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화
그들의 아래 펼쳐진 대지는 수만 장의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이 구덩이에 별안간 빼곡한 금이 새겨지더니, 틈마다 붉은 액체가 솟구쳤다.
용암이었다!
“운청휘, 여, 여기 붕괴하려나 봐!”
기령의 안색도 하얗게 질렸다.
“이곳의 구조가 천성대륙보다 낫다고 했잖아. 한데 이렇게 빨리 붕 괴하는 거야?”
기령은 운청휘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붕괴의 원인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이미 운청휘에 대한 믿음은 사람이 돌에서 튀어나온다고 해도 믿 을 지경이었다.
운청휘는 다만 고개를 저었다. 아 무리 선제라도,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우선은 도도를 보호하러 가도록. 나는 이곳에서 사살황천진을 통제 하겠다.”
운청휘는 진법으로 날아가는 동 시에 신식을 방출해, 네 개의 기둥 과 검집을 덮었다.
기령은 운청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영서의 사당으로 출발했 다.
운청휘가 아직 안심하는 이유는, 세계의 붕괴는 단지 반경 백 리 내라는 것이다.
이 붕괴도 세 인왕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운청휘의 생각과는 달리, 세 인왕은 구덩이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보통의 상황에서, 용암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붕괴 할 때였다.
-운 공자, 이게 어떻게 된 것인 가?
세 인왕이 모두 운청휘에게 음을 전했다.
-이 세계의 구조가 약해졌고, 점 점 더 약해지고 있습니다.
운청휘는 그들에게 오판을 숨기 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공작왕과 대붕왕의 진압이 더 시급하니, 서두르십시오!
세 인왕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 개를 끄덕였다.
다시 이 각이 지나니, 대붕왕의 거대한 날개 중 하나가 완전히 잘 려 나갔다.
운청휘는 손을 휘둘러 순식간에 날개를 낚아채 영라 반지에 넣었 다.
요왕의 날개는 거대한 보약 그 자체였고, 맛도 제법 좋은 재료였 다.
이때, 이 세계의 이름 모를 외딴 구역.
홍인왕과 풍인왕이 오래된 도시 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놀 라움이 선연했다.
“믿을 수 없구려. 작은 세계에 성 이란 것이 존재했다니!”
“이 성의 전성기 때 거주했던 생 령이 천만은 넘었을 거야!”
천만이 사는 성이라니, 천성대륙
에서도 작지 않은 규모였다.
다만 이 세계에서는 성이 아니라 마을이 나타나도 불가사의할 터였 다.
“무슨 일이지?”
홍인왕과 풍인왕이 무엇인가 느 낀 듯 안색이 변했다.
“이 세계가 우리에게 주는 억압 이 사라진 것 같은데?”
홍인왕과 풍인왕은 능천진선의 도움으로 무의의 억제를 차단했다.
한데 지금, 이 세계가 그들을 억 누르던 기운 자체가 말끔히 사라 졌다!
다음 순간, 사방이 단번에 어두워 졌다.
반사적으로 홍인왕과 풍인왕이 위를 올려다보았는데, 나란히 떠 있던 해와 달의 빛이 흐려져 있었 다.
이 변고를 발견한 것은 단지 둘 뿐만이 아니었다.
이 작은 세계에 들어온 모든 생
령이 어두워지는 세계를 감지했다.
“이 세계가 우리 무위를 억제하 는 것이 사라졌어!”
“응? 그뿐 아니라 이곳의 공간 구조가…… 약해졌어!”
운청휘는 아직도 사살황천진을 지탱하는 중이었다.
본래 대지의 위에 포진하였으나, 변고가 생기면서 대지 자체로는 진법을 지탱할 수 없었다.
“부상이 심해지긴 해도, 전성기의 삼 할이 남았군……! 일각만 지나 면 그들에게 마종을 심을 수 있 다!”
