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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64화 (264/430)

제264화

능천진선의 왼쪽 성령안은 동공에서 날아가더니 큰 그물을 뱉었다. 참천검집이 순식간에 그물 안에 형성된 소용돌이로 향하더니 눈이 멀듯한 불빛과 함께 폭격했다.

우르르르릉……

이윽고 카착 소리와 함께 큰 그물이 망가지며, 스르르 소리와 함께 능천진선을 삼켰다.

운청휘의 본체는 소용돌이 속에 있었고 그가 항상 검집을 돌려야 소용돌이를 만들 수 있었다.

소용돌이 안에 능천진선이 운청휘를 가깝게 볼 수 있었다.

각진 눈썹과 또렷한 눈매, 그러나 은은하게 풍기는 모든 것을 초월한 기.

-네놈도 선인이 환생한 것이라면, 심지어 현선이나 지선의 경지라면 혼돈 영수보다 네놈을 뺏는 게 낫겠지!

능천진선은 소용돌이 중심에서 겁먹지 않았는데, 성령안이 이미 그를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뺏어?”

운청휘가 입꼬리를 올려 조롱하듯 말했다.

“태을규금결의 7성인 영혼 치환을 말하는 건가?”

-네, 네놈이 어떻게 그걸 아는 게냐?

능천진선의 겁먹은 듯한 시선이 운청휘를 향했다.

영혼 치환이란 태을규금결 제7성의 기술 중 하나로, 운청휘도 영수와 계약을 맺을 당시 이 방법을 썼다.

다만 이 영혼 치환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두 가지 결점이 있었는데, 가령 서로간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상대보다 무위가 더 높은 이만이 이 기술을 쓸 수 있었다.

장단점이 확실하니, 일종의 계륵이 되어 버려 운청휘도 위급하지 않으면 쓰지 않은 터였다.

“네게 태을규금결을 전수한 자가 영혼 치환의 결점을 말해주지 않았더냐? 내가 저항하지 않아야 하고, 네 무위가 나보다 높아야 한다는 점도 모르는가?”

운청휘는 느긋하게 영혼 치환의 결점을 말해주며 능천진선을 희롱했다.

-누…… 누구냐 네놈은? 어떻게 태을규금결을 그렇게 잘 아는 게냐?

능천진선은 더더욱 겁에 질려, 조종하는 소인왕마저 얼굴이 하얗게 물들었다.

“자, 내게 말해라. 누가 태을규금결을 전수했는지!”

질문을 던진 순간, 운청휘는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을 내뿜었다.

능천진선은 하마터면 대답할 뻔했으나, 황급히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 무공을 전수한 존재를 알게 된다면, 운청휘라고 태연할 수 있을까! 그는 저절로 코웃음을 쳤다.

-흥, 본선에게 태을규금결을 전수한 분을 알게 되면 놀랄 것이다!

“푸……!”

기령은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능천진선, 너, 너…… 말을 가려서 해라. 네놈 때문에 본 신동이 웃겨 죽겠다!”

능천진선은 노기등등하여 대꾸했다.

-그분에 비하면 네놈 같은 짐승이나 운청휘가 무엇이라고? 네놈들은 그분의 신발을 들 자격도 없다! 그래, 그렇게 알고 싶다면 본선이 그분을 알려 주지! 존함을 듣고 놀라지나 않게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기령은 너무 우스웠던 나머지,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하하하, 마음의 준비까지 하라니! 무슨 존재인지 빨리 말해라!”

운청휘를 잘 아는 기령으로서는 웃겨서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온 우주를 살펴도, 운청휘를 놀라게 할 존재가 과연 있을까!

-알겠다. 잘 듣거라. 본선에게 태을규금결을 전수한 사람은 선계의 10대 선제 중 하나인…….

운청휘는 흥미롭다는 눈빛을 보냈다.

곧, 능천진선이 수줍어하며 답했다.

-좋다, 잘 듣거라. 본선에게 태을규금결을 전수해주신 분은 선계 10대 선제 중 하나인 운제이시다!

선제에게 거창한 별호는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운청휘도 그저 성이 운이었기에 운제라고 불렸을 뿐이다.

사실, 어떤 별호를 넣든 이미 ‘선제’라는 두 글자가 주는 위압을 이길 순 없었다.

기령은 눈을 깜박이다 얼떨떨하게 물었다.

“뭐…… 뭐라고? 운제?”

-흥, 이제야 무서운 걸 알겠느냐? 놀랐지? 본선이 말했을 텐데, 그분의 존함이 밝혀지면 네놈들은 놀랄 것이라고!

능천진선은 기령이 운제라는 이름만으로 놀랐다 여겼는지, 삽시간에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잔뜩 기고만장해졌고, 거들먹거리며 기령을 바라보았다.

-네놈들도 선계에서 왔으니 그 두 글자의 의미를 알겠지! 본선은 운제께서 가장 신임하는 부하다. 운제를 도와 실수로 천성대륙에 떨어진 것인데, 얼마 전에 연락이 닿았지. 이미 선계와 천성대륙 간의 통로를 뚫었으니, 친히 나를 데려오겠다고 하셨다!

말을 마친 능천진선이 운청휘와 기령을 한껏 업신여기는 시선을 보냈다.

“어, 왜 멈추냐, 계속 떠들어 보라고!”

기령이 손을 흔들며 외쳤다.

“내가 지금부터 아무 말도 안 하고 네놈의 허풍을 지켜보겠노라!”

-짐승, 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운제께서 아시면 네놈을 죽여도 탓하지 말거라!

