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71화 (271/430)

제271화

윙윙윙…….

참천검집이 갑자기 소리를 냈다.

“그래, 이렇게 가다가는 북영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둔천사가 파괴되겠지.”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윙윙윙…….

“바로 서영의 상고 전장으로 가자고?”

운청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곳이라면 인왕도 함부로 올 수 없겠지. 그러니 상고 전장으로 들어가면 기회는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다른 인왕들도 읽어낼 수 있는 법이다. 세 인왕이 서영으로 가는 방향을 틀어막았음을 보지 못했더냐? ……뭐라고? 참천신검과 호응한 것이냐!”

난쟁이족의 두 인왕과 홍인왕, 풍 인왕은 시종일관 서쪽을 지키고 있었다. 운청휘의 생각대로, 그가 상고 전장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운청휘가 상고 전장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조만간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올 터였다.

하지만 상고 전장에 들어가면 변수가 많아진다. 어찌 되었든 그곳은 인왕들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므로.

“지금, 참천신검이 일격을 가한다고 하였느냐?”

한편, 검집과 교류하고 있던 운청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얼굴에 기쁨이 떠오름과 동시에, 마음 속에서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참천신검은 봉인되어 있는 데다, 극심한 피해를 입은 탓에 전성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 않은가.

“뭐라? 체구가 작은 인간들이 살 진을 포진하려고 했는데, 도리어 참천신검이 진안인 법보를 삼켜 힘을 회복하고 있다고?”

그 순간, 운청휘의 의혹이 사라졌다.

“그렇군! 동영의 난쟁이족이로군.”

운청휘는 다시금 둔천사를 틀었다. 둔천사는 곧바로 서영, 즉 상고 전장으로 향했다.

“운청휘가 미친 건가?”

인왕 무리들은 이것을 보고 의외라는 눈치였는데, 둔천사가 가려는 서쪽 방향은 바로 인왕 넷이 지키고 있는 곳이다!

홍인왕, 풍인왕 및 두 난쟁이족의 인왕은 모두 냉소를 지었다.

“함께 공격하여 둔천사부터 정면으로 격파하세!”

네 인왕이 동시에 공격하니, 하늘에서부터 뻗어져 내려오는 거대한 손들이 둔천사를 내리쳤다.

이때, 상고 전장은 사방이 안개가 가득하여 천지가 흐릿하게 잠겨 있었다.

이따금 들려오는 으르렁대는 소리만이 이곳에 생명체가 살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그 순간, 상고 전장의 깊은 곳에서 한 줄기 빛이 빠르게 발사되더니 마구 자란 가시덤불을 헤치며 파죽지세로 나아갔다.

천지간에 머무르던 흉수들이 겁을 먹으며 마구 날뛰었다.

철갑으로 가득한 산에서 수천 장 높이의 암석 거인이 일어났는데, 이때 발사된 빛과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단번에 거대한 몸이 두 동강이 나며 바위가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지면에 박혔다.

빛은 순식간에 인왕경의 암석 거인을 베어 버리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둔천사와 네 인왕의 거리는 삼천 만 장에 이르렀다.

쌍방의 속도라면 곧 부딪히리라.

운청휘는 이미 조종실에서 나와 한 손으로 검집을 쥐고 둔천사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차분한 눈빛으로 자신을 공격한 네 인왕을 훑어볼 뿐이었다.

그의 차분한 태도가 네 인왕에게 오히려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운청휘에게 아직 비장의 수가 남아 있단 말인가?

다만 어떤 수를 가졌든, 일단 둔천사를 파괴하는 것만으로도 운청휘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터였다.

그 후 누가 운청휘를 잡을지는, 그때 가서 볼 일이다.

“마침내 왔구나!”

운청휘의 평온한 눈동자 너머로, 깊은 격동이 일렁였다.

선제인 운청휘의 감정을 이토록 요동치게 할 수 있으니, 그 빛의 존재는 참천신검이었다!

운청휘의 신식은 이미 그 빛을 감지한 터였다.

