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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65화 (265/430)

제265화

“많은 걸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본제가 신식으로 소인왕의 영혼을 육신에서 떼어낼 테니, 그때 영혼을 치환하면 그만이다.”

다소 허풍이 섞여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거짓말은 아니었다.

지금 소인왕은 스스로가 육체의 통제권을 능천진선에게 내어주었으니, 소인왕의 영혼은 육신에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바로 이 틈을 노려, 운청휘의 신식이 소인왕의 육신으로 스며들었다.

능천진선이 부르르 떨었다. 운청휘의 신식 앞에서,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심지어 생각마저 잠시 멎었다.

운청휘의 신식은 소인왕의 영혼을 발견했고, 그대로 영혼을 강제로 끄집어내었다.

소인왕이 비록 육체의 통제권을 넘겨줬다지만,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를 리 없었다.

일련의 일들은 그를 공포에 떨게 했고, 닥쳐올 미래를 하염없이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이미 능천진선은 그가 우러러보는 존재인데, 그보다 까마득히 높은 존재가 있지 않은가.

“우, 운제시여. 살려 주소서! 살려 주소서! 소인이 대인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한 번만 자비를 베푸시어……!”

그간 한껏 안하무인했던 소인왕이었건만, 그의 영혼은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운청휘에게 매달렸다.

“건방져!”

그때, 기령이 나서서 꾸짖었다. 운청휘와 능천이 잠시 어리둥절했다.

“운청휘는 선계를 지배하는 선제, 그 신분이 존귀하거늘 어딜 같잖은 아부를 떨어! 네가 운청휘를 처리했으니, 내가 널 처리하겠어!”

기령의 말에 운청휘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능천진선도 쓴웃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기령은 지금 소인왕을 죽일 핑계를 대는 것뿐이었다.

스스슥…….

기령이 통통한 손을 내뻗어 소인왕의 영혼을 움켜쥐고, 반대편 손에서 흰색 화염을 피워 올렸다.

곧, 소인왕의 영혼이 혼돈지화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네놈의 영혼을 빼내어 산 채로 태워 죽이겠다고 말했을 텐데!”

기령은 코웃음을 쳤다. 일부러 불의 강도를 조절해 소인왕을 천천히 죽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이 각 후, 소인왕의 영혼은 완전히 소멸되었다.

그동안 운청휘는 능천진선의 영혼을 도와 그가 소인왕의 육체에 완전히 자리 잡도록 했다.

“주인님, 저는 이제 소인왕의 몸으로 태을규금결의 뒷 단계를 수련하여 사흘 내에 인왕경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능천진선이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는 지금 운청휘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온 영주가 운청휘의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운청휘로서도 거절할 리 없는 제안이었다.

“이곳에서 수련하도록. 나와 기령은 해역의 면적을 조사하겠다. 그리고 나를 운 공자라고 부르도록!”

말을 마친 운청휘는 영라 반지에서 둔천사를 꺼내 기령과 함께 탑승했다.

둔천사는 서서히 바다 쪽을 향해 날다가 잠수했고, 점점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각이 지난 후, 운청휘와 기령의 안색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이미 백만 리를 나아갔건만, 해역의 끝에 도달하지 못했다!

“운청휘, 이 세계는…… 혹시 별인 거야?”

기령은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육지의 면적을 비롯해, 지금까지 지나온 해저의 면적을 계산하면 이 세계를 창조한 이는 거의 도조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었다.

바로, 선제에 버금가는 존재이다!

“응? 앞에 결계가 있군!”

운청휘가 둔천사의 속도를 늦추고 신식을 펼쳤다. 곧, 그의 신식에 끝없이 펼쳐진 진법 결계가 감지되었다.

“봉천진지진!”

운청휘의 눈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으나, 곧 다른 생각이 떠오르자 새삼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검종의 봉천진지진도 풍무극광이 창조했으니, 이곳에 봉천진지진이 있는 것도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둔천사는 한 시진을 더 나아갔지만, 진법 결계의 끝에 다다르지 못했다.

“우와, 정말 큰 글씨야…….”

시간이 지날수록, 기령의 얼굴에 충격이 번져갔다.

운청휘도 비록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에는 감탄이 담겨 있었다.

봉천진지진은 백 명의 진선이 연합해야 포진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지금 이 바다를 덮은 진은 만 명이라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규모였다.

천검종의 봉천진지진과는 규모를 비교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운청휘, 우리 결계의 다른 쪽도 보자!”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결계 너머의 바다가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 알고 싶었다.

다만 안전을 위해 우선 신식으로 감지하는 것이다.

기령도 곧 신식을 뻗으며, 나아가는 둔천사 안에서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 기령의 안색이 급변했다.

“이럴 수가, 운청휘! 저기 수많은 인왕경 흉수가 있어!”

운청휘의 안색도 굳어졌다. 그는 인왕경 흉수뿐 아니라 해저 깊숙한 곳에서 잠에 빠져 있는 인선급 흉수까지 발견했다.

인선(人仙), 즉 이미 선인이라는 뜻이 아닌가!

비록 등급은 가장 낮다 해도 선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잠에서 깨어나 천성대륙으로 나온다면 모든 것을 휩쓸 수 있었다.

운청휘와 기령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천성대륙은 정말로 인간계가 맞는 것일까?

곧 둔천사는 방향을 돌려 원래의 길로 돌아갔다.