능천진선이 위협했지만, 기령은 방금 말한 대로 입을 꾹 다물고 그를 지켜보았다. 다만 반짝이는 두 눈동자가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운청휘 또한 말없이 능천진선을 지켜보며, 흥미롭다는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그래, 본선은 네놈들처럼 땅강아지와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본선을 섬기겠다고 맹세하거라! 운제께서 강림하실 때 본선이 운제께 청하여 네놈들을 선계로 데려가주지! 물론, 본선이 잘 말씀드려 너희를 운제의 휘하에 둘 수도 있다!

능천진선은 말을 마치고 은은한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물론, 속마음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운제가 누구인가. 선계를 지배하는 선제가 아닌가. 그의 이름을 멋대로 들먹였다는 걸 알면 그는 편하게 죽을 수 없을 터였다.

또한, 운청휘와 기령이 그의 허세를 믿을지도 걱정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일부러 고압적인 자세를 취했고, 비장의 한 수가 있는 것처럼 굴었다.

더욱이 선제의 심복이라는 미끼까지 던지지 않았는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능천진선의 선택은 크나큰 오판이었다.

곧, 운청휘와 기령의 입가에 웃음기가 번지더니 웃기 시작했다.

“운청휘, 나, 나 정말 웃겨서 못 참겠어. 감히 네 이름으로 호가호위를, 그것도 네 앞에서 말이야! 아하하하!”

기령은 너무 웃다가 힘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운청휘도 하마터면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다른 사람이야 놀라겠지만, 판을 제대로 잘못 깔았으니 우스울 수밖에!

소도도의 표현을 빌리자면, 천하의 얼간이가 따로 없었다!

-바…… 방금 뭐라고 한 게냐? 본선이 운청휘의 이름을 걸고 호가호위한다고?

능천진선의 동공이 수축되었다.

“그래, 네놈이 입만 열면 운제라고 했을 텐데?”

-건방지구나! 운청휘가 비록 운씨 성을 가졌으나, 본선이 말한 운제는 선계를 지배하는 선제 운제다!

능천진선이 버럭 호통을 내질렀다.

“능천아. 능천아. 허풍쟁이에 얼간이가 따로 없구나. 설마 운제의 이름도 모르는 거야? 바로 운청휘라고!”

실컷 웃은 기령이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운청휘가 태을규금결을 잘 알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지! 바로 운청휘가 태을규금결을 만들었다는 것도 모르겠어? 네놈 같은 얼간이가 운청휘의 무공으로 허풍을 떨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어! 진심으로 운제를 존경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운청휘는 진작 너를 죽였을 거야!”

운청휘는 기령의 말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었다.

능천진선이 운제를 이야기할 때 진심으로 존경하는 티를 내지 않았더라면, 운청휘는 곧바로 그를 죽일 작정이었다.

선제의 이름이 어디 쉽게 입에 담을 이름이던가?

운청휘가 비로소 능천진선을 똑바로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본제와 치요 여제가 도적들 무리에서 구해준 폐인이 네놈이더냐?”

그래, 그때의 능천진선은 한낱 범인보다 못한 상태였다.

-네…… 네놈이 진짜 운제라고?

능천진선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그는 그때의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건만, 운청휘는 단박에 짚어냈다.

털썩!

능천진선이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위압을 이기지 못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존경심 때문이었다.

-소, 소선 능천! 우, 운제를 뵈옵니다! 부디 소선이 저지른 불경을, 요, 용서하소서!

능천진선은 소인왕과 협력하여 기령을 죽일 뻔했으니, 보통의 상황이라면 운청휘가 그를 놓아줄 리 없었다.

그러나 능천진선이 운제를 언급했을 때 진심으로 경외감이 우러나왔다.

그 모습이 운청휘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던 살기를 녹여 버렸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능천진선이 기령에게 한 일이 사라지진 않을 터.

기령이 운청휘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전음을 보냈다.

-운청휘, 능천에게 기회를 주자! 우리의 무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부릴 사람이 필요해. 비록 진선이라고 해도, 천성대륙에선 우릴 도울 일이 많을 거야.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생각한다면, 용서하마. 단, 소인왕은 그리 넘어갈 수 없다.

-당연하지! 원수를 갚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라잖아! 게다가 난 소인이라, 더더욱 복수할 거야!

기령이 일부러 득의양양한 태도로 외쳤다.

“소인왕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했어!”

이윽고 기령이 능천진선을 내려다보았다.

“능천아, 우리에게 넘어올래?”

무릎을 꿇고 있던 능천진선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때 기령의 말을 듣자마자, 그는 동아줄을 잡은 양 연신 큰소리로 외쳤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소선은 운제를 따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는 운청휘를 여러 번 공격했고, 선제의 자비를 기대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죽음을 각오하던 차에 기령의 말은 구명줄, 아니 거대한 상이나 다름없었다.

운제에게 충성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영예인가? 선계의 무수한 생령이 운제의 휘하에 들어가려 했지만, 눈에 드는 이는 극히 적었다.

고작 진선의 처지로 운제에게 충성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는 몇 번이고 맹세할 수 있었다.

“정말 충성하겠다면, 네놈을 도와서 소인왕을 빼앗아 주지!”

-그게, 소인왕을 빼앗는 건 어려울 듯싶습니다.

능천진선이 곤란한 표정을 보였다.

소인왕을 빼앗을 수 있었다면 진작에 하고도 남았을 터였다.

게다가 영혼 치환에 필요한 두 가지 조건 중, 한 가지가 부족했다.

소인왕이 과연 순순히 몸을 내어주겠는가? 소인왕이 기꺼이 내놓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혼 치환을 말하는 것이더냐?”

운청휘가 불쑥 입을 열었다.

-참으로 영명하시옵니다!

능천진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아부를 떨었다.

운청휘의 눈에 흐릿한 빛이 스쳐 갔다. 운청휘라고 아부를 싫어하겠는가. 다만 능천진선의 아부는 너무나 속이 잘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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