“운청휘, 네놈의 종말이 왔구나!”

이제, 둔천사와 네 인왕의 거리는 삼백여 장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한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바로 이때, 네 인왕은 뒤에서 닥쳐오는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

인왕경에 오르기까지, 이러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두피가 저릿하고, 온몸의 털이 솟구치며 땀방울이 주륵 흘러내렸다.

그들이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허공을 질주하는 빛이 그들 사이를 통과했다.

그 결과 난쟁이족의 인왕 하나는 심장이 고스란히 관통당해, 주먹만 한 구멍이 생겨났다.

다른 세 인왕은 중상을 입었는데, 그중 풍인왕은 한쪽 팔뚝이 잘리고 말았다.

이를 본 사람들이 경악하며 외쳤다.

“나…… 난쟁이족의 인왕이 단번에 죽다니!”

“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 야. 세…… 세상에 인왕을 단번에 죽이는 힘이라니!”

대붕왕, 공작왕, 진인왕, 나인왕, 초인왕 및 난쟁이족의 가토왕 전부 눈을 부릅떴는데,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일을 보는 듯했다.

“잠깐, 저 빛, 이…… 익숙하지 않나?”

별안간 나인왕이 비명을 질렀다.

“익숙?”

다른 인왕들이 말을 듣고 눈에 의혹이 나타났지만, 곧 마음이 흔들렸다.

“나인왕, 설마 상고 전장에서 봤던 그…… 그 검집 없는 신검을 말하는 건가?”

“맞아, 저 광속은 틀림없이 신검에서 나온 것이야! 본왕은 이전에 신검을 강제로 수복하려고 했을 때 신검에서 나온 빛이 본왕에게 부상을 입혔어!”

초인왕도 비명을 질렀다.

“본왕도 그 신검에서 나온 공격을 받았는데, 확실히 눈앞에 있는 저 빛과 닮았어!”

진인왕의 외침에, 대붕왕과 공작 왕은 침묵으로써 공감했다.

그들도 상고 유적에서 봤던 신검 이 내뿜은 공격이 눈앞에 일어난 공격과 같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럼 운청휘가 쥔 빈 검집이 저 신검을 담는 검집이었군!”

다섯 인왕이 거의 동시에 속력을

내어 운청휘의 둔천사를 잡으려 했다.

가토왕의 반응은 조금 늦었는데, 그의 주의력이 죽은 난쟁이족 인왕에게 잠시나마 쏠렸기 때문이다.

상고 전장에서부터 쏘아져 나온 빛은 그대로 운청휘의 검집으로 사라졌다.

“이 빛은 네가 간직한 힘이더냐? 그렇다면 다시 쓸 수 있는가?”

운청휘가 중얼거리며 참천검집과 의 대화를 마쳤다.

이윽고 그가 둔천사 밖으로 훌쩍 날아갔다.

긴 머리칼이 휘날리고 붉은 장포가 바람에 펄럭였다.

운청휘는 곧바로, 난쟁이족의 인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운청휘가 둔천사 밖으로 날아오니, 무수한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특히나 운청휘의 표적이 된 난쟁이족의 인왕은 동료를 끌어안고 있다가 노발대발하며 외쳤다.

“비천한 인간, 네놈 때문에 사사키(佐佐木) 왕이 죽은 것이다. 본 왕은 네놈의 피를 사사키 왕께 바치겠노라!”

“입만 열면 다른 사람을 인간이라고 하는데, 네놈은 정말로 난쟁이의 피가 고귀하다고 생각하는가?”

운청휘가 가소롭다는 듯이 외쳤다.

그의 손에 들린 검집이 마치 허공을 노니는 붓처럼 급히 움직이더니, 오각 별이 가득한 그림을 그려냈다.

숨도 쉬지 못할 짧은 시간 동안, 운청휘는 검집으로 81개의 별 도안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것은 진법인 동시에 검법인, 선제진해 제3식 성진추락(星辰坠落)이었다.

