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화
“운청휘의 성격으로 우리를 죽일 수 있어도, 우리를 놓아주진 않을 것이야!”
“아베 신지를 죽인 건 모종의 비법이겠지. 반드시 그 비법을 알아낼 것이네!”
홍인왕과 풍인왕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급히 뒤를 따랐다.
진인왕, 초인왕, 나인왕이 남겨졌다.
나인왕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그 빛이 난쟁이족 인왕을 죽이고 운청휘의 검집에 들어간 것이 생각났네.”
“이변이 없다면 운청휘는 그 빛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아베 신지를 죽인 것이야!”
“맞아, 틀림없어. 그렇지 않다면 운청휘는 상갓집 개처럼 우리에게 쫓기지 않았을 걸세!”
대화를 마친 세 인왕도 서둘러 상고 전장 쪽으로 몸을 날렸다.
둔천사 위.
운청휘는 노선을 자동으로 설정해 둔 뒤, 둔천사의 후미로 걸어갔다.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격동을 억누르며, 인왕경의 마종을 영라 반지에 넣었다.
또한 영라 반지에서 진법 포진을 위한 재료를 꺼냈다.
“인왕까지 수련한 자들이니, 곧 정신을 차릴 테지.”
운청휘가 두 손을 모아 진법을 펼쳤다가, 다시 흐트러트렸다.
이 진법들은 전부 환상진으로, 인 왕이라도 잠시나마 막아낼 수 있었다.
일각 동안 운청휘는 무려 100개의 환상진을 만들어 냈다. 영라 반지에 있는 재료의 구 할을 쓴 결과였다.
“이제 할 일은 하나뿐이군.”
운청휘가 중얼거리며 가부좌를 틀었다.
인왕경 마종의 연화가 시작되었다.
3시진 후, 둔천사는 상고 전장의 범위에 진입했다.
운청휘는 100개의 환상진의 힘을 빌려 추격하는 인왕을 뿌리칠 수 있었다.
상고 전장에 진입한 뒤, 운청휘는 마종을 연화시키면서도 심신을 주위의 동정을 살피는 데 기울였다.
마침내 도달한 상고 전장의 환경은 작은 세계만큼이나 기이했다.
천지가 온통 뿌연 안개로 덮여 있어 태양이 보이지 않았고, 희끄무레한 빛만 스며들었다.
운청휘는 신식을 펼쳐 상고 전장에 잠복하고 있는 무수한 흉수들을 발견했는데, 선천경부터 공적경까지 그 경지가 다양했다.
다행히도 이런 흉수들은 둔천사 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 둔천사의 속도는 그들에게 따라잡힐 정도가 아니었다.
다시, 다섯 시진이 지났다.
인왕경 마종의 힘을 일 할도 연화시키지 못했으나, 운청휘는 이미 현경 극경에 도달했다.
‘길어도 이 각 후엔 반절 영번에 도달하겠군!’
반절 영변 위는 영변 1단계. 이변이 없다면 심마선겁을 만날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운청휘의 예상대로 이 각 후에 반절 영번에 도달했다.
이제 그는 손가락 하나만으로 반절 인왕을 죽일 수 있는 경지였다.
다만 진짜 인왕경을 상대로는 여전히 적수가 되지 못한다.
아무리 운청휘라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었다.
거대한 산을 어찌 뒤집겠는가?
윙윙윙…….
그때, 참천검집이 가볍게 진동했다.
“음? 참천신검이 속박에서 벗어나 우리 쪽으로 오고 있단 말이냐?”
운청휘의 눈동자에 기쁨이 스쳤다.
그도 참천신검의 위치를 감지했지만, 정확한 거리는 감지할 수 없었다.
그러니 거리가 좁혀진다면 자연히 기쁜 일이었다.
더욱이 상고 전장에 들어온 뒤부
터 운청휘는 묘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흉흉한 기운이며, 이색적인 환경이 인왕경에게도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참천신검이 이리로 오고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그의 위기감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영번경에 도달 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겠다. 우선 은 참천신검과 합류해야겠군.”
운청휘가 낮게 중얼거렸다.