한 시진 후, 처음의 자리로 돌아오자 그들은 다시금 신식을 펼쳐 진법 결계의 반대편을 훑었다.

이번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인왕경 흉수가 있었고, 비석도 하나 찾아내었다.

“맙소사, 성핵철(星核铁)이잖아! 어떤 머저리가 성핵철을 비석으로 만든 거야?!”

기령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다.

마치 식량을 아끼는 노인이 먹음직스러운 쌀밥을 버리는 광경을 본 듯 노기등등했다.

성핵철. 행성의 심장 혹은 행성의 생명 광채라 불리는 광철이었다.

성핵철은 우주에서 가장 진귀한 제련 재료로, 이로 만든 병기는 참천신검이라 해도 베어낼 수 없었다.

윙윙윙…….

그때 참천검집에서 극렬한 떨림이 전해졌다.

“아직 이르다.”

참천검집은 운청휘가 결계를 통과하면 성핵철로 만든 비석을 삼킬 작정이었으나, 운청휘는 한숨만 내쉬었다.

윙윙윙…….

“음? 비석을 삼키면 최소 삼 할의 힘을 회복할 수 있단 말이더냐?”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지만, 운청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무위로는 결계를 넘는 일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어찌 되었든 결계 너머에는 인왕경의 흉수들이 득실거렸고, 인선급의 흉수도 있지 않은가.

“인왕경에 도달하면, 저 비석을 삼키게 해주마.”

운청휘의 약속에, 참천검집은 떨림을 멈추고 잠잠해졌다.

“운청휘, 저기 봐! 비석에 글자가 나타났어!”

기령이 가리키는 비석에는 ‘극광 세계 입구’라는 여섯 글자가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기령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운청휘, 극광 세계라는 말 들어 본 적 있어?”

운청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묘한 익숙함이 운청휘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분명 처음 듣는 이름이건만, ‘극광 세계’는 기이한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돌아가자!”

이미 ‘극광 세계’에 가고 싶은 마음이 한껏 생겼으나, 운청휘는 발길을 돌렸다.

‘본제가 인왕경에 도달하면 극광 세계에 들어갈 것이다!’

육지로 돌아가니, 능천진선은 여전히 수련에 빠져 있었다.

“사흘은 더 있어야겠군. 기령, 이만 서영서 사당으로 돌아가 합류하자.”

운청휘는 능천진선이 깨어나면 연락할 수 있도록 전송 옥석을 그의 곁에 두었다.

그 후 둔천사를 움직여 한 시진 정도가 지나자, 서영서 사당이 보였다.

소도도, 소엽, 용오천을 비롯한 교룡족의 일원들이 사당 안에 모여 있었다.

더불어 인왕 3명의 기운이 운청휘의 신식에 감지되었는데, 그들은 아직 억제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반절 인왕보다 조금 위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게 고작이었다.

별안간 기령이 입맛을 다셨다.

“운청휘, 우리가 저들을 삼킨다면, 모든 인왕을 쓸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기령의 제의는 꽤나 매력적이었지만, 운청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인왕 중 한 명은 용오천의 부친인 교룡왕인데, 그를 삼키겠는가?

나머지 인왕도 운인왕, 구인왕으로 자신에게 협력하기로 한 이들이니 그들을 저버릴 순 없었다.

운청휘는 그저 말없이 기령을 흘겨보았다.

“엣헴, 농담이야, 농담. 설마 저들을 삼키겠어?”

기령이 얼른 덧붙이며 헤헤 웃었다.

곧 둘은 사당으로 향했다.

이때 사당 안에서는 세 인왕이 서영서의 신상을 살피고 있었다.

“교룡왕, 무엇이 느껴집니까?”

삼십대로 보이는 의젓한 기세의 운인왕이 물었다.

“정신을 압박하고 있군요!”

교룡왕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소 공자의 말에 따르면, 운청휘가 이 신상은 서영서의 신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구인왕이 끼어들었다. 그는 가장 박학다식한 사람으로, 역사와 천문, 지리까지 능통했다.

“어? 구인왕, 서영서가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까?”

운인왕이 구인왕을 바라보며 물었다.

구인왕은 팔십 대의 노인으로 보였지만, 실은 운인왕보다 나이가 어렸다.

다만 그는 세월에 물든 외모를 좋아하기에 자연스레 노화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인왕의 무위로 젊음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운인왕과 같이 변할 수 있었다.

“10년 전, 본왕이 영흥제국을 여행할 때 오래된 장경각에서 고적을 봤소. 서영서에 대한 묘사는 고작 한마디에 불과했을 뿐.”

구인왕의 안색은 꽤 심각해졌다.

“어? 그 한마디는 무엇입니까?”

교룡왕과 운인왕이 모두 흥미롭게 구인왕을 바라봤다.

“하늘을 거스르는 신수는 천지를 바로잡아 세상을 평정할 수 있다.”

구인왕이 말했다.

“뭐라고요……!”

교룡왕과 운인왕이 입을 떡 벌렸다.

신수도 영수의 일종이기에, 신수가 곧 영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나.

신수라고 부를 수 있는 영수는 극히 드물었다.

교룡 또한 영수이나 신수와의 경지는 까마득한 거리가 있었다.

심지어 진정한 거룡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신수라 불릴 자격이 있었다.

가령 오조신룡(五爪神龙), 태고천룡(太古天龙)이 그러하다.

그만큼 품급이 높을진대, 이 서영서가 신수란 말인가?

“그러니 신상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던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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