 뿐인데?”

“이런 얘기까지 했는데, 협박이 아니라고?”

운청휘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협박이 아니오. 다만 운 공자께 소주를 설득해 달라고 말했을 뿐.”

진범이 살짝 말꼬리를 흐리더니, 덧붙였다.

“……만약 운 공자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면……위협이라고 하죠!”

진범의 말이 끝난 순간, 주변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기령은 마치 바보를 구경하는 듯한 눈빛으로 진범을 바라보았다.

소도도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진범, 심지어 진가 전체에게 생명의 은인이 아니던가? 한데 운청휘를 위협하고 있다니.

그러나 분노는 순간이었고, 곧 소도도 또한 어리석다는 눈빛ㅇ르 보냈다.

운청휘의 형제인 소도도가 어찌 운청휘를 모를까.

그가 운청휘를 알고 지낸 후, 운청휘를 위협한 이들 중 살아남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운 공자, 우리 가주께서는 현재 유적 내에 계십니다. 유적이 닫힌 후에는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입구로 전송되겠지요. 만약 우리 가주를 불쾌하게 만든다면, 운 공자와 어린 신동이라도 버거울 텐데요?”

진범은 평온한 어조로 말했지만, 어느새 여유까지 더해져 있었다.

“내가 너희에 대한 은혜를 마음에 담아두진 않았다만, 나는 너희의 은인이다. 은인이 작은 부탁을 거절한다고, 진 인왕은 불쾌해하는가?”

운청휘가 실눈을 뜨고 진범을 봤다.

“운 공자, 왕의 처리 방침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추측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요.”

진범의 뜻은 확고했다. 진가의 가주는 인왕경이니, 그런 지고한 이의 생각을 어찌 운청휘 같은 범인이 알겠냐는 조롱조였다.

“네놈은 모르겠지만, 나와 적이 된 인왕경은 나머지 8대 가문을 비롯한 요족의 인왕경들이다. 너희 진가의 가주가 뭐라고, 감히 나 운청휘를 위협해?”

말을 하는 동시에, 운청휘는 거대한 손으로 단번에 진범을 잡고 그의 목을 졸랐다.

운청휘의 두 눈은 가늘어져 있었고, 말투는 더없이 싸늘해져 있었다.

“만약 너희 가주가 정말로 호의를 모른다면, 진가 전체를 멸망시키면 그만이다!”

다음 순간, 마종 하나가 진범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곧바로 마종을 빼내자, 진범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쿵!

뼈와 살이 으스러지는 끔찍한 소리만을 남긴 채, 진범은 숨이 끊어졌다.

“상상을 설득하라고? 그래, 가자. 가서 상상을 설득하지!”

운청휘는 본래 성격이 좋은 편도 아니었고, 화가 났으니 화를 풀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그래야 다른 이들이 자신을 기만하지 않을 게 아닌가?

운청휘 일행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데, 진가의 사람들도 날아왔다.

맨 앞에 있는 사람들은 진려와 진연이었다.

이미 운청휘가 진범을 참살한 광경을 목격했기에, 그들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진상상도 진가 일행에 섞여 있었으나,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운청휘, 진범을 죽이다니 간도 크구나!”

“운청휘, 우리에게 만족할 대가를 주지 않는다면 우리 진가는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

삼백 장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선 진려와 진연이 외쳤다.

“나더러 상상을 설득하라 하지 않았는가? 그래, 지금 왔다!”

운청휘가 진려와 진연에게 소리치더니, 말을 이었다.

“그 말이야말로 내가 하고 싶군. 너희 진가가 내게 만족할 대가를 주지 못한다면, 이 운청휘가 너희 진가를 멸문지화시키겠다!”

운청휘는 그간 진상상의 체면을 생각해 양보하고 양보했으나, 그의 체면을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 누가 운청휘에게 끊임없이 양보를 시킬 수 있겠는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운청휘, 뭐라고?”

“우리 진가를 멸문지화 시킨다고? 운청휘, 네놈은 스스로가 천하무적이라 여기는 게냐?”

“그래, 상고 유적을 나가게 된다면 우리 가주께서 네놈을 혼쭐을 낼 것이다! 네놈이 정말로 우리 진가를 멸문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될까!”

진려와 진연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분노하여 떠들었다.

심지어 한 성미 급한 공적경 노인이 앞서 날아들었다.

“노부가 네놈 운청휘가 우리 진가를 멸문지화 시킬 능력이 있나 보겠노라!”

“시끄럽다!”

운청휘가 고함을 지른 후 손을 휘두르니, 퍽 소리와 함께 노인이 그대로 절명하였다.

“운 형제여……!”

진상상이 이 장면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닥쳐, 우리 진가의 고위층 두 명을 연달아 죽인 것을 형제라고 부르다니!”

진려와 진연이 갑자기 진상상에게 호통을 쳤다.

“응?”

그때, 진려의 안색이 변하며 손에 든 전송 옥석에 시선을 주었다.

이윽고, 그의 얼굴에 기쁨이 서서히 번져갔다.

“존명! 소인, 전송 옥석을 운청휘에게 주겠나이다! 운청휘, 우리 가주께서 네놈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 하신다!”

진려가 순식간에 으스대더니, 운청휘를 향해 날아갔다.

삼십 장의 거리를 두고, 그가 전송 옥석을 허공에 내던졌다.

-운청휘!

전송 옥석에서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 말이 있으면 하도록!”

운청휘가 짜증을 냈다.

“대담하구나!”

진려가 곧바로 호통을 쳤다.

“닥쳐!”

운청휘가 현력을 내뿜자, 펑 소리와 함께 진려가 한참 뒤로 날아가 버렸다.

전송 옥석 너머에 있는 인물은 일련의 소동에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본왕은 네놈의 무위에 감탄했다. 소인왕도 네놈에게 정면으로 패했더구나.

운청휘의 미간은 여전히 찌푸려진 채였다.

“고작 그걸 말하기 위해 나를 찾았더냐?”

-아니라네!

전송 옥석 속의 목소리는 여전히 위엄을 유지했다.

-대붕왕, 공작왕, 홍 인왕 및 풍 인왕이 이미 네놈을 찾으러 떠났다.

“사실이더냐?”

그때, 운청휘의 뒤에서 기령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하하하, 이 유적 내에서는 인왕경의 실력이 억압되잖아! 그들이 정말 우리에게 온다면, 일망타진할 수 있겠어!”

-일망타진? 하하하……!

진가의 인왕경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는 기령을 가소롭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과연 짐승은 짐승이로구나. 천부적인 재능이 아무리 높다 해도, 생각이 짧으니.

그 말에 기령은 물론, 운청휘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진가의 인왕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소인왕에게는 이곳에서 인왕경에게 가하는 억압을 차단하는 비법이 있다. 그리하여 네놈을 찾으러 가는 인왕경들은 전부 전성기의 무위를 회복했다! 운청휘, 본왕과 거래를 하지 않겠느냐?

운청휘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진가의 인왕경이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왜? 본왕이 짐승을 불쾌하게 했는가? 본왕은 알아차릴 수 있지. 어린 신동은 그저 네놈과 계약한 영수일 뿐, 고작 짐승을 위해 본왕을 불쾌하게 하는 건 수지에 맞지 않는데?

“불쾌하게 한다고? 네놈 따위가 뭐라고?”

두 눈을 가늘게 뜬 운청휘가 어느새 전송 옥석 앞으로 다가와 옥석을 움켜쥐었다.

“인왕경 따위가 나 운청휘의 형제에게 무례하다니! 목이나 씻고 기다리도록!”

카득!

운청휘의 손에서, 전송 옥석이 산산이 조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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