본래 그는 둔천사 위에서 영변경을 돌파한 뒤 심마선겁을 차차 해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참천신검을 회수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사방을 가늠할 수 없는 상고 전장의 깊숙한 곳.
겹겹이 진법이 포진되어 있어 날벌레마저 들어올 수 없었다. 설령 인왕경이라도 이 진법을 넘을 수 없을 터였다.
그 진법의 바깥에는 하늘 높이 솟은 어가가 있었고, 거대한 교룡이 어가를 끌고 있었다.
그 뒤에 늘어선 이들은 하나같이 몸집이 작아 난쟁이처럼 보였으나, 매서운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개중 다섯 명은 인왕경인 듯, 은은하게 법원의 힘을 방출했다.
“천황 폐하, 방금의 빛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체구가 작은 다섯 인왕은 모두 지시를 바라는 눈빛으로 어가를 바라본다.
“주인이 나타났군!”
어가 안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섯 인왕은 몽롱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위잉- 휙!
그때, 겹겹이 쌓인 진법 너머에서 허공을 가르는 맹렬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금빛으로 뒤덮인 장검이 진법 안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그 신검이군!”
“세상에나, 천황 폐하께서 친 진 법을 깨버리다니!”
“이…… 이 신검이 이렇게나 강한 힘이 있다니. 본왕이어도 감히 천황 폐하의 진법을 깰 수 없는데!”
체구가 작은 다섯 인왕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공포에 질렸다.
“이 신검은, 짐이 알아볼 수 없구나!”
어가 안에서 천황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다섯 인왕이 또 놀라 소리쳤다.
그들로서는 이 세계에서 천황이 알아볼 수 없는 물건이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천황은, 이 경계의 절세 강자였으므로.
“짐은 그대가 영지를 가진 것을 알고 있다. 굴복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짐은 그대의 원래 주인을 죽여서 복종하게 만들겠노라!”
천황의 목소리가 재차 울렸다.
말이 끝나고, 어가에서 작은 신형이 훌쩍 날아왔다.
3척 정도의 키를 지닌 난쟁이는 존귀한 기를 뿜어냈는데, 마치 만 고의 제왕이 천하를 군림하는 듯했다.
동영 난쟁이족 중 누구도 천황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동시에 그는 동영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심지어 인왕조차도 꼬박꼬박 폐하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는가.
윙윙윙…….
금빛으로 뒤덮은 신검은 별안간 진동했다.
이때, 사람들은 노골적인 모멸감을 느꼈다.
분명하게도, 저 신검은 천황을 조롱하고 있었다.
쌩! 쌩! 쌩!
별안간 금빛으로 뒤덮인 신검이 사방에 금빛 줄기를 흩뿌렸다.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빛의 줄기가 군중들을 덮쳤다.
어가에서 나온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으나, 그 순간 강대한 힘이 뻗어 나와 모두를 감쌌다.
쿠르릉!
일련의 폭파로 대지는 구멍투성이가 되었는데, 면적이 가장 큰 구덩이는 1만 평에 이르렀다.
“음? 인왕에 견주는 공격을 하다니.”
천황이라 불린 자는 그저 눈에 이채를 띨 뿐이었다.
“전에 뿜은 빛이 구 할 이상의 힘을 낭비했겠지. 지금은 그저 쇳덩어리가 아니냐.”
이윽고 그가 금빛으로 뒤덮인 신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도망칠 수 없다!”
그 말과 함께 남자의 신형이 흐릿하게 흩어졌다. 신비한 힘이 금빛 신검을 감싸며 가두었다.
쨍!
쾅!
남자가 단번에 신검을 잡았으나, 신검의 반격하는 힘이 천지에 극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강한 저항이었다.
“짐을 데리고 네놈의 원래 주인에게 가라!”
남자가 명령을 내렸다.
윙위윙……!
그러나 신검은 진동을 일으켰고, 다음 순간……!
외마디 비명과 함께 무수한 금빛이 칼자루를 쥔 남자의 손을 관통했다.
순식간에 손바닥은 산산이 조각나 흩어졌다.
