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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63화 (263/430)

제263화

“소인왕은 반절 인왕의 몸. 혈방패는 일 다경도 쓸 수 없다.”

운청휘가 중얼거리더니 영라 반지에서 둔천사를 꺼냈다.

“기령, 가자!”

곧 둔천사는 허공에 짙은 잔상만을 남기고, 소인왕이 남긴 궤적을 따라 바짝 뒤쫓았다.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소인왕은 드넓은 해변가에 착지했다.

지금 그의 속도는 보통 전송진의 속도와 비슷했다.

그의 안색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해변가에 발을 딛는 순간 바로 가부좌를 틀어 미친 듯이 태을규금결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운청휘와 기령이 더 쫓아오기 전, 무위를 최대한 회복해야 했다.

-진짜 해역이로군!

능천진선이 신식으로 바다를 관찰하더니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이 작은 세계에 무한에 가까운 면적의 육지가 있고, 바다가 있다니! 이곳을 만든 이는 도조나 선제인 건가?

능천진선이 이리저리 감탄하는 동안, 이 각이 흘렀다.

소인왕이 눈을 떴는데, 창백했던 안색에는 어느 정도 혈색이 돌아와 있었다.

“능천진선, 태을규금결의 뒷부분을 알려 주세요!”

소인왕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소인왕은 능천진선에게 지금 요구하고 있었다.

“두 번이나 태을규금결의 혈방패를 사용해 도망쳤고, 그동안 소모한 정혈이 팔 할 이상입니다. 무인에게 정혈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다음에 운청휘를 만나더라도 혈방패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도망치는 것도 질렸습니다. 저는 소인왕입니다. 영흥제국에서 인왕 다음가는 소인왕! 한데 두 번이나 싸움을 피해 도망쳤단 말입니다!”

말을 하면 할수록 격동된 소인왕은 거의 포효하고 있었다.

두 눈은 충혈되었고, 능천진선에게마저 살기를 뿜어냈다.

-그렇다면 1성만 더 전수하겠네!

능천진선이 주춤거리더니 결단을 내렸다.

그는 소인왕을 잘 알았다. 겉보기에는 말을 아끼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은 용기만 넘칠 뿐 지략도 인간됨도 부족한 사람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거절한다면, 그가 능천진선의 영혼에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4성까지 수련한다면, 인왕경에 도달합니까?”

소인왕이 조용히 물었다.

-인왕경은 어려울 걸세. 하지만 전투력은 배로 올라가겠지.

능천진선이 침착하게 답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 후에도 운청휘의 상대가 되지 않거들랑, 본선에게 그를 참살할 확실한 방법이 있네!

소인왕은 일 다경에 못 미치는 시간 동안 도망쳤다.

그때 그의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무려 6억 장의 거리를 주파했다!

한편, 그를 뒤쫓는 운청휘의 속도도 소인왕에 못지않았다. 조만간 그는 소인왕의 눈앞에 나타날 터였다.

능천진선은 신식을 사용하여 태을규금결의 4성 구결을 소인왕의 머리에 심었다.

더불어 신식의 힘으로 수련을 보조해 주었다.

소인왕은 성령안과 일생의 천부적 재능이 있으니, 보통의 기재를 능가했다. 이에 몇 번의 수련 끝에 4성에 도달하였다.

곧 소인왕의 영력이 눈에 보이는 속도로 증가하였고, 어느새 반절 인왕경의 정점에 이르렀다. 인왕경을 목전에 두고, 그의 영력은 계속 증가하였으나 일각 후에 멈춰 버렸다.

결국, 인왕경의 경계에 이르지 못했다.

“인왕경에 거의 근접했는데……!”

수련을 마친 소인왕이 눈을 뜨자, 깊은 두 눈에 얼음 같은 살기가 일렁였다.

“운청휘, 어린 신동, 이번에…… 본왕이 네놈들을 조각내주마!”

그때 능천진선이 말했다.

-비록 그대의 전투력이 배로 올라갔으나, 그들을 죽이기엔 부족하네. 만약 그들이 도망친다면 잡을 수 없을 걸세.

능천진선의 뜻은 확고했다.

지금 소인왕의 전투력으로는 운청휘와 기령을 압도할 수는 있겠으나, 도망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할 터였다.

이는 인왕 대 인왕의 대결과 비슷했다.

그들이 전투를 벌이면 승부는 가려지겠지만, 생사는 가릴 수 없으므로.

“그렇다면 아까 말씀하신 방법대로…….”

소인왕의 눈빛에는 한이 어려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운청휘는 반드시 죽여야 할 대상이었고, 기령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능천진선이 기령을 필요로 하기에 참고 있을 뿐.

-응? 작은 세계에 어찌 둔천사가?

그때 능천진선의 신식은 급속도로 움직이는 둔천사를 발견했다.

-범계에 저토록 빠른 둔천사가 있을 줄이야.

둔천사의 속도를 알아차린 능천진선의 목소리에서 긴장이 묻어났다.

마침 소인왕의 시야에도 둔천사가 들어왔다.

“운청휘의 둔천사로군!”

소인왕도 단번에 둔천사를 알아보았다. 상고 유적 밖에서 보지 않았던가.

한편, 둔천사 위에서는.

“운청휘, 저기에 소인왕이 있어!”

기령이 환호하더니 살기를 내뿜었다.

운청휘는 다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음? 그가 태을규금결의 4성을 수련했다니.’