운청휘가 신중하게 계산한 결과 를 중얼거렸다.
이때, 운청휘는 소매 속에서 전송 옥석의 진동을 느꼈다.
기령이 아니라면 능천진선이리라.
전송 옥석을 꺼내 보니, 능천진선 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일입니다……!
곧, 운청휘의 안색도 변했다.
“바다에 생긴 소용돌이가 육지까 지 번지고 있단 말이냐!”
그 순간, 운청휘는 확신했다. 이 세계는 붕괴할 것이다.
쿵!
곧이어, 굉음과 함께 삼만 장이 넘는 거대한 용암 줄기가 사방에서 솟구쳤다.
이런 규모라면, 인구 1억 명의 성 도 단번에 삼킬 수 있었다.
공작왕과 대붕왕을 가둔 사살황 천진은 솟구치는 용암에 소멸되었 다.
진법 안에서 세 인왕의 공격을 받고 있던 두 왕이, 환상에서 풀려 났다.
“아……!”
환상에서 깨어난 순간, 두 요왕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들이 입은 부상으로 인해, 실력 도 전성기의 삼 할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교룡왕, 운인왕, 구인왕!”
두 요왕은 노발대발하며 자신들 을 공격한 세 인왕을 노려보았다.
다음 순간, 그들은 단번에 공격 범위를 벗어나 몸을 지켰다.
“지금이 저들을 제압할 기회라네!”
지금 끝장을 내지 않으면, 반드시 후환이 생길 터였다.
“일각 내에 진압할 수 없다면, 물 러나도록!”
운청휘가 침착하게 지시를 내렸 다.
원한을 떠나, 저들에게 마종을 심 어 무위를 도약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가 포진 한 기를 감추는 대진이 용암에 의 해 소멸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이 거대한 용암은 어디 서든 주의를 끌 터였다.
최대 일각내로, 홍인왕을 비롯하 여 운청휘에게 적대적인 인왕들이 몰려오리라!
교룡왕 등은 운청휘의 말을 듣자 마자 그의 고민을 알아차렸다.
다만 일각 내로 두 요왕을 진압 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저들이 중상을 입었다곤 하나, 이 제는 움직이는 표적이니 공격을
피할 터였다.
상황을 눈치챈 대붕왕이 전송 옥 석에 대고 포효했다.
“홍인왕, 하늘로 솟은 용암을 보 았는가? 각개 격파당하기 싫거든 어서 본왕을 도우러 오게나!”
공작왕도 전송 옥석을 꺼냈다.
“진인왕, 본왕과 대붕왕은 매복을 당했는데, 우리를 공격한 것은…….”
공작왕과 대붕왕이 다른 인왕들 에게 연락을 취했다.
지금이 바로 결단을 내릴 시간이 었다.
“이곳을 떠나세!”
세계의 붕괴라는 변고는 운청휘 의 계획을 무너뜨렸다.
입에 거의 들어올 뻔한 고기를 놓쳤으나, 운청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세 인왕을 둔천사에 태운 후, 둔천사를 운전하여 서영서의 사당으로 질주했다.
“운인왕, 구인왕. 가문의 일원들 에게 연락하여 서영서의 사당으로 오라고 전하십시오.”
“알겠네!”
두 왕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원들이 이미 사당에 있는 교룡 왕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운청 휘가 일부러 인왕들에게 명령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인왕은 순순히 운청휘 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사당으로 돌아가는 길, 운청휘의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능천진선이 보낸 소식대로라면 이 세계는 언젠가 무너질 터였는 데, 바다가 가장 먼너 무너졌다. 세 인왕이 두 요왕을 공격할 때 육지가 함락되었고…….’
용암이 솟구친 구역은 이미 함락 되기 시작했다.
마치 녹아버린 빙하가 바다로 풍 덩 빠지는 듯했다.
함락된 대지를 삼킨 용암은 그 기세가 점점 더 맹렬해졌다.