다시 신검이 있던 자리를 보니, 이미 그를 떠나 하늘 끝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운청휘가 상고 전장에 들어온 지 사흘이 지났다.
처음 이틀간 운청휘는 길을 재촉하며 참천신검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그러나 사흘째 되는 날, 참천신검은 운청휘에게 장소를 찾아 기다리라는 소식을 남겼다.
상고 전장의 안으로 들어갈수록 위험해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특히나 참천신검이 있는 구역은 인왕급 흉수가 있는 곳이니, 운청 휘가 순간의 방심으로 죽을 수도 있었다.
운청휘는 일단 전진을 멈췄지만, 얌전히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하루에 수백이 넘는 공적경의 흉수와 반절 인왕경의 흉수 세 마리를 사냥하기에 이르렀다.
“반절 인왕의 흉수가 나타났군!”
운청휘는 신식으로 발견한 거대한 흉수를 보자마자 눈을 빛냈다.
그가 일단 한 손으로 찍어누르니, 단번에 반절 인왕경의 흉수가 전투력을 상실했다.
이렇게 반절 인왕경의 마종 하나가 운청휘의 손에 들어왔다.
“반절 인왕경 흉수의 마종을 4개 모았으니, 둔천사에 구천주선살진을 더 설치할 수 있겠군.”
운청휘는 일각도 지나지 않아 구천주선살진을 완성했다.
“이 구역의 흉수들은 이미 사냥한 것들과 비슷하니 한 발 더 나아 가자.”
운청휘는 둔천사를 운전하여 50 여 만 리를 더 나아갔다.
또다시 사흘간, 운청휘는 미친 듯 이 사냥에 몰두했다.
그간 20여 개의 반절 인왕경 마 종, 300여 개의 공적경 마종을 얻을 수 있었다.
“참천신검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반나절 후면 도달하겠군.”
운청휘의 눈에 기대감이 어렸다.
비록 참천신검은 법보이나 이지 를 지닌 존재로, 운청휘는 그를 가 까이 여겼다.
“애석한 일이군. 참천신검도 무리 한 탓에 나처럼 되었구나.”
운청휘가 아쉬움의 탄식을 흘렸다.
천성대륙으로 돌아가는 도중, 기령와의 전투는 서사시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전투의 여파로 파괴된 별만 해도 헤아릴 수가 없었고, 여러 성역도 박살이 났다.
이 일전에서 운청휘는 중상을 입고 무위를 잃었고, 참천신검도 망가지고 말았다.
그 결과 빈 검집만이 운청휘와 함께하게 된 것이다.
“참천신검이 돌아온다면 납천 반지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운청휘의 눈에 아련한 감상이 스쳤다.
납천 반지에 대한 감정도 참천신검 못지 않았다.
참천신검을 그의 가족이나 친구 같은 존재라고 한다면, 납천 반지는 운청휘의 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납천 반지는 운청휘가 선제가 된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 낸 법보로, 진정한 의미의 아공간 반지였다.
그 안에는 운청휘의 자산 대부분이 들어 있었다. 쌓인 선석만 해도 최고의 등급이었고, 선석 단 하나 만으로도 무수한 진선과 대라금선들이 탐을 낼 터였다.
더불어 납천 반지에 들어 있는 법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납천 반지는 참천신 검처럼 의식을 지녔다. 다른 점이 라면 신검은 본디 의식을 지녔지 만, 반지의 의식은 운청휘가 부여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납천 반지는 운청휘 에게 아들이나 다름없었다.
***
영주성.
영주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이 성은, 8대 가문과 3대 요족의 거점이었다.
수백 층 높은 건물 위에, 다섯 인 왕과 두 요왕이 모여 있었다.
홍인왕, 풍인왕, 진인왕, 나인왕, 초인왕, 그리고 공작왕과 대붕왕이다.
“운청휘를 쫓아갔으나, 상고 전장 이 너무 커. 전체 면적이 남영 북영을 합친 것보다 더 크지. 단순히 쫓기만 해서는 운청휘를 찾을 수 없었네!”
“그날의 빛이 그 신비한 신검에 서 나온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