운청휘가 신식으로 소인왕을 살폈을 때 영력의 변화를 감지했는데, 이는 새로운 수련 덕분이었다.

태을규금결의 창시자인 운청휘가 이 무공의 영향을 모를 리가 없었다.

“바다가 있다니!”

다음 순간, 둘은 소인왕이 등지고 있는 바다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운청휘, 정말로 이 세계를 풍무극광이 만들었다고 보는 거야?”

기령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 세계의 면적은 이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고, 지금 발견한 바다의 크기도 못지않았다.

이 세계의 면적이 넓을수록, 창조해낸 이의 실력이 고강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운청휘 또한 선계에서 몇 개의 작은 선계를 만든 적이 있었고, 각자 천성대륙이 버금가는 크기였다.

다만 이는 운청휘가 선제이기 때문임을 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풍무극광은?

정녕 그가 운청휘의 전성기와 대등한 무위를 지녔다는 뜻일까?

“운청휘, 소인왕을 처지한 뒤에 저 해역이 얼마나 큰지 살펴보자!”

기령의 말에 운청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운청휘는 둔천사를 거두고 기령과 함께 소인왕 앞으로 날아갔다.

“네 몸을 능천진선이 통제하는군?”

운청휘가 뜻밖이라는 눈으로 소인왕을 바라보았다.

“흥, 눈치가 있구나!”

소인왕이 코웃음을 치더니 공포스러운 위압감을 뿜어냈다.

마치 하늘의 위엄이 강림하는 듯했다.

운청휘의 말처럼 소인왕은 능천진선의 통제를 받고 있었고, 이 위압은 능천진선의 위압이었다.

“겨우 진선 위압으로 우리 앞에서 허세를 부리다니.”

기령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하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순식간에 진선의 위압이 사그라들었다.

-이럴 수가……!

능천진선은 괴물을 본 듯이 기령을 바라보았지만, 곧 껄껄 웃기 시작했다.

-그래, 네 본체가 혼돈 영수임을 잠시 잊었구나. 진선의 위압으로는 네놈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능천진선이 또 운청휘를 봤다.

-네놈은 본선에게 무릎을 꿇거라!

능천진선이 다시금 위압감을 내뿜으며 운청휘를 덮쳤다.

그러나 운청휘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기령처럼 손을 흔들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위압을 걷어내고, 능천진선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 어떻게…… 네놈은 본선 위압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냐?

능천진선은 믿을 수 없었다.

“푸, 하하하……!”

기령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아이구, 웃겨 죽겠네. 웃겨 죽겠어! 고작 진선 따위가 영향을 받지 않느냐고 묻다니…… 하하하!”

운청휘도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선제가 된 이래, 진선이 자신을 위압으로 누르려는 시도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위압으로 놀고 싶다면 놀아 주겠다.”

운청휘의 시선이 능천진선에게 닿은 순간, 그의 영기는 구천에서 중생을 내려다보는 신명의 기처럼 거대하게 부풀었다.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이 운청휘의 몸에서 뿜어져나왔다.

순간 능천진선은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듯한 압박감을 느꼈고, 그것이 자신의 영혼마저 거두어 갈 듯한 공포에 시달렸다.

털썩!

결국, 소인왕의 몸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능천진선은 아연할 따름이었다.

설마 대라금선의 위압이란 말인가?

문득 스치는 생각에 능천진선은 곧바로 부정했다.

대라금선이 강하다 한들, 위압을 한 번 뿜어낸 것만으로 자신을 무릎 꿇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현선(玄仙), 지선(地仙)은 아니겠는가?

자신이 감히 바랄 자격도 없는 존재를 떠올리자, 능천진선의 목소리는 절로 떨려나왔다.

-운청휘, 설마 네놈은 현선이나 지선인 게냐?

성령안에서 금빛 광채가 나와 운청휘의 위압에 맞섰다.

그러나, 반동으로 삼백여 장이나 밀려갔을 뿐이다.

“멍청아, 운청휘는 일 할도 되지 않는 위압을 뿜었을 뿐이야. 고작 현선, 지선 따위에 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령이 가소롭다는 듯이 외쳤다.

그래, 단 일 할의 위압만으로도, 운청휘는 현선이나 진선을 무수히 초월할 수 있었다.

-네놈이 어떤 경지든, 상관없다! 오늘 네놈을 죽이고 말 테니!

능천진선이 살기를 내뿜었다.

방금 무릎을 꿇은 건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 굴욕이었다.

별안간 성령안에서 금빛 줄기가 운청휘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운청휘는 바로 몸을 날렸고, 그가 있던 자리는 끔찍하게 파헤쳐진 지면만이 남았다.

이미 능천진선이 소인왕에게 태을규금결을 전수한 걸 알고 있는 만큼, 운청휘는 망설임없이 참천검집을 꺼내 들었다.

후우우…….

거대한 검기가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태을규금결의 순간 이동.”

소인왕이 두 손을 재빨리 맞잡자, 그 자리에서 신형이 흩어졌다.

곧바로 소인왕은 붉은 검기의 공격 범위 밖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운청휘가 그 수법을 모를 리 없어, 가볍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속도만 빠를 뿐이로구나.”

운청휘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자신이 이 무공의 창시자이거늘, 순간 이동쯤 모르겠는가?

허공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나타났는데, 참천검집이 빠르게 회전하며 나타난 것이었다.

그 소용돌이는 곧바로 능천진선을 덮쳐갔다.

-성령안, 막아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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