사당에 도착하니, 연락을 받은 운 가와 구가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운청휘는 모든 이를 둔천사에 태 운 후, 둔천사 위에 있는 방어 진 법을 전부 가동시켰다.
“운 공자, 자네가 이 작은 세계를 떠나는 방법을 아는가?”
구인왕이 질문을 던졌다.
이 세계의 입구는 육지 중심에 있는 제단인데, 지금 제단이 용암 에 삼켜져 버렸으니…….
“공간을 찢어 천성대륙으로 돌아 갈 겁니다.”
운청휘가 즉시 대꾸했다.
그의 말투는 평온했으나, 모든 사 람들이 일시에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천성대륙이라면 인왕경의 무인이 공간을 찢을 수 있었다.
작은 세계에서라도 가능한 일이 겠으나, 문제는 공간을 찢은 후였 다.
“운 공자, 자네도 알지 않나. 구 체적인 좌표가 없다면 공간의 틈 에 빠져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네!”
인왕 셋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천성대륙 방향을 감지할 수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운청휘는 천성대 륙을 감지하는 게 아니다.
참천심검을 감지하여 천성대륙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었지만, 지금 으로서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때, 운청휘와 적대하고 있는 일 곱 인왕이 전부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의 뒤에는 일가의 일원들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일곱 인왕은 이 각 동안 상의한 끝에, 공간을 찢는 방법을 떠올렸 다.
다만 개중 다섯 인왕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그들이 이곳에 들어 온 목적은 봉마비가 아니던가? 한 데 생각지도 않게 봉마비 때문에 위험에 빠지고 말았다.
“공간을 찢으면 우리가 천성대륙 에 돌아갈 확률은 일 할도 되지 않겠지만…… 시도는 해 봐야지!”
“일 할? 틀렸어. 본왕은 이미 일 기화삼청을 수련했고 두 개의 분신이 천성대륙에 있다네……. 이곳 이 천성대륙과 멀지 않다면 본왕 은 분신을 감지하여 천성대륙의 구체적인 위치를 확신할 수 있다 네!”
말을 하는 사람은 공작왕이다!
“본왕도 분신이 있는데, 공작왕의 말처럼 천성대륙과 멀지 않다면 우리는 무사히 천성대륙으로 돌아 갈 수 있어!”
“알겠네, 시간을 끌면 우리에게 불리해지니 지금 당장 시작하세!”
마침내 마음을 다잡은 일곱 왕은 공간을 찢어냈다.
공간의 틈에 들어간 순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그들을 움켜쥐 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비슷한 상황은 운청휘 쪽에서도 나타났는데, 둔천사를 이끌고 공간 틈에 뛰어든 순간 거대한 손이 둔 천사를 통째로 거머쥐었다!
공간의 틈에 들어간 순간, 운청휘 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거대한 손 에 붙들렸다.
동시에 모든 사람이 눈앞이 캄캄 해지며 짙은 허무함에 빠졌다.
운청휘도 무척 놀랐는데, 그의 신 식이 보이지 않는 손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두워진 시야가 밝아지고, 빛이 찾아들었다.
모든 이들이 천성대륙으로 돌아 와 있었다.
운청휘와 기령은 가장 먼저 의식 을 회복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야에 복잡한 부적이 가득 새겨
진 삼천 장 높이의 제단이 보였다.
그래, 이곳은 상고 유적의 입구였 다!
“인간, 본왕이 네놈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바로 이때 음침함이 극치에 이른 목소리가 운청휘 뒤에서 울렸다.
“그리고 짐승 녀석, 본왕이 죽여 주마!”
또 거대한 손이 하늘에서 나타났 는데, 작은 세계에서 본 것보다 몇 만 배나 강력한 위력을 갖춘 듯했 다.
휘익!
운청휘는 거의 조건 반사적으로 둔천사를 조종해 아슬아슬하게 거 대한 손을 피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