운청휘를 중심으로 반경 수십만 장에 있는 이들은 하늘의 위엄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위압감에 사로잡혔다.

또한, 난쟁이족의 인왕은 반항조차 한 번 하지 못한 채 81개의 별 도안에 감금되었다.

다음 순간, 허공에 무수한 피가 튀었다.

“아……!”

난쟁이족의 인왕은 가슴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우, 운청휘, 네…… 네놈은 무슨 요술을 부렸길래 순식간에 본왕의 생기를 소멸시키는 것이더냐!”

“뭐라고?!”

난쟁이족 인왕의 고함이 어찌나 크던지, 운청휘를 비롯한 모든 인왕들이 그 외침을 들었다.

생기를 단번에 소멸시키다니, 그 뜻이야말로 단번에 인왕 하나를 죽이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생기를 소멸시켰다? 착각하는군! 네놈은 그저 본제의 디딤돌일 뿐!”

운청휘가 냉소하며 난쟁이족의 인왕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다음 순간, 수정처럼 반짝이는 구 슬이 난쟁이족 인왕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사사키와 함께 죽도록!”

운청휘가 마종을 꺼내고 참천검집이 난쟁이족 인왕의 몸을 베었다.

“아베 신지(安倍晋二)……!”

둔천사 뒤에서 가토왕의 비명 소리가 울렸다.

“아아아, 운청휘, 본왕이 네놈을 죽여 주마……!”

가토왕은 발광을 하며 두 손에 법력을 응결시켜 운청휘에게 몰아붙였다.

사사키는 운청휘를 잡으려다 신검의 빛으로 죽고 말았다.

아베 신지는 운청휘의 검집에 당했다.

이리 됐으니, 가토왕의 정신이 나가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인왕이 단번에 둘이나 죽었으니, 동영이 입은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네놈도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운청휘가 아베 신지를 죽이고 몸을 돌려 가토왕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어째서 이렇게 무서운 눈빛을 가진 게냐……!”

가토왕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며 동작을 멈추었다.

운청휘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한기를 느꼈다. 그 의 앞에 있는 자는 운청휘가 아니라 천황인 것만 같았다.

아니, 천황이라고 해도 그에게 이런 느낌을 주지 못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거인 앞에 있는 한낱 땅강아지가 된 기분이었다.

이와 동시에 가토왕은 아베 신지가 순식간에 죽은 것을 떠올렸다.

과연 그가 운청휘를 꺾을 수 있을까?

“지금은 중요한 일이 있으니, 다음에 다시 결판을 내주마!”

운청휘가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모든 이들의 귓가에 울렸다.

즉시 운청휘는 둔천사로 돌아갔고, 둔천사를 이끌어 상고 전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어느 인왕도 나서지 못했다.

운청휘가 순식간에 아베 신지를 죽였을 때의 광경이 선연했다.

무엇보다 인왕을 죽일 수 없다는 그들의 관념이 깨지고 말았다!

대붕왕, 공작왕, 풍인왕, 가토왕은 개중 누구보다 흉흉한 얼굴로 둔천사가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비범한 인간, 천황 폐하께서 네 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가토왕은 낮은 목소리로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운청휘를 이렇게 떠나게 하는 건가?”

진인왕이 뒤이어 날아왔다.

“흥, 네놈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쫓아가든가!”

팔뚝 하나를 잃은 풍인왕이 콧방귀를 뀌었다.

“젠장, 우리 모두 속은 거야!”

공작왕이 갑자기 말하더니 상고 전장 쪽으로 질주했다.

대붕왕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별안간 공작왕을 뒤쫓았다.

다른 인왕들은 서로 마주 볼 뿐이었다. 공작왕과 대붕왕은 무슨 담력으로 운청휘를 추격한단 말인가?

“짐승 새끼가 포악하고 살벌하니 우리를 놓아주진 않을 것이다……!”

가토왕은 무언가를 떠올리더니 두 눈을 번쩍 뜨고 공작왕, 대붕왕에 이어 상고 전장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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